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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0

    <120 – 마법실습의 성과>

     

    위어드 교수는 머리에 꽃을 단 미친년, 자연이 낳은 원시의 광기, 4학년을 잡아먹은 식인식물 등으로 불리고는 한다.

    그런 그녀가 1학년의 마나사용의 기초와 이해 강의를 맡을 수 있는 것은 인성논란과는 별개로 학생들의 기초를 잘 잡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로지니 학생은 화염속성 마나피스를 너무 많이 모았네요. 넝쿨이 많이 뜨거워졌을 테니까 함부로 건들지 마세요.”

    “샌드쿠커 학생은 토속성 마나피스가 많네요. 당장은 넝쿨이 모래처럼 쉽게 바스러지지만 수속성과 화속성을 적절히 첨가하면 물에 적셔 잘 뭉친 뒤에 불로 구운 도자기처럼 단단해질 거예요.”

    “학생은 재능이 없네요. 특정한 성질이 발현되지도 않았고 증폭수준도 보잘 것 없어요. 그래도 열심히 하면 설탕물을 만드는 재주는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르니 성실히 노력해보도록 하세요.”

     

    재능이 없다고 못 박힌 학생이 그럴 리가 없다며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라서는 “증폭! 증폭!” 하고 연달아 주문을 걸어대며 주변의 동정어린 시선을 받았다.

    매정하기는 해도 마법은 재능을 많이 타는 분야라서 저렇게 속 시원하게 알려주는 편이 나았다.

    정말로 무서운 교수님들은 허접들에게도 열심히 노력만 하면 된다고 어르고 달래며 도제로 받아들여서 심부름꾼 겸 견습제자, 말단조수 등으로 써먹는다.

     

    ‘속성마나 친화력이 얼마나 좋은가, 마법의 이미지를 얼마나 잘 잡는가, 마법발현의 위력이 얼마나 뛰어난가 따위로 재능이 정해지니까 노력이 아주 헛수고인 건 아니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과학을 대체할 경험적인 지식을 쌓고, 구체적인 이미지와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현상으로 이미지를 잡아 출력을 올릴 수는 있다.

    그러나 애초에 마법발현의 위력과 강도가 낮으면 같은 마법을 써도 위력이 저조하다.

    속성마나를 잘 모으지 못하면 무속성 생활마법 수준에 머무르거나 마탄싸개로 커리어가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크노디 학생은 암흑속성 마나피스가 많네요.”

     

    어느새 위어드 교수가 내 책상 앞에 왔다.

    교수가 검게 물든 넝쿨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그것도 아주 많네요.”

     

    짜리몽땅한 지팡이로 넝쿨을 쿡 찌르자 새카만 연기가 뭉실뭉실 새어나왔다.

     

    “굉장히, 엄청나게 많이.”

     

    옆에 있던 도로시가 걱정스레 쳐다봤다.

     

    “안 좋은 건가요?”

    “설마요. 오히려 축복을 받았다고 할 수 있죠. 제가 보기에 이 정도면 암흑속성 친화율이 일단 50%는 넘긴 것 같은데, 이거 정말 엄청난 수치거든요?”

    “우와. 오크노디가 재능이 있어요?”

    “단일속성의 친화율로는 로지니 학생이나 샌드쿠커 학생 이상이네요.”

     

    교수가 자꾸 책상 앞에 머물러서 떠나질 않고 칭찬만 해대니 사방에서 시선이 몰려들었다.

     

    “기분 탓 아닐까요? 어쩌다 운이 좋았다거나.”

     

    캐릭터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속성친화력 또한 랜덤요소.

    정말로 친화력이 높게 태어났을 수도 있지만 소위 말하는 뽀록이 터졌을지도 모른다.

     

    “그럼 물에도 어디 한 번 마법을 걸어보세요.”

     

    <당도증폭>

     

    컵에 담긴 투명한 물이 새카맣게 물들었다.

    누가 봐도 암흑속성이 잔뜩 담긴 물이었다.

    당도 이전에 증폭되어선 안 될 무언가가 함께 증폭된 기분이 든다.

     

    “보기에만 그럴지도 모르잖아요!”

     

    위어드 교수는 스포이드를 꺼내 검은 물을 빨아들이려고 시도했다.

     

    부글부글

     

    스포이드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을 무시하며 바로 옆의 검게 물든 가시넝쿨에 한 방울을 톡 떨어뜨린 위어드 교수.

    넝쿨이 고개를 번뜩 치켜들더니 스포이드에 매달려 수분을 모조리 흡수했다.

     

    쑥쑥

     

    반 마디 쯤 덩치가 커진 넝쿨의 모습을 보고 교수가 감탄하며 말했다.

     

    “암흑의 자양강정제를 만들었군요!”

    “그게 뭔데요 교수님?”

    “암흑속성 생명체의 기운을 북돋아주고 강화시키는 일종의 속성강화제에요. 당연히 다른 속성생명체에게는 위험하니까 도로시 학생은 마시지 마세요.”

    “마시라고 해도 안마실 거거든요! 저런 대놓고 위험한 액체.”

    “오크노디 학생도!”

    “음식에 타서 먹는 건요?”

    “죽이고 싶은 학생이 있으면 그래도 되지만 시체에서 해당성분이 검출될 테니 마나검시를 실행하면 오크노디 학생의 범행은 금방 발각될 거예요!”

    “식품도감을 채우고 싶었던 거지 독살을 하려던 의도는 아니었거든요?!”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조나의 저택에서 완드마법을 연습할 때는 마나를 모았다가 해제하는 연습을 주로 했기에 직접 발현한 적은 없었다.

