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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

       

       

       

       

       

       

       

       “저도 다시 뵙게 되어 기쁩니다.”

       “호호. 그리 생각해주니 정말 기쁘군요. 다들 앉을까요?”

       

       르미앙이 금장이 된 상석에 앉자, 남주들도 따라 착석했다.

       그녀가 내게만 인사를 건네고 호의를 보인 이유는 대강 짐작이 갔다.

       희망을 주려는 것일 터다.

       그럼으로써 우승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그것을 다시 갈망하고 집착하게 만들려는 것.

       기권자를 참전시키기 위한 현명한 방법일 테지만, 애석하게도 상대를 잘못 분석했다.

       데론이 웃으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하하. 엘든 공자가 위대하신 대공녀님과 구면이었다니. 한 마디 언질이라도 주지 그랬나.”

       

       책망하는 어투.

       그리고 채찍질하는 어투.

       그것에 답하려 했지만, 르미앙이 답을 낚아채갔다.

       

       “기권 선언의 이유가 궁금해 잠시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니, 다들 괘념치 말아요.”

       “하하. 아닙니다. 저희가 어찌 괘념켔습니까. 그저 놀랐을 뿐입니다.”

       

       냉큼, 블런드가 끼어들어 르미앙에게 아부 섞인 답을 전했다.

       데론에게 떨던 아부가 르미앙으로 이동한 것이다.

       지금부턴 계급장 떼고 맞붙는 실전이니까.

       물론 그들에게는 말이다.

       

       “시작하기에 앞서 한가지 전할 것이 있어요. 이번 최종 평가전은 여러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밀착 감시하던 평가단이 없을 거에요.”

       

       알고 있다.

       이는 나의 기권 선언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 르미앙의 바람이 담긴 원작 흐름이었다.

       평가단이란 족쇄를 없애 후보들 간의 자유로운 만남을 권장하고, 그 만남 속에서 자멸하길 바라는 것.

       지금부터 일어날 일들은 악인들의 분쟁에 좋은 양분이 되어줄 테니까.

       

       “저는 평가를 위해 여러분들을 감시하고, 억압하고 싶지 않아요. 자연스러운 모습, 여러분듵의 ‘진실’된 모습이 보고 싶은 것이니까요.”

       

       [진실]

       그 단어에 힘을 주는 르미앙.

       물론 진실을 아는 이에게만 들릴 강조였고, 후회캐 3인방은 시선을 교환하며 고개를 주억일 뿐이었다.

       그들 입장에선 반길 일이다.

       이제 담합과 결착이 가능하게 된 것이니까.

       서로의 이득을 위해 말이다.

       

       “그것이 대공녀님의 뜻이라면, 응당 따르겠습니다. 진실된 모습에서 진실된 만남이 시작하는 거겠지요.”

       

       말을 아끼던 카일이 르미앙을 향해 고개를 조아리며 그리 말했다.

       블런드와 데론도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였고.

       그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어울리지 않는 이는, 오직 나뿐이었다.

       

       당연했다.

       기권자는 그래도 되니까.

       기권을 받아주지 않은 건 르미앙이다.

       그녀의 작전에 말려들어야 할 의무도, 동조할 이유도 없었으며, 지금 이 자리에 왜 앉아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는 내겐, 동조보다 방관이 옳았다.

       저지르지도 않은 일로 르미앙의 후피집 맛도리가 되어줄 수는 없는 법이었다.

       

       “……….”

       

       르미앙의 동공에 심통스런 빛이 깃들었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

       금기시 될 편애와 호의를 보여주었음에도, 무반응한 나를 째려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시선이 따갑긴 하다만.’

       

       찌릿.

       

       

       

       **

       

       

       

       “하하. 여기까지 오른 것만 해도 영광입니다. 대공녀님.”

       “미천한 소인을 간택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리옵니다. 대공녀님.”

       “대공녀님을 이렇게 알현한 것만으로도 저는 과분한 호사를 누리고 있다 생각합니다.”

       “…….”

       

       저 백색여우 가면의 뒤에 어떤 얼굴이 있을지 모를, 순백의 드레스 속에 어떤 상흔들이 있을지 모를 후회캐 3인방께서 우승을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물론 무지에서 비롯된 노력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한 여인을 죽도록 괴롭힌, 그 여인의 학구열에 무임승차한 이들의 위선을 지켜보는 것이 조금 거북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거북하게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엘든 공자께서는 원래 그렇게 과묵하신가요? 말재간이 굉장히 화려하신 분께서 침묵하고 계시니 궁금하네요.”

