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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

       ‘번개의 정령, 물의 정령, 바람의 정령, 대지의 정령, 다시 물의 정령.’

       

       

       “이건……번개의 정령입니다.”

       

       

       “아니죠?”

       

       

       “……제 앞에 놓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번개의 정령 카드까지.

       

       

       레이시아는 여섯 번 연속으로 카드를 맞혔다.

       

       

       단순히 그것 뿐이었다면 운이 정말 좋았다── 라고 여길 수 있겠지만.

       

       

       “………훗.”

       

       

       저 당당한 태도, 그리고 조금의 고민도 없는 대답.

       

       

       운이라는 흐름에 몸을 맡겨 무지성으로 선택한 하기에도 조금 전의 태도와는 너무나 다르다.

       

       

       수많은 플레이어와 게임해봤던 내 감각이 속삭이고 있었다.

       

       

       레이시아 공녀는, 반칙을 쓰고 있다고.

       

       

       ‘……그리고 그 반칙이라면.’

       

       

       그야 뻔하다.

       

       

       [………으릉.]

       

       

       [다그닥?]

       

       

       [야옹.]

       

       

       [딸………랑.]

       

       

       지금도 나와 레이시아가 앉은 탁자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정령들.

       

       

       아마 정령과 시야를 공유하거나, 정령에게 내 카드가 뭔지 듣는 방식이 아닐까.

       

       

       물론 아직 확신할 수는 없다. 그냥 레이시아의 태도 잠깐 사이 좀 달라졌을 수도 있는 거고, 진짜 그냥 운빨일 수도 있으니.

       

       

       하지만.

       

       

       만약 정말 그런 반칙으로 보드게임을 플레이한 거라면.

       

       

       그리고 저 당당한 태도를 봤을 때, 레이시아가 그걸 즐긴 거라면.

       

       

       “…………….”

       

       

       ……아냐, 결국 아직 시기상조다.

       

       

       그러니 좀 더 확인해보자.

       

       

       “이건, 바람의 정령입니다.”

       

       

       “맞아요!”

       

       

       “……이걸로 제 패배군요.”

       

       

       “제 당연한 승리이기도 하죠.”

       

       

       지금 걸로 13번 연속 정답.

       

       

       계속 정답을 맞추니 내 차례가 계속되고, 결국 레이시아 앞에는 카드가 1장도 놓이지 않았지만.

       

       

       그에 반해 내 앞에는 모든 종류의 카드가 3장 이상, 그리고 바람의 정령이 기어코 4장 쌓였다.

       

       

       내가 무언가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할 거라 생각하는 걸까? 레이시아의 표정에는 승리로부터 오는 우월감과 도취만이 가득했다.

       

       

       마치, 승리 그 자체를 탐하고 욕망하는 것처럼.

       

       

       ‘나도 상대 카드를 알고 게임한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대가 실수해서 카드를 우연히 보았을 때고, 그걸 게임에 이용해먹은 적 없다.

       

       

       오히려 상대에게 유리하도록 플레이했던 적이 대부분이었지. 보드게임은 승패와 상관없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었으니.

       

       

       뭐, 무조건 내 생각을 상대에게 강요할 생각 따위 없긴 해도.

       

       

       운이나 실력으로 졌다면 그 또한 즐길 수 있었겠지만, 지금 난 하나도 즐겁지 않았으니.

       

       

       어떻게 보면 레이시아가 정령하고만 보드게임을 했던 게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아까 한 판만 더 하자고 했었죠? 특별히 한 판 더 해도 좋아요. 어차피 내가 이길 테지만.”

       

       

       “………그럼, 공녀님. 다른 룰로 게임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다른 룰, 말인가요?”

       

       

       “예.”

       

       

       결국 나도 보드게임을 하는 게 즐거우니까 그걸 퍼트리려고 하는 거다. 역시 운이나 실력이라면 몰라도 반칙 때문에 일방적으로 패배하는  그리 기분 좋은 경험이 아니였다.

       

       

       더욱이 저런 방식으로는 레이시아도 보드게임의 참맛을 느끼지 못할 거고.

       

       

       카일갈리야 저런 반칙이 불가능하니 그녀도 순수하게 즐겼을 테고, 정령 포커는 사방에 있는 정령들 때문에 오히려 원하지 않는데 반칙을 저지른 걸 수도 있다.

       

       

       ‘……사실 그런 것 치고는 망설이거나 하는 기색도 없었지만.’

