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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

        “반갑구나 아이들아.”

       

        – 하이하이요.

        – 용하!

        – 용하

        – 라하

       

        오늘도 시작된 방송.

        내가 방송을 켜자마자 3만 명 정도의 시청자들이 접속한다.

       

        “오늘은 방송을 하기 전에 미리 알려줄 것이 있단다.”

       

        – ?

        – 뭐죠?

        – 혹시 방송 접으신다거나?

        – 드디어 인간세계의 끝이 도래하는 건가

       

        참으로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시청자들.

        아이고……. 진짜 귀여운 아이들이다.

       

        “후훗. 별일은 아니란다. 내 딸이 인터넷 방송이라는 것을 구경해 보고 싶다고 해서 말이지.”

       

        – 아니, 별일 맞는데요?

        – 우리는 그것을 별일이라고 부르기로 약속했어요…….

        – 인지 부조화 올 때마다 종족 다르다는 게 확 체감이 되넼ㅋㅋ

        – 와! 딸!

        – 예쁜가요?

        – 장모님! 따님을 제게…….

       

        음? 방금 몇 명이 맹약을 어긴 페널티를 받았는데?

        살펴보니 내 헤니시아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 이들 몇 명이 맹약을 어긴 것으로 판단된 것 같았다.

        나는 별생각은 없었지만, 저들 생각과 양심에는 선을 넘는 발언이었던 것 같다.

       

        딸을 불러오기 전에 나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우선 말하겠지만, 내 딸은 방송이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하는 거란다. 그러니 각별히 조심하거라.”

       

        – 넵!

        – 민간인이니까 입조심!

        – 그런데 드래곤도 민간인으로 쳐야하냐?

        – ……어라?

       

        조금 헷갈려하는 시청자들.

        나는 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추가적인 설명을 덧붙이기로 했다.

       

        “내가 조심하라고 한 것은, 내 딸에게 심한 말 하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니라.”

       

        – ?

        – ?

        – ?

        – 그럼요?

        – ?

       

        “너희들이 위험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이야기란다.”

       

        내 첫째 딸인 초목룡 아르나 헤니시아는 내 아이들 중 가장 자애로운 드래곤이다.

        하지만 자애롭다는 말이, 인간들에게 유하다는 소리는 결코 아니다.

       

        “나는 인간들의 입장과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드래곤이지만, 내 딸은 인간을 이해할 이유도,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시청자들이 내 딸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진짜로 큰일이 날 수 있다.

        시청자 본인들이 말이다.

       

        – 자애로운 드래곤인데 위험하다니요?

        – 이해가 안 되네요.

       

        “으음……. 어떻게 이해를 시켜야 할까…….”

       

        그래. 이렇게 설명하는 게 좋겠구나.

       

        “인간의 새끼…… 그러니까 어린아이들은 순수하고 천진난만하지.”

       

        뭐, 대부분의 생물들도 어린 시절에는 순수하고 천진난만하다.

        그것은 인간도, 드래곤도, 개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인간의 어린아이는, 순수한 마음으로 개미집을 망가뜨리지 않더냐.”

       

        순수하기에 자신이 어떤 잔인한 짓을 하는지 모르고, 그저 재미있다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십 수백…… 혹은 그 이상의 개미들을 밟아 죽이고 개미집을 박살 낸다.

        그것은 인간의 어린아이가 순수하던지, 혹은 착하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것은 드래곤과 인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란다.

       

        나야 전생의 기억도 있고, 관심도 있기에 어느 정도 인간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드래곤들은 인간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인간이 개미의 생각을 이해할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 ㅎㄷㄷ

        – 미친

        – 한순간에 스릴러가 되네…….

        – 우리가…… 개미?

       

        “내가 말려보겠지만, 괜히 후회할 일은 아예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야.”

       

        – 충성충성!

        – 넵!

        – 갑자기 등골 싸하네.

        – ㅎㄷㄷ

       

        “그러면 불러오겠노라.”

       

        지배력을 발산하여 벽을 연다.

        그 순간 시원한 방송실 안의 공기와 뜨거운 바깥 공기가 만나며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 오?

        – 특수 효과인가?

        – 갑자기 왠 수증기?

        – 왠이 아니라 웬!

        – 분위기 무엇?

       

        아차. 나에겐 추우나 더우나 크게 상관이 없어서 잠시 잊고 있었다.

        서둘러 바깥의 온도가 방송실 내부로 침범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기기는 괜찮은 것인가?’

