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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

       “음.”

         

       

       다음날. 아침부터 데우스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바로 어제 있었던 끔찍한 사고가 그 이유였다.

       

       

       ‘간만에 몸 좀 풀었다고 아주 제대로 신이 났었지.’

         

       

       멍청한 놈. 데우스는 제 이마를 턱 짚었다.

         

       검술 동아리와의 친선전을 대충 마무리하고서.

       그 상태 그대로 다시금 옥상으로 마저 운동을 위해 올라갔다.

         

       한데 너무 흥분했던 탓일까. 그만 계단 울타리를 뜯어내고 말았다.

       본인 딴에는 조심한다고 했는데 너무 세게 쥐었던 모양이다.

         

       

       “신입생! 이게 무슨 짓입니까! 이유 없는 요람의 기물 파손은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사건을 목격한 교사 하나가 데우스를 크게 나무랐다.

         

       다른 학생들에게 제 이능 자랑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 철부지.

       새로운 한 학년이 들어올 때마다 항상 발생하곤 하는 일의 원흉.

       ―라고, 그 교사는 오해를 해도 아주 단단히 한 것으로 보였다.

         

       정작 데우스는 힘자랑이 아니라 힘 조심을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래서 이게 오늘 그의 기분을 망친 끔찍한 사고냐.

       그게 아니다. 그 정도로는 사고라고 부를 수도 없다.

       적어도 꾸지람을 듣긴 했지만 거기서 대충 마무리가 되었으니까.

       

         

       ‘문제는 옥상에 올라간 이후 발생했지.’

       

         

       몇 분 전 울타리 뜯어낸 신입생 사건도 있었겠다.

       최대한 조심했음에도 또 조심했음에도. 이 초월적인 육체가 또 사고를 치고 말았다.

       기구를 너무 가볍게 다루다가 옥상 바닥을 부수고 만 것이다!

       

         

       ―콰과과광!!

         

       “이게 무슨 짓인가요!? 옥상을 왜 부수고 있는 겁니까아아!!”

       

         

       당장 달려온 요람의 관리원들이 머리를 쥐어뜯었다.

         

       옥상은 증축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결계 이능력으로 보호 받고 있다.

       한데 그걸, 웬 신입생 하나가 나타나선 때려 부순 것이다.

         

       대단한 건 대단한 거고, 부주의로 인한 사고는 사고다.

       무엇보다 옥상은 공적인 공간이라 개인이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몇몇 묵인되고 있는 부분도 있었으나 이렇게 일이 터지면 더는 그럴 수도 없다.

         

       

       “당장 옥상을 폐쇄토록 하겠습니다! 저 운동 기구들도 전부 치우세요! 당장요!!”

       “아, 안 돼!”

        “돼!”

         

       

       결국 자신만의 헬스장은 오픈한지 만 하루 만에 폐업.

       이상이 어제 데우스에게 있었던 끔찍한 사고의 전말이었다.

         

       

       “에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러면 검은머리 외국인은 대체 어디서 운동을 하라고.

         

       요람의 최신식 훈련장? 가고 싶지! 그런데 거기 가면 구경거리란 말이야!

       다들 하라는 운동은 안하고 나만 쳐다본다고! 머리색이 그리 신기해!?

       아니면 야만인이 할 줄 아는 건 운동이 전부라고 하려는 거지!?

         

       남들 눈치 안 보고 운동. 그래, 할 수는 있다. 할 수는.

       하지만 온갖 학생들의 시선을 흘려내기엔 아직 수양이 부족한 것 같다.

       그 꼴은 아무리 좋게 봐도 동물원의 사자 호랑이 신세이지 않은가.

       

         

       ‘…아니지. 운동하고 있는 모습은 동물원 원숭이라고 해야 하나.’

       

         

       상황이 이리 되어버리니 약속을 받았던 일조차 대차게 꼬이고 말았다.

         

       

       “에엥? 그게 무슨 소리야, 후배님? 당장 운동기구 살 돈이 필요한 거 아니었어?”

        “그렇긴 한데. 그, 나중에.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 하나. 옥상을 깨부숴서 장소 물색으로 인해 잠시 딜레이가 되었다고?

       그리 했다가 이 선배가 ‘아닛!? 요람을 부수다니! 그런 잔악무도한 검은머리 야만족에게 내어줄 돈 따위는 없다!’ 하고 무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아직. 친선전이 다 끝나지 않았으니까요.”