       

       

       어쨌든 이대로 한 게임 더 해봤자 반칙으로 진행될 테니까.

       

       

       때문에 나는 다른 룰을 제안했다.

       

       

       정령들이 카드를 훔쳐볼 여지는 차단하는 룰으로.

       

       

       “카드를 뒤집은 채로 하는 겁니다.”

       

       

       “네? 그건……….”

       

       

       “솔직히, 27장을 전부 손에 들거나 하기에는 좀 많지 않습니까? 서로 카드를 나눠 가지지 않은 채 탁자 위에 모든 카드를 뒤집고, 처음부터 보지 않은 채로 게임을 하는 겁니다.”

       

       

       “보지 않고서……?”

       

       

       “물론 패배 조건도 추가됩니다. 기존의 패배 조건에, 아무래도 완벽한 랜덤이니만큼 모든 종류의 정령을 1장씩 모아도 패배죠.”

       

       

       “…………….”

       

       

       “어떻습니까?”

       

       

       지금 막 만들어낸 룰은 아니다. 그렇다고 바퀴벌레 포커의 원래 룰도 아니지만.

       

       

       이건 그냥 내가 친구들과 자주 했던 하우스 룰 중 하나였다.

       

       

       카드를 확인할 수도 없으니 정말 완벽한 랜덤으로 진행되고, 그만큼 그냥 거짓말이라 하면 어지간한 카드는 맞출 수 있지만.

       

       

       몇 번 차례가 오가면 뒤집힌 카드 중 랜덤하게 몇 개를 골라 그대로 뒤집어야 한다는 추가 룰이 있다. 카드는 결국 한 종류에 8장씩 뿐이니, 그렇게 공개된 카드들의 갯수를 파악해 확률을 점차 높일 수 있는 게 이 하우스 룰의 묘미.

        

       

       나름 재미있는 하우스 룰이긴 하다만 너무 운빨좆망인 탓에 여러번 하면 오히려 지치는 룰이기도 하다. 결국 바퀴벌레 포커에 억지로 운빨 요소를 첨가한 건데, 그게 크게 어우러지지도 않으니까.

       

       

       그럼에도 내가 레이시아가 이 하우스 룰을 제안한 이유는 하나였다.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서.

       

       

       ‘보드게임 자체를 즐기게 되면, 반칙을 할 일도 없겠지.’

       

       

       이 하우스 룰도 복잡한 전략 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 머리가 지끈거리거나, 심리 게임에 지쳤을 때 잠깐잠깐 하던 룰이다.

       

       

       운에 거의 모든 걸 맡기니만큼 유쾌한 상황도 꽤 많이 나오고, 그 기반이 바퀴벌레 포커라는 명작이라 기본적인 재미도 보장된다.

       

       

       지금이 피곤하거나 지친 상황이라는 건 아니지만 운에 맡기는 게임이라면 정령을 통한 반칙도 불가능할 터.

       

       

       이런 식으로 레이시아가 여러 보드게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싫, 어요.”

       

       

       

       “………예?”

       

       

       “그런 룰은……싫어요. 아까 방법대로 해요.”

       

       

       레이시아의 그 말에, 난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야 그럴게 그 말은……

       

       

       “공녀님.”

       

       

       “왜 굳이 룰을 바꿔야 하는 거죠? 그럴 필요가 없잖아요. 아니면 최소한 손에 카드를 들거나……….”

       

       

       “………….”

       

       

       ……의도한 반칙이었구나.

       

       

       정령들이 억지로 알려줬던 것도 아니고. 본인의 의지로 카드를 엿봤던 거였구나.

       

       

       왜 그런 걸까.

       

       

       대체 왜?

       

       

       그녀 자신의 의지로 반칙을 저질렀다는 걸 확실히 깨닫자마자 머리가 식는 느낌이었다.

       

       

       ‘애초에 레이시아는 정말 보드게임을 즐겼던 걸까?’

       

       

       카일갈리는 밤새 즐겼다 했으면서, 왜 정령 포커는 반칙이 가능한 상태로만 게임하려는 걸까. 카일갈리는 이러한 반칙도 불가능한데.

       

       

       순간 호랑이와 바람말의 말이 떠올랐다.

       

       

       ‘레이시아가 유난히 승리에 집착했다고 했지.’

       

       

       카일갈리에서 무려 50연승 이상을 달성했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놀랐던가?

