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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

       “제 이야기가 퍼졌나요?”

       

       “아라 씨의 상대가 유명한 방송인이었거든요.”

       

       그 전부터 아라에 대한 이야기가 나돌기는 했지만 기폭제 역할을 한 건 분명 데케이였다.

       

       그의 방송을 보는 평균 시청자는 무려 2천명. 그 중에서 자신이 본 기적을 전달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됐을까.

       

       거기에 그들이 전달한 영상은 분명 경이였다.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벌써부터 아피스 커뮤니티에 고티어 천마 유저들이 화령의 영상을 분석하고 있는 게 현실이었다.

       

       “데케이. 라고 했던가요.”

       

       데케이를 언급하는 아라의 어투에서 짜증이 묻어났다.

       

       아무리 거금의 미션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이 이긴 것도 아니고 뉴비 상대로 외신까지 소환해 놓고 너 개 못하잖아를 시전한 건 많이 추하긴 했다.

       

       더욱이 백아라는 여태까지 VR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을 정도로 둔한 사람이다. 너 개 못하잖아라는 밈 자체를 모를 가능성이 높다.

       

       “저기. 아라 씨. 마지막에 데케이란 사람이 한 말 있잖아요.”

       “저를 욕한 거 말인가요?”

       

       어투가 사납다. 사람의 목소리에 증오가 묻어날 수 있다면 저런 느낌일까.

       

       데케이를 변호할 생각은 없지만 엔리는 아라가 아피스 유저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가지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서 대충 그 대사가 나온 전후사정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으나.

       

       “이유는 필요 없습니다. 사실만 있을 뿐입니다.”

       

       한국어가 서툴러 저리 말했지만 백아라의 대사를 풀어보면 이런 식이었다.

       

       이유가 어찌되었던 간에 그 자가 자신을 모욕한 것은 사실이고. 또한 그 모욕을 수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니. 자신은 그 어떤 일이 있어도 그 작자에게 복수를 하고야 말겠다.

       

       데케이란 작자는 자신이 건드린 상대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엔리는 이 모든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지만 백아라가 용서할 생각이 없다는 것 정도는 눈치 챘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데케이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이 화제를 계속 이어나가다간 백아라의 어투가 더 날카로워질 것 같아서 엔리는 다급히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삼장로를 쓰러트리셨으니 곧 제작사에서 연락이 갈 거에요.”

       “제작사에서요?”

       “튜토리얼을 클리어 한 사람한테 현실에서 선물을 주거든요. 클리어 보상으로 받은 커마랑 똑같은 걸로.”

       

       단순한 선물은 아니다. 제작사 측에서 아무 이득 없이 저런 선물을 주겠는가.

       

       튜토리얼은 어지간한 사람은 결코 클리어 할 수 없게 만들어져 있다.

       

       수많은 역경 안에서 실날같은 가능성을 찾아낸 이만이 강적을 쓰러트릴 수 있는 것이다.

       

       보정 하나 없이 자신보다 훨씬 강한 이를 쓰러트리는 모습은 얼마나 멋질까.

       

       제작사는 뇌물을 건네는 것이다. 이 영상을 대중에게 공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영상을 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아피스에 유입되도록, 지금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더 열심히 하도록.

       

       대개는 거절하지 않는다. 자신의 명성이 높아지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아피스 제작사에서 선물까지 주면서 자기 이름을 홍보해주겠다는 데 왜 굳이 거절하겠는가.

       

       물론 거절해도 상관은 없다. 선물을 똑같이 주어질 것이다. 그런 전통이니까.

       

       이런 걸 엔리가 설명하자 가만 듣고 있던 백아라의 입에서 침음성이 나왔다.

       

       “그러니까 비녀를 보내준다는 거죠?”

       

       방금 전까지 목소리에 붙어있던 짜증은 어디 간 건지. 아라의 말에선 아이같은 들뜸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머리를 길러야하나.”

       “비녀 끼시려고요?”

       “그래야죠.”

       

       보상으로 주어진 비녀가 정말 예쁜가보네. 다른 튜토리얼 보상과는 달리 천마 튜토리얼의 보상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애초에 클리어 한 사람이 세 명 뿐인데. 그 세 명은 보상을 착용하긴 커녕 자신이 보상으로 뭘 받았는지 말을 하고 다니질 않으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폐인과 같은 모습을 했음에도 예쁜 백아라다. 비녀도 분명 잘 어울릴 거다.

