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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

       난 그린 바실리스크.

         

        생후 3일 차의 도마뱀이다.

         

        이곳에 온 지 3일이 지났으니 생후 3일이라고 봐도 문제없을 거다. 실제로 알에서 나온 지 3일밖에 안 지나기도 했고.

         

        내 앞에서 부둥켜안고 엉엉거리는 거미들이 나보다 연상이라는 거다.

         

        덩치가 작은 거지, 나이가 어린 게 아니니까.

         

        대체 어떻게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나만 해도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는데 말이야.

         

        철썩!

         

        아직 숨이 붙어 있는 물방개를 꼬리로 내리쳐 확실히 마무리했다.

         

        거미들은 쫄았는지 뒤로 살금살금 물러났다.

         

        “겍겍.”

         

        납작해진 물방개의 껍질에 손톱을 넣었다.

         

        부욱.

         

        손톱으로 물방개 고기를 하나씩 해체했다.

         

        씁, 이 정도면 무공 하나 던져줘야 하는 거 아니야?

         

        구음백골조 이런 거 하나 얻으면 좋겠는데.

         

        “키에에….”

         

        벌벌 떨던 녀석들은 고기 냄새를 맡았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물방개의 살코기를 집어서 놈들에게 건네는 대신, 그대로 물에 빠트렸다.

         

        “히에엑!”

         

        덩치가 작은 녀석은 그대로 죽은 척을 했고 큰 녀석은 깜짝 놀라서 펄쩍 튀었다.

         

        내가 자기들을 놀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물방개를 물에 빠트린 이유는 간단했다. 이 녀석의 고기에는 특유의 악취가 있었으니까.

         

        참고 먹으면 못 먹을 정도는 아니다. 사람이라면 못 먹겠지만, 이젠 도마뱀의 미각을 어느 정도 따라갔으니까.

         

        그러나 의외로 독에 가까운 성분이라, 저 거미들에게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었다.

         

        내가 씻지 않고 먹은 이유는 독 관련 스킬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했기 때문이고.

         

        “키오옹…!”

         

        어느샌가 죽은 척을 그만둔 거미가 두꺼운 앞발로 박수를 치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음, 아부할 줄 아는 녀석이네.

         

        깔끔하게 손질을 끝낸 물방개의 살코기를 건넸다.

         

        투스와 푸스는 정신없이 고개를 처박고 물방개 고기를 뜯어 먹기 시작했다.

         

        “키에에!”

         

        맛있다는 듯이 연신 탄성을 질렀다.

         

        그 광경이 너무 낯설었다.

         

        태어난 지 3일이 된 내가 말하기 뭐하지만, 내 삶은 투쟁의 연속이었다.

         

        오비랍토르에게 쫓기고 거대 거미의 먹이를 훔치고.

         

        개미 군단과 싸우고 피라냐를 사냥하고.

         

        두꺼비에게 치이고 거북이에게 치이고.

         

        그런 긴박한 삶을 살아온 나에게 이 작은 거미들의 반응은 너무나 신선하게 느껴졌다.

         

        “게게겍.”

        “키오옹?”

         

        싱싱해 보인다는 게 아니라, 오랜만에 본다는 거야.

         

        …내 말이 들렸을 리가 없지.

         

        거미들이 물방개를 먹는 모습을 조용히 관찰했다.

         

        이 거미들, 즉 투스와 푸스는 솔직히 말해서 귀엽게 생긴 편에 속했다.

         

        거미라곤 하지만 내가 알던 거미와 조금 거리가 있는 생김새였다.

         

        전체적인 구조도 그렇고, 눈도 착해 보이고.

         

        가끔 둠칫둠칫 몸을 흔드는 모습도 무해해 보였다.

         

        나무 위에서 봤던 그 거미랑 비교하면 선녀지, 선녀야.

         

        잘 지내려나, 그 녀석.

         

        네필라 쥐라시카와 쌓은 유대 때문에 내 심리적인 방벽이 내려간 탓도 있을 거다.

         

        녀석들은 어느샌가 물방개를 다 먹어 치운 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키엥!”

         

        이 신선한 기분.

         

        진딧물을 마구 학살했을 때 느꼈던 것과 비슷한 기분이었다.

         

        “겍겍.”

        “케에엑!”

         

        게코 도마뱀 때의 울음소리를 내주니 아주 좋아 죽었다.

         

        녀석들이 나를 보는 시선이 아이돌을 보는 팬의 그것과 같아 보였다.

         

        …그런 시선을 느껴본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거미한테라도 받아보니 참 다행이었다.

         

        나는 이제 거미계의 아이돌이나 마찬가지일 거다.

         

        그 자존심 드센 네필라 쥐라시카가 날 인정했으니, 이런 작은 거미들은 날 좋아하지 않고 못 배길 거다.

