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19


    ​
    ​
    드래곤 로드조차 봉인하는 게 고작이었던 ‘인간계의 절망’ 그 자체였던 존재. 그게 가르간도아였다.
    ​
    ​
    가르간도아는 수십, 수백, 수천, 수만 -… 어쩌면 그보다 많은 생명을 베었다. 본인 스스로조차 셀 수 없을 정도로.
    ​
    ​
    흘러내리는 달콤한 피를 탐하면 탐할수록 가르간도아는 끝도 없이 강해졌다. 그랬기에 드래곤 로드조차 파괴하지 못한 것이다. 
    ​
    ​
    그럼 지금은 어떨까? 
    ​
    ​
    개그 주민에게 무한히 피를 수급받고 있는 지금은?
    ​
    ​
    드래곤 로드가 깜짝 놀라 뒤집어지고, 몬스터들이 두려워서 집에서 나오질 못하고, 용사조차 덜덜 떨게 만드는 무적 마검이 완성되었다.
    ​
    ​
    “깜짝 놀랐네.”
    [ 이따위 공격으로 날 막으려고 한 건가? 1000년은 이르다! ]
    ​
    ​
    최강 마검 앞에선 철사보다도 단단하다고 알려진 자이언트 거미의 거미줄도 솜사탕보다 연약해졌다.
    ​
    ​
    “어?”
    ​
    ​
    리안은 자이언트 거미가 코앞까지 다가와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해 굉장히 당황했다. 순간 자신도 모르게 손에 든 거미줄 덩어리를 눈앞에 던져버렸다. 
    ​
    ​
    리안의 온몸을 감쌀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거미줄 뭉치가 자이언트 거미의 눈을 정확히 찔렀다. 웬만한 검보다 단단한 실뭉치는 연약한 눈을 푹하고 찔렀다.
    ​
    ​
    [ 끼에에에엑! ]
    ​
    ​
    마치 손가락으로 눈이 찔린 사람처럼 자이언트 거미가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았다. 리안은 그런 거미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
    ​
    ‘가까이서 보니까 확실히 징그럽네.’
    ​
    ​
    마검은 그런 리안의 말에 대답해주지 않은 채 느긋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
    [ 높이가 높구나. ]
    ​
    ​
    마검을 늘어뜨리고 있던 리안의 오른손이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 왼쪽 손등이 보여줬던 밝은 빛보다 사악하고 탁한 어둠이 더욱더 매혹적이라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오른쪽 손등 위 문양이 화려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
    ​
    마검의 존재를 숨기고 싶다는 리안의 뜻을 존중해 다른 사람들의 눈엔 흐릿하게 보였던 화려한 문양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
    ​
    조금 전까지 신(리안)을 찾던 이들조차 넋을 놓은 채 화려하게 빛나는 마검의 문양을 바라보았다.
    ​
    ​
    마치 눈앞에 날아다니는 파리를 손으로 가볍게 쳐내는 것처럼, 마검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둘러졌다. 단조롭다 느껴질 정도로 단순한 움직임이 다른 이들의 눈엔 이상하리만치 화려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
    ​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뭔가 굉장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라는 걸 인지하고 있지만 정확히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결론 내리지 못했다.
    ​
    ​
    물음표 가득한 그들의 머릿속을 깔끔하게 정리해주겠다는 듯.
    ​
    ​
    쩌어어억 -…
    ​
    ​
    자이언트 거미가 가로로 깔끔하게 반으로 갈라져 아랫부분은 아래로 푹 주저앉았고, 윗부분은 옆으로 미끄러져 떨어졌다.
    ​
    ​
    푸화아악!
    ​
    ​
    갈라진 틈으로 자이언트 거미의 핏물이 쏟아져나왔다. 폭주로 인해 마기로 절여진 핏물은 마검에겐 꽤 별미였기에 뿜어져 나오던 핏물이 허공에서 뭉치기 시작했다.
    ​
    ​
    스르륵 -.. 모여든 핏물은 자연스럽게 마검이 빨아먹기 시작했다. 섬뜩하기 짝이 없는 장면이었다. 누군가가 리안을 가리켜 마왕의 부하라고 소리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
    ​
    하지만 그 누구도 리안을 ‘악’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마검이 나타나기 전에 지옥이나 다를 바 없던 이곳을 환하게 밝혀주었던 빛. 
    ​
    ​
    그 따스하고 성스러운 빛이 그들의 몸속 깊숙한 곳을 맴도는 이상, 그들은 리안을 절대 ‘악’이라 말할 수 없었다.
    ​
    ​
