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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

        

         드르르르르륵—!!

         타당! 탕!! 타다당…!!

         

         끌고 온 흑사회 덤프 트럭 뒤쪽에 올라탄 조직원이 거치된 중기관총으로 주점 벽면을 미친듯이 긁어버렸다. 귀를 말그대로 찢어 놓는 소음과 직시하기 힘들 정도의 화염이 주민들을 향해 쏟아졌다.

         

         허나 조형미는 끔찍할지 언정, 이런 유사시를 대비해 강철판을 여러 겹으로 덧대어 놓은 주점의 외벽은 든든한 엄폐물이 되어 농성을 이어 나가게 도와주었다.

         

         피융—!!

         

         “컥?!”

         

         바로 옆에 있던 부하가 이마빡에 선명한 바람구멍이 뚫리며 쓰러지자, 흑사회 두목은 다급하게 통신 채널에다 소리를 질렀다.

         

         [ 이 머저리 새끼들아!! 대가리 좀 숙인 채로 쏴라! 여기가 무슨 시골 깡촌 인줄 아냐?? 주점 사장만해도 전직 용병이다, 씨발!! ]

         

         하베스트 플래닛의 장벽조차 눈으로 보이는 거리에 있는 정착지. 시민권을 구해보려는 모지리도 많지만, 온갖 사연 많은 괴물들도 곳곳에 숨어있는 인외마경이다.

         기껏 기업이 구축한 시스템에서 벗어났으면서도, 미련과 망집을 버리지 못하고 그 잿빛 경계선을 배회하는 유령 같은 작자들. 방금 발사음도 없이, 창문 틈새로 총구만 내밀고도 정확하게 머리를 저격한 술집 주인도 그중 하나이다.

         

         “웨이 롱 선새애애애앵—!! 같은 동포끼리, 정말 이렇게 어려운 길을 갈껀가?! 800만 크레딧까지는 지불한다니까!!”

         

         “좆이나 까 잡수시게, 샤오 슌!! 타이토 갱단은 2천만 크레딧을 일시불로 준비해오겠다고 했어! 저울에 올려놓을 게 이딴 협박과 빌어먹을 핏줄뿐이라면 그만 꺼지시게!!”

         

         간사한 쥐수염이 인상적인 남자가 한차례 찍찍거리더니, 다시 주점 안으로 고개를 쏙 집어넣었다.

         

         무법자 갱단, 흑사회의 최초요구는 간단했다.

         정착지 정크 샵 사장인 웨이 롱이 최근 입수한 호버크래프트를 팔기 위해 다른 갱단과 접선하는 걸 들었다. 그런 물건이 갑자기 뚝 떨어지면 갱단간의 균형이 무너진다. 그러니… 아예 팔지 말던가, 우리에게 팔아라.

         

         물론 말은 그랬지만, 대놓고 무력시위를 예고하는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이쪽에 넘겨라, 그렇지 않으면 작은 공생관계도 이걸로 끝이다.

         

         그에 따라 정착지 주민들 간에 긴급 의회가 열렸지만… 결론은 만장일치. 존나 밉상이긴 해도, 호버크래프트는 어디까지나 웨이 롱의 사유재산이니 그의 판단에 맡기겠다. 단, 진짜로 발포하기 시작하면 우리도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것이다.

         

         그렇게… 탐욕스러운 고물상을, 두목인 샤오 슌이 어르고 달래는 와중에 예견된 사고가 발생했다.

         알량한 자존심인지, 끓어오르는 피인지를 주체 못한 부하가 권총을 뽑아, 뻐팅기던 웨이 롱의 다리를 쏴 버린 것.

         

         당연히 물에 빠진 생쥐 같은 비명이 울림과 동시에 교섭은 완전 결렬.

         

         결국 지랄판을 만든 그 멍청이는 속 편하게 벌집이 돼서 죽어버렸고. 피 말리는 대치는 여태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깡!!

         

         “니미 씨벌?!”