    기프트 아카데미가 아닌 곳에서 함부로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기대가 컸다.

    나는 어떤 속성에 가장 강할까.

    냉기마법.

    화염마법.

    어떤 속성이든 다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암흑마법 특화는 아무리 생각해도 에바였다.

     

    “오크노디 학생은 마침 사다코 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었네요.”

    “그 강의는 모험가의 야간행동 강의인데요!”

    “원래 흑마법사나 사령마법사는 음습하게 밤에 돌아다니니까 야간행동을 기초강의로 듣는 게 맞아요. 장래를 생각한 훌륭한 강의신청이었군요.”

    “…….”

     

    나도 모르는 사이에 테크트리가 짜여지고 있었어?!

    초보 플레이어라면 이렇게 식겁했겠지.

    물론 나야 고인물이니까 알고 있었지만.

    알고 있어도 기분 나쁜 건 나쁜 거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플레이가 있고 싫어하는 플레이가 있지 않은가.

    호쾌하게 물리공격으로 박살내기를 좋아하던 나로서는 음습하게 암흑마나나 쓰는 어둠의 권속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뭣보다 암흑마나는 마족과 결탁한 마인들이나 사용하는 불길한 힘 취급을 받거든.

     

    “오크노디는 커서 훌륭한 흑마법사가 되겠네요.”

    “전 마검사가 될 건데요!”

    “그래요. 교수님도 어렸을 때는 세계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죠.”

     

    씨잉. 진짜 될 건데!

     

    “아무튼 오크노디 학생은 의도적으로라도 다른 속성 마나를 섞어서 마법사용의 위험성을 억제하는 훈련을 해야겠어요. 암흑마나는 원체 같은 마법을 써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모를 불길한 속성이니까.”

     

    그렇게 상처만 남은 실습시간이 끝났다.

     

    [어둠가시넝쿨뿌리 생성마법을 익혔습니다.]

    [암흑의 자양강정제 생성마법을 익혔습니다.]

     

    이딴 게 자연마법 실습시간의 성과…?

     

     

    * *

     

     

    잔뜩 시무룩해진 오크노디가 강의실을 먼저 떠난 뒤,위어드 교수는 늘 오크노디의 옆자리를 고수하는 도로시 학생의 질문을 받았다.

     

    “오크노디는 암흑친화력이 왜 그렇게 높아요?”

    “재능은 없지만 학구열은 높은 전형적인 마법학자의 자질이 돋보이는 질문이군요.”

    “…….”

    “암흑속성 친화율이 높은 이유는 어둠이나 죽음과 밀접한 관계를 지녔기 때문이랍니다.”

    “죽음이요?”

    “죽음이란 곧 영원한 어둠. 다시는 빛을 볼 수 없는 영원한 어둠으로의 회귀. 암흑속성 친화율을 올리는 가장 친밀한 행위이죠.”

    “그럼 오크노디가 후천적인 요인으로 암흑속성 친화력이 높아졌다고 생각하세요?”

    “그럴 가능성이 높죠.”

     

    위어드 교수는 말했다.

     

    죽은 자들을 잔뜩 보았거나.

    어린 시절에 공동묘지에서 뛰놀며 자랐거나.

    전쟁터, 전염병이 돈 마을, 대기근이 닥친 시대 따위를 겪었다거나.

     

    “아니면 생명체를 잔뜩 죽였거나. 그런 죽음친화적인 경험을 하면 친화율이 높아질 겁니다.”

     

    사령마법을 전공한 교수들은 복 받았네요.

    부럽다는 듯이 오크노디를 쳐다보는 교수와 달리, 학생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그러고 보니 들어본 적 있어. 오크노디가 귀족 가문에서 암살자로 길러졌을지도 모른다는 소문.”

    “생명체를 잔뜩 죽여?”

    “친화율이 저 정도가 될 정도로 사람을 죽인 거야?”

     

    오크노디 무서워!

    학생들이 보이는 두려움의 반응에 도로시는 공개적으로 질문한 것이 후회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중에 교수님 강의실을 찾아가서 단 둘이 있을 때 따로 물어볼 걸.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소문을 들은 학생들은 술렁거리며 오크노디에 대한 가십거리를 떠들기 바빴으니까.

     

    “다들 오크노디에 대해서 함부로 이야기하지 마!”

     

    도로시는 화를 냈다.

    자신 때문에 오크노디가 부당하게 욕을 먹는다.

    친구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여기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교수님도 말했잖아? 사람을 죽이면 암흑속성 친화력이 잔뜩 오른다고.”

    “사람을 죽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야. 죽음과 밀접한 생활을 하면 오른다고 하셨다고.”

    “암살교육을 받았는데도?”

    “그냥 소문이지 진짜라고 확인된 것도 아니잖아! 게다가 오크노디는 어려. 만일 소문이 사실이라도 저렇게 어린 애한테 실전을 허락했을 것 같아?”

     

    바깥에서 나름 사회생활을 겪다가 온 황색마탑의 견습마법사 샌드쿠커가 동의를 표했다.

     

    “애들이나 견습생들에게는 함부로 실습을 허락하지 않지. 몇 년은 밑작업부터 연습을 시키니까.”

     

    적색마법의 견습마법사 로지니가 물었다.

     

    “그럼 견습암살자는 무슨 밑작업을 하는데?”

     

    학생들이 조심스레 의견을 말해보았다.

     

    “시체를 운반한다거나?”

    “살인도구를 닦는다거나?”

    “야산에 시체를 묻지 않을까?”

     

    강의실에 침묵이 찾아왔다.

    불쌍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학생들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만 불쌍해져 오크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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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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