    그렇다면 온몸이 덜덜 떨리게 만드는 저 섬뜩한 장면은 뭐라 설명할 것인가?
    ​
    ​
    리안을 곧 이 세상이라고 생각하는 피아야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그 어떤 의문도 가지지 않았지만, 그 외의 이들은 똑같은 의문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
    ​
    이해할 수 없는 공포는 두려움이나 분노가 될 수도 있지만, 경외가 되기도 했다.
    ​
    ​
    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리안이 ‘신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리하면 모든 것이 퍼즐 조각처럼 딱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
    ​
    그들이 느끼는 공포는 경외와 같았기에 공포로 질려있던 마음은 어느새 경배하는 신관의 것처럼 바뀌었다.
    ​
    ​
    ‘어,음? 생각했던 거랑 다르네?’
    ​
    ​
    딱 봐도 불길하게 생긴 검이 피를 쫙쫙 빨아먹고 있으면 혐오 섞인 시선이 따라올 거라 예상했다. 그런 예상과 달리 다들 반짝거리는 동경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리안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마검을 역 소환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했다.
    ​
    ​
    [ 으음! 톡톡 쏘는 맛이 정말 맛있군! ]
    ​
    ​
    마검은 자이언트 거미의 맛이 마음에 들었는지 흉흉하게 반짝거렸다. 그 반짝거림이 한편으로 매혹적이라 다른 의미로 넋을 놓는 사람들이 생겼다.
    ​
    ​
    자이언트 거미의 위협, 태어나 처음 접해보는 아득한 신성력과 마검의 사악한 기운.
    ​
    ​
    이곳에 있는 이들은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을 겪어 다들 반쯤 넋을 놓고 있었다. 그나마 제정신인 사람이 피아 정도였다. 때문에 리안은 피아에게 걸어갔다.
    ​
    ​
    [ 파트너 나에게 몸을 맡겨라! ]
    ‘응? 굳이 왜? 적도 쓰러뜨려잖아.’
    [ 지금이 딱이란 말이다! 다른 녀석들에게 위협이 될만한 행동은 안 할 테니 어서! ]
    ​
    ​
    말을 안 들어주면 드러누워 칭얼칭얼 울기라도 할 것 같은 목소리에 주도권을 넘겼다. 그러자 느슨하게 풀려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조여들었다.
    ​
    ​
    처음 리안이 등장했을 때처럼 마검의 마기가 주변 모든 것을 지배했다.
    ​
    ​
    또각또각.
    ​
    ​
    마검이 그리도 들려주고 싶었던 구둣발 소리가 조용한 공간에 울려 퍼지고, 리안이 그림처럼 피아에게 다가갔다. 같은 장소에 자리한 이들은 신화의 한 장면을 목격한 것 같은 전율을 느꼈다.
    ​
    ​
    “피아 괜찮아?”
    ​
    ​
    리안은 피아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어앉아 시선을 맞추며 그리 물었다. 그러자 피아가 눈물로 흥건해진 얼굴로 숨을 헐떡거렸다.
    ​
    ​
    “아…아아, 자..비에 감사드립니다.”
    ​
    ​
    눈물로 흥건한 얼굴이 걱정되긴 했지만, 환희로 흠뻑 젖은 얼굴은 그 어떤 괴로움도 보이지 않았다.
    ​
    ​
    ‘다들 상처는 힐로 치료된 거 같으니까 바로 밖으로 내보내면 되겠다.’
    ​
    ​
    리안은 이후 신속하게 바닥에 주저앉거나 넋을 놓은 사람들을 하나, 둘 챙기기 시작했다. 리안이 움직이기 시작하니 피아 또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만들어졌다.
    ​
    ​
    ‘아까 봐뒀던 통로로 데려가자.’
    ​
    ​
    리안이 건물 안으로 침입할 때 기어 다니던 환풍구는 긴급상황에 비상구로 사용되는 곳인지 다른 비밀 장소와도 이어져 있었다. 
    ​
    ​
    ‘문제는… 거기까지 가다가 걸리면 안 된다는 건데..’
    ​
    ​
    리안은 입구 앞쪽에 잠시 모여있으라고 한 후 유리 캡슐이 가득한 곳으로 향했다.
    ​
    ​
    ‘이 캡슐 안에 있는 게 아마 밖에서 봤던 그 괴물들이겠지?’
    ​
    ​
    리안은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보았던 녹아내린 몬스터를 떠올리며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기 시작했다. 그때 봤던 몬스터는 실패작들이었기에 비슷한 존재는 맞았다.
    ​
    ​
    ‘이 녀석들이 한 번에 풀려나면 엄청난 소동이 벌어질 테니, 그때를 노리자.’
    ​
    ​
    리안은 유리 캡슐을 여는 버튼을 찾기 시작했다. 유리 캡슐 자체에는 버튼 같은 게 없었다. 
    ​
    ​
