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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9

       관청 앞은 그야말로 문전성시였다. 산적들에게 빼앗긴 물건을 찾아가려는 상인들이 관청으로 몰려 들었기 때문이었다.

         

       산적들은 약탈한 물건 중 의식주에 관련된 물건들은 거침없이 사용했기에 피해를 입은 상단도 상당수. 산적에게 약탈당한 물건을 되찾기 위해서 관청 앞은 난리도 아니었다.

         

       “나으리! 이건 제 도끼가 아닙니다!”

         

       “허어…그럼 그대의 도끼는 무엇이요? 이 금도끼? 은도끼?”

       

       “아니, 제 도끼는 흑철로 만들어진 전투도끼입니다!”

       

       “그런 것은 목록에 없었는데…일단 손망실 신고서를 작성하고 혹시 모르니 피해청구서 역시 작성해 보시게나. 일단은 사람을 시켜 찾아 보도록 하겠네.”

       

       “에잉…성가장에 납품해야 하는 물건인데..”

         

       본인 물건을 찾지 못한 자들부터 한구석에서 서류를 작성하는 상인들과 관리들의 확인을 받고 물건을 실어 나르는 일꾼들까지.

         

       한동안 사마염의 저택에서 수련만 하느라고 관청 쪽에 들리지 않았는데 이쪽은 완전 전쟁통이 따로 없었다.

         

       그러고보니 천유상단의 목속성 영약은 회수되었을까. 사마염은 내가 칠요 속성의 영약을 획득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고 천유상단에게서 목속성 영약을 대신 구매해 준다는 이야기도 했었다.

         

       아직 물건 분배가 한창이니 조금 더 기다려 봐야 할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관청 안으로 들어갔다.

         

       관청 안쪽에서도 서류를 한 보따리씩 들고 빠른 걸음으로 돌아다니는 관원들이 한가득이었다. 다들 눈 밑이 거뭇거뭇한 것이 요 일주일 동안 철야 및 야근에 시달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사마염의 사무실에 들어가니 혁기린과 여유롭게 차를 즐기는 사마염이 보였다.

         

       슬쩍 책상을 보니 서류 한 장 쌓여 있지 않은 모습. 아래에서 죽어라 구르고 있는 하급 관리들이 보면 피눈물을 흘릴 광경이다. 

         

       “관청이 꽤 바빠 보이는군요.”

         

       “예 그렇습니다. 물건을 찾아가려는 상인들과 황금가의 중죄인들 잡아들이는 일, 유지경의 재산과 황금가의 재산을 몰수한 목록 등을 정리하느라고 바쁘지요.”

         

       아무래도 사마염은 악덕상사인 모양이다. 그래 뭐 태수가 구르라면 하급 관리들이 굴러야지.

         

       “그래서 오늘 저를 부르신 연유가 무엇입니까? 오늘은 혁기린 대협도 함께하시는 겁니까?”

         

       “예. 아무래도 무림인이 있으면 작업이 편하니까요.”

         

       작업? 뭔가 수상한 말에 혁기린 쪽을 바라봤지만 혁기린 역시 어리둥절한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사마염은 별다른 말 없이 우리들을 이끌었다. 갈수록 경비가 삼엄한 곳으로 향했는데 정작 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사마염이 미리 사람을 물린 것일까.

         

       “이곳은…?”

         

       잘은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장소가 아님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벽의 두께와 재질부터 범상치 않다. 잘은 모르겠지만 무림고수라고 해도 이 벽을 부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은 느낌.

         

       화룡점정은 그 문이었다. 미닫이 식으로 되어 있는 문은 문틀도 없이 완전히 벽과 일체화 되어 있었고 튼튼한 금속으로 짜여진 문에는 잠금장치가 몇 개나 달려 잇었다.

         

       사마염은 품에서 열쇠들을 꺼내 하나하나 잠금을 해제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황금가의 창고에서 일차적으로 압수해 온 보물들이 있는 곳입니다.”

         

       역시 보물창고인가.

         

       무겁기 짝이 없는 철문을 내공을 운용해 밀어내고 나니 창고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일정하게 배치된 선반 위에 각자 자리하고 있는 보물들이 번쩍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고급진 가구부터 시작해서 뭔가 화려한 의복이나 장신구 등등. 각종 귀중품들이 놓여 있었는데, 이런 일에 문외한인 나조차도 단순한 보석이나 금붙이가 아닌 것을 알 수 있을 지경. 이곳에 있는 보물 하나하나에 이름이 붙어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듯한 느낌이랄까.

         

       “오…”

         

       혁기린도 물건을 살펴보며 연신 감탄사를 터트리고 있었다. 귀중품 같은 것과 인연이 없던 나와 다르게 혁기린은 어느 정도 이런 물건에 내성과 안목이 있을 터. 그럼에도 연신 감탄사를 터트리는 모습을 보니 범상치 않은 물건인 모양.

