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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

       

       

       [뭔가 새로운 게 필요해요.]

       

       “네?”

       

       

       뜬금없이?

       

       지루한 마나학 강의를 듣고 있던 도중.

       

       작가님의 뜬금없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크게 새어 나왔다.

       

       

       “뭐냐, 아르테. 이해가 안 가는 거라도 있나?”

       

       “···아뇨, 죄송합니다.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느라.”

       

       “수업에 집중하도록. 자, 마나는 체내에서 순환하는 게 더욱 상실량이 적고···.”

       

       

       클레어 선생님의 목소리를 배경 삼아, 작가님의 말을 귀담아듣기 시작했다.

       

       

       [그게요, 독자님. 요즘 새로운 게 없잖아요?]

       

       “···그렇긴 하죠.”

       

       

       볼륨을 낮춰 다른 사람이 들을 수 없게끔 목소리를 낮췄다.

       

       뭔가 이러니까 마법소녀 같네.

       

       어렸을 적에 남들 몰래 봤던 마법소녀 애니메이션에서 이런 장면이 나왔더랬지.

       

       마스코트 캐릭터와 수업 중에 남몰래 이야기하는 장면이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매일같이 수업, 수업, 수업. 온종일 단련과 이론 공부만 하는 걸로는 소재가 부족해요···!]

       

       “검술 수업은요?”

       

       [그게 제일 문제라고요! 온종일 대련만 하고. 재미없어!]

       

       

       언제는 히로인 후보가 거기에 있을 수도 있다면서?

       

       의문을 담아 저번에 작가님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말하자, 작가님이 크게 성을 냈다.

       

       

       [히로인도 첫 만남이 중요한 법! 그런 재미없는 곳에서 재미없게 만나는 건 히로인이 아니에요! 갈!]

       

       “아, 네.”

       

       

       그러시구나.

       

       그렇다면 내가 굳이 단검까지 들어가며 검술 수업에 들어간 의미는 도대체···?

       

       게다가 히로인 후보답게 눈에 띄게 예쁜 여자아이 한 명 있었는데? ···히로인 아니야? 버린다고? 진짜?

       

       작가님의 말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말을 한두 번 바꾸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실험이에요, 실험! 새로운 에피소드를 넣고 싶어요!]

       

       “어, 네. 뭘 넣으시려고···?”

       

       [당연히 습격이죠!]

       

       “···?”

       

       

       내가 잘못 들었나?

       

       뭐? 습격?

       

       

       [조금 이른 것 같지만···. 악의 조직 습격 이벤트를 넣겠습니다!]

       

       “너무 일러요.”

       

       [네?!]

       

       

       조금 이른 게 아니라, 너무 이르잖아.

       

       장난하냐고.

       

       

       “습격은···그래, 최소한 이벤트 두 개 정도 더 쓰시고 하세요. 지금은 너무 일러요.”

       

       [두, 두 개 씩이나?! 지, 지금 소재도 없는데···.]

       

       

       역시.

       

       내가 그럴 줄 알았다.

       

       소재 떨어졌으니까 충당하려고 그러는 거 다 알아. 이해할 수 있어.

       

       그렇다고 그 맛있는 아카데미 습격 소재를 벌써 써버리는 게 말이 돼?

       

       적어도 더 묵히란 말이야.

       

       

       [그래도 지금 생각나는 소재가 없는걸요.]

       

       “없긴 왜 없어요? 만들면 되는걸.”

       

       [도, 독자님?]

       

       

       두근두근.

       

       그런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잔뜩 기대하고 있는 걸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항상 마지막에는 꼭 나한테 기대더라.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타인에게 의지 받는다는 게, 생각보다 기분 좋네.

       

       

       “아카데미 습격 이전에는 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네? ···으음, 글쎄요?]

       

       “사전 조사. 상대방을 파악해야겠죠.”

       

       

       대테러부대가 작전을 시작하기 전에 무엇을 할까 생각하면 편하다.

       

       영화 같은 거 보면, 대테러부대 사람들은 항상 건물의 설계도 같은 걸 구해와서 정보를 다 숙지해놓잖아.

       

       

       “스파이, 스파이가 필요해요.”

       

       [아···! 그, 그렇구나! 악의 조직에서 심어둔 하수인! 역시 독자님···!]

       

       

       아카데미는 철저한 보안을 갖추고 있다.