    ‘저 거미 몬스터 방처럼 캡슐을 조작하는 장치가 어디 있을 거 같은데..응?’
    ​
    ​
    그때 리안의 시선이 멀찍이 떨어진 곳을 향했다. 그곳엔 자이언트 거미 집 앞에 있던 조작 기계와 비슷한 기계가 놓여있었다. 리안은 환하게 웃으며 그곳으로 다가갔다.
    ​
    ​
    “이번에 잡아들인 게 꽤 쓸만해서 바로 피를 뽑아 캡슐에 넣는다던데?”
   “뭐? 그럼 병기의 완성이…”
   “코앞까지 다가온 거지.”
    ​
    ​
    술집 바처럼 길쭉한 기계 앞에 네 명의 연구원이 수다를 떨고 있었다. 기계의 크기가 사람 높이만 한 탓에 그들은 리안이 다가오는 걸 몰랐다.
    ​
    ​
    ​
    “완성되기만 하면…”
   “전쟁의 승리는 우리의 것이 되는 거지.”
    ​
    ​
    그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리안이 기계 옆을 조용히 지나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기계를 살펴보았다.
    ​
    ​
    “아아 -… 그럼 난 마왕군 간부 중 한명이 될 수 있겠지?”
    “당연하지. 저 전투 병기들을 장기적으로 관리하려면 절대 우리의 힘이 필요할 테니까.”
    ​
    ​
    리안은 기계들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다가 무언가를 발견하곤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리 캡슐이 옆으로 눕혀진 채 놓여있었다. 캡슐 양 끝은 투명한 배관이 연결되어 있었는데, 바닥과 이어져 있었다. 
    ​
    ​
    “나는 돈만 받고 떠나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
    “그럼 죽여서 입을 닫게 만들 텐데?”
    “후후후, 확실히 우리의 연구가 그만큼 위대하고 위험한 연구긴 하지.”
    ​
    ​
    리안은 유리 캡슐 위쪽이 열린다는 걸 깨달았다. 뚜껑을 열자 안쪽에 투명한 액체가 가득했다. 뭐에 쓰는 물건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며 슬쩍 손가락을 밀어 넣어보았다.
    ​
    ​
    치이익…
    ​
    ​
    “엇?”
    ​
    ​
    물인 줄 알았던 것이 꽤 위험한 물질이었는지 피부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붉은 핏물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
    ​
    위이이잉, 위에에엥!
    ​
    ​
    “뭐, 뭐야?!”
    “이 소리는…”
    “안전장치를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각 캡슐에 재료가 공급되고 있다는 경고음인데…”
    “왜 이 경고음이 갑자기!”
    ​
    ​
    의자에 앉아있던 이들은 곧바로 기계로 시선을 돌렸고, 기계 끝에 걸터앉아있던 이들은 벌떡 일어나 제 자리를 찾아가려 했다.
    ​
    ​
    뭔가 큰 사고를 쳤다는 걸 자각한 리안은 소리 없이 순식간에 기척을 죽인 채 기계에서 멀어졌다.
    ​
    ​
    ‘괴물들을 깨우진 못했지만, 시선을 다른 곳에 돌리는 건 어느 정도 성공한 거 같네.’
    ​
    ​
    숨겨진 통로는 굉장히 가까운 곳에 있으니 이 정도 소란이면 충분히 탈출할 수 있을 터였다. 리안은 빠르게 이동해 자이언트 거미 집 앞에 도착했다.
    ​
    ​
    “다들 절 따라오세요!”
    “예!”
    ​
    ​
    암담한 상황에서 뚜렷한 길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아가는 리안의 모습에 무리의 신앙심이 깊어졌다. 리안의 손등이 연신 반짝거렸다. 
    ​
    ​
    [ 뭐지?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쁘지? ]
    ​
    ​
    그럴 때마다 마검은 불쾌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
    ​
    추르륵 -…
    ​
    ​
    리안이 무리를 안전한 통로로 이동시키고 있던 그 시각, 리안이 쏟아부은 새빨간 핏물이 투명한 배관을 통해 유리 캡슐로 퍼지기 시작했다.
    ​
    ​
    리안이 손을 밀어 넣었던 옆으로 눕혀진 작은 유리 캡슐은 각 유리 캡슐에 추가적인 재료를 전달하는 기기였던 것이다.
    ​
    ​
    근본적인 형태의 정보가 될 인간의 피를 기다리던 수많은 괴물이 ‘개그 주민’의 피를 게걸스럽게 빨아먹기 시작했다.
    ​
    ​
    혼돈까지 앞으로 5 -…
    ​
    4
    3
    2
    .
    .
    ​
    ​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개그 주민이 첨가된 전투 병?기..
너희가 만든 전투 병기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드래곤 로드조차 봉인하는 게 고작이었던 ‘인간계의 절망’ 그 자체였던 존재. 그게 가르간도아였다.