       

       

       비현실적인 우승 횟수에 혹시 접대 게임을 의심하기도 했지만 묻지는 않았다.

       

       

       진실은 어떨까.

       

       

       “공녀님.”

       

       

       “네……?”

       

       

       “공녀님은 보드게임을 왜 하십니까?”

       

       

       “…………?”

       

       

       그래, 갑작스런 질문이라는 거 안다. 일방적으로 갑자기 찾아와서 보드게임 하자고 한 사람이 할 질문이 아니라는 것도.

       

       

       하지만 레이시아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었다.

       

       

       보드게임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그야, 이기려고 하는 거죠.”

       

       

       “이긴다, 라.”

       

       

       “이기면 즐겁잖아요. 그를 위해서 하는 것 아닌가요?”

       

       

       틀린 말은 아니다. 승리의 쾌감은 보드게임에서 빠질 수 없는 재미니까.

       

       

       허나.

       

       

       “그 승리가, 타인의 접대나 반칙까지 해가며 추구하실 정도입니까?”

       

       

       “……네?”

       

       

       “정령들을 통해 제 카드를 보신 것, 알고 있습니다.”

       

       

       “무, 무, 무슨……!?”

       

       

       역시.

       

       

       이제와서 눈치챈 거지만, 레이시아는 감정을 숨기거나 연기하는 게 서툴다.

       

       

       처음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랬고, 부자연스럽게 카드를 계속 맞힐 때도 그랬었지. 정령 포커를 할 때도 훤히 보여서 일부러 틀려준 게 있었을 정도였다.

       

       

       그조차 연기일까 싶었지만………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정령들과 지내면 굳이 감정을 숨기거나 속일 필요가 없을 테니까. 그럴 일이 있다고 해도 자주 있는 일은 아니였을 터.

       

       

       그러니 레이시아는 심리전에 약해도 너무 약했다. 지금 심하게 당황하는 것도 그 일환이었고.

       

       

       ‘그래서 카일갈리를 좋아했던 걸지도.’

       

       

       하지만………오히려 그런 반응이기에 안심했다.

       

       

       정말 승리 그 자체만을 추구하는 거였다면 지금 이 순간에도 뻔뻔했을 테니. 

       

       

       반칙의 동기가 이기고 싶다는 순수한(?) 열망이었으니 아직은 다행이었다.

       

       

       당황하는 레이시아에게 작게 미소지었다.

       

       

       “공녀님, 지는 게 두려우십니까? 이건 고작해야 보드게임일 뿐입니다.”

       

       

       “…………….”

       

       

       “승리가 그렇게 탐나셨습니까?”

       

       

       “……다시는.”

       

       

       “……….”

       

       

       “다시는, 지기 싫었으니까요.”

       

       

       “………그렇군요.”

       

       

       

       

       ──딸아이는……레이시아는 내 생각 이상으로 많은 상처를 받았어. 점점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고, 오직 정령하고만 이야기하게 된 거지.

       

       

       

       

       공작의 그 말을 기억한다.

       

       

       레이시아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그녀가 말해줄 리도 없고.

       

       

       하지만 그 결과로써 레이시아는 사람과의 접촉을, 그리고 패배를 두려워한다.

       

       

       때문에 반칙을 저질렀다. 그걸 숨기는 것 자체는 서툴렀지만 그게 잘못된 행동이라는 건 인지하고 있었다.

       

       

       그걸 면전에서 지적당하자 이내 고개를 푹 숙인 그녀는.

       

       

       “죄송, 해요.”

       

       

       “…………….”

       

       

       사과를 건넸다.

       

       

       어찌 보면 당연한 사과이기도 하지만, 그건 내 입장에서만 생각한 것이기도 하다.

       

       

       사람을 피해 정령하고만 지내던 레이시아는 사람을 대하는 게 어렵고 서툴다. 사람들에게 수많은 상처를 받았다는 그녀의 과거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기에 그 사과는, 레이시아도 용기를 낸 결과물일 터.

       

       

       ……나도 어릴 때 비슷한 경험이 있었으니.

       

       

       왜 반칙을 했냐며 화내거나, 사과를 받는 대신 레이시아를 계속 기다려주었다.

       

       

       “………정령들에게 부탁했어요. 카드를 훔쳐봐 달라고. 이기고 싶다고.”

       

       

       “너무 티가 나셨습니다.”

       

       

       “그랬나요? 잘 몰랐어요………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생각해보면……?”