       

       비녀를 끼려면 머리를 길러야 할 텐데 엉망인 머리가 장발로 바뀐다면 예뻐질 수밖에 없다.

       

       단발로 예쁜 사람이 머리를 기르면 더 예뻐지는 건 더 당연한 일이잖아. 어디에 있는 단발파들이 난리를 치겠지만 사실은 사실이었다.

       

       장발이 된 아라의 모습을 상상하던 엔리는 문득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아라 씨. 혹시 그 머리에서 그대로 머리를 기를 건 아니죠?”

       “그럴 건데요.”

       “안돼요!”

       

       엔리는 대뜸 소리를 질렀지만 후회하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엉망진창인 머리를 그대로 길러봐라 절대 예쁘게 자라지 않을 거다. 마녀의 빗자루 같은 상태가 될 게 분명했다.

       

       그래도 아라는 예쁘겠지만 어디까지나 예쁜 괴짜겠지.

       

       “뭐가 안 되는 건가요?”

       “머리를 기를 거면 다듬어야죠!”

       “굳이?”

       

       이 사람 가만 뒀다가는 절대 미용실 안 갈 거야. 저렇게 예쁜 얼굴을 가졌으면서 꾸미는 데 관심이 없다니 말도 안 돼.

       

       그건 죄악이야. 같은 여자로서 용서할 수 없어.

       

       그런데 꾸미는 데 관심이 없는 것치고 아라 씨 피부가 너무 좋지 않아?

       

       설마 그거 타고난 건가? 그 티 하나 없는 피부가?!

       

       용서할 수 없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아라 씨. 내일 일정 있어요?”

       “아뇨.”

       “그럼 나와요. 좋은 미용실에 데려다 줄게요.”

       “꼭이요?”

       “꼭입니다. 반드시에요.”

       

       이의는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만약 거부하신다면 다음에 어학당에서 만났을 때 끌고 갈 거니까요.

       

       엔리의 의지를 느낀 걸까. 아라는 내키지 않는 듯 했으나 결국 알겠다는 말을 전했다.

       

       *

       

       내가 마지막으로 남에게 머리를 맡긴 게 언제더라.

       

       아. 그래. 모용가에 머무를 때였어.

       

       그 곳의 당주는 여러모로 특이한 여자였다. 정파니 사파니 하는 것은 신경 쓰지 않고 아름다운 것에만 집착하건 인간이었지.

       

       명가의 당주로서 책임감이 없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던 사람이었다.

       

       정파의 공격에 마교가 무너지고 아버님이 살해당했던 때 갈 곳을 잃어버린 나를 거두어 준 이가 모용가의 당주였다.

       

       그녀의 조건은 하나였다. 나를 마음대로 꾸밀 권리를 달라 그랬지.

       

       당신 같은 사람이 미모에 관심을 두지 않는 건 죄악이라며 장난감을 꾸미듯 나를 가지고 놀던 그녀를 난 이해할 수 없었다.

       

       외견이 아름다운 게 무슨 이득을 준단 말인가. 무림에서 아름다움이란 대개 방해였다.

       

       기다란 머리카락은 움직임과 시야를 방해한다. 풍만한 몸매는 몸을 움직이는 데 거슬림을 준다. 아름다운 옷은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름다움이 무인에게 주는 것은 전무했다.

       

       모용가문은 결국 당주의 무능 때문에 무너졌다.

       

       당연한 일이었다. 무림의 공적이 된 나를 비호했으니 몇 달이나 버틴 게 용했다.

       

       그 후로 나는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거추장스러운 머리는 아무렇게나 잘랐고. 옷도 대충 편한 것만 주워 입었다.

       

       그래서. 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어머! 고객님이 워낙 아름다우셔서 그런지 제가 한 것도 없는데 거울에서 빛이 나네요!”

       

       나의 머리를 잘라 준 미용사는 활짝 웃으며 입에 발린 말을 내뱉었다.

       

       한 게 없기는 무슨.

       

       엔리가 소개해 준 곳의 미용사는 무척 실력이 좋았다.

       

       머리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믿고 맡기겠다고 하니 조금의 고민 끝에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지 않았나.

       

       그녀의 가위질은 일종의 무공이나 다름없었다.

       

       거울에 비친 나를 본다. 마구잡이로 자랐던 머리카락이 정리되자 나는 일면 여성스러운 남성으로 보였다.

       

       으음. 남궁가의 귀공자가 이런 느낌이었지. 가운데 둔턱에서 자기주장을 해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오해를 샀을 것이야.

