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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9

       별포크, 아리는 자타가 공인하는 우등생이었다.

        

       뛰어난 두뇌를 비롯한 재능은 없었으나, 그녀에게는 타고난 성실함과 무한한 이해심이 있었다.

        

       다시 말해- 시키면 일단 열심히 하고, 자기가 이해하지 못했다고 무언가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특이한 내용을 만나도 큰 호기심을 품지 않고, 그저 저대로 하면 되는 거려니 하고 납득한 것이다.

        

       그리고 고등학교까지의 교육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평가란 대개 그런 이들의 손을 들어주는 법이었다. 조기졸업을 하거나 최상위권 대학에 가지는 못하더라도, 우등생이 되는 데에는 문제없을 정도로.

        

       당연하게도, 별포크는 그럭저럭 괜찮은 교과서와 참고서를 읽고, 선생님들의 지도를 성실히 따라간 끝에 제법 괜찮은 대학교에 도달했다.

        

       그제서야 갈팡질팡 흔들리며 방황했다는 것조차도, 그야말로 흔한 모범생다웠다. 얌전히 시키는 것만 하다가 자기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해야 하는 대학교에서 방황하는 모범생 따위, 비슷한 이야기를 수 백개는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한 존재 아니겠는가.

        

       별포크가 다소 특이했던 점은, 그 성실함이 정말로 그녀의 본질에 가까웠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강요당한 것이 아니라.

        

       그러니 대학에서 자유를 찾은 그녀는 노는 것마저도 성실히 놀았고- 이내, 취미조차 생산성 있는 것으로 찾는 자신의 모습에 지쳤다.

        

       무의미하게 시간을 녹이는 데는 이만한 게 없다는 친구의 추천에, 방학 동안 집구석에 틀어박혀 인터넷방송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별포크는 어느새 그조차 ‘아, 방송 진행은 저렇게 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하며 인강을 보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급기야 어느 날, 이렇게 하면 되는 게 맞을지에 대한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방송을 시작하기까지 했으니- 그야말로 행동력과 성실함으로는 상위 1%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그런 그녀는, 스트리머가 된 지금은 남의 방송이 재밌다고 느끼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분석하며 배울 점을 찾곤 했다. 잠시나마 위로가 되었던 취미조차, 스트레스 가득한 일로 돌변한 것이다.

        

       다만,

        

       ‘오늘은 또 대체 무슨 방송이야……?’

        

       아따먹, 이예나의 방송만큼은 예외였다.

        

       좋아했지만.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깔깔 웃다가 이예나의 기행에 화가 날 만치 몰입할 정도로, 좋아했지만.

        

       그와 별개로, 저걸 보면서 대체 뭘 어떻게 배운단 말인가. 애초에 배울 수 있는 범주의 행동이 아니었다.

        

       대회로 끌린 어그로가 최고조에 달해, 2만명이 넘는 시청자가 몰려 두 눈을 빛내며 멋진 나오나 플레이를 기다리는 순간.

        

       이예나는 도트로 찍힌 게임 타이틀 화면을 배경으로 오카리나 연주를 하고는, ‘오늘은 음악을 사랑하시는 분이 많아서 좋네요. 다음 곡은…….’ 따위의 말을 하고 있었다.

        

       대체 저 채팅창의 어디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인 건지가 가장 의문이었다. 그 짓을 무려 40분간 계속 반복하며 그토록 순수하게 즐거워하는 이유가 무엇인지가, 그 다음으로 의문이었고.

        

       망자의 절규로 가득한 지옥으로 돌변한 채팅창과, 숨이 점점 차는 건지 어딘가 대충대충 불기 시작하는 연주. 아무리 별포크라고 해도 그 틈바구니에서 배울 점을 찾아내는 건 무리였다.

        

       그러니, 이예나의 방송만큼은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어느덧, 이 불규칙하고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방송은, 별포크에게 세상 만사로부터 무언가를 성실히 배워야 한다는 강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소중한 쉼터가 된 것이다.

        

       물론.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우리…언니……연주도……잘해. 진짜…….’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우리 언니 연주도 잘해ㅠㅠㅠㅠㅠㅠㅠ진짜 신인가】

        

       그렇다고, 동경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 * * *

        

       “스타팅 나이가 이미 말이 통하는 10살인 것도 그렇고, 아이를 키워내는 모든 과정을 마우스 딸깍으로 끝내고 뿌듯한 결과만 확인할 수 있게 한 것도 그렇고……이 게임을 디자인한 사람, 분명 육아에 시달릴 대로 시달리지 않았을까요. 공룡을 연대기 별로 다 외우다가 쓰러져 잠들었다거나.”