       

       

       “……결국 그 사람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행동이었네요. 멍청하게도.”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 묻지 않았다.

       

       

       레이시아를 가만히 마주할 뿐.

       

       

       “공녀님, 이건 한낱 보드게임일 뿐입니다. 세상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도, 개인의 결말을 마무리짓는 것도, 인생의 중요한 선택도 아니지요. 그냥 즐거우라고 존재하는 게 보드게임입니다.”

       

       

       “………….”

       

       

       “어떻습니까. 카일갈리는, 정령 포커는 즐거우셨습니까?”

       

       

       “즐거……웠어요.”

       

       

       “정말인가요?”

       

       

       “………….”

       

       

       “결국 정령 포커를 한 판 더 받아들이신 것도, 카드를 훔쳐보면 무조건 이길 수 있다는 마음에서 오신 것 아닙니까?”

       

       

       흡.

       

       

       정말 정곡을 찔린 듯 레이시아의 표정이 창백해진다. 동시에 정령들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는 게 느껴졌다.

       

       

       그녀를 타박하기만 하는 게 아니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할 뿐.

       

       

       나도 계속 레이시아 공녀와 보드게임을 하고 싶었으니까.

       

       

       “그건……….”

       

       

       “저는 공녀님이 보드게임을 그 자체를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공녀님께서 가지신 과거도, 기억도, 트라우마도 상관없이. 보드게임의 즐거움을 통해 그걸 잠깐이나마 잊기를 바랍니다.”

        

       

       “……아니잖아요.”

       

       

       잠자코 말을 듣고 있던 레이시아였지만.

       

       

       그 말만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결국, 아버님의 말을 듣고 오신 거잖아요.”

       

       

       “맞습니다.”

       

       

       “저를 이 첨탑 밖으로 데리고 나오라고. 정령들 품에서 벗어나라고. 그것 때문에 여기까지 와서 보드게임을 하자고 하신 거잖아요!?”

       

       

       그것이야말로 역린이라는 듯 어느새 레이시아는 격해져 있었다.

       

       

       공작은 그녀를 끌어내기 위해 수많은 방법을 시도했다고 했다.

       

       

       공작 입장에서는 딸을 위한 행동이었겠지만, 사람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첨탑 안에 정령과 틀어박힌 레이시아에게는 어떻게 다가왔을까.

       

       

       처음 방에 들어왔을 때 그녀가 내게 보였던 태도가 이해되고도 남았다.

       

       

       “결국 당신도 똑같은 거예요. 겉만 번지르르한 말로 절 속이려 드는 거잖아요!”

       

       

       “아닙니다.”

       

       

       “거짓말───”

       

       

       “거짓말이 아니라는 건, 호랑이와 바람말이 증명해줄 수 있을 테죠.”

       

       

       “───네?”

       

       

       그렇기에 레이시아는 내 말을 믿지 않으려 했지만, 내게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으니.

       

       

       호랑이와 바람말을 기억하고 있을 테지.

       

       

       [으르렁.]

       

       

       “너희………정말, 이야? 저 말이 진짜라고?”

       

       

       애초에 공작은 첫날부터 내게 그냥 돌아가라고 했었다. 그 때 그냥 돌아갔으면 적당한 보상도 챙기고, 가문으로 돌아가 카일갈리 보급에 집중할 수 있었겠지.

       

       

       그럼에도 몇날며칠이고 정령들과 어울리며 레이시아를 만나고자 한 건.

       

       

       [다그닥.]

       

       

       “………왜? 어째서? 대체 뭣 때문에? 더 많은 보상이나, 혹은 내 몸을 노린 거죠? 그렇죠?”

       

       

       레이시아의 인간불신은 상당한 수준이다. 나도 애초에 호랑이와 바람말의 호의를 산 게 아니였으면 첨탑 안으로 들어올 수도 없었을 테고.

       

       

       그리고 난 그녀의 인간불신을 치료할 방법따위 모른다. 난 의사나 상담사 같은 게 아니니까.

       

       

       난 그저.

       

       

       “보드게임하러 왔습니다.”

       

       

       “…………네?”

       

       

       “정령들과 하는 카일갈리가 생각보다 즐거웠고, 카일갈리를 밤새 즐기셨다는 공녀님과 보드게임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카일갈리 제작자 아닙니까? 공녀님께서 열렬한 팬이라 하시니 꼭 만나고 싶었죠.”

       

       

       “그게, 끝?”

       

       

       “그럼 뭐가 더 필요할까요?”