       

        바깥의 온도는 쇠가 녹을 정도의 고온이다.

        비록 바깥과 맞닿은 시각은 아주 적었지만, 혹시라도 기기들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잘 살펴본다.

        음…… 문제없는 것 같다.

       

        “큼큼. 그럼 소개하겠다.”

       

        열린 구멍을 통해 헤니시아의 아바타가 들어온다.

       

        나뭇잎을 연상하게 하는 푸른 머리카락과, 인간이 아닌 엘프를 떠올리게 하는 긴 귀.

        헤니시아의 등에 자라나고 있던 고대수 하나가 변형하여 만들어진 나무 인형의 아바타.

       

        내 아바타보다 더욱 성숙한 엘프 여성의 모습을 한 헤니시아의 아바타가 천천히 들어와 내 옆에 앉는다.

       

        “여기가 방송이라는 것을 하는 장소인가요 어머니?”

       

        “그렇단다.”

       

        인터넷 방송이라는 것은 처음이다 보니 헤니시아가 신기하다는 듯이 주위를 살핀다.

        어쩐지 알에서 막 깨어났을 때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모습이 떠올라 미소가 지어진다.

       

        쓱쓱쓱…….

       

        “……헤헷.”

       

        마음 같아서는 껴안은 채 핥아주고 싶지만, 헤니시아의 본체는 몸 안에 알을 품고 있는 상태다.

        드래곤의 육체는 튼튼하지만, 드래곤의 알은 아직 연약한 상태다. 바깥에서 충격을 주었다가는 자칫 몸 안에서 알이 깨질 위험이 있다.

       

        그러니 아바타의 몸으로 헤니시아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 준다.

        내가 쓰다듬어 줄 때는 잠시 당황하던 딸아이였지만, 이내 기분 좋은지 미소를 지어 준다.

        하……. 이래서 아이들 키울 맛이 나는 거지.

       

        – 와!

        – 미모 무엇

        – 드래곤은 죄다 미남미녀인가?

        – 그런데 그냥 보면 자매같이 보이네요

        – 외형만 보면 자매인데, 사실은 모녀라니…… ㅎㄷㄷ

        – 나도 용마망에게 머리 쓰다듬어지고 싶다…….

       

        채팅창을 살피자 시청자들의 감정이 요동치는 것이 보였다.

        딸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을 멈춘 후 입을 열었다.

       

        “소개하겠다. 나의 첫째 딸이자, 나의 세 번째 아이. 초목룡 아르나 헤니시아란다.”

       

        “어머. 반가워요 인간 여러분.”

       

        – 안녕하세요!

        – 헉! 누님! 아름다우십니다!

        – 예뻐요 언니!

        – 뭐가 보인다는 거죠? 전 빛밖에 보이지 않습니다만?

       

        다행히 분위기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미리 딸아이에게 주의를 시켜 놓은 게 다행인 것인가?’

       

        처음 내가 인간들 사이에서 인터넷 방송이라는 것을 한다는 걸 알게 된 딸아이의 반응을 생각해 볼 때, 지금, 이 분위기는 참으로 좋았다.

        방송이 끝날 때까지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좋겠는데…….

       

        – 그런데 초목룡이시면, 식물쪽 드래곤이신 건가요?

       

        그때 딸에게 질문이 들어왔다.

        잠시 이 질문을 생각해 보고, 딸아이가 이 질문을 듣고 기분 나빠하지 않을지 고민해 본다.

       

        “……헤니시아. 한 시청자가 너에게 질문을 했구나.”

       

        “어머. 질문이요?”

       

        재미있다는 듯 웃는 헤니시아.

        하긴…… 특이한 인간도 아니고, 일개 평범한 인간이 아무렇지 않게 자신에게 질문을 하는 상황 자체가 재미있을 것이다.

       

        “시청자가 네 신명의 뜻을 궁금해하고 있구나.”

       

        “그렇군요?”

       

        인간으로 치면 ‘다소곳한 자세’로 모니터를 바라보며, 헤니시아가 입을 열었다.

       

        “우선 자기소개부터 하겠어요. 제 이름은 초목룡 아르나 헤니시아. 신명의 의미는 ‘모든 나무의 원초’, 혹은 ‘시초’의 의미를 담고 있죠.”

       

        – 오!!

        – 예쁘다!

        – 눈나!!!