       

       “봐요! 아라 씨! 머리를 다듬으니까 이렇게 예쁘잖아요.”

       

       인정하는 바이나 나는 여전히 아름다움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또.

       

       “저 이 머리 혼자서 할 자신 없습니다.”

       

       지금 이 머리카락은 미용사가 머리를 자른 후 신경을 써 가며 형태를 잡아 준 것이다.

       

       그녀의 손놀림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이치가 이르렀음이 분명했고. 난 그걸 따라할 자신이 없었다.

       

       “걱정 마세요. 고객님. 이거 그렇게 어려운 거 아니에요. 제가 잘 알려 드릴게요.”

       

       이보게. 미용사. 왜 이리 힘이 넘치는가.

       

       일이잖느냐. 고객이 있으면 귀찮고 거슬리지 않느냐? 보통 장사꾼은 돈을 낸 고객이 빨리 떠나가길 바라는 것 아니더냐?

       

       왜 나를 붙잡는 것이야.

       

       머리카락을 가꾸는 법에 대한 강의를 수십 분이나 들은 후 미용실에서 빠져나온 나는 반쯤 탈진한 상태였다.

       

       허어. 내 며칠 밤을 새어가며 무공을 배울 때에도 이리 지치지 않았었는데.

       

       “이제 머리를 했으니 옷을 보러 갈까요?”

       “예?”

       

       옷을? 왜?

       

       오늘은 머리를 하러 온 것 아니더냐.

       

       “설마 그렇게 예쁜 머리를 하고 그 허름한 옷을 입을 생각이셨어요?”

       “당연하죠. 이 옷은 어쩌고.”

       “그거야 가방에 넣어가면 돼죠. 따라와요! 오늘 기분이겠다 제가 하나 사드릴게요!”

       

       싫다만. 그냥 사주지 않아도 되니까 돌아가면 안 되느냐? 차라리 그 돈으로 맛있는 것을 사다오. 먹을 거라면 내 흔쾌히 받으마.

       

       아니다. 차라리 내가 먹을 것을 사주마. 그러니 제발 나를 끌고가지 말아다오.

       

       이런 내 간절함은 엔리에게 닿지 않았다. 그녀는 너무도 밝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잡아끌었다.

       

       *

       

       “아라 씨. 이 옷도 입어보죠!”

       “또요?”

       “잘 어울릴 것 같잖아요!”

       

       대놓고 미간을 찌푸렸음에도 엔리는 꿋꿋이 옷을 내밀었다.

       

       갈아입히기 인형이 된 것 같아 불편했으나 저 행동이 순수한 호의임을 알았기에 어쩔 수 없이 옷을 받아들었다.

       

       나는 호의에 약했다. 아마 나에게 호의란 감정이 흔치 않았기 때문이리라.

       

       무림에서 내게 호의를 보냈던 이는 손에 꼽을 지경이었으니까. 대개는 적의나 광신이었지.

       

       무림의 아해들이 이 모습을 보면 기겁을 하겠구나. 잔악무도하던 천마가 여자아이에게 휘둘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꼴이라니.

       

       “아라 씨?”

       “입고 올게요.”

       

       그나마 이번에 준 옷은 좀 말짱하구나. 처음에 준 것들은 정말 괴이한 것 밖에 없었지.

       

       다리의 맨살을 그대로 드러내는 치마나 여기저기가 찢어진 상의나.

       

       현대의 아해들은 어찌 그리 제 살갗을 드러내는 데 망설임이 없는 것일까.

       

       투덜거리며 상의를 살아입고 나오니 엔리가 눈을 크게 뜨고는 박수를 쳐댔다.

       

       “역시 제 눈은 정확하다니까요!”

       

       그렇더냐. 네가 마음에 든다니 나도 참 기쁘구나. 그러니 우리 여기까지 하지 않겠느냐?

       

       이미 입어 본 옷만 해도 열에 달한다. 더 이상 했다간 녹초가 되어버릴 것이야. 흐물흐물해져서는 돌 위에 달라붙은 미역이 될 것 같단 말이다.

       

       열정이 넘치는 엔리가 내 마음을 알아 줄 리가 없었고, 순식간에 어딘가로 향하더니 또 새로운 옷을 가지고 왔다.

       

       허어. 이 지옥은 끝나기는 하는 것인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 작품 후반 ‘데드킹’이라는 이름은 모두 다 ‘데케이’로 수정되었습니다.
    뒤늦게 명칭을 실수한 걸 알고 놀랐습니다. 관대히 넘어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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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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