        

       조카를 키우며 나날이 살이 빠져가던 누나의 얼굴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다.

        

       그 무뚝뚝하던 사람이 ‘캬오오ㅡ’하고 울부짖으며 티라노사우르스한테 물린 흉내를 내는 꼴을 잊을 리가.

        

       혼신의 연기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자신의 정체를 잘못 밝힌 탓에, ‘나는 지금 후기 백악기에 살던 티라노사우르스인데, 엄마가 어떻게 후기 쥐라기에 살던 드리오사우루스냐’고 따져 묻는 딸내미에게 사과하고, 다시 ‘크오오ㅡ’하고 울부짖던 모습까지 세트로 하면……도저히 잊을 수 없는 즐거운 추억이 되는 것이다.

        

       내가 옆에서 ‘와, 실감나는 드리……뭐시기 소우로스다. 백악기던가? 쥐라기던가?’라고 속삭인 탓……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오래 되어서 잘은 기억나지 않는데.

        

       아무튼.

        

       이런 추억을 시청자들과 공유하지 못하는 건, 약간은 아쉬운 일이다. 그 탓에 오해도 조금 생기는 것 같고.

        

       『이년 애 있음?』

       『응애 나 아가 기저귀 갈아줘』

       『아따먹 공룡흉내는 좀 보고싶네』

       『뭔 육아 시뮬레이션이여 시1팔 30분을 참았는데 이젠 좆오나 켜』

       『얘 대체 몇 살임? 경험담이 쓸데없이 리얼하네』

       『모성애를 좀 가져주세요』

       『해명이나 …아니다 그냥 맘대로 해라』

       『대검기사해주세요 53트』

       『얘 결혼함?』

       『애는 몇 살인가요』

        

       그래도, 괜찮다.

        

       지금은 게임에 집중할 시간이니까.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씹 -틀- 게임은 언제까지 할 건가요】

        

       시청자들도 게임을 궁금해하고 있으니,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하기엔 제법 괜찮은 시점이겠지. 조금 비틀린 관심인 것 같기는 하지만.

        

       퀸 메이커2는 10살배기 여자아이를 적절히 훈련시키고, 그렇게 벌어온 돈으로 교육도 시키다가, 무사수행을 보내서 경험도 쌓게 해서, 궁극적으로는 18살에 여왕에 등극하도록 하는 게 목표인 게임이다.

        

       물론…….

        

       여왕이 목표가 아니긴 한데.

        

       “켠 김에 도적 전직-같은 느낌으로 하면 어떨까 싶어요. 아, 불량배 말고……왜 도적이 불량배라고 생각하시지. 경고입니다.”

        

       강하고, 자유롭고, 다재다능하게 키워야 그게 도적이지.

        

       “마왕으로 키울 거예요. 강하게 커라, 우리 딸.”

        

       * * * *

        

       이예나의 퀸 메이커2 방송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았다.

        

       첫 트라이에서 목표를 달성한 탓이었다. 

        

       퀸 메이커2는 (클리어에 필수가 아닌) 정신나간 난이도의 미니게임들을 성공한 이에게 불합리한 수준의 보상을 퍼주는 게임이었다.

        

       그리고 이예나는, 어느 순간부턴가 그런 정신나간 난이도의 미니게임만 골라서 주파해버렸다.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게 됨?』

       『보이신 분?』

       『이게……이런 게임이었나……?』

       『아니 무슨 미니게임인지 설명은 읽고 깨라고』

       『틀린그림찾기였나?』

       『반응속도였던 거 같은데』

       『와 진짜 인간이 아니네 이거』

        

       격투기 훈련 도중, 옆 마을 도장의 관장이 도장깨기를 하러 온다?

        

       상대가 손을 움직이는 순간 0.15초 내로 마우스로 타점을 클릭해야만 막을 수 있는 공격을 연속하여 20번 막아내고, 딜레이를 캐치해서 공격을 우겨 넣는다.

        

       그렇게 약 5분이 지나면, 위풍당당하던 연쇄 간판 파괴범은 10살짜리 여자아이- 최고에요의 딸, 도적도적- 한테 패배하고, 귀여운 도적도적은 본래 3년은 훈련해야 얻을 수 있는 무력 스탯을 얻는다.

