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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

       

        

        

        

        

        미합중국 해군특수전사령부 소속 특수부대는 물과 친숙해야만 했다.

        

        그러나 미국의 국방력 자체가 파편화되며, 모든 오퍼레이터들은 – 설령 육군 소속이라도 – 자신의 특기를 넘어서는 멀티-워페어 역량을 요구받게 되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바이러스로 미국이 그토록 쉽게 무력화된 이후 전쟁의 불꽃이 미 본토로 옮겨붙으면서, 이전엔 겪을 수 없었던 수많은 전술적 양상이 드러났고, 그것들은 크게 두 개로 묶을 수 있었다.

        

        시가전과 연안 해안에서의 침투전.

        

        4년 정도 이어졌던 나의 오퍼레이터 활동 중 앞의 3년은 전자였고, 그 사이 미국은 무수한 인재들의 시체로 산을 쌓으며 본토의 사정을 안정화했다.

        

        그리고 급한 불이 꺼지자, 그러한 틈을 타 연안 해역에 적성 국가들의 해군력이 지속적으로 계류 중이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에 따라, 오퍼레이터가 된 지 고작해야 3년밖에 되지 않았던 당시의 나는,

        무수한 적 군함 침투 및 사보타주 훈련과 실전을 동시에 병행해야만 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촤악!

        

        

        

       “…후아.”

        

        

        

        나는 수중이라는 환경에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고 손목에 착용 중이었던 플렉시블 밴드를 확인하니, 그것이 어느샌가 초록빛으로 점등 중이었다.

        

        물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의 꼬리의 움직임과 저항을 확인하는 데이터 수집이 완료되었다는 뜻이었다.

        

        인솔 인원들에게 신호를 보내 이를 알리며 수영장에서 나왔다.

        

        

        이곳에 온지도 어언 네 시간 정도가 흐른 시점이었다.

        

        정확하게 오후 열두 시에 회사 건물에 도착하여 시작한 스케줄은 사실 시작부터 살짝 삐걱대는 감이 없잖아 있었다.

        

        이는 사전에 인솔 인원들이 내게 양해를 구해야만 했을 정도로 이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이 없었기에 그런 것도 있지만….

        

        

        

       -[오류 : 골격근량 값 연산 실패.]

        

       -[오류 : 일치값 없음. 신체 외곽선과 몸무게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아니, 이 기계가 왜 이러지? 잠시만요….

        

       -죄송합니다, 측정값이 나올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든가,

        

        

        

       -물리엔진 상 구현이 이상하다고요? 아뇨, 저희가 보내준 값 그대로인데요. 네? 이대로 집어넣으면 치트 소리 듣는다니, 그게 뭔….

        

       -…예, 예. 시뮬레이션 결과 받는 대로 그 분에게 전달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실제로 그 정도의 행동이 가능한지를 확인해달라는 것 아닌가요?

        

       -네, 요청사항 목록화해서 전송 부탁드립니다. 전부 체크한 후 실시간으로 전달해드리면 되는 거죠?

        

       -예. 알겠습니다.

        

        

       -…죄송하지만, 혹시 운동 좋아하시나요?

        

        

        

        같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세한 내막은 알기 어려웠지만, 단순히 통화 내용을 흘려듣는 것만으로도 무슨 일들이 벌어졌는지는 적당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말은 이런 형태로 나왔어도 동선 상 크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었고, 그리하여 13시 30분 경.

        

        지하에 위치한 사내 복지시설 및 인프라가 밀집된 곳으로 향하게 되었다.

        

        두루뭉술하게 설명했지만, 요컨대 사원들을 위한 식당가와 피트니스 클럽, 수영장과 휴게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과연 거기서 무엇을 했느냐 묻는다면,

        

        

        

       -와, 와, 와…사람이, 아니, 이게 어떻게 가능한….

        

       -…나름 사내 헬스장 좀 열심히 다닌다고 생각했는데, 이야.

        

        

        

        또 운동했다.

        

        일일히 열거하기는 어렵고, 그나마 축약하자면…기계로 분석한 근밀도와 골격근량 등을 토대로 가동한 시뮬레이터의 결과와 얼마나 비슷한지를 수많은 운동을 통해 확인했다고 하는 게 맞겠지.

        

        무산소보다는 심폐지구력과 근지구력, 그 외에도 맨몸 운동 등등의 비율이 좀 더 높긴 했지만.

        

        그래도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말해보자면,

        

        

        

       -…안 지치세요?

        

       -하아, 아직 한참, 할 만…하네요!

        

        

        

        언제나 그렇듯, 군장의 무게를 대체할 중량조끼를 입고 30분 넘게 뛰어다니거나.

