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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

       티폰의 이야기 – (1)

       

       

       

       모르페우스가 말하길, 이승의 생명들에게 꿈을 나눠주기 위해 지상으로 올라왔는데 바닥에 한 따오기가 보였다고 한다.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따오기를 보고 이상하다 여긴 찰나, 그 따오기가 헤르메스 신으로 변했다.

       

       “모르페우스.. 지금 당장 하데스 님을 뵈어야..”

       “이게 무슨…?! 헤르메스 신?”

       

       그렇게 모르페우스는 급하게 그를 저승으로 데려왔고 지금은 치료중이라는데..

       

       “무언가 올림포스에 급한 일이 생긴 것이 틀림없습니다!”

       

       헤르메스는 신들의 전령이자 제우스의 명을 전달하는 사자(使者).

       아틀라스의 딸 마이아와 제우스 사이에서 난 아들로 올림포스 12신 중 하나다. 

       

       전령들의 특징이 늘 그렇듯이 헤르메스는 굉장히 빠르다.

       굳이 따지자면 저승과 올림포스처럼 먼 거리를 이동할 때는 무지개를 이동해 공간을 뛰어넘는 이리스가 빠르지만.

       전력으로 도망치는 헤르메스를 속도로 잡을 수 있는 신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그런 속도를 자랑하는 신이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저승 입구에 쓰러져 있어?

       심지어 올림포스 12신은 그 신격도 드높아 건드릴 자도 많지 않았다. 

       

       나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잡아가며 헤르메스가 누워 있다는 방으로 들어갔다.

       

       “하데스 님..”

       “….이게 무슨 꼴이냐, 헤르메스.”

       

       항상 활기찬 미소와 재치있는 행동으로 올림포스에 활기를 불어넣던 젊은 신은 처참한 꼴이 되어 있었다. 

       잘생긴 악동 같았던 그의 얼굴은 피범벅이였고 사지 중 성한 곳이 단 한군데도 없었다. 

       

       시종들이 열심히 붕대를 갈아주고 하급신들이 신력을 불어넣어 기력을 돋구고 있음에도 피가 계속 흘러나온다.

       붕대에 감기지 않은 한쪽 눈으로 나를 슬쩍 바라본 헤르메스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괴물.. 괴물이 있었습니다..”

       “자세히 말해보아라, 제우스는 이 사실을 알고 있느냐?”

       

       평범한 인간, 아니 자연에 깃든 님프나 하급신이라도 이 정도의 중상이면 단 한마디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나마 올림포스의 황금 옥좌를 허락받은 12신이였기에 입을 열 수 있었다.

       

       “…올림포스에서 평범하게 열린 연회.. 자신을 티폰(Typhon)이라 한 괴물이.. 제우스 님을 일격에..”

       

       떠듬떠듬 이어지는 그의 말을 종합해 보자면 이러했다. 

       

       언제나와 같이 올림포스의 신들이 연회를 열던 도중, 거대한 손이 연회장을 내리쳤고…

       갑작스러운 일격에 제우스가 큰 부상을 입고 번개를 던졌지만 괴물은 고작 움찔거림으로 끝났다. 

       

       자신을 티폰이라 소개한 그 괴물은 상반신이 인간이고 하반신이 뱀인 기가스와 같은 형태를 하고 있었으며,

       눈에서는 헤파이스토스의 불과 비견되는 열기가 흘러나오며 온 몸에서 폭풍이 휘몰아치는 무시무시한 모습이였다고 한다.

       

       다른 신들은 순식간에 당하거나 도망쳤으며, 제우스가 마지막까지 남아 스퀴테를 휘두르며 저항했지만 결국..

       

       “스퀴테를 써야 할 정도였다고?”

       “예.. 포세이돈 님의 트리아이나와 아버지의 아스트라페로는 도저히 상처가 나지 않아..”

       

       스퀴테(Schythe).

       아버지 크로노스가 우라노스의 성기를 자를 때 썻던 아다마스로 만든 낫이다. 

       대지모신 가이아가 직접 만든 그 무기를 사용해야 할 정도로 피부가 단단하다니.

       

       그런데 티폰.. 티폰이라, 분명 위화감이 든다. 

       분명히 나는 이 이름을 알고 있었다. 지금은 희미해진 전생의 기억 어딘가에서..

       

       “아버지.. 제우스 님께서 놈의 손아귀에 붙잡힌 채로… 저에게 저승으로 가 도움을 요청하라 하셨는데..”

       “계속 말해라.”

       “그 괴물이 비웃으며 제 다리를.. 크흑.. 제발 올림포스를 도와주십시오, 큰아버지!”

