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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

       

         

         

         

        황궁의 회의장.

         

        황제와 황태녀를 필두로 고위 귀족들, 그리고 용사 파티원들이 모여 있었다.

         

         

        “에팔테르가에서 시작된 봉화라고 하는군요.”

         

         

        화두를 던진 것은 리나시엔이었다.

         

        본래라면 황제가 입을 열어야 했으나 본격적으로 후계자 수업에 들어간 지금은 리나시엔이 회의를 주도하는 역할을 맡았다.

         

        태연한 어조였지만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는 못한 그녀는 아직 배울 것이 많음을 시사해주었다.

         

         

        “에팔테르가라고 하면 마족이 숨어있어도 그럴만 한 촌구석이긴 합니다만.”

         

        “마족을 발견했다는 봉화였고 이후로 두 차례나 더 봉화를 올렸소. 실수로 잘못 올린 봉화도 아니란 의미입니다.”

         

         

        귀족들은 먼저 어떤 상황인지부터 파악했다.

         

        에팔테르가에 마족을 발견했다는 봉화가 올렸고 그 봉화는 실수도 아니었다.

         

        딱 거기까지였다.

         

         

        “마왕은 죽었소! 신성한 관의 광채가 그걸 증명하고 있단 말이오!”

         

        “하지만 봉화가 올라왔습니다. 그것도 세 번이나. 마왕이 죽은 것도 확실하고 마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도 확실합니다.”

         

        “그것도 우리 제국 도시 곳곳에 말입니다!”

         

        “허어, 이를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이미 알고 있는 사실과 같은 말의 반복.

         

        전형적인 탁상공론이었다.

         

         

        “제가 분명히 에팔테르가 같은 벽촌에는 마족이 숨어들기 좋으니 경계 체계를 더 강화하고 확립해야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미 지난 일을 가지고서 물고 늘어지는 자.

         

         

        “마족이 아직도 살아있다면 마왕 역시 조만간 돌아오는 거 아니오?”

         

         

        불확실한 가정으로 모두를 괜히 불안하게 만드는 자.

         

         

        “당장 토벌대를 파견합시다! 마왕이 죽었다고 해서 마족들이 바로 사라지는 것도 이상하긴 하지. 눈도 하루아침에 녹지는 않소. 그놈들은 분명히 잔당일 뿐이오.”

         

        “그 무지막지한 마족을 무슨 수로 잡는단 말입니까?”

         

         

        밑도 끝도 없이 일단 무력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이.

         

        자신의 말대로 해야하는 근거는 없고 오로지 지위와 권력으로 찍어 누르고 얻은 발언권만 있었다.

         

        중앙귀족들부터 영지를 다스리고 있다는 영주들까지 모인 자리임에도 진전없이 돌고 돌기만 했다.

         

         

        ‘그래서 결론이 뭔데 이 멍청이들아!!’

         

         

        루시라면 참지 못하고 이렇게 외쳤을 거다.

         

        나이드리안도 이때만큼은 루시가 이 자리에 있길 바랐다.

         

        용사라면 이 소모적인 회의를 못 참고 윽박지르고 분노를 터뜨려 단숨에 끝내줬을 것이다.

         

         

        “저기, 다들 진정하시고 에팔테르가에 나타난 마족을 어떻게 할 지와 향후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용기를 내어 발언을 해보았지만 내성적인 그녀의 목소리가 원체 작은 탓도 있어 누구도 듣지 못했다.

         

        정리를 해보려다 뻘쭘한 상황에 마주해버린 나이드리안은 리나시엔과 아르실의 시선까지 마주치자 고개를 숙여버렸다.

         

        아르실에게는 안타까움과 지루함의 기색이 보였고, 리나시엔은 우월감이 담긴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야기가 겉돌고 있지 않습니까.”

         

         

        소란을 잠재운 것은 라인폴드였다.

         

        금발벽안의 미청년이 일어서자 좌중은 입을 다물며 그에게 주목했다.

         

         

        “여러분들이 그 어떤 의견을 주시더라도 황제 폐하, 그리고 황태녀 전하의 재가가 없으면 모두 무용지물입니다.”

         

         

        이렇게나 고압적인 인물이었던가?

         

        말투는 정중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실로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

         

        아르실과 나이드리안을 비롯하여 회의장에 모인 귀족들 모두 의문을 가졌다.

