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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

    여느때와 같은 식사였다.

    예르나는 100%채식의 엘프식단에, 루크는 예르나와 같은 샐러드에 추가 반찬으로 참치통조림을 먹는 식사 말이다.

    “하아…….”

    그러나 오늘은 예르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걸 루크는 느꼈다.

    아니나다를까, 역시나 자신의 앞에 놓인 음식을 모두 씹어삼킨 예르나가 입을 열었다.

    “루, 할말이 있어.”

    루크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포크를 소리나지 않게 섬세한 손길로 내려놓으며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무엇인가?”

    “요 몇주 혼자 있을때, 혹시 뭐 했어?”

    “글쎄……. 평소와 같았다.”

    클래스마법에 대해 공부를 하고, 공부가 어느정도 진행되었다면 독서를 하면서 전체적인 시대상을 파악한다.

    가끔 루아가 집에오면 대화를 나누고 훈련이라는 이름의 놀이를 하다가, 예르나를 위해 빨래나 설거지 등의, 루크가 할 수 있을법한 가사를 해치운다.

    “하아, 그렇지? 별건 안했지?”

    예르나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크게 한숨을 쉰다.

    루크는 그런 예르나의 모습이 걱정되어 묻는다.

    “그렇네만. 그대여. 혹, 무슨 일이 있는건가?”

    “그, 이번달 마나요금이…….”

    이마를 짚은 예르나가 우는 소리로 답했다.

    “300만길이나 나왔어! 히잉……. 어쩌지…….”

    “……300만?”

    300만길이라니.

    루크는 그 금액을 곧바로 자신이 실감할 수 있는 단위로 계산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버스요금이 500길이었으니까, 버스를 6000번 탈 수 있다.

    루크가 자주 먹는 참치캔이 하나에 1600길 정도이니, 약 1900개 정도를 구매할 수 있다.

    루크가 입고 있는 이 옷이 한벌에 1만길~3만길의 가격이니, 약 300벌~100벌가량 구매할 수 있다.

    순식간에 계산을 마친 루크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생각했다.

    ‘그거 참 엄청난 돈이구나.’

    다행히, 루크는 금전적인 관념이 그나마 정상적인 마법사들중 하나였다.

    그가 대마법사로써, 한 아카데미의 학장을 연임하면서 기른 경제관념 덕분이었다.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장부조차 작성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루크로써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마나요금이란게 대체 뭔가? 마나 그 자체에 값을 매기는건가?”

    “그야 그렇지,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

    마나란 세상에 충만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공기나 다름없는 그것에 값을 매기다니. 이 세계는 대체 어떻게 되어있는것인지 잘 알수가 없었다.

    “마나란건 어디에나 있는게 아닌가? 어째서 값을 매기는것이지?”

    “아. 루크는 어려서 잘 모르는구나.”

    예르나는 골치아프다는 듯이 앓는 소리를 내며 어떻게 어린이에게 ‘마나에 값을 매긴다’라는 개념을 설명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마나.

    마나란 본래 어디에나 있는 자원이다.

    하지만 그 밀도는 언제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고, 사람들의 인구밀집도가 높아지면서 마나소비량은 전례없이 많아지고만다.

    루크의 시대에선 본래 마법이란 선택받은 계층이 아니면 구경조차 힘들 정도로 희귀한 개념이었고, 따라서 마나를 유통한다는건 그다지 중요한 개념이 아니었다.

    허나 클래스마법이 생겨난 이후, 모든 이들에게 마법이 널리 보급되며 마나의 유통이 굉장히 중요해지고 말았다.

    그 후 참 많은 시도가 있었다.

    마나포션을 만들어, 마법사에게 먹이면서 마나를 옮긴다는 비인도적인 발상에서, 충전 가능한 마석으로 마나를 사고 팔거나, 애초에 마나가 풍부한 숲 속에 도시를 세운다는 발상까지.

    결국에 인류가 최종적으로 선택하고 발전시킨 방식은, 세계수를 재배하는 숲을 기점으로 숲 안쪽으로 동그랗게 둘러싸도록 도시를 건설하고, 그 중심에 마나를 ‘생산’하는 시설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그렇게 생산된 마나는 정제하여 각 가정으로 보내진다.

    따라서 이토록 많은 사람이, 그 모두가 마법을 누리면서도 마나가 고갈되지 않는것이다.

    그러니 이 모든것을 가능케하는 ‘서비스’와 ‘기술’에 값을 매기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는가?

