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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9

       [숲의……주인께서는……너희와의 충돌을 원하지……않으신다.]

         

       무수한 낙엽들이 바스라지며 골렘과도 같은 중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육중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으로 봐서, 단순히 낙엽으로만 구성된 생명체는 아닌 듯 보였다. 키엘이 작게 중얼거렸다.

         

       “……저건, 뭐지?”

         

       마치 거대한 거북이 같은 형상. 다만 껍질이 온통 붉은색 낙엽으로 뒤덮인 탓에, 꽤나 오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돌아……가라.]

         

       숲의 수호자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쿵!

         

       수호자가 위협하듯 한 발자국을 내딛자 지반이 지진이 일어나듯 떨렸다. 놈은 하늘에 닿을 듯 솟은 거대한 나무들을 수수깡으로 치부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했다.

         

       ‘……어떻게 해야 되지.’

         

       올리비아는 턱을 매만지며 고민했다. 상대가 싸움을 원치 않는데 굳이 들어갈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그녀의 계획은 악마 사냥꾼을 유인하는 것이지, 드루이드와 싸우는 것이 아니니까.

         

       ‘몇 명이 올지도 모르는데. 굳이 적을 늘릴 필요는 없어.’

         

       그래도 남부에서 보여준 무위가 있으니, 이번에는 적어도 네 명은 올 것이라는 게 올리비아의 추측이었다.

         

       ‘적어도 한 명은 황녀를 지켜야 될테니까.’

         

       올리비아는 혀를 차며 숲의 수호자를 올려다보았다. 두께를 추정할 수 없는 붉은 껍질, 온 몸을 뒤덮고 있는 자연의 정기까지.

         

       저런 괴물을 일개 소환수로 부리고 있는 드루이드도 정상은 아니다.

         

       애초에, 에우란에 사는 엘프중에 정상인이 어디 있겠냐마는.

         

       일단은 물러난 다음 은밀하게 침투를…….

         

       [‘검성 키엘’이 ‘공간검’을 사용합니다.]

         

       고오오오오……!

         

       올리비아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키엘의 칼날이 움직였다.

         

       그것은 찰나였다. 고밀도로 응집된 묵빛의 오러가, 말 그대로 공간을 가르며 나아갔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거대했던 수호자의 몸뚱아리가, 가운데서부터 무너지듯 갈라졌다. 가로로 한 번, 세로로 한 번.

         

       세계가 십자로 갈라지고, 붉은 낙엽이 가루로 화해 사라졌다.

       

       [그어어어어……!]

         

       눈 앞에서 펼쳐지는 풍경이 꿈처럼 느껴졌다.

         

       올리비아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너, 너……지금 무슨 짓을…….”

       “길을 막고 있기에 처리했다. 네가 추적당하고 있는 만큼, 일을 빨리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테니까.”

         

       올리비아가 손을 들어 미간을 문질렀다. 치솟는 화를, 어떻게든 다스리기 위함이었다.

         

       “너, 숲의 수호자를 건들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아?”

       “……무슨 일이 일어나지?”

         

       싸아아아아.

         

       일순간, 푸른 초목들이 붉게 변했다. 자연스러운 낙엽의 색깔은 아니었다. 심장이 덜컥거릴 정도로, 불길한 핏빛이었다.

         

       키엘이 초조한 얼굴로 이쪽을 돌아보고 있었다.

         

       “숲의 수호자는, 쉽게 말해서 집 지키는 개랑 마찬가지야. 그리고 넌, 방금 그 집 지키는 개를 죽인거고. 그럼 주인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겠니?”

       “……죽이려 들겠군.”

       

       올리비아가 골 아프다는 듯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니, 예전에 와봤었다며.”

       

       키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올리비아는 한참 동안 키엘을 한심한 망아지 보듯 쳐다보다가, 자책하듯 한숨을 내뱉었다.

         

       “됐다……와봤다길래 당연히 알 줄 알고 미리 말 안해준 내 잘못이지.”

         

       몰살 회차의 기억이 있다는 사실을 들킬까봐 정보 공유를 안했더니, 이런 대형 사고를 칠 줄은 몰랐다.

       항상 그렇듯, 일이 쉽게 풀린 적이 없었다.

       

       사방에서 넝쿨이 솟아올랐다.

         

       꽈드득!

       

       넝쿨이 채찍처럼 머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넝쿨과 부딪힌 바위가 산산조각나며 사방으로 파편을 뱉어냈다.

         

       “가만히 있어! 공격하지 말고 피하기만 해! 내가 알아서 해결할테니까!”

       “……알겠다.”

       

       다행히도 말은 알아먹는 모양이다.

       그래도 제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은 아는지, 순순히 회피하는 데만 집중하는 키엘이었다.

         

       올리비아 또한 마력을 운용해 덩굴들의 움직임을 틀어막으며 어떻게 해야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에우란 숲의 주인은, 당연하게도 회귀자였다.

       수백 년 동안 살아온 드루이드.

       엘프 중에서 가장 고귀한 하이 엘프인만큼, 자연에 대한 애정만큼은 진심이다.

         

       초반에 숲의 수호자를 통해 충돌 의사가 없음을 밝힌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싸우게 되면 숲이 파괴되는 것을 피할 수 없을테니까.

         

       ‘분명히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텐데.’

         

       올리비아는 마력을 퍼뜨려 단숨에 사역마의 존재를 간파했다.

       놀랍게도, 대수림 곳곳이 드루이드가 깔아놓은 사역마로 가득했다. 굴 속에 숨어들어간 다람쥐부터 시작해서, 토끼, 독수리…….

         

       이 정도면 숲 속에 있는 모든 동물들이 드루이드의 사역마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위치를 모조리 파악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올리비아는 곧바로 대처에 나섰다.

