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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9

       하린은 다급하게 지역이동기능을 사용해서 화음으로 향했다.

       

       다행히 화음은 아직까지 폭탄이 터지지 않은 듯 고요했다.

       

       화령님이 무슨 일을 벌이건 아닌 것 같네. 그럼 아직까지 낭인객잔 쪽에 머물고 계시단 거겠지?

       

       하린은 경공을 아낌없이 사용해 10초도 걸리지 않고 낭인객잔의 입구에 도착했다.

       

       객잔 건물은 아직까지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다. 다행스런 일이었다. 여기는 가끔 가다 생기는 화룡무인 유입을 위한 공간이니까.

       

       혹시 상황이 정리된 걸까. 그런 거라면 차라리 다행일 텐데.

       

       조심스럽게 객잔의 문을 열고 들어간 하린이 보게 된 것은 그녀가 예상했던 것보다 평온한 객잔 안의 풍경이었다.

       

       다만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면면은 그녀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 있었다.

       

       객잔 한 가운데에서 젓가락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화령과 그 옆에서 식사를 즐기는 바루.

       

       그리고 둘의 주변에 굳은 얼굴로 도열해 있는 낭인들까지는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화령의 반대편에 술에 꼰 건지 테이블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화음군주나.

       

       그 옆에서 심각한 얼굴로 탁자를 두드리고 있는 이 근방 정파 무인을 대표하는 NPC나.

       

       그에게 무어라 말을 하고 있는 화산파 유저 대표는 왜 있는 거지?

       

       이 근방의 거물 셋이 왜 여기에 모여 있는 거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하린이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해서 눈을 휙휙 돌리고 있을 무렵 화령이 하린을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하린아. 여긴 어쩐 일이더냐?”

       “어… 화령님을 만나러 온 건데요.”

       “그렇더냐? 오늘따라 나를 만나러 온 이들이 많구나. 이리 와서 앉거라.”

       

       하린은 머리가 아픈 것을 느끼는 와중에도 화령이 시키는 대로 그녀의 옆에 와 앉았다.

       

       “그래서 너는 무슨 용무로 나를 찾아 왔느냐?”

       “화령님이 곤란해 보이시기에 도우려고.”

       “아하하. 고맙구나. 조금만 빨리 왔으면 분명 도움이 됐을 터이나 지금은 보다시피 대충 해결이 된 상태다.”

       

       무슨 일이 일어날뻔 하기는 했구나.

       

       “죄송한데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설명을 해주실 수 있나요?”

       

       나름대로 복잡한 상황을 헤치고 왔더니 왜 또 정신이 나갈 것 같은 상황이 시작된 건가요?!

       

       제 부족한 상상력 가지고는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가 없는데요!

       

       “말하자면 길다만 천천히 설명을 해주마.”

       

       화령은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느긋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

       

       무작정 덤벼들던 놈들을 다 눕혀준 후에 주변을 살펴보면 가게가 엉망이 되어 있었다.

       

       바닥에 널부러진 수많은 무인들과 박살이 나 나뒹구르는 식탁과 의자들

       

       깨져서 조각이 된 여러 식기들과 바닥의 양분이 된 음식과 술들.

       

       벽 여기저기에 구멍이 나 있고 그를 지켜보며 자기는 망했다고 울음을 터트리는 여주인까지.

       

       혼란도 이런 혼란이 없었다.

       

       시건방진 것들이 자기 주제를 모르고 달려들기에 박살을 내준 것까지는 좋았다만.

       

       “조금 과했던 거 같기도 하구나.”

       

       – 이게 조금?

       – 그럼 많이 과하면 어떻게 되는 거임?

       – 화산처럼 사라져야 과한 건가.

       – 헉.

       

       예전에 무림에서 하던 것보다 손속을 던 건 사실이었다.

       

       내 옛 성격을 생각해보면 이들이 시비를 건 순간 이 객잔이 형체로 없이 사라졌을 터이니.

       

       그렇지만 여기서 더 깔끔하게 처리를 했어야 했다.

       

       적당히 기세로 짓눌러 준다거나, 잔혹한 선례를 보임으로써 덤빌 생각도 못하게 만든다거나 같은 식으로.

       

       이렇게 난장판을 만들어 버리면 프롤로그고 뭐고 수행하는 게 불가능해지니까.

       

       하아. 이를 어찌 수습을 해야 한담.

       

       “또 다시 화려하게 일을 벌였구나!”

       

       상황이 당혹스러워 어찌해야 하나 골머리를 앓던 중 바루가 내 옆으로 다가와 박수를 쳤다.