         

         재수없게, 타고 온 장갑차의 강판에 도탄 된 총알이 샤오 슌의 머리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전투가 늘어지는 건 그의 입장에서도 환영이었다. 마을 여기저기로 흩어진 부하들이 갖은 물자를 훔치고, 최종적으로 호버크래프트까지 빼돌리면 얻을 건 다 얻는 거였으니까. 하지만 그때까지는 최전선에서 자신이 버티고 있어야, 이 사리분별 못하는 풋내기 갱들도 맡은 바를 다할 것이다.

         

         [ 상황 보고해!! 대충 챙길만큼 챙긴 놈은 정문에서 시동 걸고 대기하던가, 지원을 오던가. 씨팔 좀 움직이고! 그리고 물건은. 호버크래프트는 찾았냐?! ]

         

         [ ……. ]

         [ ……. ]

         [ 지… 지금 막 찾아서 출발합니다! ]

         

         다른 놈들은 뭐가 그리도 바쁜지 묵묵부답이었지만, 제일 중요한 회수조는 샤오 슌의 통신에 응답했다.

         

         [ 중앙 주점 앞으로 빨리 튀어 와!! ]

         

         [ 넵……!! ]

         

         통신을 들은 갱단원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침략자의 입장이지만, 목숨이 아깝긴 매한가지. 하늘 같은 대장님이 달콤한 과실만 챙겨서 튄다는데 불만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었다.

         

         “가진 거 다 들이부어!!”

         

         드드드드득—!!

         콰드득!! 까드드드득!

         

         한층 거세진 총알세례에, 주점 외벽이 처참하게 우그러진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총알들이 내부 장식을 작살내고, 전시 돼있던 술병들을 팡팡 깨트린다.

         

         과연 이런 규모의 폭력에는 별 수 없었던걸까? 창문을 일종의 사로처럼 이용해서 무법자들을 쏴 죽이던 전 용병 겸, 현 술집 사장 슈나이더는 비상 개폐장치를 작동시켜 창문까지 외벽으로 덮어버렸다.

         

         덜컹… 콰아앙—!!

         

         철의 장막이 강하하여 당장의 안전을 보장했다.

         

         일종의 방공호로 변해버린 어둑어둑한 주점 안에서, 한순간도 안 쉬고 침략자들에게 항전하던 전투원들은 그제야 주저앉아 숨을 좀 돌렸다. 하지만… 그들이 벙커안에 숨는다는 건, 상대적으로 적들이 자유로워진다는 것.

         

         정말 많이 처리하긴 했어도, 처음에 모습을 보였던 흑사회 패거리들의 수와 셔터를 내리기 직전 보인 적들의 수를 고려한다면… 나머지 놈들이 정착지 내부에서 무슨 개짓거리를 벌이고 있을지는 정말 상상하기도 싫었다.

         

         “어이구…!! 이 놈아! 아까운 술 다 날아간다! 얼마나 녹슬었기에 저런 것들을 상대로 쩔쩔매는 게야?”

         

         “……거. 손도 안 보태 줄 거면, 가만이나 있으십쇼. 발렌타인 영감.”

         

         팅—!

         

         카운터에 등을 기대고. 총기고장을 일으켰던 걸린 총알을 제거하며 슈나이더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의 날카로운 눈이, 구석에서 지혈제를 주사 받고 널브러져 있는 웨이 롱에게 잠시 멈췄다가… 이내 떨어졌다. 먼저 발포하고 억지를 부린 건 무법자, 갱단 놈들.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웨이 롱을 원망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았으나… 집에 숨어있을 아내와 어린 딸 생각에, 아까부터 손의 떨림이 영 가시질 않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몸을 숨기라고 할 게 아니라 가게로 함께 데려올 걸….

         완전히 서로에게 등 돌린 전면전으로 발전할 줄 알았다면, 그냥 대장인 샤오 슌부터 죽일 걸….

         

         이런 식으로 남의 사정에 얽혀 들어간다면, 차라리 도시 안에서 사는게 더 가족들에게 풍족한 환경이라도 주었을 텐데.

         

         “…….”

         

         불안하게 흔들리던 슈나이더의 시선이, 발렌타인 영감의 손에 쥐어진 포장봉투에 다다랐다.

         우울한 기분을 달릴 때, 적당히 사치 부릴 때. 주민들이 자주 찾는 합성육 스테이크 도시락 2인분.