가르간도아는 수십, 수백, 수천, 수만 -… 어쩌면 그보다 많은 생명을 베었다. 본인 스스로조차 셀 수 없을 정도로.

흘러내리는 달콤한 피를 탐하면 탐할수록 가르간도아는 끝도 없이 강해졌다. 그랬기에 드래곤 로드조차 파괴하지 못한 것이다.

그럼 지금은 어떨까?

개그 주민에게 무한히 피를 수급받고 있는 지금은?

드래곤 로드가 깜짝 놀라 뒤집어지고, 몬스터들이 두려워서 집에서 나오질 못하고, 용사조차 덜덜 떨게 만드는 무적 마검이 완성되었다.

“깜짝 놀랐네.”

[ 이따위 공격으로 날 막으려고 한 건가? 1000년은 이르다! ]

최강 마검 앞에선 철사보다도 단단하다고 알려진 자이언트 거미의 거미줄도 솜사탕보다 연약해졌다.

“어?”

리안은 자이언트 거미가 코앞까지 다가와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해 굉장히 당황했다. 순간 자신도 모르게 손에 든 거미줄 덩어리를 눈앞에 던져버렸다.

리안의 온몸을 감쌀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거미줄 뭉치가 자이언트 거미의 눈을 정확히 찔렀다. 웬만한 검보다 단단한 실뭉치는 연약한 눈을 푹하고 찔렀다.

[ 끼에에에엑! ]

마치 손가락으로 눈이 찔린 사람처럼 자이언트 거미가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았다. 리안은 그런 거미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가까이서 보니까 확실히 징그럽네.’

마검은 그런 리안의 말에 대답해주지 않은 채 느긋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높이가 높구나. ]

마검을 늘어뜨리고 있던 리안의 오른손이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 왼쪽 손등이 보여줬던 밝은 빛보다 사악하고 탁한 어둠이 더욱더 매혹적이라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오른쪽 손등 위 문양이 화려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마검의 존재를 숨기고 싶다는 리안의 뜻을 존중해 다른 사람들의 눈엔 흐릿하게 보였던 화려한 문양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조금 전까지 신(리안)을 찾던 이들조차 넋을 놓은 채 화려하게 빛나는 마검의 문양을 바라보았다.

마치 눈앞에 날아다니는 파리를 손으로 가볍게 쳐내는 것처럼, 마검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둘러졌다. 단조롭다 느껴질 정도로 단순한 움직임이 다른 이들의 눈엔 이상하리만치 화려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뭔가 굉장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라는 걸 인지하고 있지만 정확히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결론 내리지 못했다.

물음표 가득한 그들의 머릿속을 깔끔하게 정리해주겠다는 듯.

쩌어어억 -…

자이언트 거미가 가로로 깔끔하게 반으로 갈라져 아랫부분은 아래로 푹 주저앉았고, 윗부분은 옆으로 미끄러져 떨어졌다.

푸화아악!

갈라진 틈으로 자이언트 거미의 핏물이 쏟아져나왔다. 폭주로 인해 마기로 절여진 핏물은 마검에겐 꽤 별미였기에 뿜어져 나오던 핏물이 허공에서 뭉치기 시작했다.