       

       웬만한 수준으로는 데이터베이스 해킹은커녕, 수상한 접근이 감지되기만 해도 역추적 당해 순식간에 범죄자가 되어버리는 아카데미를 뚫을 수 없다.

       

       그렇기에 스파이가 있는 게 설정 오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반대다.

       

       아카데미 소설 속 악의 조직들은 대부분 세계를 위협하는 녀석들이니까.

       

       그런 놈들이 잠입하는 것 정도야 이상하지 않지.

       

       원래 세계 최고의 보안이라고 말하면 항상 뚫리는 게 정석이라고.

       

       

       [하지만 스파이는 누구로 해야 할까요? 너무 평범하면 조금···.]

       

       “좋은 학생 한 명 있잖아요.”

       

       [···?]

       

       

       그래, 한 명 있다.

       

       작가님이 흥미가 없는데, 유시우와 어느 정도 접점을 가진 존재.

       

       게다가 평범하지 않은 외모를 가진, 옛 히로인 후보.

       

       

       “히로인으로 써먹지 못하겠다면, 빌런으로라도 써먹어야죠.”

       

       

       자원은 남김없이 쓰는 게 좋지.

       

       검술 수업에 들어간 게 무의미한 행동은 아니었던 것 같아서 웃음이 배어 나왔다.

       

       뭐, 요즘은 빌런들도 예뻐야 하니까.

       

       예쁜 스파이 한 명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

       

       

       

       “뭔가 이상한데.”

       

       “응, 나도 느꼈어.”

       

       

       시우와 아멜리아는 클레어 선생님 몰래 아르테를 훔쳐보고 있었다.

       

       

       “그 아르테가 졸다가 목소리를 크게 낼 리가 없지. ···뭔가 있어.”

       

       “요 며칠 사이 아무것도 행동하지 않길래 뭔가 했더니, 이제 움직일 생각인가 봐.”

       

       

       아멜리아의 말에 시우도 공감했다.

       

       동아리에 입학한 이후 잔뜩 긴장하고 있던 며칠.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아서 혹시 잘못 짚은 건가, 싶어서 긴장이 풀리려던 찰나.

       

       아르테가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방금 네, 라고 했었지. 분명 그 작가님이라는 녀석이 틀림없어.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시우?”

       

       “분명 그 녀석이 배후겠지.”

       

       “응, 틀림없어.”

       

       

       작가.

       

       예술 분야에서 자기 작품을 창작하는 사람을 뜻한다.

       

       그 단어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아.

       

       하지만, 아르테가 말하는 작가님의 의미는 그게 아닌 것 같았다.

       

       예술적인 분야에서 자기 작품을 창작하는 게 아니라, 현실에서 무언가를 꾸미는 것 같았다.

       

       

       “악취미야. 사건을 일으키고, 그걸 예술로 취급하다니. ···정신이 나갔어.”

       

       

       아멜리아의 말에 표정이 무너지려는 것을 억지로 부여잡았다.

       

       이상한 건 너도 마찬가지라고.

       

       범죄의 증거를 잡으려고 범죄를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이상하다고.

       

       그렇게 일갈하고 싶었다.

       

       

       “···잠깐, 뭐라고 중얼거리는데?”

       

       “들려?”

       

       “아니. 너무 멀어.”

       

       

       그녀와 멀리 떨어진 자리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그녀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안타까웠다.

       

       

       “···검술 수업.”

       

       

       어?

       

       아멜리아가 뜬금없이 꺼낸 말에 당황했다.

       

       방금 뭐라고 한 거지?

       

       아르테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길래 뭔가 했더니.

       

       ···독순술인가?

       

       

       “미안해. 내가 제대로 배운 게 아니라서 잘은 못 읽겠어.”

       

       “너, 독순술 할 줄 알아?”

       

       “조금뿐이야.”

       

       “왜, 왜 그런걸···?”

       

       “···영화에서, 멋있어 보였으니까.”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아멜리아.

       

       아무래도 독순술을 배운 이유가 영화 때문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것보다 멋있어 보인다고 배운 게 어이없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그녀가 왜 독순술을 배웠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니까.

       

       아르테와 그 작가님이라는 빌런의 대화를 엿들을 기회였다.

       

       

       “더 이야기하기 시작했어!”

