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2

       어떻게든 에단에게 즉석 창작 요리를 처먹여서 올려보내고 난 후.

         

        엉망진창이 된 식당을 정리하고 접시까지 말끔하게 씻어낸 클린 마법으로 나는 곧바로 오늘의 할당량인 채소 손질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식당 청소에 사용하고 남은 마력을 사용해서 마늘 몇 뿌리를 깔끔하게 깎아낸 후. 바닥까지 마력을 비운 상태에서 알알이 굵은 마늘 다섯 알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거의 250에 달하는 릴리스의 마력통을 한 번에 보충하기 위해.

         

         

        “읍, 우읍…!”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향과 맵기로 인해 고통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훈련이었다.

         

        그나마 이 괴로운 순간을 조금이라도 덜 고통스럽게 끝내는 법은 그저 빨리 씹어 넘기는 것뿐.

         

        극약을 씹어 넘긴다는 심정으로 입안에 한가득 들어온 마늘 다섯 알을 어떻게든 몇 차례 씹어낸 후 맵기가 남은 덩어리를 목 안쪽으로 밀어 넣었고.

         

        그 직후, 비워졌던 마력이 채워지는 감각이 온몸을 감싸왔다.

         

         

        “우읍…! 웁, 우그읍…!!”

         

         

        인간 여고생의 몸으로는 차마 버티기 힘든 처절한 구역감도 덤으로 온몸을 감싸오기는 했지만.

         

        다행히 어떻게든 의지력으로 참아낸 덕에 몸 안쪽에 들어간 내용물을 다시 토해내는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고.

         

        위장 안으로 들어간 다섯 알의 마늘은 내 마력을 채우며 마력 최대량 또한 함께 늘려주었다.

         

         

         

        『현재 마력 245 / 245+1』

         

         

         

        …마늘 다섯 알로, 무려 1의 마력 최대량을.

         

         

        “씨이발…. 현타 존나게 오네….”

         

         

        첫날에는 그나마 마늘 반 알만 삼켜도 최대량이 올라갔으니 그나마 성장하는 재미라도 있었지만.

         

        지금의 릴리스는 다섯 알을 어거지로 삼켜야 겨우 1의 마력 최대량이 오르는, 그야말로 극한의 비효율적 성장기에 돌입해 있었다.

         

        사실 이쯤 되면 마력 최대량을 올리는 것보다 레벨을 올리는 게 훨씬 빠른 성장이긴 했다.

         

        애초에 2레벨인데 마력 최대량만 세자릿수까지 올리는 플레이 방식은 전생에서도 전혀 안 했던 짓이었으니까.

         

         

        그러나 지금의 나는 레벨을 올리기는커녕 저택 밖으로조차 나갈 수 없는 빚 메이드의 신분.

         

        여차할 때 레벨업 효율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지금의 이런 성장조차도 필수적이었다.

         

         

        “허억, 허억, 허억….”

         

         

        그나저나 진짜 선임 메이드 그 씹새끼들…. 언젠가 기회만 되면 전부 조져버리고 만다….

         

        물론 마늘을 씹고 마력 성장을 하겠다고 판단한 건 나였지만, 어쨌든 그 새끼들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내가 이렇게 고생할 일도 없었을 테니.

         

        결과야 어찌 됐든 지금 내가 받는 고통은 전부 그 새끼들이 원인이었다.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이 고통 자체를 도저히 버틸 수 있을 것 같지 않기도 했고.

         

         

        감자 자루에서 세 개의 감자를 꺼낸 나는 동시에 세 개의 클린 마법을 시전했고.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진 트리플 캐스팅에 의해, 세 알의 감자는 껍질이 벗겨지며 동그란 알알 덩어리로 변하였다.

         

         

        “하, 하하….”

         

         

        …설마 다른 것도 아니고 감자 깎기로 다중 캐스팅에 익숙해질 줄이야.

         

        심지어 트리플 캐스팅은 아카데미에 들어가고 2학년은 되어서야 배우는 기술이었는데.

         

        여러 의미로 규격 외가 되어가는 내 성장에 무심코 헛웃음이 튀어나왔고.

         

        남은 감자들 또한 트리플 캐스팅을 사용하며 동시에 세 개씩 벗겨냈다.

         

         

        나를 이 마늘 지옥에 던져 넣은 빌어먹을 선임들에게 저주하는 말을 포함하여.

         

         

        -사삭!

         

        “에이리아.”

         

        -사사삭!

         

        “알리시아.”

         

        -사삭!

         

        “…카타리나.”

         

         

        마치 세 년들의 대가리처럼 차례차례 솥 안으로 굴러떨어지는 감자 덩어리들.

         

        그 광경을 바라보며 나는 아무도 듣지 못할 협박을 중얼거렸다.

         

         

        “두고 봐라, 이 쌍년들아. 내가 언젠가 이 저택에서 떠나기 전, 너희 년들만큼은 어떻게든 조져버리고 떠날….”

         

        -쿠당탕!

         

        “…아흐윽!”

         

        “……?”