    “…….”

    하지만 이런 설명을 장황하게 해봤자, 어린애가 이해할리 만무했다.

    따라서, 예르나는 시선을 피하며 간단하게 대답했다.

    “나중에 설명해줄게.”

    “…….”

    루크는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예르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어린애취급에, 호기심조차 충족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예르나가 일부러 그를 놀리려고 한것은 아닐것이라 생각한 루크는 찌푸려진 눈썹을 펴기위해 미간을 문지르면서 대답했다.

    “뭐, 알겠다. 그러면 나중에 듣도록 하지. 그런데, 어째서 300만길이나 나온 겐가? 마나가 그토록 비싼것인가?”

    포션이나 마석도 아닌, 순수한 마나에 값이 매겨진다는 개념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

    그것이 무려 300만 길이나 된다니.

    말도안되는 횡포가 아닌가?

    “아니, 원래는 한달에 3만길도 안나왔어…….”

    한숨을 푸욱 내쉰 예르나가 다시 이마를 짚었다.

    “혹시나 해서 제라드씨한테 물어봤더니, 그런 경우는 마나누수를 의심해보라고 하더라. 그래서, 일단 수리업자를 불렀어.”

    “그런가.”

    “그래서 말인데, 루. 며칠은 우리 집을 비워야할 것 같아.”

    ——–

    집을 비워주어야했기에 루크는 예르나의 직장, 루크숲의 여성용 숙소에 놓여졌다.

    “알겠지, 루크. 숲은 위험하니까, 절대로 함부로 나오면 안된다? 몬스터가 나올수도 있어.”

    “알겠다.”

    루크가 고개를 끄덕이자, 예르나는 한번 루크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순찰을 나갔다.

    “흐음. 몬스터라.”

    마나가 충만한 숲에는 언제나 몬스터가 도사린다.

    이만큼이나 충만한 마나라면 출몰하는 몬스터는 단순한 소형종으로는 끝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대형종까지 나타날 수 있겠지.

    “이런 숲에서 ‘숲지기’를 한다니, 예르나는 꽤나 강한 숲지기인 모양이구나.”

    루크는 새삼 예르나가 대단해보이기 시작했다.

    예르나가 당직을 설때 쓰는 것으로 보이는 침대에 걸터앉아, 그녀가 건네준 ‘마나의 유통업과 그 변천사’라는 책을 읽던 루크는, 문 밖의 발소리에 조금 경계를 시작했다.

    “예르나, 이봐. 안에 있는거야?”

    들려오는건 남성의 목소리.

    예르나의 숲지기동료인가?

    루크는 귀를 쫑긋거리며 그에게 집중했다.

    심장에 갈무리한 서클을 조용히 회전시키며 말이다.

    잠시후, 문 밖의 남자로부터 다시 한번 말이 들려왔다.

    “흐음, 그녀가 불을 켜놓고 어딜 갔을리가 없는데.”

    일부러 입 밖에 낼 필요가 없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안에 누군가에게 들으라는 의미.

    따라서, 이것은 아마도 위협이자 질문일것이다.

    그 의미를 알아듣기 쉽게 풀어보자면,

    ‘안에 있는 놈, 대답해라.’

    정도일까.

    루크는 혹시모를 사태에 대비해 온몸에 자신이 현재 두를 수 있는 최고수준의 ‘실드’를 시전했다.

    아직 1서클이기는 하나, 그것을 이루는 마나량이 일반의 10배에 달한다.

    웬만한 물리력은 자신의 몸에 닿지 못하리라 판단한 루크는 문으로 다가가 입을 열었다.

    “나는 루크 이루시, 예르나와는 한 집에서 지내는 중일세. 헌데, 지금 말하는 그대는 누군가?”

    “……예르나와 동거중이시라.”

    차갑게 식어내려가는 그의 목소리.

    루크는 거기에서 곧바로 ‘무언가’를 느꼈다.

    쾅!

    경첩이 파괴되며 문이 박살나 파편이되어 비산했다.

    루크가 곧장 미리 시전해둔 실드에 마나를 때려넣으며 자세를 다잡자, 파편조각들과 부서져 날아든 문은 그에게 어떤 피해도 줄 수 없었다.

    루크는 곧장 문을 부수고 등장한 남성을 마력시로 훑었다.

    ‘호오, 일전에 제라드가 썼던 ‘근력강화 보조마법’과 비슷하지만, 출력을 더욱 개량한 것 같구나. 술식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주로 그 수준을 가르는건 역시 저 지팡이인가.’