        

       그 스탯으로 이제 전사로 육성하나 하고 보면, 돌연 음악 경연에 참여해서 리듬게임을 하고 있다.

        

       『저게 보임?』

       『보이고 치는 게 아닌가』

       『미니게임 좆같이 만들었네 진짜』

       『아 이거 아까 그 브금이네 좋다』

       『헬퍼임?』

       『손가락 캠 해주세여』

       『리듬겜은 손캠이 국룰인뎅』

       『뭐지 퀸메이커 프로신가요』

        

       그리고 불친절할 뿐만 아니라, 실제 음악의 리듬과 제대로 맞지도 않는 노트가 무자비하게 떨어지는 미니게임을 한 번에 클리어한다.

        

       상식을 벗어나는 수준의 실력이었다.

        

       이 정도로 기예를 보이면, 게임이 무엇이든 나름 보는 맛이 있는 법. 여전히 채팅창은 시끌시끌했으나, 이예나의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만족도는 의외로 높았다.

        

       미니게임이 끝나자마자 ‘곡이 제법 괜찮지 않나요.’라고 말하며 오카리나로 재연을 시도하지만 않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럴 기회는 많지 않았다.

        

       어느덧 스펙업을 할 때마다 울려퍼지는 오카리나 축하공연과 함께 온갖 스탯으로 중무장한 도적도적은, 무려 15살에 떠난 모험에서 히든 보스인 마왕을 격살하고 말았다.

        

       틈틈이 술집에서 일하며 도덕성도 낮추고 업보도 올려두었으니, 남은 3년간 바캉스만 다녀도 가장 난이도가 높은 히든 엔딩인 마왕 루트로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어차피 바캉스만 가면 되는 거, 바다에 가서 비키니를 입은 일러스트나 보여달라는 아우성이 채팅창에서 드문드문 나타났다. 게임이 시작될 때만 해도 제법 힘있게 노출이나 시키자고 외치던 대규모 집단이었으나, 세를 많이 잃어버린 티가 났다.

       

       언제부턴가 게임에 잔뜩 몰입한 이들이 다수가 되며 대세를 점한 탓이었다. 딸, 도적도적을 키우기 시작하기 전에 이예나가 이미 선언한 목표는 달성된 것이나 다름없었음에도. 

       

       채팅창은 향후 딸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관한 얘기로 가득했다.

        

       지금이라도 기품 조금만 더 올리면 여왕 될 수 있다, 딸을 어떻게 술집에서 일하게 만드냐, 미니게임 좀 더 해서 최강의 마왕을 만들자, 남자라도 하나 만나게 해줘라, 이 게임 개명 이벤트 있으면 제발 이름부터 바꿔주자, 사교계의 다른 영애들을 다 죽이면 왕자와 결혼할 수 있는 거 아니냐 등등.

        

       그러나 정작 채팅창의 열기로부터 동떨어진 채 뭔가 아쉽다는 듯이 마우스를 빙빙 돌리던 이예나는, 돌연 게임을 종료하며 선언했다.

        

       《도장깨기로 갈까요. 제목에 로그나 도적이 들어가는 게임 추천해주시면, 한 번 클리어 할 때까지 하는 걸로.》

        

       그와 동시에 화면을 전환하여 접속한 게임 유통 플랫폼의 검색 창에서, 커서가 천천히 점멸하기 시작했다.

        

       《기왕 많이들 오셨는데, 집단지성을 모아볼까요. 플레이타임은, 평균 5시간 안 넘는 게임으로 추천해주시면 해볼게요. 20시간 해야되는 스토리 게임 이런 거 말고. 아. 공포게임도, 그닥 취향 아니니 빼고. 무섭지도 않은 연출로 화면 채우면서 시간만 잡아먹는 거 지루해요.》

        

       -쪼르륵.

        

       익숙한 물소리에 이어 들려오는 변함없이 나른한 목소리. 그간 방송을 보아온 팬이라면, 어쩐지 평소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 법도 했다.  

        

       《실패하면 뭐 할거냐……음, 글쎄요.》

        

       -꿀꺽.

       

       다만, 안타깝게도 무엇이 다른지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캠방……단합력이 좋네요. 음……그러면 실패하면, 그럴까요. 그럴게요.》

        

       수많은 시청자들이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그리고 무수한 똥겜의 추천이 쏟아지게 만드는 한 마디가 들려왔기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명군 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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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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