       

       르미앙의 물음에, 블런드가 잽싸게 끼어들었다.

       

       “하하. 엘든 공자가 오늘 많이 피곤한가 봅니다. 대공녀님을 알현하고도 감히 말을 아끼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자네, 아니면 술의 도움이 필요한 겐가?”

       “하하하. 아니면 긴장이라도 했나 봅니다.”

       

       나는 공공의 적이다.

       르미앙이 던진 화두에 득달같이 달려든 하이에나들이 물어뜯었지만, 미안하게도 피해가 0에 수렴하는 공격이었다.

       그리고 다들 잊은 모양이다.

       엘든 라펠리온은 ‘기권자’임을.

       뭐, 어쨌든 나를 대신해 3개의 입이 답을 해주었기에, 침묵을 고수하려 했는데….

       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일순간 급변했다.

       

       

       “…다들, 그 입 좀 다물어줄래요? 저는 엘든 공자에게 물었어요.”

       

       

       르미앙의 분노 섞인 목소리가 균열을 일으킨 것이다.

       훈훈했던 대전의 공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아버린다.

       르미앙의 동공에 노기가 서렸다.

       뜻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에 많이 답답한 듯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었다.

       억울한 이는 오히려 나다.

       느닷없이 빙의당해 후피집을 찍게 생겼는데 어찌 억울하지 않겠는가.

       하소연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르미앙의 칼춤에 썰려줄 요량은 없었다.

       

       “딱히 제가 끼어들 틈이 없는 것 같아 침묵했을 따름입니다. 노여워 마십시오.”

       

       르미앙의 가면 너머로, 나직한 한숨이 세어나왔다.

       

       “…하아, 죄송해요. 요즘 풀리지 않는 것이 있어 예민하게 굴어버렸네요. 이해 부탁드려요.”

       

       그 풀리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에, 정중히 사과를 받았다.

       

       “괜찮습니다.”

       “그러고 보니 식사시간이 되었군요. 귀한 손님들을 모셔놓고 실례를 할 뻔했네요.”

       

       지금까지는 맛보기였다.

       원작에서 첫 회동부터 르미앙의 복수가 시작된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그것을 위한 전초전이었을 뿐, 식사가 시작되면 분위기는 황량한 사막과 같아질 터였다.

       

       “이번 식사는 제가 직접 준비했답니다. 각자의 취향을 고려한 맞춤요리지요.”

       “오오, 대공녀님께서 직접 말씀이십니까?”

       “하하. 이것 참, 너무도 귀한 요리라 먹는 게 아깝겠습니다.”

       “군침이 벌써 돕니다.”

       

       씨익.

       저 백색여우 가면 뒤에서 르미앙이 미소짓고 있음을 안다.

       지금부터 거행될 식사이자 후피집의 시작은, 바로 왕립 아카데미에서 그녀가 당했던 것을 되돌려주는 것이니까.

       고스란히, 그대로.

       

       

       “호호호, 다들 기대해도 좋아요.”

       

       

       잠시 후, 각자의 앞에 요리를 담은 그릇이 놓아졌다.

       철뚜껑이 덮인 채로.

       후피집의 시작이었다.

       

       

       **

       

       

       “얼른 뚜껑을 열어보고 싶군요. 대공녀님.”

       “벌써부터 군침이 삼켜지는 것이 너무도 기대됩니다.”

       “허어, 어서 개봉을 허락해 주십시오. 이리 사람을 안달나게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모를 3인방께서 입술에 침도 안 바르고 칭찬일색이다.

       르미앙이 기분 좋은 듯, 호호 웃었다.

       

       “요리 소개도 드려야 하니, 하나씩 열어볼 거에요. 데론 공자부터 열어볼까요?”

       “하하. 영광입니다.”

       

       덥석.

       데론이 뚜껑의 손잡이를 잡았다.

       모두의 귀추가 주목됐다.

       가면 속, 르미앙의 눈동자도.

       

       “그럼 개봉하겠습니다.”

       

       첫 순서로 지명받은 것이 기분 좋은지, 함박미소를 지으며 뚜껑을 들어올리는 데론.

       그의 화사한 얼굴에 극도의 충격이 서린 것은 직후였다.

       

       “……!”

       

       그릇 위에 올려진 요리.