       

       올림포스 최속을 자랑하는 헤르메스는 그 자리에서 재빨리 도망치려 했지만 올림포스를 감싼 놈의 폭풍에 휘말렸다고 한다. 

       제우스를 제외한 다른 신들은 그냥 도망치게 놔둔 티폰이 헤르메스를 비웃으며 다리를 가격했다고.

       

       그 한번의 공격으로 전령신의 다리는 처참하게 뒤틀렸다.

       그리고 최대한 놈의 시선에서 벗어나고자 작은 따오기로 변해 탈출..

       

       헤르메스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잠시 정신을 잃었다.

       내게 올림포스의 상황을 전하기 위해 억지로 의식을 붙잡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

       

       “하데스.. 올림포스를 도우러 가실 건가요?”

       

       스틱스 여신이 잔뜩 걱정하는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기가스들이 저승에 쳐들어왔을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올림포스에서 싸우는 것.

       

       바닷속의 포세이돈과 저승에서의 나는 그야말로 무적이다.

       그럼, 천공에서의 제우스는 어떠할까?

       

       “올림포스를 혼자서 이긴 괴물이 있다니, 이번에는 정말로 위험해요..”

       

       답은 바로 세계를 다스리는 절대적인 ‘신’ 그 자체.

       천공에서는 날 제외한 올림포스 12신이 전부 모여도 제우스를 대적할 수 없다.

       

       그런데 신들의 왕이자 올림포스의 주신이 자신의 영역인 천공에서, 거기에 최강의 무기인 스퀴테를 들고 싸웠는데 패배했다. 

       이걸 듣고도 티폰이라는 괴물의 강함을 눈치채지 못한다면 그건 분명 아둔함의 신.

       

       “일단 제우스만 구하면 어느 정도 승산이 있습니다.”

       “그래도..”

       “혹시 위험해도 이 한 몸은 빼낼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주시죠.”

       

       제우스는 불사의 신이기 때문에 그 괴물은 제우스를 제압해 어딘가에 가둬놓았겠지. 

       

       그럼 내가 할 일은 명확하다. 

       제우스를 구출하고 그 티폰이라는 괴물과 싸우는 것. 

       

       그 강력한 아스트라페도 통증만 주고 아무런 상처를 내지 못했다지만 제우스가 스퀴테로 놈의 목을 칠 때까지 신경을 분산시키는 것 정도는 가능하니까. 

       

       “하지만.. 저승의 군세라도 데려가시는 것이..”

       “무의미한 희생입니다.”

       

       티폰의 몸을 감싼 폭풍에 헤르메스가 휘말릴 정도면 수로 밀어붙이는 건 통하지 않는다.

       저승의 군세를 데려가봤자 티폰은 시선도 주지 않겠지.

       

       작은 눈물이 맺힌 스틱스 여신에게서 억지로 고개를 돌리고 자리를 떠났다. 

       

       

       

       * * *

       

       

       

       나는 저승의 성채로 돌아왔다.

       정확히는 내 옥좌가 있는 알현실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이렇게 골치 아픈 일이 왜 계속 일어나는지.

       항상 바쁜 업무가 날 기다리고, 저승이 조금 한가하다 싶으면 바로 다른 곳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한숨을 내쉬며 옥좌 옆으로 손을 뻗었다.

       평범하게 낡아보이는 흔한 투구가 내 손가락에 걸렸다. 

       

       퀴네에(Kynee).

       여태까지 어떤 생명체들도 퀴네에를 착용한 나를 간파하지 못했지만 과연 그 괴물에게도 통할까.

       퀴클롭스 삼형제 중 하나, 아르게스가 직접 만들어준 투구를 믿어보는 수밖에.

       

       퀴네에를 강하게 쥐고 무기와 갑주를 차려입었다.

       허리춤에는 스틱스 검을 차고, 전신에는 저승의 강물에서 제련한 검은 갑옷이 나를 감싼다.

       

       어느 정도 무장을 갖추자 타나토스가 검은 날개를 펄럭이며 알현실로 들어온다. 

       그가 진중한 어조로 입을 연다. 

       

       “하데스, 올림포스가 위기에 빠졌다는 소리를 들었네.”

       “타나토스.”

       “티폰이라는 괴물은 불사성이 있어. 우리 신들처럼 내 권능이 통하지 않아.”

       

       타나토스가 티폰을 보고 온 걸까.

       그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분신을 보내 이승을 돌아다니니 티폰을 보았을 법도 하다.

       

       “그 엄청난 거구를 멀리서 지켜만 보았지. 그놈의 영혼을 빼내려고 권능을 쓰자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군. 다행히도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었기에 날 추적하진 않았지만..”

       

       우리처럼 불사성을 지니고 있다면 티폰은 신의 혈족일 가능성이 높다.