       

       “기다려봐. 어디, 이르다, 습격, 이벤트···? 이벤트 두 개? 내가 잘 본 게 맞나?”

       

       “···아멜리아, 거기에 신경 쓸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나도 알아. 습격 말하는 거잖아. 아직은 괜찮아. 당장 시도하려는 것 같지는 않으니까. 내가 잘 보고 있는지도 의심스럽고.”

       

       

       이르다, 습격.

       

       ···습격이 이르다니?

       

       어딜? 이벤트는 또 무슨 이야기일까.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아멜리아가 잘못 본 거였다면 좋을 텐데.

       

       

       “없어, 만든다···? 끄으응···. 뭐라는지 잘 모르겠어.”

       

       

       두 눈을 잔뜩 찌푸린 채로 아르테를 바라보는 모습이, 누가 보면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보일 것 같았다.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없으니 우선 얼굴이라도 몸으로 가려줘야···.

       

       

       “아카데미, 습격. 사전 조사, 파악···?”

       

       “너, 지금 무슨···!”

       

       “스파이, 학생, 히로인, 빌런. ···끝이야.”

       

       

       아멜리아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녀를 가려주려던 나를 멈칫하게 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내가 잘못 본 거라면 좋겠는데. 조금 충격적이거든.”

       

       “아카데미를 습격한다니, 전대미문이야. 가능할 리가···.”

       

       “나도 알아. 아카데미가 창설되고 한 번도 없었던 일이지. 하지만 그녀는 평범하지 않잖아. 너도 알다시피.”

       

       

       믿고 싶지 않았다.

       

       아카데미를 습격한다니.

       

       그녀는 정말로 아카데미를 습격할 셈일까.

       

       

       “내가 잘못 읽어서 헛다리를 짚었다면 다행이지만, 제대로 읽었다면?”

       

       “···.”

       

       “이런 허무맹랑한 이야기, 교사들이 믿어줄 리는···없겠지. 사전에 막아야 해.”

       

       

       아멜리아의 말이 맞았다.

       

       아무 일도 없다면 그걸로 좋다.

       

       하지만 그녀가 제대로 읽어낸 거라면?

       

       정말로 아카데미를 습격할 생각이라면?

       

       몰랐다는 말 한마디로는 끝나지 않아.

       

       유혈사태가 벌어질 게 분명하다.

       

       

       “그래, 아멜리아. 네가 맞아. 헛다리를 짚더라도, 사전에 막는 게 좋겠지.”

       

       “좋아. 다시 한번 그녀가 뭐라고 말했나 짚어보자고.”

       

       

       수업은 완전히 뒤로 미뤄둔 채, 아멜리아가 입술 모양을 읽으면서 단어를 적어두었던 종이를 바라보았다.

       

       검술 수업, 이르다, 습격, 이벤트 두 개, 없다, 만든다, 아카데미, 습격, 사전 조사, 파악, 스파이, 학생, 히로인, 빌런.

       

       

       “···뒤숭숭한데.”

       

       “그러게. 정말 내가 잘못 봤다면 행복하겠는걸.”

       

       

       종이에 얼굴을 파묻다시피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리고 깨달은 한가지.

       

       

       “다행히 습격은 당장 벌어지진 않겠네.”

       

       “정말?”

       

       “여기, 두 번째 습격이라는 단어가 나온 뒷부분을 봐.”

       

       

       사전 조사, 파악.

       

       이 단어가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첫 번째 습격이라는 단어는, 이르다는 이야기와 함께 나왔어. 아마 아르테는 습격이 시기상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

       

       “그렇구나. 그러면 저 사전 조사와 파악이라는 단어는···.”

       

       “언제 습격을 벌일지, 적당한 때를 찾는 거 아닐까?”

       

       

       다른 단어들의 의미는 단서가 적어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딱 하나의 단어는 내가 알아낼 방법이 있었다.

       

       

       “검술 수업. 가장 처음에 나온 단어야. 분명 거기에 단서가 있어.”

       

       “···나는 창술 수업이라 못 가는데.”

       

       “맡겨줘. 내가 어떻게든 알아내 볼게.”

       

       “조심해, 유시우.”

       

       

       어느샌가 수업이 끝나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마침 다음 시간부터 시작되는 무기술 수업.

       

       그녀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지켜보아야만 했다.

       

       아무리 그녀가 무서워도, 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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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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