        

        

        

       -아윽, 진동이, 진동, 으아악…!

        

       -부상자 역할 자원하셨으니, 조금만 더 참아보세요.

        

        

        

        부상자 후송을 명목으로 다양한 도수운반법을 몇십 분간 시행하는 등,

        대체적으로는 게임 내에서 실제로 가능한 행동들을 일괄적으로 시도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애초에 바로 그러기 위해서 이곳에 오긴 했지만.

        

        

        하여간, 한 시간 이상에 걸친 다양한 시연으로 인해 필요한 대부분의 데이터가 모였고,

        동시에 시뮬레이션 센터에서 튀어나온 상식 밖의 추정 결과들이 전부 현실에서 시행 가능함을 어렵지 않게 증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다면 안타깝게도, 이 모든 것들이 오로지 나 하나만을 위해 준비되었던 만큼 – 그 외에도 해야만 하는 일은 많았다.

        

        가령,

        

        

        

       ───!!!

        

        

        

       -이거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안 들려요!

        

        

        

        플라이스테이션을 통한 HALO 과정 중 극히 일부의 부분만을 재현하여, 공중에서의 꼬리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도 있었으며,

        

        

        

       -와, 격투도 능숙하시네요. 혹시 어디선가 배우셨나요?

        

       -…예, 어디선가 배웠죠.

        

        

        

        CQB 상황, 그 중에서도 백병전에 들어갔을 때 이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여러 번의 시연 역시도 보여주었다.

        

        실제로 USSOCOM 산하 부대원들에게 직접 배웠던 도수격투술이 섞인 터라 외부로 공개되서는 안 되는 비밀이긴 하지만,

        일반인이라면 봐도 뭐가 뭔지 이해도 잘 못할 터였기에 크게 상관은 없었다.

        

        내 방식대로 어레인지한 것도 있고.

        

        

        어쨌든, 구체적인 운용 방법은 간단했다.

        

        적의 공격을 막아낸 후 일시적 교착 상태를 유발, 동시에 꼬리로 다리를 휘감아 내던진다든가, 빠르게 스쳐지나가며 몸에 꼬리를 걸어 넘어뜨린다.

        

        아주 간략화된 내용이지만, 핵심은 그 정도였다.

        

        

        

        

        그리고 처음으로 돌아온다.

        

        물만 들어가면 몸이 상쾌해지는 신체적 특성에 더해, 두 시간 전에 시행했던 수많은 운동들로 인해 땀에 흠뻑 젖었던 것까지.

        

        오늘은 따로 피트니스 클럽은 안 가도 되겠다.

        

        

        신체의 굴곡을 타고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 발걸음을 한 번 옮길 때마다 물로 이뤄진 발바닥 모양의 족적이 남았다.

        

        수영장이 내게 남긴 모든 흔적을 지워버리려는 듯, 샤워헤드에서 틀어진 뜨거운 물이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모두 씻어내린다.

        

        살짝 식어버린 몸이 다시금 정상적인 온도를 되찾았다.

        

        

        긴 생머리는 샤워 후 따로 손을 대지 않으면 물을 많이 머금고 있어, 머리카락이 상하지 않는 선에서 살짝 물기를 짜주는 게 좋았다.

        

        그리 한 후 비로소 수건으로 머리카락과 몸을 닦기 시작하는 것이다.

        

        신체 곳곳에 남아있는 물기를 없앨 수 있는 최대한 없애고, 드라이 룸으로 들어가자 사방에서 따뜻하고 건조한 바람이 뿜어졌다.

        

        머리카락까지 다 마른 것을 확인하고 사측에서 빌려준 수영용품들을 전부 반납 위치에 올려놓고,

        손목에 착용 중이었던 플렉시블 밴드를 벗어 잠시 옆에 내려놓았다.

        

        

        로커를 열고, 이곳에 올 때 입고 왔던 옷을 하나둘씩 다시 입고 있자니 이걸로 끝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생각보다는 할 게 많았지만, 반대로 본격적으로 뭔가를 했다고 하기에는 약간 미적지근하게 끝난 감이 없잖아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하나, 이걸.

        

        …신교대?

        

        아니, 그건 아니지.

        

        

        아무튼, 그렇게 아-주 오래간만에 마음껏 잡생각에 빠졌다. 이런 사소한 것들을 메인으로 생각해봤을 때가 언제더라.

        

        …적어도 거기서 있었던 4년 8개월 동안은 불가능했었지.

        

        첫 몇 개월은 살기 위해서 가장 추웠던 대도시를 누볐고, 어쩌다 오퍼레이터 한 명을 구해준 걸 계기로 테스트를 받고,

        그 후 몇 개월 가량은 사격장과 킬하우스에서 살다시피 했었다.