         

        배려 넘치고 부드러운 화법으로 인기가 높았던 라인폴드가 대놓고 면박을 주자 그들은 심기가 불편해졌다.

         

         

        “말씀이 지나쳐요, 라인폴드 경. 황가는 여기 모이신 인재들께서 의견을 주셔야 그 중에서 가장 합리적인 안을 채택하고 실행할 수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황태녀 전하. 여기 계신 모든 분들께도 제 무례에 대한 사죄를 드립니다.”

         

         

        잘 짜맞춘 연극이군.

         

        아르실은 속으로 혀를 찼다.

         

        어릴 적부터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연출을 수시로 써먹던 여자였다.

         

        황태녀가 된 지금은 그 연극 파트너가 이씨에서 라인폴드로 바뀌었을 뿐이다.

         

         

        “먼저 간단한 사실부터 하겠습니다.”

         

         

        리나시엔이 턱짓을 하자 라인폴드는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시종으로부터 물건을 받아 들고 왔다.

         

         

        “저건…!”

         

         

        아르실의 눈이 크게 떠졌다.

         

        라인폴드가 들고 있던 것은 마왕의 외뿔을 봉인한 신성한 관이었다.

         

         

        “교국 감시 하에 있는 성물을 함부로 들고 오다니!”

         

        “교황 폐하의 승인을 받아 이번 회의에서만 양도 받았습니다. 적법한 절차를 밟았으므로 흥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성녀님.”

         

         

        차갑게 대꾸하는 라인폴드에게 아르실은 이를 갈았다.

         

        교황이 또 제멋대로 리나시엔 측과 거래를 한 모양이었다.

         

        무슨 거래를 했는지 관심도 없지만 성녀인 자신에게 보고조차 없이 이뤄진 일이 불쾌했다.

         

        아르실의 거친 반응에 움찔했지만 곧 호흡을 가다듬은 리나시엔은 라인폴드에게서 신성한 관을 건네받고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들어올렸다.

         

         

        “보시다시피 마왕의 마기를 막아내고 있기에 이 관에는 빛이 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왕이 다시 부활한 건 아닙니다.”

         

         

        뭔가 세련되지 못한 말투네.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나이드리안은 괜히 황태녀에게 트집을 잡았다.

         

        입 밖으로 꺼낼 용기는 없었다.

         

         

        “라인폴드 경, 검도 부탁드립니다.”

         

        “예, 전하.”

         

         

        뒤이어 나온 물건은 빛을 잃은 성검 흐노니였다.

         

         

        “황태녀 전하, 성검은 대체 왜…?”

         

        “저와 라인폴드 경은 작금의 사태에 대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습니다. 하지만 들인 시간이 무색하게 명확한 원인 규명보다는 여러 가정들을 떠올리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가정이라고 하시면?”

         

         

        신성한 관과 성검 흐노니를 전면에 내세운 채 연설을 하고 있는 리나시엔.

         

        아르실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성검도 교국 감시 대상 물품이었다.

         

        한 개도 아니고 두 개를 한꺼번에 자신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들고 왔다.

         

        제국이 그녀에게 점점 선을 넘고 있다는 신호였다.

         

         

        “수많은 가정 중에 하나는 이미 나온 의견이지만 에팔테르가의 마족은 단순한 잔당일 가능성입니다. 그렇다면 토벌해야지요. 용사 파티가 나설 것입니다.”

         

         

        이번에는 나이드리안이 놀랐다.

         

        고개를 번쩍 치켜드는 그녀의 모습에서 전혀 언질을 받은 게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르실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부분만큼은 용사 파티라면 당연히 예상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미리 말 안해줬다는 짜증나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마왕이 아직 살아있다 혹은 부활했다? 여기 교국의 성물이자 마왕 토벌의 증거인 신성한 관이 빛을 잃지 않았으니 저희 모두 확실하게 부정할 수 있습니다.”

         

         

        아르실과 나이드리안은 그녀들의 마지막 보루인 마법사 티그리아를 곁눈질했다.

         

        그러나 마법사는 평소의 무표정으로 방관하고 있었다.

         

        회의장에서 무슨 이야기가 나오건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여기 성검은 빛을 잃었지요. 용사 루시에나 에스텔이 마왕과 동귀어진한 이후로 말입니다.”

         

        “전하, 죄송하지만 저희는 마족과 마왕의 존재 유무에 대한 확인과 그 대처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미 제 역할을 다하고 단순한 상징물이 된 성검이 무슨 연관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날카로운 지적이었으나 그 귀족은 이미 리나시엔과 라인폴드가 포섭한 사람이었다.