         

        마성의 도마뱀. 가만히 있어도 주변에 거미가 꼬이는 남자가 된 것이다.

         

        …….

         

        그게 좋은 건가?

         

        한동안 거미들의 재롱을 구경하면서, 계획을 하나 짰다.

         

        얼마 없는 우호적인 녀석들.

         

        이 녀석들과 동행은 하지 않더라도, 이용할 수 있는 건 이용하는 게 합리적일 거다.

         

        그러니까, 다른 말로 하면 일시적인 공생이라도 해야 할까.

         

        푸스와 투스.

         

        이 두 마리의 거미는 서로 종이 달랐다.

         

        푸스는 거미줄을 뽑는 녀석이었고 투스는 타란툴라와 비슷하게 독을 쓰는 녀석이었다.

         

        서로의 역할이 겹치지 않는다는 거다.

         

        “께겍!”

         

        손을 흐느적거리면서 거미들을 불렀다.

         

        처음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내 행동의 의미를 알아챘는지 내가 있는 곳으로 기어 왔다.

         

        좋아.

         

        1. 푸스를 들어 올린다.

         

        “케에엑?”

         

        촤악!

         

        푸스의 거미줄을 단번에 뽑아냈다.

         

        “키에에엑!”

         

        녀석은 깜짝 놀랐는지 바둥거리기 시작했다.

         

        투스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마치 못 볼 걸 봤다는 듯이.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푸스의 질 좋은 거미줄을 계속 뽑아냈다.

         

        “키이익….”

         

        100. 푸스를 내려놓는다.

         

        “게겍.”

         

        얘들아.

         

        형이 개 쩌는 거 보여줄게.

         

        앞 팔을 휘적거렸다.

         

       푸스는 고개를 홱 돌리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반응이 약간 이상한데.

         

        나 엄한 데 만진 거 아니지?

         

        그냥 거미줄만 뽑은 거 맞지?

         

        …그리고 너희 남자 맞지?

         

         

        *

         

         

        푸스의 거미줄에는 방수 효과가 있었다.

         

        게다가 다른 거미의 거미줄처럼 튼튼하기도 해서 낚싯줄로 쓰기에 제격이었다.

         

        아주 간이적인 형태의 낚싯대를 만들었다.

         

        아니, 낚싯대라고 부르기엔 너무 원시적이었다.

         

        대는 없고 줄과 바늘만 있는 거니까.

         

        물방개의 다리를 적당히 갈아서 만든 바늘.

         

        방수 거미줄.

         

        미끼는 먹다 남은 물방개의 잔해를 사용했다.

         

        아낌없이 주는 물방개에게 묵념한 후, 낚싯대의 성능을 시험했다.

         

        그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블랙 피라냐 LV2】

         

        【블랙 피라냐 LV3】

         

        어제 만났던 놈보단 덩치가 작긴 했지만, 같은 종이었다.

         

        즉 맛은 차이가 없을 거라는 뜻이다.

         

        “키오오옹!”

         

        거미들은 내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손을 흔들었다.

         

        거미들의 아이돌을 넘어선 지 오래였다.

         

        숭배.

         

        녀석들은 나를 숭배하고 있었다.

         

        물방개 한 마리도 사냥하지 못하는 녀석들에게 피라냐는 이 지역의 깡패와 마찬가지였을 거다.

         

        그런데 굉장히 잘생긴 초록 도마뱀이 신묘한 방법으로 피라냐를 두 마리나 잡았으니, 당연하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는 결과였다.

         

        한참이나 나를 숭배하던 거미들은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지, 작은 다리로 서로를 툭툭 밀었다.

         

        침을 뚝뚝 흘리고 있는 걸 보니 이 물고기의 맛이 궁금한 게 확실했다.

         

        그래, 나를 숭배하니 그에 따른 포상을 줘야겠지.

         

        물방개 다섯 마리와 물고기 두 마리로 너희를 배부르게 해주마.

         

        물방개와 물고기를 빠른 속도로 손질했다.

         

        그렇게 완성한 늪지대 특별 정식.

         

        투스와 푸스는 정신없이 음식을 먹어치웠다.

         

        녀석들, 많이 배고팠구나.

         

        너희 먹는 것만 봐도 배가… 피라냐 한 마리는 남겨놔!

         

        [【아터코푸스 LV4】와 【안트라코마르투스 LV3】가 당신을 숭배합니다.]

       

       응?

         

        이제 이런 것도 알려주는 거야?

         

        아니, 상태창이 이런 걸 보내줄 땐 꼭 뭔가 얻어갈 게 있었다.

         

        스킬이라던가, 칭호라던가.

         

        [미약한 신성이 당신의 몸에 깃듭니다.]

       

       …미약한 신성!

         

        그게 뭔데.

         

        더 말해봐요.

         

        상태창을 노려봤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이걸로 끝?

         

        뭐 잊은 거 없어?

         

        에라이.