       

       

       질문을 질문으로 받아치는 그 행위에.

       

       

       레이시아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날 노려보았다.

       

       

       “고작해야………보드게임이잖아요.”

       

       

       “공녀님에게 정령은 무엇입니까?”

       

       

       “…………가족이에요.”

       

       

       [야옹…….]

       

       

       [딸랑……….]

       

       

       [……휘릭.]

       

       

       그녀에게 생물학적 가족이 없는 건 아니지만, 레이시아는 정령들이 진짜 가족이라 말한다.

       

       

       정령들을 가족이라 칭하는 저 한 마디에 얼마나 많은 과거와 감정이 담겼을까.

       

       

       결국 레이시아가 그렇게 정령들에게 각별한 감정을 느끼듯.

       

       

       “제게는 보드게임이 그렇습니다.”

       

       

       “보드게임이……가족………?”

       

       

       “말이 그렇다는 거죠 말이. 어쨌든 제게 보드게임은 그런 겁니다.”

       

       

       고등학교에서는 친구들과 했고, 방과 후에는 모르는 사람들과 했으며, 집에 와서는 가족들과 했다.

       

       

       난 그렇게 살아왔으며, 보드게임은 내 삶의 일과였으니.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에 레이시아가 날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마치, 네 거짓말을 밝혀내겠다는 듯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떤 말로도 레이시아의 의심을 지워낼 수는 없었지만.

       

       

       “아까, 정령 포커 한 판 더 하시겠다고 했었죠? 아직도 유효할까요?”

       

       

       “아………?”

       

       

       “싫으시면 어쩔 수 없지만요.”

       

       

       사람을 믿지 않아도, 보드게임은 믿을 수 있지 않을까.

       

       

       내 모든 추억과 기억, 그리고 아픔을 달래줬던 게 보드게임이었기에.

       

       

       난 레이시아에게 보드게임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내게는 그것 뿐이었으니.

       

       

       “……보드게임.”

       

       

       난 하고 싶은 말을 전부 다 했다. 그리고 그 전부가 진심이었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진심이라 한들 타인에게는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 법이다.

       

       

       레이시아가 거부하면? 그걸로 끝이다.

       

       

       나는 레이시아가 보드게임을 밤새 할 정도로 즐긴다는 말을 듣고 왔고, 같이 보드게임을 하며 즐거워지려고 하는 거지 싫다는 사람에게 억지로 보드게임을 먹이려는 건 절대 아니니.

       

       

       “……카일갈리, 정령 포커……….”

       

       

       복잡하고, 혼란스럽고, 떨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던 레이시아 공녀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정령들을 그 품에 꼭 끌어안은 채.

       

       

       “………이만, 내려가세요.”

       

       

       그런가.

       

       

       그럼 어쩔 수 없지.

       

       

       “알겠습니다,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

       

       

       “오늘은! 내려가고……….”

       

       

       “………예?”

       

       

       오늘은, 이라면.

       

       

       설마?

       

       

       “내일……오세요. 그 때도 딱 한 판만 할 거예요.”

       

       

       그리 대답하는 레이시아는 표정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고개를 숙여, 정령들 사이에 파묻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문제없었다. 내가 할 대답은 하나뿐이었으니.

       

       

       “내일이 오기만을 기다리겠습니다.”

       

       

       “…………….”

       

       

       레이시아가 거부하지 않는 한.

       

       

       그녀가 진정으로 보드게임을 즐길 때까지.

       

       

       계속.

       

       

       

       

       *

       

       

       

       

       “그럼 정령들은……….”

       

       

       “게임에 참가시킬 게 아니시면 얌전히 구경만 시킵시다.”

       

       

       “………네.”

       

       

       아 그건 당연히 안 되지.

       

       

       어딜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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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a Board Game Producer in Another World

Became a Board Game Producer in Another World

이세계 보드게임 제작자가 되었다
Score 3.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Board Game Playing Guidelines] Using magic to break dice or tokens does not result in a draw.

Hallucination spells are not tolerated during the game. If caught, the consequences are your responsibility.

Asking spirits to peek at opponent’s cards is cheating. If the spirits are not participating in the game, kindly let them watch quietly.

Making noise by ringing a bell with your hand is acceptable. Using a bell to strike your opponent and make noise is not acceptable.

There is absolutely no racial discrimination, but when playing with Dwarves, please check the game board in advance. It may be a ‘special’ board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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