       “응?”

         

       

       하여 데우스가 생각해낸 이유는, 임기응변 치고는 제법 괜찮은 거였다.

         

       

       “제가 한 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은, 일이 다 끝난 후에 받도록 하겠습니다.”

       

         

       친선전이 완벽한 검술 동아리의 승리로 끝난 것이 아니다. 아직 한 판이 남았다.

       따라서 보상은, 그 모든 일을 마무리한 다음에 받도록 하겠다.

         

       

       ‘…이거 말하고 보니 어째 수염 긴 탁군 돗자리파 둘째 같군.’

       

         

       아는 사람이 듣는다면 그 양반 따라하냐고 할 법한 대답.

       하지만 그걸 모르는 사람이 듣기엔 전혀 다르게 들릴 수밖에 없다.

       

         

       “후배님…!”

       

         

       실제로 그 답을 들은 2학년생은 감격한 얼굴로 입까지 틀어막았다.

       이렇게나 사내다운 호쾌한 면모를 지닌 후배는 처음 본다면서 말이다.

       

         

       “혹시나! 정말로! 무투 동아리 정식으로 들어올 생각 있으면 바로 말해! 내가 동아리 회장님에게 말해서 바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할게!”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동아리는 됐고요. 와중에 자꾸 홍보를 하시네.

         

       그래서, 어쩐다. 일이 다 끝나기 전에 장소 물색을 해야 하는데.

       옥상은 아웃이고 한적하던 곳들은 이제 학생들이 점거했고.

       이러다간 정말 요람의 외곽까지 나가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촤악!

         

       그런 데우스의 앞에 뜻하지 않은 구세주가 등장했다.

         

       

       “오호호홋! 소식 들었어요. 후배님 어제 재미난 일을 벌였다고요? 후후후! 아무리 힘이 넘쳐난다지만 그래도 요람의 시설을 함부로 부수는 건― 으겍!!”

         

       

       콰당! 소리와 함께 등장한 학생회장, 네페르티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괜찮으십니까?”

        “으으. 네. 이 정도야 뭐.”

       

         

       엉덩이를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선 네페르티가 무언가를 찾는다.

       그에 데우스는 그녀가 떨어트렸던 부채를 공손한 기색으로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고마워요! 역시, 유망주는 다르군요!”

       “감사합니다.”

       

         

       부채를 내민 데우스는 얌전히 네페르티를 바라보았다.

         

       학생회장이다. 요람에서 막강한 권력을 지닌 학생회의 수장이다.

       그런 인물이 갑자기 나타나서는 어제 있었던 일까지 언급하고 있다.

       

         

       ‘설마 심심해서 왔을 리는 없고. 그렇죠, 회장님? 회장 캐릭터라면 제가 생각하는 그런 게 맞을 거예요! 제발! 맞다고 해주십쇼!!’

         

       

       개인 헬스장을 원하는 자의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닿은 것일까.

       네페르티의 다음 말은 데우스의 두 팔이 위로 번쩍 올라가게 하기 충분했다.

       

       

       

       “흠흠! 그래서 말이죠. 후배님. 이 내가. 요람의 학생회장이. 우리 유망주를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요?”

         

       

       학생회장님 만세만세 만만세!

       

         

       “회장님께서 도와만 주신다면 이 후배, 반드시 보은토록 하겠습니다.”

        “무, 무슨 보은까지.”

       

         

       헛기침을 한 네페르티가 그 ‘도움’ 이란 것에 대해 상세설명을 시작한다.

         

       

       “옥상은 원래 요람 교칙 상 학생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이 불가능해요. 그걸 암묵적으로 용인해주고 있었지만 이번에 후배님이 옥상 하나를 깨부숴서 교칙이 엄정해졌지요.”

        “뭐라 드릴 말이 없습니다….”

        “됐어요. 후배님을 탓하려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그러니까 옥상은 안 돼요. 대신에.”

         

       

       부채를 살랑거리며, 네페르티가 미소를 짓는다.

       

         

       “우리 학생회가 있는 본관. 그 지하에 있는 부실 하나를 내어줄게요.”

        “…잠시. 잠깐만요. 회장님. 부실이라면.”