스르륵 -.. 모여든 핏물은 자연스럽게 마검이 빨아먹기 시작했다. 섬뜩하기 짝이 없는 장면이었다. 누군가가 리안을 가리켜 마왕의 부하라고 소리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리안을 ‘악’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마검이 나타나기 전에 지옥이나 다를 바 없던 이곳을 환하게 밝혀주었던 빛.

그 따스하고 성스러운 빛이 그들의 몸속 깊숙한 곳을 맴도는 이상, 그들은 리안을 절대 ‘악’이라 말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온몸이 덜덜 떨리게 만드는 저 섬뜩한 장면은 뭐라 설명할 것인가?

리안을 곧 이 세상이라고 생각하는 피아야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그 어떤 의문도 가지지 않았지만, 그 외의 이들은 똑같은 의문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이해할 수 없는 공포는 두려움이나 분노가 될 수도 있지만, 경외가 되기도 했다.

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리안이 ‘신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리하면 모든 것이 퍼즐 조각처럼 딱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들이 느끼는 공포는 경외와 같았기에 공포로 질려있던 마음은 어느새 경배하는 신관의 것처럼 바뀌었다.

‘어,음? 생각했던 거랑 다르네?’

딱 봐도 불길하게 생긴 검이 피를 쫙쫙 빨아먹고 있으면 혐오 섞인 시선이 따라올 거라 예상했다. 그런 예상과 달리 다들 반짝거리는 동경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리안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마검을 역 소환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했다.

[ 으음! 톡톡 쏘는 맛이 정말 맛있군! ]

마검은 자이언트 거미의 맛이 마음에 들었는지 흉흉하게 반짝거렸다. 그 반짝거림이 한편으로 매혹적이라 다른 의미로 넋을 놓는 사람들이 생겼다.

자이언트 거미의 위협, 태어나 처음 접해보는 아득한 신성력과 마검의 사악한 기운.

이곳에 있는 이들은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을 겪어 다들 반쯤 넋을 놓고 있었다. 그나마 제정신인 사람이 피아 정도였다. 때문에 리안은 피아에게 걸어갔다.

[ 파트너 나에게 몸을 맡겨라! ]

‘응? 굳이 왜? 적도 쓰러뜨려잖아.’

[ 지금이 딱이란 말이다! 다른 녀석들에게 위협이 될만한 행동은 안 할 테니 어서! ]

말을 안 들어주면 드러누워 칭얼칭얼 울기라도 할 것 같은 목소리에 주도권을 넘겼다. 그러자 느슨하게 풀려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조여들었다.

처음 리안이 등장했을 때처럼 마검의 마기가 주변 모든 것을 지배했다.

또각또각.

마검이 그리도 들려주고 싶었던 구둣발 소리가 조용한 공간에 울려 퍼지고, 리안이 그림처럼 피아에게 다가갔다. 같은 장소에 자리한 이들은 신화의 한 장면을 목격한 것 같은 전율을 느꼈다.

“피아 괜찮아?”

리안은 피아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어앉아 시선을 맞추며 그리 물었다. 그러자 피아가 눈물로 흥건해진 얼굴로 숨을 헐떡거렸다.

“아…아아, 자..비에 감사드립니다.”

눈물로 흥건한 얼굴이 걱정되긴 했지만, 환희로 흠뻑 젖은 얼굴은 그 어떤 괴로움도 보이지 않았다.

‘다들 상처는 힐로 치료된 거 같으니까 바로 밖으로 내보내면 되겠다.’

리안은 이후 신속하게 바닥에 주저앉거나 넋을 놓은 사람들을 하나, 둘 챙기기 시작했다. 리안이 움직이기 시작하니 피아 또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만들어졌다.

‘아까 봐뒀던 통로로 데려가자.’

리안이 건물 안으로 침입할 때 기어 다니던 환풍구는 긴급상황에 비상구로 사용되는 곳인지 다른 비밀 장소와도 이어져 있었다.

‘문제는… 거기까지 가다가 걸리면 안 된다는 건데..’

리안은 입구 앞쪽에 잠시 모여있으라고 한 후 유리 캡슐이 가득한 곳으로 향했다.

‘이 캡슐 안에 있는 게 아마 밖에서 봤던 그 괴물들이겠지?’