         

        탁상공론이 활발해졌을 때 누가 정신 제대로 박힌 소리 한 번으로 황태녀에게 도전을 하고 황태녀는 그걸 사뿐히 즈려밟아 재기와 총명함을 뽐낸다.

         

        단순한 연출 장치였다.

         

         

        “제입으로 말하기는 부끄러운 단어이지만 마족은 번식 행위를 통해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부정한 감정 속에서 타락하여 만들어 집니다.”

         

         

        장내가 술렁거린다.

         

        눈치 빠른 이들은 황태녀가 내세울 가설이 무엇인지 알고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믿기 어려우실 수도 있겠지만 저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해야합니다.”

         

        “전하, 설마…!”

         

        “네 맞습니다! 저 리나시엔 카르룬과 모르건 라인폴드는 용사 루시에나 에스텔이 새로운 마왕으로 타락했다는 혹은 타락하고 있다는 가설을 제시합니다.”

         

         

        쾅!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성녀님, 황태녀 전하께 무례는….”

         

        “괜찮아요, 라인폴드 경. 네 성녀님. 받아들이기 힘든 가설이라는 것 잘 압니다.”

         

        “전하…! 충격적인 가설이라는 건 인정하지만 실제로 그러했다고 보기에는 근거도 없고 그저 짜맞추기 설정에 지나지 않습니다.”

         

         

        입이 걸걸한 거로 치자면 루시 못지 않은, 아니 루시보다 더 한 사람이 바로 아르실이었다.

         

        그러나 루시와의 차이점이라면 아르실은 때와 장소는 구분할 줄 안다는 것.

         

         

        “티그리아! 너도 말 좀 해보라고!”

         

        “가설이라고 이미 밝힌 시점부터 반박하여 틀어막을 필요 없음.”

         

        “그럼 이 가설이 말이 된다는 소리야?”

         

        “어쩔 수 없음. 가설일 뿐임. 마왕이 죽는 것을 확실하게 보았음에도 마족이 살아있음. 이제부터 가정과 가설의 영역임.”

         

        “용사는 죽었어. 우리 눈으로 똑똑히 봤잖아! 어떻게 마왕으로 타락한다는 거야!”

         

        “나한테 따져봤자 답변해줄 수 있는 건 설정 짜맞추기를 통한 말들 밖에 없음.”

         

        “그거라도 해보시지.”

         

         

        티그리아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마왕은 마기라는 권능이자 개념이기도 함. 이론상으로는 마왕이 죽었으면 권능도 사라져 마족이 존재할 수 없음. 외뿔을 봉인한 신성한 관이 여기 있음에도 마족이 사라지지 않는거라면 그에 필적하는 존재가 마기의 권능을 유지하고 있는 것임.”

         

         

        이녀석도 말을 맞춘 건가.

         

        아르실은 모든 게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마신일 가능성은 극히 적음. 여신님처럼 자신의 주관 종족에게 벌을 내릴 때가 아니면 개입하지 않기로 협약을 맺었기 때문. 사실상 불가능. 그렇다면 남는 것은 용사의 몸에 마기가 깃들었다 밖에 없음. 마지막의 그녀는 정신이 붕괴될 정도의 타격을 입은 상태였기 때문에 마왕을 처치하고 마기에 침식 당해버렸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훨씬 높고 그나마 앞뒤가 맞음.”

         

        “왜 자꾸 용사로 몰고 가는 거냐.”

         

        “용사가 아니면 그 마기를 감당하고 유지하고 권능 그 자체로 각성할 수 있는 필멸자는 없음.”

         

         

        입맛이 쓰디썼다.

         

        황태녀에게 반박하기 위해 티그리아를 끌어들였지만 오히려 그녀의 가설에 힘을 실어주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또 어떻게든 반박해보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는 자신이 성녀가 아니라 정치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리, 신의, 우직함으로 돌파해오던 아르실은 온데간데 없었다.

         

        이씨가 이런 그녀를 보면 뭐라고 할까.

         

         

        ‘이러려고 널 두고 온 게 아닌데….’

         

         

        주머니 속의 싸구려 핀을 만지작거리던 아르실.

         

        그래, 수싸움 따위 집어치우자.

         

        원래부터 그건 나한테 안맞았어.

         

        그저 이 주먹 하나만 믿고 나아가던 나로 돌아가는 거야.