         

         

        혼잣말로 빌어먹을 선임 메이드들을 저주하며 감자를 깎는 도중 느닷없이 주방 쪽에서 누군가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이윽고 여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높은음의 신음까지 함께 들려왔다.

         

         

        …그것도, 어째선지 들어본 적 있는 듯한 목소리와 함께.

         

         

        “…뭐야?”

         

         

        분명히 에단 녀석은 본인 침대로 돌아갔을 텐데.

         

        애초에 목소리부터 에단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상황을 안심해도 된다는 건 아니었다.

         

        왜냐하면, 나는 방금까지 주방에서 트리플 캐스팅까지 하며 마법을 난사하고 있었고.

         

        내가 마법을 쓰는 꼴은 에단뿐만이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들키면 안 되는 광경이었으니까.

         

        차라리 방금 들려온 목소리가 이사벨의 것이기를 바라며 조심스레 반쯤 열린 문을 안쪽으로 열어 재꼈고.

         

        애석하게도 내 간절한 바람은 이번에도 빗나가고 말았다.

         

         

        주방 문 앞에서 엉덩방아를 찧은 채 넘어져 있는 사람은 이사벨이 아닌 다른 메이드였으니까.

         

         

        “…카타리나 선배님?”

         

         

        작은 키와 분홍 머리가 인상적이었던 블랙우드 저택의 하급 메이드.

         

        또한, 나에게 짬 처리를 시킨 선임 중 한 명인 카타리나가 바닥에 주저앉은 채 나를 올려보고 있었으니까.

         

         

        “히, 히으윽…!”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은 눈물방울과 함께.

         

         

         

       ⁎ ⁎ ⁎

         

         

         

        카타리나 레인.

         

        릴리스가 주방에서 근무를 시작하기 전까지 저택의 메이드 중 가장 이른 아침을 시작해야만 했던 하급 메이드.

         

        릴리스가 주방으로 근무지를 옮기게 되면서 그녀 또한 다른 동기들과 마찬가지로 조금 더 여유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되었으나.

         

         

        “…….”

         

         

        어째선지 오늘의 그녀는 새벽 4시가 채 되기도 전부터 기숙실을 나와 저택 복도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뭔가, 이상해….’

         

         

        이틀 전부터 자신들과 같은 보직에 배정되어 함께 일하기 시작한 후임 메이드.

         

        자신과 동기들이 출근하기도 전에 모든 일을 끝내고 퇴근하는 그녀에게서 카타리나는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있었다.

         

        자신의 동기들인 에이리아와 알리시아는 그저 일 잘하는 후배가 들어왔다고만 말하며 느긋한 태도를 보였지만.

         

        지난 일 년 동안 모든 동기의 일을 도맡아 실질적일 직무를 수행했던 카타리나에게는 이 상황이 전혀 느긋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 많은 양의 채소를 겨우 한두 시간 만에 전부 깎는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돼….’

         

         

        당장 자신만 하더라도 그녀가 했던 것과 같은 업무를 했던 시절에는 하루 내내 쉬지도 못하고 팔을 움직여야만 했는데.

         

        아무리 손이 빠르다고 해도 겨우 두 시간 만에 그 모든 작업을 마친다는 건 몇 번을 생각해도 비상식적이었다.

         

        심지어 그 많은 작업량을 이틀 연속 소화하고도 쓰러지지 않는 체력.

         

        이미 메이드로서 2년의 경력이 쌓인 자신조차도 그 정도의 업무를 혼자 도맡으면 일이 끝난 이후 기절하듯 쓰러지는 게 보통이었는데.

         

        후임 릴리스는 체력적으로 부족한 모습조차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아침에 퇴근하기 직전 어딘가 넋이 나간 표정을 짓고 있기는 했지만, 휴식을 취하고 돌아온 그녀는 오후가 되기 전 기존의 컨디션을 되찾는 모습이었고.

         

        실질적인 실무 경험자인 카타리나의 눈으로 볼 때 릴리스에게는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설마 우리 몰래 다른 사람을 주방으로 불러서 같이 일하는 건가…?’

         

         

        하급 메이드인 릴리스에게 그런 권한이 있으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현재로서는 그 가설이 가장 합리적이었다.

         

        그 외의 다른 경우의 수는 일개 메이드의 머리로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기에.

         

        그렇기에 카타리나는 새벽 3시부터 릴리스와 이사벨이 머무르는 하급 메이드 객실 앞에 숨어 그녀를 기다렸고.

         

         

        -끼이익.

         

         

        새벽 4시가 되었을 때쯤 문밖으로 걸어 나오는 릴리스의 뒤를 조용히 밟아 따라갔다.

         

         

        -부스럭.

         

        “응?”

         

        “…….”

         

         

        중간에 한 차례 들킬 뻔한 순간은 있었지만, 다행히 새벽 저택의 어둠은 작은 체구의 그녀를 충분히 감싸주었고.

         

        그렇게 릴리스의 뒤를 따라 들어간 곳은 블랙우드 저택의 식당이었다.

         

         

        ‘다른 사람을 불러서 주방으로 온 것 같지는 않은데….’