         

       “저번에 호 대협께서는 칠요속성의 영약을 구한다 하셨지요.”

         

       “그랬지요.”

         

       “천유상단의 구근삼화단(九根三花丹)은 금 오십 냥에 매입했습니다. 아마 천유상단의 일이 마무리되면 제 관저에 도착할 겁니다.”

         

       “이런…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반값 할인이 되지는 않았을 테니 천유상단의 편의를 봐 준 모양이다. 사마염에게 꽤 미안한 짓을 해 버렸군. 그냥 단순히 조금 신경 써 달라는 의미로 말한 것이었는데….

         

       산적이 약탈한 물건을 분배하는 일은 무척 예민한 주재였다. 그런데 천유상단과 모종의 뒷거래를 하게 만들어 버렸으니…사마염이 내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정치적 위험을 무릅쓴 셈이었다.

         

       사마염이 창고의 한켠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각종 약초니 목함등이 잔뜩 놓여 있었다.

         

       “나머지 속성의 영약들도 이곳에서 한번 찾아보시지요. 영약에 관한 부분은 완전히 문외한인지라 이렇게 직접 모셨습니다.”

         

       꽤나 놀라운 이야기였다.

         

       “이곳은 관의 창고가 아닙니까? 문제가 되진 않을까요.”

         

       “허허 제가 태수인데 무엇을 걱정하십니까.”

         

       사마염이 껄껄 웃으며 이야기를 덧붙였다.

         

       “온갖 불법을 자행해온 성락루주 유시경의 재산은 깔끔하게 몰수했습니다. 기루의 가치와 그 외 사업채들. 불법 은닉 자금을 다 합치니 이 저조차도 놀랄 만한 금액이더군요.”

         

       “물론 진짜 대어는 황금선이지요. 이 사천성 최고의 상인 가문이었던 황금가의 재력이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황금의 성을 쓰는 자들이 모두 죄를 지은 것은 아니니 그 자산을 모두 거두는 것은 아니지만, 중죄에 해당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그만큼 몰수된 재산 역시 막대하지요.”

         

       “이곳에 있는 것들은 황금가에서 몰수한 이름 있는 보물들입니다. 적당한 귀금속 공예품이나 보석 황금 등이야 빼돌려 놓으면 얼마든지 세탁할 수 있지만 이름 있는 보물들은 독이 든 성배입니다. 함부로 처분했다가는 대번에 정체가 특정되기 십상이니까요.”

         

       그러니까 지금 이 창고에 황금가의 보물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을 모아놓았다는 이야기였다.

         

       “아니 이거….”

         

       할 말 가득해 보이는 표정의 혁기린. 사실 사마염만 있었다면 둘이서 하이파이브라도 했을 상황인데 하필 이곳에는 황실의 공주님인 혁기린이 있었다. 황족 앞에서 관청의 물건을 횡령하는 일을 모의하고 있자니 절로 눈치가 보일 수밖에.

         

       “으으음…호 낭인님의 계획이 아니었으면 없었을 재물이니 호 낭인님에게 보상을 드리는 것은 찬성이지만 방법이 좀….아니. 아무 말도 안 하겠습니다. 전 모르는 일이에요.”

         

       “허허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영약인 줄 알고 보관했는데 사실 감정을 받아보니 그냥 청심환이었다는 일은 비일비재하니까요.”

         

       “그런 걸 횡령이라고 하는 거에요! 아아아…! 이 주제는 그만!”

         

       황실의 사람으로서 관의 재산을 빼돌린다는 사실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괴로워하는 혁기린과 그런 혁기린을 보며 혁기린의 새 모습을 보았다며 기뻐하는 사마염.

         

       음 이부분은 깊게 생각하지 말도록 하자.

         

       아무튼 나와 혁기린의 수색이 시작되었다.

         

       혁기린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지 연신 뭐라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젓거나 끄덕이면서 영약을 감별하고 있었다.

         

       “음.”

         

       솔직히 탁 까놓고 말해서 내가 영약의 속성을 구분할 기술이 있냐고 묻는다면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기연을 얻으면 어느 보상을 얻는다는 것은 알아도 이렇게 영약을 무더기로 쌓아놓고 무슨 속성이냐고 물어봐야 알 수가 없지.

         

       그러나 외견적인 특징만으로 영약의 속성을 구분해 낼 수 있는 것들도 있었다.

         

       “이건 확정.”

         

       나는 영약을 들어서 내 눈앞에서 흔들어 보았다. 엄지손가락 한 마디만 분량을 담을 수 있는 수정 용기에는 액체 상태의 납과 비슷한 용액이 담겨 있었다.