       양서류를 혐오하는 데론 켈리드를 위해 르미앙이 준비한 ‘코트보의 앞다리구이’였다.

       거대 개구리과의 ‘몬스터’인 코트보의 앞다리를 그대로 구워낸 요리인 것이다.

       앞서 얘기했듯, 몬스터는 천한 식재료다.

       게다가 살점을 발라낸 게 아닌, 본연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 요리는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고, 데론의 얼굴이 썩게 만드는 데에도 충분했다.

       

       “호호. 제가 예전에 먹어봤던 건데 정말 맛있더라고요. 왜요. 데론 공자께선 마음에 안 드시나요?”

       “아……, 하, 하하. 그럴리가요. 이것을 직접 요리하셨을 대공녀님의 수고에 감탄을 했을 따름입니다.”

       “호호호. 마음에 든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그럼, 이제 블런드 공자께서 뚜껑을 열어볼까요?”

       “아, 예, 예.”

       

       충격적인 요리에 굳어있던 블런드가 말을 더듬으며 뚜껑 손잡이를 잡았다.

       잠시 후, 뚜껑을 연 블런드 또한 데론과 엇비슷한 얼굴이 되어야 했다.

       바로, 징그러운 벌레를 혐오하는….

       

       “블런드 공자를 위해 준비한 건 ‘하프 웜 볶음’이에요. 씹는 순간 톡톡 터지는 식감이 일품이죠. 맛있겠죠?”

       “아… 마, 맛있겠군요…….”

       

       위는 붉은색, 아래는 검은색이라 붙은 이름 하프 웜. 게다가 굵기가 엄지 손가락만 하며, 식용으로 쓰면 안될 듯한 알록달록한 색깔까지 갖추고 있는 몬스터였다.

       사색이 된 블런드가 소름이 돋는 듯, 한 차례 어깨를 떨었다.

       이어, 조류 공포증이 있는 카일이 박쥐형 몬스터인 ‘블랙뱃’의 날개구이를 목도했을 때, 장내는 절망이 가득 차올랐다.

       

       “호호. 블랙뱃의 날개를 구운 거에요. 맛있겠죠? 살점이 얼마 없기는 한데, 발라먹는 재미가 있는 요리랍니다.”

       

       오직, 르미앙의 목소리만 고요를 깼다.

       충격적인 면면들의 식재료.

       괴식이라 불러도 될 요리들.

       데론과 블런드, 카일의 얼굴이 죽상으로 변했고, 그런 그들을 아우르며 르미앙이 화룡점정을 찍었다.

       

       

       “다들 맛있게 드셔주실 거죠? 저는 뭐든 맛있게 먹는 남자가 정말 좋더라고요.”

       

       

       도망치지 못하도록, 던진 올가미를 꽉 조여버린다.

       내 눈에 들고 싶거든, 남김없이 먹어치우라는 엄포로써 말이다.

       그런 그녀의 흉흉한 눈빛이 내게 닿았다.

       

       “마지막으로… 엘든 공자께서 뚜껑을 열어보시겠어요?”

       

       흉흉하면서도 그 속에 기대감이 서린 눈빛이 내게 올가미를 던졌다.

       물론, 올가미가 나를 옥죄일 일은 없었기에 편히 뚜껑 손잡이를 잡았다.

       이 아래 든 것이 무엇인지 안다.

       그리고 그것이 엘든 라펠리온이란 캐릭터에게 극한의 혐오를 일으킬 것도 잘 안다.

       망설임없이 뚜껑을 열었다.

       

       “어떠신가요? 엘든 공자?”

       “…….”

       

       그릇 위엔 돼지과 몬스터, 붉은 롱거의 다리가 올려져있다.

       발굽이 있는, 통으로 구워진 돼지의 다리가.

       그것도, 훈연으로 정성스레 구워진 다리가.

       살이 두툼하게 오른 붉은 롱거의 통다리 구이를 내려다보며, 비싼 가격 탓에 늘 주문을 망설여야 했던 족발이 떠오른 것은 지난 날의 애환일 터였다.

       쫄깃한 육질과 고소한 육즙이 떠올라 절로 군침이 삼켜졌다.

       

       꿀꺽.

       

       ‘맛있겠다.’

       

       이들에게 당했던 지옥 같았던 일들을 그대로 갚아주고자 하는 르미앙.

       애석하게도 늘 통족발 사진을 보며 군침만 삼켜야 했던 이준우에겐, 식고문이 아닌 식도락이었다.

