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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

       

       

       

       

       

       12화. 선택받은 자 ( 1 )

       

       

       

       

       

       “이,이게 왜 여기에…?”

       

       

       케니스는 자기 손에 들린 보랏빛 검을 보며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전부 자기 꿈이 아니었단 말인가? 그 거대한 빛의 존재도, 여관도. 모두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고?

       

       

       콰앙ㅡ!

       

       

       그때, 문이 거칠게 열리며 누군가 뛰어들어왔다.

       

       

       “케니스 수습 성기사!”

       

       

       데모닉은 그 머리칼을 거칠게 휘날리며 다가왔다.

       

       

       “케니스 수습 성기사! 정신이 좀 드나? 몸은 괜찮은 거겠지? 내가 누군지 알아보겠나?”

       

       

       꽈악

       

       

       데모닉은 케니스의 어깨를 잡고 정신없이 말을 쏟아 냈다. 케니스는 그저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데모닉을 올려다보았다.

       

       

       “…에? 어, 예…? 데모닉 팔라딘님?”

       “그래, 나다. 알아보다니 다행이구나! 어디 몸이 안 움직이는 곳은 없나?”

       

       

       데모닉은 뒤에 서 있는 사제들이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기다리는 것을 깨닫고 케니스에게 물러섰다.

       

       

       “…크흠! 미안하군. 볼일 보게.”

       

       

       어색하게 헛기침하며 천장을 바라보는데모닉. 기분 탓인지 약간 얼굴이 붉어진 것 같다고, 케니스는 생각했다.

       

       

       “예, 알겠습니다…. 그, 케니스 수습 성기사? 그런데 그 검은…?”

       “아, 이 검이요?”

       

       

       그녀에게 다가가던 사제가 케니스의 검을 가리켰다. 누워 있던 환자가 검을 들고 있는데 이제서야 발견했다. 데모닉의 주접질에 다들 정신이 팔렸던 탓이 크다.

       

       

       “이건…꿈에서 신을 만나뵙고, 그 분께서 제게 직접 주신 검입니다.”

       

       

       케니스는 조심스레 검을 치켜올리며 대답했다. 중환자가 자기 키만 한 대검을 한 손으로 손쉽게 들어 올리는 모습. 

       

       

       “뭐라고? 신께서?”

       “오오!! 신께서 직접 주셨다니! 그야말로 신검이 아닙니까!!”

       

       

       구석에 서 있던 데모닉은 재빨리 케니스에게 다가가 검을 살폈다. 빛을 반사하며 보랏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검. 한눈에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어색할 정도로 검 전체에 강대한 신성력이 녹아들어 있다.

       

       

       ‘검 자체에서 엄청난 신성력을 내뿜고 있다…. 이런 게 가능한 건가?’

       

       

       데모닉은 팔라딘으로 활동한 기간이 짧지 않으만큼, 만신전의 성물을 접할 기회도 많았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신성력을 내뿜는 성물은…하나도 없었다.

       

       

       ‘이러한 귀물(貴物)이라니….’

       

       

       그 검을 보는 이들 모두가 깨달았다. 이건 신이 내린 검이고, 그들이 찾던 신은 아직 지상을 버리지 않았다.

       

       

       “그분께서는…현재 악으로 혼란스러운 지상을 걱정하고 계십니다.”

       

       

       케니스가 차분하게 말했다.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녀의 입에 집중했다. 직접 신을 뵙고 온 자에게서 듣는 신의 말씀이라니! 평생의 영광인 일이다.

       

       

       “그분은 혼란한 세상을 가엾게 여겨, 천상에서 지상으로 내려오셨습니다. 저희들을 굽어 살피기 위해서요. 그리고 직접 자기 대리인을 골라 지상에 행차하게 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 첫 번째 대리인이구요.”

       “아아! 그야말로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아아아!”

       “이렇게 경사스러운 일이! 기도합니다, 찬양합니다!”

       

       

       무릎을 꿇고 성호를 그으며 정신없이 기도하는 사제들. 데모닉도 성호를 그으며 기도문을 중얼거렸다.

       그 누구도 케니스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눈이 있고, 귀가 있는 자라면 케니스의 검을 보는 순간 알 수 있었으니까.

       

       그 검은 진실로 신성한 신검이였고, 케니스는 신의 선택받은 용사였으니까.

       

       

       

       –

       

       

       

       소란이 가라앉고 데모닉은 케니스를 마주 보고 앉았다.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두 사람 모두 무슨 상대방이 무슨 이야기할 지 알고 있지만…. 그 시작은 어려운 법.

       

       

       “…저, 데모닉 팔라딘님? 그, 한 가지 여쭈어봐도 괜찮겠습니까?”