    붉은 머리의 건장한 남성.

    그는 극도로 긴장한 모습으로 전투의 자세를 잡는다.

    “이 마력량은……. 역시 몬스터인가?”

    “그럴리가, 예르나의 집에서 지내는 중이라 하지 않았는가.”

    “내가 알기론 예르나는 독신이야. 너같은 애가 있을리 없지.”

    그가 건틀렛과 같이 생긴 철의 지팡이를 쥔 손을 내밀며 외친다.

    “아하트, 비온!”

    찰나의 순간, 마법이 형태를 이루며 배열되는것을 확인한 루크는 곧장 그것을 파악했다.

    ‘직선으로 발사되는 무언가. 이건 또 처음보는 배열이로고.’

    루크는 싱글벙글 웃으며 그것의 사출방식을 파악했다.

    마법이든 검술이든, 대결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맞지 않는것이다.

    따라서 마법을 파악함에 있어서 시전방향과 사출성격을 파악하는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고싶은 충동을 억누른다.

    직선형의 사출방식이라면 대응은 간단하다.

    ‘마나볼트.’

    루크가 가볍게 손짓하자, 가슴속의 서클에서 새어나온 의지와 마나가, 1서클의 기본적인 마법, 마나볼트로써 세상에 현현한다.

    그것은 자신을 손가락으로 겨눈 남자의 마법경로에 두둥실 생성되며 그 마법을 손 끝에서 흩어버린다.

    파악!

    “뭣?”

    그렇게 남자의 마법을 대신 맞고 사라지는 푸른 광구.

    그 찰나의 순간, 루크는 다시한번 마나볼트에 일어난 현상을 해석한다.

    ‘흐음, 전격과 마력유지와 경직유지가 적당히 섞여있군. 맞게된다면 미약한 전류와 경직유지로 근육이 굳어버리겠구나. 일종의 구속마법인가?’

    1서클의 마나볼트로 자신의 주문이 상쇄되어버린 붉은 머리칼의 남자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말도안돼, 영창도 없이?”

    한껏 경계를 높인 그가, 다시금 자세를 다잡으며 루크에게 뛰어들어온다.

    “겉보기랑은 다르게 꽤나 위험한 몬스터인가보군!”

    루크는 어쩔 수 없이 그를 제압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예르나의 동료인것 같지만, 실례하겠네.”

    ‘라이트.’

    딱.

    루크가 손가락을 튕기자, 압도적인 광량이 그의 눈앞에 터져나온다.

    “으아!”

    그의 눈은 한번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의 빛이 파고들어 따끔한 고통과 함께 시야를 빼앗긴다.

    ‘그리스’

    거의 동시에 시전된 또 다른 1서클의 마법, 그리스가 그의 신발 밑창의 마찰계수를 한없이 0에 가깝게 바꿔놓는다.

    본래라면 고작 매끄러운 기름칠을 하는 정도의 성능이나, 그 사용자가 과거의 마법의 끝을 보았던 대마법사이니.

    주르르륵!

    그의 입장에선 갑자기 바닥이 얼음판이 되어버린 꼴이다.

    달려오려던 자세 그대로 미끄러지며 중심을 잡지 못하는 그.

    “으어억-!”

    쿠당탕-!

    그대로 벽까지 미끄러진 그는 탁상에 다리가 걸리며 성대하게 상을 부숴트리며 넘어졌다.

    “꽥!”

    “이크!”

    루크는 그의 몸이 만들어낸 소음에 잠깐 어깨를 움츠리고 말았다.

    한눈에 보아도 굉장히 아프게 넘어진 것 같다.

    아무래도 눈이 보이지 않는데다 바닥이 갑자기 미끄러워진다면야 저렇게 되겠지.

    “으으…….”

    몸을 일으키려는 그에게 루크가 다가가 이마에 손을 댄다.

    그 감촉에 잘 보이지 않는 눈을 크게 뜨는 그.

    “시부랄, 내가 이렇게 허무하게……!”

    “그대에겐 정말로 미안하다네. 그러니 잠깐 머리를 좀 식히게나. 

    ‘스파크.’

    파칫-!

    그는 머릿속으로 틀어박히는 미약한 전류에 몸을 떨며 기절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비록 1서클이지만 전직 대마법사의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로 숲지기 컷!

    근데 이번화는 마땅히 그리고싶은 장면이 없네요.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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