        – ㅗㅜㅑ

       

        분위기가…… 괜찮다.

        아니…… 괜찮다 수준이 아니라 굉장히 좋은데?

       

        ‘이렇게 좋아도 되는 것인가?’

       

        물론, 가능하면 이런 분위기가 방송 끝날 때까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힐끔!

       

        슬쩍 헤니시아의 아바타를 바라본다.

        일단 아직은 기분이 좋아 보이지만……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된다.

       

        – 누나라고 불러도 되나요?

       

        “누나……. 그렇군요. 인간 수컷들이 손위 누이를 부르는 말이로군요? 네. 괜찮답니다.”

       

        – 눈나!

        – 예뻐요 눈나!

        – 최고다 눈나!

       

        “어머. 귀여운 아이들이네요.”

       

        “…….”

       

        미소를 짓는 딸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다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내가 너무 과민 반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비록 딸아이가 반쯤 억지로 내 방송에 나오기는 했으나, 그에 대비해서 충분히 주의를 주었다.

        게다가 시청자들에게도 주의를 주었다.

        아무리 인터넷 방송이라는 곳이 유희를 위해 존재하는 가상의 공간이라고는 하나, 그들도 목숨이 아깝다면 허튼짓하지는 않을 터.

       

        ‘쓸데없는 걱정을 하기보다는, 우선 시청자들에게 집중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구나.’

       

        아무리 지혜롭고 강대한 드래곤이면 뭐 하나? 인터넷 방송이라는 분야에서는 나 역시 헤츨링에 불과할 뿐이거늘…….

        자! 그럼 이 좋은 분위기를 계속 이어 나가 볼…….

       

        – 눈나! 여신 같아요!

       

        팟!

       

        채팅창에 글이 올라오자마자 재빨리 마우스를 움직여 댓글을 지워 버렸다.

       

        – ?

        – ?

        – ?

        – ?

        – 뭐임?

        – ?

       

        “드래곤에게 적절하지 않은 말이 있었단다. 인간들의 처지에서는 심한 말은 아니나, 드래곤들에겐 문제가 될 수 있어서 재빨리 지웠단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태연하게 설명한다.

        시청자들을 이해시킨 이후엔, 헤니시아에게도 설명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드래곤의 동체시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올라오자마자 지워진 댓글을 기억할 리가 없다.

        게다가 헤니시아는 방송은커녕 인간들의 기계라는 문물도 오늘 처음 보는 아이다. 심지어 한국어와 한글이라는 문자도 오늘 3시간 정도만 공부한 것이 전부다.

        그래……. 헤니시아가 그 댓글을 봤을 리가 없…….

       

        “…….”

       

        “……헤니시아?”

       

        “……네. 어머니.”

       

        겉보기엔 변한 것이 없어 보이지만, 내가 이 아이에게 먹이를 먹이고 핥아준 세월만 오백 년이다.

        성룡이 된 이후로는 분가해서 그렇게 자주 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만큼 이 아이를 잘 아는 드래곤은 내 다른 아이들 정도일 것이다.

        그렇기에 난 알 수 있었다.

       

        “…….”

       

        너…… 봤구나?

       

        “헤니시아. 내가 한 말 기억하고 있느냐?”

       

        “……물론이랍니다 어머니.”

       

        화가 난다고 무턱대고 인간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

        하찮다고 인간을 무시하는 어투로 말해서는 안 된다.

        아니…… 그냥 방송이라는 것은 대부분 내가 진행할 터이니, 너는 내가 지시한 것만 잘 수행하도록 해라.

       

        이 외에도 몇 가지 조항이 있지만, 핵심은 저것이다.

        쉽게 말해서 내 방송에서 허튼짓하지 말라는 소리다.

       

        “그래.”

       

        믿으마. 믿으니까…….

       

        “일단 지배력은 거두는 것이 어떠느냐?”

       

        “어머. 저도 모르게 그만…….”

       

        지배력을 거둔 헤니시아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            *            *

       

       

        = 뉴스 속보입니다!

       

        = 갑자기 대한민국 전역의 나무들이 급속 성장을 하여…….

       

        = 헌터 협회는 이 사태에 이능이 개입했다고 여겨…….

       

        = 이것은 새로운 게이트의 예고인가? 아니면…….

       

        = 괴성장을 한 나무가 주택가를 습격하여…….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자애로운 드래곤이라고 했지, ‘인간에게’ 자애로운 드래곤이라고는 안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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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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