       

       

       케니스가 눈을 바닥에 깔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데모닉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래, 뭐가 궁금하기?”

       “…후우. 저랑 같이 던전에 갔던 케일 선배와 한스씨…. 어떻게 됐습니까?”

       

       

       데모닉은 자신을 올려다보는 케니스의 황금색 눈을 바라봤다. 일말의 희망을 품은 눈빛. 데모닉은 저도 모르게 그 눈을 피하며 대답했다.

       

       

       “그 둘은…현재 만신전이 있는 ‘키비타스’로 옮겨졌다. 리치의 기운이…좀 많이 파고들었어. 아직 발견할 때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케니스를 생각해 아직도 얼어 있다는 말을 최대한 돌려서 하는 데모닉.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케니스의 눈동자가 떨린다.

       

       

       “아…그러면 깨,깨어날 수는 이,있을까요…?”

       “확신할 수는 없다. 그래도 곧 있으면 만신전에서 그 둘을 분석한 편지가 도착할 테니, 걱정하지 마라. 뭔가 방도가 있을 거야.”

       “그,그렇군요…. 만신전에서 편지가 온다니 다행입니다….”

       

       

       한숨 돌린 케니스는 문뜩 벌써 편지가 도착한다고? 라는 의문이 들었다.

       

       

       “혹시, 제가 얼마나 오랫동안 누워 있었는지….”

       “음, 오늘까지 하면 대략 8일은 누워 있었다.”

       “예?! 8일이나요? 그,그럴 수가. ”

       

       

       자신은 금세 일어난 것 같았는데. 눈을 감았다 뜨니 8일이 지나 있었다. 케니스는 경악을 감추지 못한 표정으로 데모닉을 올려다 봤다.

       

       

       “큼, 그 케니스 수습 성기사. 자기 상태가 어떤지 알고 있나?”

       “예? 몸 상태 말씀이십니까?”

       “아니, 몸 말고. 모르는 것 같군. 잠시 실례.”

       

       

       데모닉은 앉아 있던 케니스의 뒤로 손을 넣어 그 머리칼을 조심스레 잡았다.

       

       

       “어?!”

       

       

       불타는 것처럼 새빨갛던 그녀의 머리카락인데, 그 끝이 파랗게 물들어 있다. 마치 끝부분만 얼어붙은 듯한 모습.

       

       

       “데,데모닉 팔라딘님. 이,이게 대체 무슨…!!”

       

       

       케니스가 수습 성기사이고, 또래에 비하면 강하고 신실하지만. 결국, 그녀도 꽃다운 나이의 소녀. 소녀에게 머리카락은 생명과도 같다.

       파랗게 변한 머리카락을 문지르면서 몸을 덜덜 떤다.

       

       

       “이,이,이게 뭐, 무슨!!”

       “진정해라, 케니스 수습 성기사. 진정해.”

       “쓰읍ㅡ후우. 쓰읍ㅡ후우…. 지,진정됐습니다.”

       

       

       케니스는 단언컨대 그녀의 인생에서 이렇게 당황한 적이 없었다. 북부에서 꽁꽁 언 빵으로 마수 대가리 깨는 걸 봤던 일을 제외하면 말이다. 

       

       

       “리치의 마력에 직접 노출돼서, 머리카락이 변한 거다. 그 정도 선에서 끝난 걸 천만다행인 줄 알아야 해.”

       “그럴 수가….”

       “그 머리카락은 아마 잘라도 똑같이 끝의 색이 변할 거다. 마력이 몸에 직접 영향을 미친 것이니 머리를 잘라도 소용없을 거다.”

       “아,아아ㅡ!”

       

       

       절망하는 케니스에게 내려지는 사형선고.

       

       

       “꺄아아아악ㅡㅡ!!”

       “흠, 난 이만 나가보지. 몸 잘 추스르고 있게.”

       

       

       데모닉은 절망하는 소녀의 비명을 뒤로하고 방을 나섰다. 케니스가 직접 신을 만나서 검을 받고, 대변인으로 임명됐다. 신의 흔적 수준이 아니라, 신 그 자체가 확인된 상황. 

       만신전에 보낼 보고서를 작성하려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아직도 뒤에서 들리는 케니스의 비명 소리에 데모닉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훗. 저런 부분은 제 어미랑 똑 닮았군.’

       

       

       평소에는 남자처럼 괄괄하더니, 제 외모에 그렇게 신경을 쓰고 있었을 줄이야. 하여튼 누굴 닮은 건지.

       데모닉은 어렴풋이 떠오르는 옛 추억을 떠올리며, 집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

       

       

       

       

       케니스는 한동안 병상에 누워서 꼼짝도 못 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자신은 다 나은 것 같은데, 뭔 걱정들이 그렇게 많은지.