       물론 끓여내는 족발과는 달리 구워낸 통다리구이지만, 침샘을 자극하기엔 충분한 요리였다.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입니다.”

       

       엘든이란 악인의 경악을 기대했을 르미앙의 동공에, 짙은 당혹감이 깃들었다.

       

       “……네?”

       

       그리고.

       들었던 철뚜껑으로 다시 음식을 덮었을 때, 그 당혹감은 증폭되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향해 정중히 고했다.

       

       “다만, 이 요리를 먹는 행위가 기권 선언에 대한 저의 진심에 오해를 살 듯해, 아쉽지만 정중히 사양토록 하겠습니다.”

       “…네?”

       “대공녀님의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제아무리 대공가와 백작가의 신분 차이가 크다 하더라도, 거절 하나 하지 못할 정도로 각박하지도, 살벌하지도 않았다.

       명분이 올바르다면, 논리가 번지르르하다면 문제될 일은 없었다.

       특히나 나는 억지로 자리에 앉혀진 ‘기권자’.

       기권 선언을 한 순간부터, 아쉬운 쪽은 르미앙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오해하지 않을 테니, 한입만이라도 먹어줄래요?”

       

       

       흐음.

       여주인공께서 그리 간청하시다면야, 한입 정도는 괜찮겠지.

       오해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받아냈고 말이다.

       

       “우웁.”

       “읍.”

       “흐웍.”

       

       헛구역질을 하면서도 르미앙의 남편감이 되기 위해 혐오스런 요리를 입에 밀어넣는 후회캐 3인방.

       한번 정도는 그들의 흐름에 맞춰주어도 상관없을 것이다.

       

       족발.

       아니, 붉은 롱거의 통다리 구이를 집어 한입 크게 뜯어먹었다.

       

       미간이 찌푸려졌다.

       숨이 멈춰졌다.

       눈매가 좁혀지며 촉촉해졌다.

       청명한 하늘 아래의 푸른 초원에서 뛰놀던 붉은 롱거가 멈춰서서는, 내게 윙크를 날리는 것만 같다.

       발굽 하나를 세워 따봉을 날리는 것만 같다.

       

       ‘미쳤다…. 왜 이렇게 맛있어?’

       

       다소 퍽퍽할 수 있는 육질이었지만 육향이 너무도 구수해 군침이 폭발했고, 씹을수록 퍼지는 고소한 육즙이 비릿함 하나 없이 일품이다.

       마음 같아선 앙상한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구 뜯어먹고 싶지만, 아쉬움을 달래며 통다리를 내려놓았다.

       

       “어떤…가요? 엘든 공자?”

       

       이 요리들은 대공가의 요리사에게 도움을 빌린 것이 아닌, 그녀가 손수 만든 것이다.

       성의와 노고를 위해선 후회캐 3인방들과 같이 헛구역질이라도 해야겠지만, 앞서 얘기했듯 플랜 B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입안에서 살살 녹는 맛이었습니다. 솜씨가 좋으시군요. 대공녀님.”

       

       

       그녀가 누차 강조했던 [진실]된 답을 전해주었다.

       르미앙의 푸른 동공에 파란이 이는 건,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진실된 모습을 보여달라 했기에 그랬을 뿐이니까.

       맛있어서, 맛있다 그랬을 뿐이니까.

       그나저나, 원작에선 몰랐는데 여주인공께서 음식 솜씨가 꽤나 출중한 모양이었다.

       몬스터 요리는 제맛을 내기가 상당히 까다롭다고 알고 있는데 말이다.

       

       “으웁.”

       “허읍.”

       “꾸윽.”

       

       흠…….

       

       코트보 앞다리 구이든, 하프 웜 볶음이든, 블랙뱃 날개구이든 전부 맛있어 보이는데.

       

       내 식성이… 괴랄한 건가?

       

       모를 일이었다.

       

       

       

       

       꼬르륵.

       

       

       

       

       배고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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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migrated Into A Tragic Romance Fantasy

Transmigrated Into A Tragic Romance Fantasy

후피집물의 후회캐가 되었습니다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curious about what a female-oriented tragic romantic fantasy was like, so I skimmed through only the free chapters. And then… “…Ha.” I found myself transmigrated into one of the main male characters, destined for tears of regret, exhaustion, and obsession. So, the first thing that had to be done was… “I, Elden Raphelion, hereby declare my withdrawal from the competition for the betrothal of the Third Northern Duchess.” To escape this trage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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