리안은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보았던 녹아내린 몬스터를 떠올리며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기 시작했다. 그때 봤던 몬스터는 실패작들이었기에 비슷한 존재는 맞았다.

‘이 녀석들이 한 번에 풀려나면 엄청난 소동이 벌어질 테니, 그때를 노리자.’

리안은 유리 캡슐을 여는 버튼을 찾기 시작했다. 유리 캡슐 자체에는 버튼 같은 게 없었다.

‘저 거미 몬스터 방처럼 캡슐을 조작하는 장치가 어디 있을 거 같은데..응?’

그때 리안의 시선이 멀찍이 떨어진 곳을 향했다. 그곳엔 자이언트 거미 집 앞에 있던 조작 기계와 비슷한 기계가 놓여있었다. 리안은 환하게 웃으며 그곳으로 다가갔다.

“이번에 잡아들인 게 꽤 쓸만해서 바로 피를 뽑아 캡슐에 넣는다던데?”

“뭐? 그럼 병기의 완성이…”

“코앞까지 다가온 거지.”

술집 바처럼 길쭉한 기계 앞에 네 명의 연구원이 수다를 떨고 있었다. 기계의 크기가 사람 높이만 한 탓에 그들은 리안이 다가오는 걸 몰랐다.

“완성되기만 하면…”

“전쟁의 승리는 우리의 것이 되는 거지.”

그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리안이 기계 옆을 조용히 지나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기계를 살펴보았다.

“아아 -… 그럼 난 마왕군 간부 중 한명이 될 수 있겠지?”

“당연하지. 저 전투 병기들을 장기적으로 관리하려면 절대 우리의 힘이 필요할 테니까.”

리안은 기계들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다가 무언가를 발견하곤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리 캡슐이 옆으로 눕혀진 채 놓여있었다. 캡슐 양 끝은 투명한 배관이 연결되어 있었는데, 바닥과 이어져 있었다.

“나는 돈만 받고 떠나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

“그럼 죽여서 입을 닫게 만들 텐데?”

“후후후, 확실히 우리의 연구가 그만큼 위대하고 위험한 연구긴 하지.”

리안은 유리 캡슐 위쪽이 열린다는 걸 깨달았다. 뚜껑을 열자 안쪽에 투명한 액체가 가득했다. 뭐에 쓰는 물건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며 슬쩍 손가락을 밀어 넣어보았다.

치이익…

“엇?”

물인 줄 알았던 것이 꽤 위험한 물질이었는지 피부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붉은 핏물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위이이잉, 위에에엥!

“뭐, 뭐야?!”

“이 소리는…”

“안전장치를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각 캡슐에 재료가 공급되고 있다는 경고음인데…”

“왜 이 경고음이 갑자기!”

의자에 앉아있던 이들은 곧바로 기계로 시선을 돌렸고, 기계 끝에 걸터앉아있던 이들은 벌떡 일어나 제 자리를 찾아가려 했다.

뭔가 큰 사고를 쳤다는 걸 자각한 리안은 소리 없이 순식간에 기척을 죽인 채 기계에서 멀어졌다.

‘괴물들을 깨우진 못했지만, 시선을 다른 곳에 돌리는 건 어느 정도 성공한 거 같네.’

숨겨진 통로는 굉장히 가까운 곳에 있으니 이 정도 소란이면 충분히 탈출할 수 있을 터였다. 리안은 빠르게 이동해 자이언트 거미 집 앞에 도착했다.

“다들 절 따라오세요!”

“예!”

암담한 상황에서 뚜렷한 길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아가는 리안의 모습에 무리의 신앙심이 깊어졌다. 리안의 손등이 연신 반짝거렸다.

[ 뭐지?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쁘지? ]

그럴 때마다 마검은 불쾌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추르륵 -…

리안이 무리를 안전한 통로로 이동시키고 있던 그 시각, 리안이 쏟아부은 새빨간 핏물이 투명한 배관을 통해 유리 캡슐로 퍼지기 시작했다.

리안이 손을 밀어 넣었던 옆으로 눕혀진 작은 유리 캡슐은 각 유리 캡슐에 추가적인 재료를 전달하는 기기였던 것이다.

근본적인 형태의 정보가 될 인간의 피를 기다리던 수많은 괴물이 ‘개그 주민’의 피를 게걸스럽게 빨아먹기 시작했다.

혼돈까지 앞으로 5 -…

4

3

2

.

.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