        

        본격적으로 투입되었을 때는 오퍼레이터를 필요로 하는 모든 곳에 갔었고, 그렇게 정신을 차려보니 3년이 후딱 가있었다.

        

        그리고 조금 숨을 돌릴 때가 되자 해상훈련을 끝도 없이 받았지.

        

        …….

        

        

        

       “표정이 좋아보이시네요. 무슨 일 있으셨나요?”

        

       “별 건 아니고, 제가 헤엄치는 거랑, 물을 꽤 좋아하는 편이라서요.”

        

       “아하하, 그렇군요.”

        

        

        

        그러다보니 어느새 두 명의 면전이었다.

        

        고작해야 몇 시간 보았다고 어느샌가 상당히 익숙해진 두 분과 함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실례일 수 있지만…물을 좋아하는 이유가 고객님의 신체적 특성이 반영되어 있어서 그런 건가요?”

        

       “간단한 말을 어렵게 하시네요.”

        

       “아무래도 대외적으로든 아니든, 미팅을 많이 맡는 부서에 근무하다보니…

        발현자 분들의 신체적 특성과 개개인의 성향을 연관지어 단정하는 건 피하는 편입니다.”

        

       “고생하시네요.”

        

        

        

        별의 별 게 다 있구나 싶었다.

        

        

        

       “여하간…네. 아무래도 아나콘다 쪽이라 그런지 물에서 수영하는 걸 즐기는 편이죠.”

        

       “정말요? 신기하다….”

        

        

        

        …도대체 이 세계에서의 내 이미지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그리고 발현자인지 뭔지의 이미지가 어떻게 되어있는지는 몰라도,

        

        내 일거수일투족을 몽땅 신기해하는 사람과 실제로 대면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상당히 얼떨떨하기 그지없다.

        

        내겐 단순한 일상일 뿐인데.

        

        나중에는 내가 숨만 쉬어도 박수를 받는다거나 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언젠가 읽었던 이세계물 – 불쏘시개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자니,

        

        

        

       “…사전에 통보드린 대로, 금일 검사는 일단 여기까지입니다. 이후에는 센서 회수하고, 접속기와 관련하여 논의 정도만 하면 됩니다.”

        

       “몸에 붙여주시길래 따로 회수는 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요?”

        

       “신체가 움직이는 와중 받은 저항이나 근육의 움직임 등을 더 정밀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저희도 방금 연락을 받은 거라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참 별의별 걸 다 한다 싶었다.

        

        그저 이게 나중에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었다.

        

        

        

       “그럼, 제가 직접 떼면 될까요?”

        

       “아, 저희 측에서 기계로 떼어드릴 겁니다. 붙인 위치를 정확히 구분해야만 해서.”

        

       “그렇군요.”

        

        

        

        그러더니 나를 제외한 두 명이서 교차하는 시선.

        

        이어 그것은 대화로, 그리고 일종의 시트콤으로 변했다.

        

        

        

       “…왜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세요?”

        

       “살살 떼드려.”

        

       “제가요!?”

        

       “그럼 여성 고객님 몸에 붙인 센서를 내가 떼야겠니?”

        

       “…선배님은 맞는 말을 해도 한 대 때리고 싶게 말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도 이러나 저러나 두 명은 상당히 친해보였다.

        

        아무튼 그건 그거였고 이건 이거였으며,

        성별이 나랑 동일하단 이유로 몸에 붙인 센서를 떼야 할 처지가 된 홍보부의 한설아 씨는 결국 직장 선배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그리고.

        

        

       

       “그, 걱정하지 마세요, 하나도 안 아파요.”

        

       “….”

        

       “…아.”

        

        

        

        …나름대로 날 안심시켜주려고 한 듯한 말인 것 같지만, 어투가 어째 미묘한데. 예방접종 맞으러 온 꼬맹이라도 된 느낌이다.

        

        아무튼, 결국 그녀는 생선대가리 카레를 목도한 연예인의 그것과 비슷한 나의 시선을 받아내야만 했다.

        

        본인도 스스로 무슨 요상한 말을 했는지는 내색하고 있었다는 점은 다행이었다.

        

        

        

        

        

        

        

        

        

       

        

        

       -신규 데이터 혼입 확인됨.

        

       -저장경로 확인 중…EA/RK/KW/CC – FA – THS – CINCD – INDX – E.

        

       -데이터 교차검증 완료.

        

       -현재까지 일치율 99.2196%.

        

       -사전 제출한 정보 취합….

        

        

       -오퍼레이터 유효 코드 입력 대기 중.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모두들 즐거운 설날 보내시고 용돈 푸짐하게 타가시길 바랍니다

    항상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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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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