       티탄 신의 핏줄이라거나.. 기가스와 비슷한 형태라고 하니 가이아가 보냈을지도.

       

       기가스들의 첫번째 공세를 격퇴한 우리들을 끝장내려고 보낸것인가.

       

       “쯧. 당장 갈 생각이 가득하군. 조심하게나. ”

       

       타나토스를 지나쳐 성채를 나왔다. 

       오랜만에 완전무장한 채로 저승의 강을 건너가 이승으로 발을 디뎠다.

       

       터억.

       

       저승의 칙칙한 공기가 아닌, 지상의 맑고 깨끗한 대기가 나를 반긴다. 

       데메테르의 축복이 가득한 땅의 감촉이 마음에 들었지만 나는 지상을 구경하러 온 것이 아니다.

       

       지금 세계의 시간대는 밤. 

       신격의 초월적인 시력에 달의 여신 셀레네가 은빛 마차를 타고 하늘을 달리는 것이 보인다. 

       검은 말 한 마리와 흰 말 한마리가 달을 끌고 분주하게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보통 저렇게 높게 날지는 않는데, 지상의 무언가를 두려워하듯 말들이 떨지도 않고.

       역시 티폰의 영향일까, 나는 퀴네에를 쓰고 올림포스 산으로 향했다.

       

       

       

       * * *

       

       

       

       드높은 올림포스 산은.. 반파되어 있었다. 

       산 위의 구름에 있는 신궁 역시 거대한 누군가가 짓밟은 듯 잔해가 가득한 폐허로 변했다. 

       

       신들의 기척은 아무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기가스를 닮은 한 괴물이 보였다. 

       올림포스 산을 덮을 정도로 거대한 괴물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은 맹렬한 돌풍. 

       

       휘오오오오..

       

       어깨가 하늘에 닿고, 머리가 별에 스치는 괴물이 분통을 터뜨린다. 

       그것이 분노할 때마다 머리카락에 달린 뱀들이 번개와 독액을 마구 내뿜었다. 

       

       콰아아앙! 쿠구구구..

       

       놈이 올림포스 산을 주먹으로 내리치자 적당한 봉우리 하나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크아아아! 모이라이(Moirai)! 너희가 감히 나를 속여?!”

       

       모이라이라면 운명의 세 여신들인데 그들이 어째서?

       

       “티폰 님! 그들이 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델퓌네(Delphyne)! 자그만 산에 있던 그 늙다리 모이라이 놈들에게 속았다!”

       

       하반신은 용이고 상반신은 인간의 모습을 한 마물이 티폰에게 말을 걸었다.

       아마 티폰 놈의 괴물 부하이리라.

       

       “놈들이 내게 강력한 힘을 주겠다며 준 열매가 나를 약하게 만들고 있구나!”

       “그 놈들이 말입니까..?”

       

       니사 산의 운명의 세 여신이 우릴 도왔구나.

       하지만 이게 약해진 상태라, 역시나 정면으로 싸워서는 승산이 보이지 않으니 일단 제우스를 찾아야겠어.

       

       “으드득.. 그래도 상관없다! 내게 위험했던 놈은 이미 동굴에 갇힌 제우스 하나뿐이야!”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해 정보를 떠벌리는 걸로 봐서 역시 태어난지 얼마 안 된 괴물이라는 것이 분명했다. 

       전쟁을 겪은 노련한 신들이나 티탄이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짓이건만..

       

       기간테스들을 만드신 할머니 가이아가 최근에 탄생시킨 괴물일 거라는 심증이 더해졌다.

       

       내 퀴네에를 모르는 건가?

       아니면 내가 올림포스를 돕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걸까.

       

       제우스가 갇혔다는 동굴을 찾아 나서려는데 한 기이한 동물이 보였다. 

       

       염소의 상반신과 물고기의 하반신을 한 처음 보는 동물이 두려움에 떨며 풀숲에 몸을 숨기고 있었고, 

       나는 신들 중 누군가가 변신한 것이 틀림없는 그 생물을 스쳐 지나가며 한숨을 내쉬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추천과 선작 감사합니다.

    에피소드마다 때로는 신화 연도가 왔다갔다 할 수도 있습니다..
    최대한 순서대로 시간대를 맞추고 싶지만…

    옴니버스 태그가 들어갈 만 할까요?.. 어음.. 사실 제일 고민하는게 시간대 문제입니다 ㅠ

    일단 지금 시점은 대홍수 이후 + 테베 건국 이전..
    디오니소스는 아직 안 태어났습니다!

    다음화 보기


           


King of Underworld

King of Underworld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Score 3.5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ades, the God of the Underworld from Greek and Roman Myth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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