       그동안 이 검을 휘둘러 보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했던 케니스는 곧장 침대에서 튀어 나갔다.

       

       

       “케니스! 살살하는 겁니다! 약속한 거예요?”

       “예, 조금만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우다다다 튀어 나가는 그녀의 뒤로 들리는 담당 사제의 잔소리. 케니스는 대충 대답하고 검을 챙겨 연무장으로 뛰어나갔다.

       햇빛 아래에서 빛나는 보랏빛의 신검은 케니스만큼 거대했지만, 그녀는 별 어려움 없이 검을 휘두를 수 있었다.

       

       

       ‘이 또한 신의 기적이겠지.’

       

       

       케니스는 허공에 검을 몇 차례 휘두르면서 무게 중심이나 검의 간격을 파악했다.

       

       

       후웅ㅡ

       

       쐐액ㅡ!

       

       

       날카롭게 공기를 가르는 일격. 그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음, 대충 이런 느낌이구나?”

       

       

       고개를 끄덕거린 케니스는 연무장 한 켠에 자리한 허수아비를 마주 봤다. 

       

       

       “흡!”

       

       후우웅

       

       

       가볍게 신성력을 불어넣자 눈부시게 빛나는 신검. 

       

       

       “어? 뭐지?”

       

       

       당황한 케니스는 저도 모르게 검으로 이어지는 신성력을 끊었다. 좁쌀만큼의 신성력을 넣었는데, 검 전체가 신성력으로 뒤덮였다. 말도 안 되게 신성력이 증폭된다.

       

       

       “데모닉 팔라딘님이 이 검 자체에서 신성력이 나온다고 하셨는데…, 그거랑 관련이 있는 건가?”

       

       

       신성력을 이만큼이나 증폭시키다니. 케니스는 문득 재밌는 생각이 들었다.

       

       

       ‘내 신성력을 전부 넣으면 어떻게 될까?’

       

       

       궁금한 건 참지 않는 케니스. 곧바로 행동에 옮겼다.

       

       

       “흐읍!”

       

       

       케니스는 검을 향해 모든 신성력을 불어넣었다.

       

       

       후우웅ㅡ

       

       

       덜덜 떨리면서 거칠게 흔들리는 검신. 점점 환하게 빛나면서 예사롭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케니스는 꾸역꾸역 신성력을 밀어 넣었고

       

       

       우웅ㅡ! 우웅ㅡ! 우웅ㅡ!

       

       

       미친듯이 점멸하며 점점 크기를 키우는 검의 빛. 앞으로 점점 길어지는 빛이 예사롭지 않게 번쩍이기 시작했다.

       

       

       “어,어어?! 이거 왜 이래!!”

       

       

       그제서야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케니스는 급히 신성력을 끊었지만, 검신은 점점 길어지며 멈출 기색이 없었다.

       

       

       

       덜컥 겁이 난 케니스는 본능적으로 하늘을 향해 검신을 돌렸고, 기어이 통제를 벗어난 신성력이 날뛰기 시작했다.

       

       

       

       

       후우우웅ㅡㅡ

       

       

       쿠와아아아앙ㅡ!!!

       

       

       케니스의 손에서 뻗어 나가는 빛의 기둥. 그녀의 신성력을 한 톨도 흘리지 않고 받아 내 증폭시킨 검은 그 끝을 따라 눈부신 빛의 기둥을 하늘로 쏘아냈다.

       

       

       “…”

       

       

       이중 나선으로 하늘을 뚫고 날아 올라가는 빛의 기둥은 구름까지 뚫고 날아가더니 이윽고,

       

       

       콰아아아앙ㅡ!!

       

       

       태양을 터뜨릴 듯, 눈 부신 빛을 내뿜으며 허공에서 빛의 구를 만들며 폭발했다. 하늘에는 잠시 두 개의 태양이 뜬 듯, 빛이 작열했다.

       

       

       땡땡땡땡!!

       

       

       “꺄아악!!”

       “적습이다!!”

       “신전방향에서 발견됐어! 모두 움직여!”

       “엄마!! 엄마!!”

       

       

       난데없는 거대한 폭발에 난리가 난 도시. 

       

       

       “하,하….”

       

       

       케니스는 영혼이 빠져나간 표정으로 검을 내려다보며 허탈하게 웃음을 흘렸다. 저 멀리서 데모닉 성기사와 사제들이 달려오고 있고, 도시에서는 무장한 병사들이 오고 있었다.

       

       

       ‘난 뒤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케니스는 이윽고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의 지적은 언제나 감사합니다.

    용사 케니스의 첫 번째 업적 : 도시 상공에다 폭탄 테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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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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