        “원래는 동아리실 목적으로 마련한 공간인데, 정작 동아리가 모이는 곳으론 부적절해서요. 지하에 있다는 것부터 마이너스 요소에 쓸데없이 너무 넓어서 말이에요.”

         

       

       한 마디로 모든 동아리들에게 부실로는 인기가 없어 말 그대로 노는 방이라는 소리.

       어때요? 네페르티의 말에 데우스는 재빠르게 견적을 짜보았다.

         

       

       ‘지하라. 일단 지하라면 굉장히 튼튼하게 지어졌을 테고. 인기가 없어서 부실 활용에서도 밀려났다면 다른 학생들이 올 일도 거의 없는 거고.’

         

       

       이리저리 생각해보았을 때 확실히 나쁘지 않은. 아니, 굉장히 좋은 장소다.

       심지어 날씨에도 영향을 받지 않으니 옥상은 따위로 만들 수 있는 정도.

         

       다만, 한 가지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그, 회장님. 정말 괜찮으십니까? 동아리도 아니고 저라는 학생 개인에게 이러시는 게.”

       “오호호홋! 무슨 말도 안 되는 걱정을 하고 있나요. 나 학생회장이에요, 데우스 후배님. 이 요람의, 단 하나뿐인. 현재, 학. 생. 회. 장.”

         

       

       ―촤악!!

         

       자신만만한 웃음을 터트리며 화려하게 부채를 펼치는 네페르티.

       거기서 느껴지는 확연한 자신감에 데우스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말았다.

       

         

       “대신에 말이죠. 나중에 학생회 들어오는 거, 진지하게 한번 고민해 봐요.”

       “그게 조건입니까?”

        “조건이라고 하기 보다는. 음, 뭐라고 할까. 그냥 부탁이라고 해둘게요. 부담 가질 건 없어요. 학생회란 게 남이 하라고 해서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니까 말이죠.”

         

       

       요람 학생회. 그 제안에 데우스는 일단 고개를 끄덕거렸다.

       당장 들어오라는 것도 아니고 고민 정도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아. 그러고 보니까. 검술 동아리랑 한판 했다던데.”

        “그렇게 되었습니다.”

        “무투 동아리에 들어가려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한데 검술 동아리와 친선전까지 벌였다고요? 신기하네요.

       라고 중얼거린 네페르티가 데우스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이유 모를 미소를 짓는다.

       

         

       “왜 그러십니까?”

        “내일 마저 친선전을 진행한다고 했죠? 검술 동아리에서 준비를 다시 한다고 하면서요.”

       “그렇습니다.”

       “이거 어째. 아무래도 ‘그 선배님’을 부르려고 하는 모양인데….”

         

       

       그 선배? 데우스가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자 네페르티가 당황한다.

       

         

       “뭐에요. 설마 이것도 몰라요?”

        “저 신입생입니다. 모르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아니. 그래도 ‘그 선배님’ 에 대해서는 알아야죠….”

         

       

       하아.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후배님이 다 있지?

       잠시 머리가 아프다는 듯 관자놀이를 문지르던 네페르티는.

         

       

       “잘 들어요. 내일 상대하게 될 수도 있는 분에 대해서 알려줄 테니까.”

       

         

       항상 지니고 있던 여유까지 싹 다 지운 채 말을 이었다.

         

       

       “4학년 수석. 파견대 대장. 지금의 후배님처럼, 입학할 때부터 이미 최고 유망주였던. 무엇보다, 검으로는 이미 요람의 교사 수준에 근접한 분이죠. 그리고 한 가지 더.”

       “….”

        “황녀 전하세요.”

       “…?”

         

       

       아니. 왜 이곳 요람에 황족이. 그것도 황녀가 다니고 있는 건데.

       귀족과도 어울리지 않을 존재가. 심지어 평민까지 있는 곳에 있다고?

         

       이게 말이 되나? 싶던 찰나 데우스는 아! 하고 탄식을 터트렸다.

         

       

       ‘아카데미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카데미에 다 있는 건 진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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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Overpowered in the Wrong Genre 장르 착각에서 먼치킨으로 살아남기
Score 3.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found myself in an apocalypse novel with no dreams or hope. And because of that, I trained and trained to become stronger in order to survive. “Wait, hold on a minute.” But, one day, I realized I had mistaken the genre of the novel I had transmigrated i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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