         

        미약한 신성이라서 그런가, 눈에 띄는 변화는 없는 거 같다.

         

        나를 숭배하는 생명체들이 많으면 무슨 변화가 생길 거 같기도 한데….

         

        쉽지 않다.

         

        인간처럼 누군가를 집단으로 숭배하는 생명체가 없으니까.

         

        그래도 가능성은 봤다.

         

        이 거미들이 나중에 자식들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미약한 신성에서 자그마한 신성까지 변하지 않을까.

         

        투스와 푸스는 어느샌가 음식을 전부 먹어 치웠다.

         

        【안트라코마르투스 LV4】

        【상태】

        「숭배」「배부름」

         

        【아터코푸스 LV5】

        【상태】

        「숭배」「배부름」

         

        과하게 잡은 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결국 다 먹었네.

         

        레벨도 올랐고.

         

        놈들은 통통해진 배를 두드렸다.

         

        나한테 살짝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키엥.”

         

        만나서 반가웠어요.

         

        음식은 잘 먹었어요.

         

        당신의 이야기는 후대에게도 전할게요.

         

        추측이지만, 이런 식으로 말하고 있지 않을까.

         

        둘이서 재빠르게 어디론가 기어가고 있는 걸 보면 대충 뉘앙스는 맞을 거 같다.

         

        투다닷!

         

        재빨리 달려가 투스와 푸스를 잡았다.

         

        “키에에엑!”

         

        깜짝 놀란 녀석들이 또 벌벌 떨었다.

         

        귀엽긴 해도, 양심은 없는 녀석들이었다.

         

        설마 내가 공짜로 음식을 먹여줬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겍게겍!”

         

        몸으로 갚아라.

         

        먹은 만큼 낳게 해주지.

         

         

        *

         

         

        푸스의 빵빵해진 배는 어느샌가 홀쭉해졌다.

         

        거미줄을 마구 뽑아낸 탓이었다.

         

        푸스의 거미줄을 뽑는 동안, 투스는 겁에 질린 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투스의 빵빵한 배도 거미줄로 바꿔버리면 좋겠지만, 녀석은 거미줄을 뽑을 수 없는 거미였다.

         

        그렇다고 실망하진 않았다.

         

        녀석도 나름의 쓸모가 있었으니까.

         

        지난번 개미 군단과의 전투에서 나의 취약점을 깨달았다.

         

        나는 중독에 취약하다.

         

        어떤 생물이 독에 멀쩡하겠냐마는, 나의 경우는 특히 더 그랬다.

         

        다른 부분에 있어선 어떻게든 극복할 수 있다.

         

        나보다 덩치가 큰 공룡이 나를 쫓아와도 도망칠 수는 있을 거다.

         

        그러나 개미 같은 작은 벌레에게 물려 생긴 독은, 치유할 방법이 없다.

         

        그나마 자연스레 독의 효능이 사라지길 기다리거나 레벨 업을 하여 상태 이상을 없애는 방법이 있는데, 둘 다 힘들었다.

         

        전자의 경우는 남은 독의 데미지가 내 HP보다 많으면 꼼짝 없이 죽을 거다.

         

        후자의 경우에는 전투 중 레벨 업을 내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니라, 실전에서 사용하기 매우 어려웠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나는 내 스킬의 메커니즘을 어느 정도 파악했다.

         

        산에 공격당하면 산 저항을 얻는다.

         

        마비 침에 당하면 마비 저항을 얻는다.

         

        독에 당한다면 독 내성을 얻을 거다.

         

        그러나 개미 군단과 싸울 때 독에 걸렸음에도 관련 스킬이 생기지 않았다.

         

        단 한 번 물린 탓에, 아직 경험이 부족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번 반복한다면 자연스레 독 저항이 생길 게 분명했다.

         

        하지만 독에 여러 번 노출된다는 건, 곧 죽을 수도 있다는 거다.

         

        독을 쓰는 녀석이 날 살살 물 리가 없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나를 숭배하는 조그마한 독거미 한 마리를 만났다.

         

        투스야.

         

        “게게겍.”

         

        준비됐지?

         

        “히오옹….”

         

        투스의 독이빨을 내 꼬리에 갖다 댔다.

         

        혹시라도 내가 통제하지 못할 변수가 생긴다면, 곧바로 꼬리를 자를 수 있으니까.

       

        “겍겍.”

         

        안 아프게 물어야 한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마음을 비웠다.

         

        아프겠지. 무척 아프겠지.

         

        하지만 강해지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지금 흘린 한 방울의 땀이 전투 시의 피 한 방울을 대체한다는 말이 있지 않나.

         

        마음을 비우고 이를 꽉 물었다

         

        독화살에 맞은 상처를 치료하면서도 바둑을 둔 장수의 일화처럼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자, 와라!

         

        콰직!

         

        “게에에에엑!”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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