         

         

        “어찌됐든 일단 에팔테르가의 마족을 확인하러 가야해.”

         

        “어머, 드디어 이해해주시는 건가요?”

         

        “가설을 이해하는 게 아니라 검증하는 거라고 들어서 말이죠.”

         

        “…좋습니다. 토벌대를 구성하겠습니다. 용사 파티인 하이 엘프 나이드리안과 성녀 아르실을 필두로 하겠습니다.”

         

        “방패기사와 마법사 없이 마족을 상대하라는 말씀이신가요?!”

         

         

        나이드리안이 처음으로 소리를 높여 반문했다.

         

        그건 거의 비명에 가까웠다.

         

         

        “어쩔 수 없습니다. 용사 파티 전원이 토벌에 참가하면 제도는 사실상 빈 집이나 다름없습니다. 역으로 마족들에게 제도를 공격당하면 막아낼 방도가 없습니다.”

         

        “그건 엘프 숲도 마찬가지에요! 더군다나 지금 엘프 숲은…!”

         

        “나이드리안! 그만해!”

         

        “아르실!”

         

         

        아르실은 고개를 저었다.

         

        소용없다는 뜻이었다.

         

        두 사람 모두 착잡했다.

         

        대의를 이루기 위해 부정까지 저질렀건만 이룬 것은 무엇도 없었고 이제 자칫하면 토사구팽 당할 처지가 되었다.

         

        결국 여신님께 벌을 받게 되는 거구나.

         

        성녀치고는 꽤나 늦은 자기 반성이었다.

         

         

        “너도 작작해 임마.”

         

         

        해탈한 표정으로 성녀는 방패기사에게 일렀다.

         

         

        “과하면 더 큰 벌 받는다.”

         

        “무슨 말씀이신지?”

         

         

        그러나 방패기사는 시치미를 떼며 뻔뻔하게 턱을 들어올렸다.

         

         

        “됐다. 간다 가. 이제 우리 둘은 필요없을 테니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황태녀 전하.”

         

        “네, 토벌대 출발까지 푹 쉬시길.”

         

         

        같잖은 능글거림에 화낼 힘도 없었다.

         

        한숨을 삼키며 아르실과 나이드리안이 뒤를 도는 찰나.

         

         

        [저는 그립니다.]

         

         

        들릴 리가 없는,

         

        들려서는 안될,

         

        그 목소리가 천지에 울렸다.

         

        콰아아아아-!

         

        그리고 굉음과 함께 성검 흐노니가 붉은 금빛 광채를 내뿜었다.

         

         

        “으아아아아아!!!”

         

         

        성검을 들고 있던 시종이 혼비백산하여 성검을 던졌지만 흐노니는 공중에 떠올라 그 빛을 더 발했다.

         

         

        [이 사람과의, 평온한 하루를… 제발… 여신님…! 이이를 살려주세요.]

         

         

        어딘가 매우 애절하면서도 흐느낌과도 같은 그것은 슬픔과 간절함을 품고 있었다.

         

        목소리의 주인은 루시였다.

         

        모두가 굳어있는 가운데 흐노니는 세차게 진동하더니 그대로 황궁의 천장을 뚫고 비상했다.

         

        아주 잠시 붉은 금빛의 궤적만이 성검의 비행을 알려주다 사라져 버렸다.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건 아르실이었다.

         

        그녀는 꼴사납게 눈을 부릅뜨고 하늘을 노려보고 있는 황태녀를 보며 마법사에게 물었다.

         

         

        “용사가 마왕으로 타락했다고?”

         

        “정정. 성검은 그 대의 용사 특성을 반영한 빛을 발광함. 이번 대의 용사 루시에나 에스텔은 붉은 금빛. 방금 성검의 빛도 붉은 금빛. 그렇기 때문에 황태녀와 방패기사의 가설은 틀린 것으로 판명.”

         

         

        티그리아는 아무렇지도 않게 무표정으로 단언했다.

         

         

        “즉, 용사가 돌아왔음.”

         

         

        자신들이 세운 최초의 계획이 실패했다고.

         

         

         

         

         

         

       


           


He Became the Only Ally of the Abandoned Warrior

He Became the Only Ally of the Abandoned Warrior

Abandoned Hero's Only Ally, 버림받은 용사의 유일한 아군이 되었다.
Score 6.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saved the Warrior who used to ignore and bully me and now she is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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