         

       츠츠츳.

         

       넝쿨을 회피하는 것에만 몰두하던 키엘은 어느 순간 공기의 흐름이 달라졌음을 깨달았다.

         

       공기가 차가웠다.

         

       키엘의 시선은 어느새 올리비아를 향해 있었다.

         

       올리비아가 숨을 쉬었다. 하이얀 숨결이 내뱉어질 때마다, 핏빛으로 물들었던 낙엽들이 점점 그 색을 잃어갔다.

         

       올리비아는 엘프들처럼 식물을 다룰 수는 없었다.

         

       다만, 계절을 부릴 수는 있었다.

         

       생명을 나타내는 봄도 아니요, 풍요와 수확을 상징하는 여름과 가을도 아니다.

         

       그저 겨울이었다.

         

       그녀가 부릴 수 있는 계절은, 오로지 겨울 뿐이었다.

         

       찬바람이 불어온다. 그저 차가울뿐인 바람에 닿은 것만으로도, 넝쿨들이 움찔거렸다. 사역마들은 눈송이에 닿을 적에, 세상이 시간이 멈춘 듯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나뭇잎은 떨어지기를 반복하다, 끝내 하늘을 가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겨울이 찾아왔다.

         

       죽음, 종언을 상징하는 겨울은 아니었다. 다만, 매년 한 번씩 찾아오는 그런 겨울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낙엽 대신 눈송이가 내렸다. 넝쿨들은 땅 속 깊은 곳으로 숨어들어가버렸다. 동물들 또한, 제 살길을 찾아 떠나버렸다.

         

       드루이드는 사역마들이 월동하기 위해 떠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곳에 더 머무르게 했다간, 애꿎은 생명만 죽어나갈 것이 분명했으므로.

         

       “…….”

         

       올리비아의 숨이 흘렀다. 그녀의 눈썹이, 머리색처럼 하얗게 변해 있었다.

         

       키엘은, 겨울이 따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힘 조절하기 힘드네. 살상력을 극한까지 낮추는 것도 일이다 일.”

       “올리비아, 대체 이건…….”

         

       키엘은 자신의 두 눈을 믿지 못하는 낯빛으로 멍하니 올리비아를 바라보았다.

       그가 생각하던 마법의 범주를 아득히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뭐긴 뭐야. 마법이지.”

       “…….”

       “됐고, 따라와.”

         

       사박.

         

       올리비아가 소복히 쌓인 눈길을 걸었다. 그녀가 향하는 방향은, 숲의 중심부였다.

         

       온통 겨울로 물든 세상 속에서, 홀로 푸르른 생명력을 내뿜고 있는 거대한 세계수.

         

       그곳에는 엘프들의 마을이 있었다. 거대한 넝쿨들이 마치 성채처럼 마을을 감싸고 있었고, 나무 위에서 몇몇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올리비아는 멀찍이서 그들을 지켜보면서 잠깐 동안 고민했다.

         

       들어갈지, 아니면 바깥에서 다른 회귀자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릴지.

         

       하지만 이미 첫 단추를 잘못 끼워버린 이상,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목의 마경 열쇠도 얻고 간다.’

         

       올리비아는 이쪽을 살피고 있는 시선들을 느꼈다. 사역마의 시선은 아니었다.

         

       경계조 엘프들이 이쪽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는 모양이었다.

         

       올리비아는 키엘에게 다시 한 번 당부했다.

         

       “이번에도, 막거나 피하기만 해.”

        “알았다.”

         

       어느새 수십 명의 엘프가 나타나 올리비아를 포위했다. 그들은 등에 매고 있던 대궁(大弓)을 꺼내 올리비아를 겨누었다.

         

       “인간.”

         

       그중 대장으로 보이는 엘프가 말했다.

         

       “계절을 바꾼건 네 짓이냐?”

        “이미 알고 온 거 아니었나?”

         

       올리비아의 대답에 대장 엘프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마치 상종 못할 쓰레기를 마주한듯한 얼굴이었다.

       

        그는 분노를 참아내며, 겨우겨우 문장을 뱉어냈다.

         

       “위대한 하이엘프께서 말씀하셨다. 세 번은 없으니, 물러가라.”

       “그거는 좀 힘들겠는데.”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었다.

       엘프들이 활시위를 당기려는 그 순간, 누군가 그들을 막아섰다.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여인이었다.

         

       “무례한 것.”

         

       드루이드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국의 검성과 같이 오면 본녀의 눈을 속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가?”

       “아무래도 오해가 있는…….”

       “검성, 본녀는 당신에게 발언권을 주지 않았소.”

         

       드루이드가 차가운 눈초리로 올리비아를 노려보았다.

         

       “보나마나 또 저 악마같은 작자의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갔겠지. 자네라는 사람도 참으로 안타깝군. 두 번씩이나 똑같은 선택을 하다니.”

       “……두 번이라니?”

         

       키엘의 얼굴이 묘하게 변했다. 키엘이 회귀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어야만 할 수 있는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루이드가 머무는 곳은 인간들의 소문이 닿지 않는 에우란 최심부.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누군가, 드루이드에게 회귀와 관련된 정보를 알려줬다.

         

       “곧 그들이 이곳으로 찾아올 것이다.”

         

       심상찮은 기색을 느낀 키엘이 대검 끝에 묵빛의 오러를 둘렀다.

         

       “……그들이라니?”

       

       드루이드는 대답하는 대신 웃음을 터뜨렸다.

       

       공간이 일렁거린다.

         

       마치 공간 마법이라도 사용한 것처럼, 드루이드 주변 공간이 모조리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멜리나와는 다른 형태의 공간 마법.

       

       마법의 정체를 간파한 올리비아가, 쓰게 웃었다.

       

       용언 마법.

         

       드래곤들이 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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