         

       이건 무조건 석유(石油)다. 무슨 석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금(金)속성인 것은 확실하지.

         

       수십 개의 영약이 있었지만…명품이라고 부를 수 있는 영약일수록 무속성에 가까워지는 것이 정석.

         

       “음…이 영약은 음(陰)속성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혁기린 역시 영약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낸 모양이다.

         

       “꼭 칠요의 특징이 확실한 영약이 필요한거죠? 나머지는 성질이 다 섞여 있네요.”

         

       “그렇습니까.”

         

       두 개의 영약을 구한 것만 해도 충분히 대단한 성과였다.

         

       “허허, 칠요속성의 영약 말고도 일반적인 영약은 필요 없으신지요?”

         

       “있으면 좋기야 하겠지요.”

         

       내공은 기본적으로 다다익선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나는 좀 상황이 다르지. 일곱 가지 영약의 기운이 몸 안에 잔존하게 될 테고 그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 거기에 또 영약을 먹는 건 좀…

         

       정당하게 획득했던 옥주자령단과는 다르게 여기에 있는 영약은 가지는 것 자체만으로도 어느 정도 위험부담을 져야 한다. 그리고 사마염의 부담도 고려해야 할 부분.

         

       내가 먹을지 먹지 않을지 모를 영약을 욕심내는 게 맞을까.

         

       그런 고민을 하는 사이에 사마염이 영약 한 개를 집어 나에게 건넸다. 나는 나도 모르게 뻔히 사마염을 바라보았다.

         

       “대협께서 어련히 알아서 하시겠지만 남은 영약은 취급에 유의해 주시지요.”

         

       “….물론입니다.”

         

       산적 토벌의 건으로 사마염이 엄청난 공적을 세운 것은 맞았다. 무림인들을 휘어잡고 상인들에게 은혜를 입히고 십오 년간 사천성을 좀먹으며 재산을 축적한 자들을 일망타진하고 그 재산을 국고로 환수했으니까.

         

       그렇지만 그 공훈만큼이나 이런저런 정치적 부담을 진 것 역시 사실이었다. 당가를 사천성으로 불러들인 것이라던가 적극적으로 무림의 일에 끼어든 것이라던가. 일이 잘 풀리고 못 풀리고를 떠나 사마염이 이런 선택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언젠가는 발목을 붙을 수 있었다.

         

       사마염이 나에게 세 번째 영약을 권한 일은 사마염의 입장에서는 꽤 위험한 행동이었다.

         

       아무리 뒤처리를 잘 한다고 하더라도 그 뒤처리에는 한계가 있다. 오늘 빼돌린 3개의 영약이 세상에 남아 있으면 사마염이 황금가의 물건을 빼돌렸다는 비리의 물증이 남아 있는 셈이니까.

         

       금속성 음속성 영약은 내가 필요하다고 했으니 금세 처분되리라고 여길 수 있지만 마지막 영약은 형편이 다르다. 언제 사라질지 기약이 없는 셈이다.

         

       막말로 이 영약은 십 년이고 이십 년이고 남아 사마염이 저지른 비리의 물증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칠보옥대란 보물이 결국 막여부의 뒷덜미를 잡아끌었던 것처럼.

         

       사마염이 그런 위험성을 모를 자가 아니었는데…이렇게 영약을 넘긴다는 것은 날 그만큼 신뢰한다는 의미일까.

         

       쓸데없이 신뢰가 너무 무겁잖아.

         

       “너무 그런 눈으로 보지 않으셔도 됩니다. 처음부터 영약 세 개 정도는 넘겨 드리려 했으니까요.”

         

       정말 그렇게 작정하고 온 것인지 좀 의심은 가지만 사마염은 소매에서 3개의 목함을 꺼내 빈 자리에 올려놓았다.

         

       “자 돌아갈까요.”

         

       허허롭게 웃는 사마염의 모습을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이 양반, 나에게 원하는 것이 있구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제 후기의 “형님, 이새끼 웃는데요?”를 쓰겠다는건 기절 등에서 깨어날 때 한번 써보고 싶다는 의도입니다. 무고집낭의 엔딩이 그렇다는게 아니에요!

    어제 후기를 쓰다가 까먹은 부분이 있었는데 효표검은 사천낭인 일타강사 역사편에서 등장했던 인물이며 영지문과 주작 비무을 했다고 밝히고 사라진 낭인입니다.

    수요일은 연재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 예고했던 대로 여일예가 산적을 만난 뒤의 내용을 수정, 삭제하거나 새 에피소드를 추가할 예정인지라…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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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규후원자는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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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쪽으로 후원…꾸준한 응원…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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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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