       

       이 놈이. 나를 놀리려는 것이냐?

       

       적당히 입을 다물란 의미에서 노려봐 주었더니 바루가 다급히 손을 내저었다.

       

       “놀리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 무엇인가. 설명해봐라.”

       “이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려 했을 뿐이거늘! 그런 식으로 나의 의도를 곡해 하면 본인도 서운하다!”

       

       그런 것 치고는 처음 했던 어투에서 충분히 그런 의도가 느껴졌다만.

       

       말로 하지 않고 눈으로만 비난하자 바루가 시선을 피했다.

       

       여기서 더 따져 물으면 바루를 곤란케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비책이 있다니 넘어가기로 결정했다.

       

       나는 무릎을 꿇어 바루와 시선을 맞춘 후에 그녀의 양 어깨를 붙잡았다.

       

       “흐악! 아프다! 아프다 하지 않으냐!”

       “이런. 미안하군. 힘조절이 서툴러서 말이야.”

       

       일말의 미안함도 담기지 않은 변명에 바루가 나를 노려보았다.

       

       그 눈에 담긴 말은 대충 네 놈 정도 되는 무인이 힘조절을 못 할 리가 있느냐! 쯤이려나.

       

       사실이다. 일부러 아프게 했다.

       

       그래서 어쩌란 것이냐. 본인을 놀렸으면 그만한 각오는 했어야지.

       

       뻔뻔히 눈을 마주하자 바루가 먼저 한숨을 내쉬었다.

       

       “성격이 고약하구나.”

       “한 번 더 해주랴?”

       “…자! 놓아 보거라. 내 친히 이 난장판을 수습해 줄 터이니!”

       

       손에서 힘을 빼자 바루가 다급히 내 손아귀에서 빠져 나가 경계 어린 시선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내가 두 손을 들고 얌전히 있는 것을 보고 나서야 길게 숨을 뱉으며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바루가 지팡이로 땅을 내리 찍자 주변에 널부러져 있던 사물들이 하나 둘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는 마치 시간을 되감기라도 하는 것처럼 하나 둘 물건들이 본래 있었던 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벽에 났던 구멍이 메워지고, 부서졌던 탁자가 다시 세워지고, 그 위에 식기들이 조각이 날아들어 모양을 잡았다.

       

       하나의 이적이라 해도 좋을 광경에 여주인이 울음을 그쳤고, 한탄을 하던 유저 아해의 얼굴에 놀라움이 서렸다.

       

       그건 내 방송을 보는 이들이라 하여 크게 다르지 않았다.

       

       – 미친?

       – 이게 뭐야. 마법?

       – 도술 쪽인 거 같긴 한데.

       – 도술로 저런 게 됨? 나 도술만 몇 년 팠는데 저런 거 못해.

       – 신령이잖아. 도술트리 끝까지 탔겠지.

       – 도술 트리 끝까지 가면 도르마무 할 수 있는 거야?

       

       나의 입장에서도 바루가 벌이는 일이 신기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도술로 이런 일이 가능했단 말이더냐?

       

       본인에게 도사나 신령을 상대한 경험이 없지는 않다만 단언컨대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날씨를 바꾸고, 식물을 다루고, 혼을 수족처럼 부리는 것은 보았다마는 시간을 되롤릴 수 있을 줄이야.

       

       망가졌던 모든 물건들이 자신의 자리를 되찾은 순간 바루가 다시 한 번 지팡이를 내리 찍었다. 그러자 마법과도 같았던 현상이 끝을 맞이했다.

       

       “보았느냐?”

       

       바루는 고개를 치켜들고는 칭찬해 달라는 듯이 어깨를 폈다.

       

       의기양양한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심술을 부리고 싶어졌지만 그녀가 벌인 일이 대단하단 걸 부정할 수 없었기에 난 얌전히 박수를 쳐주었다.

       

       “놀랍구나. 시간을 역행하는 술이더냐?”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내가 한 일은 그저 물건이 본래 가져야 할 형상을 되찾아 준 것 뿐이니 말이다.”

       

       시간을 역행하는 것처럼 거창한 게 아니라며 바루가 손사래를 쳤지만 도술에 관해 잘 알지 못하는 내 입장에선 그게 그거 아닌가 싶을 뿐이었다.

       

       “실로 대단하구나. 이토록 감탄을 하는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흐흥. 별 것 아니다.”

       “이게 별 거라니. 그런 식으로 말을 하면 무림에 존재하는 도사라는 것들이 뭐가 되느냐.”