         

         자신은 구태여 가보지 않았지만, 소문만 무성했던 발렌타인 영감의 손녀딸이 최근 그의 가게에서 보였다는 말은 여러 번 전해 들었다. 사람 한 명 늘어난 것뿐인데, 우중충하던 머시너리 샵이 에스테틱 샵이 되었다나 뭐라나.

         

         “……영감은. 그 손녀딸 걱정도 안됩니까?”

         

         “커헙…!! 커흐음!! 크흠!”

         

         갑작스러운 슈나이더의 질문에, 노인. 발렌타인은 사레 들린 것처럼 기침하기 시작했다.

         제멋대로에 어딘가 어리숙하고. 축복받은 환경에서 자란 것처럼 선하지만… 또 한편으론 자신만의 어둠을 품고 있는 꼬마손님. 지인들의 물음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긴 했는데… 다들 그냥 멋대로 확정 지었을 줄은 그도 미처 몰랐다.

         

         “음… 나한테야 아직 어린애긴 해도. 제 앞가림은 나름 할 줄 아는 성인이니, 분명 무사할 걸세. 뭐… 혹시 모르지. 이 못난 노인네나, 식을 저녁밥이 걱정돼서 여기로 찾아올지도?”

         

         “……그렇습니까.”

         

         철컥…!!

         

         슬슬 걱정과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는지, 용병 시절의 흉포한 전의를 다시금 몸에 휘감은 슈나이더가 일어섰다.

         

         드드득!! 드드드득!!

         

         외벽은 아직도 총격에 거세게 흔들리고 있었으나, 짧은 휴식을 끝내고 다시 싸움을 시작하려는 슈나이더의 판단에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저 은퇴한 용병을 따라서 다시 총과 탄약을 점검했을 뿐.

         

         지켜야할 것이 가족인 사람도, 단순하게 재산인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정착지 지침에 따라 여기 모인 인원들은 모두 투사. 싸워서 안전을 쟁취한다는데 이견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쿠구구구궁……!

         

         방공호가 철거된다.

         동시에 들리는 건, 문제의 호버크래프트 부양음과… 동료의 당황한 목소리.

         

         “어…… 슈나이더 씨?? 따님분이 네트워크에 글을 남기셨는데요…?”

         

         “?!”

         

         그는 스코프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급하게 주민 네트워크에 접속했다.

         평소엔 아이가 이상한 걸 배울라, 함부로 사이버웨어를 쓰는 걸 보면 혼냈지만… 무사하다면 전부 용서할 수 있었다.

         

         [ 아빠!! 엄청 예쁜 언니가 이상한 자동차 타고 도와주러 간댔어! 아빠 힘내!! ]

         

         “……뭐?”

         

         도착한 호버크래프트의 위풍당당한 모습에, 무법자 놈들이 승리를 확신하고 환호성을 지른다.

         일부는 한시라도 빨리 빠져나가고 싶었는지 개조된 트럭 뒤에 훌쩍 올라탔고, 샤오 슌을 포함한 나머지는 차량 입구가 열릴 때까지 주점을 향해 견제사격을 계속했다.

         

         치이익! 하고 차단문이 양옆으로 열리자 거기엔… 슈나이더의 상상보단 조금 작은, 예쁜 언니가 있었다.

        철저하게 전투교리를 지킨 그들과는 다르게 처절한 사선을 넘어온 듯, 피범벅인 그녀의 입이 열렸다.

       

         

         “파이어 인 더 홀, 이 새끼야…!!”

         

         작은 쇳소리와 함께, 던져진 무언가가 샤오 슌의 손안에 살포시 안착했다.

         시각 관련 임플란트를 무려 3개나 박아 넣은 슈나이더의 눈에는 그게 뭔지 너무나도 잘 보였다.

         

       

       

         “사격 개시…!! 놈들을 몰아내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재밌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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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Status: Ongoing Author:
No matter how many times I repeated the episodes, I couldn't clear the true ending of the open-world shooting RPG, Neo Haven. Just when I thought I finally cleared the hidden true ending... they want me to actually clear it without any help from the game system or save/load fea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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