         

         

        애초에 같이 일할 사람을 식당에서 만나기로 한 것은 아닐까.

         

        카타리나는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식당 입구에서 조금 더 다른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렸고.

         

        다른 사람은 아무도 오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 조심스레 릴리스의 뒤를 이어 식당 안쪽으로 침입했다.

         

         

        “…가 ……는 거 ……래!”

         

        “……히 …에 앉아 기다…….”

         

        “싫어! …가 …하는 거 구경할……!”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주방에서 새어나오는 두 사람의 대화 소리.

         

        릴리스와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라는 걸 파악한 카타리나는 준비실 안쪽 문에 조용히 귀를 가져갔고.

         

        이윽고 릴리스와 대화를 나누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있었다.

         

        얼마 전 저주에서 깨어나신 이후 온 저택을 떠들썩하게 만든 에단 도련님의 목소리였기에.

         

         

        ‘에, 에단 도련님이 왜 여기에?!’

         

         

        블랙우드 가문의 사용인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사람 중 한 사람의 목소리임을 깨달은 카타리나는 순간 간담이 서늘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어째서 도련님이 이 시각에 저택 주방에 계신 건지는 알 수 없었으나.

         

        방금 엿들은 두 사람의 대화로 지금까지 있었던 일의 진상 자체는 파악할 수 있었다.

         

         

        에단 리처드 블랙우드는 귀족 집안의 도련님이다.

         

        이 세계에서 귀족이라면 모름지기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핏줄을 타고났다는 게 당연한 상식이었으니, 당연히 에단 도련님 또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터였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가 이틀 전부터 릴리스를 도와 주방에서 채소를 손질했다고 가정하면 모든 것이 맞아떨어졌다.

         

        손이 아니라 마법을 사용한다면 비정상적으로 빠른 그 일 처리 속도 또한 당연히 이해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문제는 거기에서 발생했다.

         

         

        비록 카타리나의 본의가 아니었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한 행위는 귀족인 에단 도련님에게 주방 일을 시킨 것이나 마찬가지.

         

        지금 당장은 저택에 손님들이 있으므로 공개적인 처벌이 내려지지는 않겠지만, 손님들이 떠나가고 자신들의 주방 근무가 끝나게 되면 당연히 처벌 또한 이어질 터였다.

         

        사용인으로서의 근무를 망각하고 후임 메이드에게 자신들의 일을 전부 떠맡겼던 것, 그리고 그로 인해 감히 귀족의 손을 식사 준비 따위로 더럽혔던 것.

         

        자신의 다른 두 동기라면 모를까, 이미 저택의 패물을 훔친 혐의를 뒤집어쓴 카타리나만큼은 극형을 면치 못하게 될 터였으니.

         

        그로 인해 벌어지게 될 온갖 복잡한 생각들이 연약한 소녀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휘저었다.

         

         

        ‘어, 어떡해?! 이거 어떡해야 해?!’

         

         

        나는 처음부터 이럴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원래부터 동기들의 일을 떠맡아서 했던 것은 물론이고, 후임 메이드에게도 딱히 일을 떠넘길 생각 같은 건 없었는데!

         

        애초에 에단 도련님의 패물을 훔치고 숨겨둔 것도 내가 아니었는데!

         

        그러나 그녀의 억울함을 일일이 풀어줄 정도로 블랙우드 공작 가문은 너그러운 집안이 아니었고.

         

        카타리나가 주방 문 앞에서 머리를 감싸 쥐고 고민하는 사이 에단 도련님의 목소리가 문 쪽으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냥 보여주면 어때서. 요리하는 거 보고 싶었는데.”

         

         

        혼잣말 같은 말을 중얼거리며 주방 준비실을 지나 식당으로 다가오는 에단 도련님의 목소리.

         

        이미 심장이 쿵쾅댈 정도로 다급해진 카타리나에게 귀족 도련님을 마주할 수 있는 정신력은 이미 남아있지 않았고.

         

        위기 속에서 급하게 숨을 곳을 찾은 카타리나는 일단 눈에 보이는 식탁 아래 식탁보 밑으로 다급하게 기어들었다.

         

         

        ‘어떡해어떡해어떡해어떡해어떡해….’

         

         

        릴리스의 요리를 먹은 에단이 자신의 침실로 되돌아가고, 릴리스가 식당을 마법으로 정리한 후 주방으로 돌아갈 때까지.

         

        카타리나는 꼬박 30분을 식탁보 아래에 숨은 채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생각했다.

         

         

        어쩌면, 이미 자신의 목숨이 경각에 달했을지도 모를 지금의 이 상황에서.

         

        어떻게든 자신이 저지른 죄를 씻어내고,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과연 카타리나의 운명은…?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Maid of the Lout Prince

I Became the Maid of the Lout Prince

망나니 공자의 메이드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transmigrated into a character from my favorite game in my previous life. Moreover, as the character I despise second most in the game. (Not a wasteman) The cover was designed by Deep Dark Wolf, and the typography was done by 유일유화 (Yu Ilyuhwa).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