       “그으런가?”

       

       사양을 하면서도 점차 어깨가 높아지는 바루가 귀여워서 계속 칭찬을 해주었더니 그녀의 입꼬리가 높은 줄 모르고 솟아 올랐다.

       

       저러다가 눈꼬리와 입꼬리가 맞닿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무렵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여주인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진정이 됐느냐?”

       “네에.”

       “부수었던 것은 이렇듯 다 돌려 두었으니 너무 슬퍼하지 말거라.”

       “정말 감사합니다만 여기 낭인들은.”

       “그 또한 걱정할 필요 없다. 기절을 시켰을 뿐 외상은 남기지 않았다. 일어나면 멀쩡히 걸어 다닐게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 무뉴비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 사람 왜 자기가 깽판 쳐놓고 감사받는 거임? 진짜 모름]

       

       – 여기 무림이잖아.

       – 목숨 붙어있으면 감사한 줄 알라고 ㅋㅋ

       – 시비 걸렸는데 아무도 안 죽인데다 시설 복구까지 해줬다고? 다른 애들에 비하면 선녀지.

       – 무림은 무슨 마경인 거야.

       – 중국식 FTA.

       – 바로 이해했음.

       

       “이제는 낭인객잔에 들어갈 수 있겠느냐?”

       “당신같은 무인이 왜 이 허름한 객잔에 들어오시려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마음대로 하십시오. 제가 막을 수는 없을 테니까요.”

       

       여주인의 말과 함께 여러 개의 메시지가 내 앞에 떠올랐다.

       

       [낭인객잔에 가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무소속 무인에게 낭인객잔은 당신의 신분을 입증할 수단임과 동시에 여러 퀘스트를 받을 수 있는 장소입니다.]

       

       [프롤로그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의뢰를 받으십시오.]

       

       [명성시스템이 개방됩니다.]

       [지역이동기능이 개방됩니다.]

       

       

       …..

       

       무슨 기능이 이리도 많은 것인지 시스템의 메시지는 끝도 없이 이어졌다.

       

       이런 식으로 메시지를 도배한 게 누구인지는 모르겠다만 시스템에 대해 알릴 생각이었다면 내 단호하게 실패했다 말을 하겠다.

       

       이 따위로 나오면 읽고 싶은 마음이 있다가도 사라지지 않겠느냐.

       

       나는 내려도 내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메시지 창을 내려 버렸다.

       

       나중에 확인을 하겠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점점 메시지가 쌓이기만 하는 것은 기분 탓일까.

       

       일단 당장에 목표로 했던 것은 달성한 셈이니 바루를 데리고 화산으로 가자꾸나.

       

       이만하면 오늘 방송도 오래한 것 같고 바루와 헤어지며 마무리를 지으면 적당할 듯 싶으니.

       

       “바루야.”

       

       그리 생각하며 바루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무언가를 기대하는 눈으로 나를 보는 그녀가 보였다.

       

       무엇인지는 모르겠다만 방금 전 자신이 한 일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은 듯 했다.

       

       바라는 게 있다면 그냥 말로하면 될 터인데 왜 저러는 것인지.

       

       – 수상하게돈이많은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물어봐주는 걸 기다리는 거잖아! 빨리 물어봐!]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 왜 이리 참을성이 없는 지 원.

       

       “무언가 바라는 게 있느냐?”

       “그렇다!”

       

       내가 목소리를 내자 바루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객잔의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

       

       신령의 몸을 지닌 바루가 배고픔을 호소하는 것은 아닐 테고 단순히 음식에 흥미를 품은 것일까.

       

       그 정도 부탁이야 얼마든 들어줄 수 있지.

       

       다만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구나. 여기는 무림의 세상이니 말이다.

       

       이 허름한 객잔에서 나오는 음식이라고 해봐야 맹물에 탄 면 정도이지 않나.

       

       – 무협미식가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음 낭인객잔이면 소면, 포자, 백육 시키는 거 추천.]

       

       – 캬. 맛잘알이네.

       – 다른 건 몰라도 포자는 먹어봐야 함. ㄹㅇ.

       

       이상했다.

       

       어찌 하야 현대의 음식에 길들여진 이들이 이 곳의 음식을 언급하며 맛있다는 말을 하는 것인가.

       

       무림의 음식이 맛있을 리가 없을 터인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유도가 높은 게임에선 본 컨텐츠보다 생활 컨텐츠에 목숨을 거는 분들이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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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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