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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0

       돌아온 유세하가 팽진아, 유능해에게 보고를 마치고 <시련> 토벌의 허락.

         

       그다음 임혜자에게 찾아가 그녀를 영입하는 무렵의 이야기다.

         

       “…크윽! 이거지.”

       “…좋네요.”

         

       문보라, 주나용.

         

       둘은 서로 포장마차에 앉아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다리 난간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

         

       각자 이야기를 좀 하다 외로운(?) 사람끼리 술이라도 나누자는 결론에 도달하여 지금 이리 이어지게 된 거다.

         

       그런 씁쓸한 이야기지만, 주변 구경꾼들은 둘의 외모에만 집중하기 바빴다.

         

       ―와 씨…지린다. 저기 봐. 저기 붉은 머리 진짜 예쁘네. 남친 있나?

       ―…반대편도 만만치 않은데? 눈 호강 제대로 한다.

       ―근데 둘 다 각성자 아니야?

         

       두 사람 모두 지나가면, 남녀를 가리지 않고 쳐다볼 정도의 미인이다.

         

       여기저기 웅성거리는 반응은 당연하였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반응이 좋은 건, 술 마시러 온 남자들.

         

       하나같이 감탄하며 힐끗힐끗 바라보기 바빴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접근은커녕, 둘에게 말조차 거는 사람은 없었다.

         

       문보라, 주나용에게서 뿜어지는 은은하며 순도 높은 마력의 잔향.

         

       민간인은 당연한 거고, 어중간한 풋내기 헌터들도 함부로 다가올 수 없는 경계를 만들었다.

         

       여기에 추가로 <마나>란, 본래 각성자의 정신 상태에 크게 반응하는 에너지라는 점도 컸다.

         

       둘 다 심기가 불편한 이 상황은, 접근을 차단하는 일종의 결계를 만들어 낸 거다.

         

       아무튼 둘이 묘하게 화가 나 있는 이유.

         

       별거 없다.

         

       “…하여튼 유세하 녀석. 꼭 제 말만 하고 멋대로 행동해요.”

         

       “…동감입니다. 세하는 반성해야 해요.”

       

        “…누가 뭐, 마하나랑 놀러 가는 거 뭐라 한데? 그냥 말만 해달라니까. 또 이왕이면…같이 좀 가고.”

         

       “…동감입니다.”

         

       바로 유세하라는 남자에 대한 주제.

         

       마하나만 챙기는 유세하의 태도에 섭섭함을 느낀 둘은, 단숨에 잔을 원샷하였다.

         

       ‘…후.’

         

       한숨을 내뱉는 문보라.

         

       조금 덥다고 생각하였다.

         

       몸에 들어가는 술이 열기를 불러일으킨다.

         

       정신을 몽롱하게 만든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럴수록 몸에 흐르는 마력은 더더욱 민감해졌다.

         

       덕분에 자신의 속마음이 어떤지 아주 잘 느끼는 문보라.

         

       화가 난다.

       서운하다.

         

       그리고…

         

       ‘…보고 싶다.’

         

       유세하가…

         

       주나용은 그런 문보라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안주로 시킨 해물파전을 한입 먹으며, 넌지시 물어본다.

         

       이왕 이리된 거, 궁금했던 걸 좀 캐물어 볼 참이었다.

         

       “문보라.”

       “…네?”

       “…최근 눈치챈 건데. 너 유세하보고 씨가 아니라, 그냥 이름으로만 부르네?”

       “……”

         

       별거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저 툭 던지는 듯한 말.

         

       하지만 문보라는 자신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머릿속에 감도는 투명한 창문에.

       누군가 돌은 던져 와장창 깨부순 느낌이었다.

         

       갑자기 잠이 확 달아나는 기분.

       문보라는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 짧은 행동으로, 평정심을 찾는다.

         

       “…씨를 계속 붙이는 건 좀 불편해서요. 제가…세하보다 두 살 위인 누나이기도 하고요.”

       “…그럼 우리는 왜 씨를 붙이는데…”

       “……”

         

       문보라는 시선을 피했다.

       조용히 안주만 주워 먹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부분은 변명할 거리가 없었으니까.

         

       “…용우우…”

       “그, 그것보다는…손수건 일은 미안해요. 설마 그 모습을 보셨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요.”

         

       화제를 돌릴 겸 다른 말을 꺼내는 문보라.

         

       그녀는 이미 상황에 대한 해명을 진행한 지 오래였다.

         

       <끈적이는 하수구>에서 식은땀을 흘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친절한 유세하가 손수건을 빌려준 거라고.

         

       어쩌다 타이밍을 놓친 거라고.

         

       “…그것뿐입니다. 미안해요.”

       “…아니야 괜찮아. 어차피 숨기려고 숨긴 건 아니잖아.”

       “…그렇죠.”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문보라.

         

       실제로도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다.

         

       물론 뭐…

         

       유세하가 다가와 손, 팔, 얼굴 곳곳을 정성스럽게 닦아주었다는 사실.

         

       진작에 돌려줄 기회가 있었는데, 일부러 입 다물고 있었다는 불필요한 말은 생략하였다.

         

       아무튼, 말이 나왔기 때문일까.

         

       대화의 주제는 <끈적이는 하수구> 쪽으로 이어졌다.

         

       “어땠어? 나도, 꽤 많은 <던전>을 돌아다녔는데…첨 들어보는 곳이라서.”

         

       “<슬라임>들이 나왔습니다. 여기에 보스는 <슬라임 나이트>라는 기사더군요.”

         

       “오, 그건 좀 신기하네.”

         

       “뭐가 말이죠?”

         

       문보라의 질문에 주나용은 생각해 보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슬라임은 기본적으로 점성으로 이루어진 몸을 이용해 기습하는 놈이잖아. 근데 보스가 나이트라며?”

         

       “…그런데요?”

         

       “그 말은 사람처럼 행동한다는 소리잖아. 갑옷을 입고, 무기와 방패를 이용하는 인간의 기술을 슬라임이 이해했다는 내용이잖아? 지능이 거의 없는 슬라임이 그걸 어떻게 알았겠어?”

         

       “…아, 혹시 <이계 기록설>을 언급하시는 건가요?”

         

       <이계 기록설>.

         

       <필드, 던전, 시련> 같은 완전히 다른 세상의 틈은 사실, 이곳과는 전혀 다른 세상의 역사, 지식 등이 뒤엉켜 탄생했다는 가설.

         

       좀 더 나아가, 시공간의 구별 없이 단편적인 정보로만, 모여진 거대한 일대기라는 게 학자들의 주장이었다.

         

       문보라 또한 <마법사>이기 전에 한 명의 탐구자이자, 연구자이다.

         

       나름대로 그럴싸한 주장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 <슬라임>은 생전에 시민들을 지키던 기사였을지도 모르겠네요.”

         

       “아 그리 여겨? 나는 오히려 <슬라임>이 죽은 기사를 잡아먹고, 지식을 흡수한 거라고 여겼는데.”

         

       “그것도 일리가 있네요.”

         

       대화의 내용은 괴수에 대해서.

         

       그다음은 <보상>으로 이어졌다.

         

       “…저기, 그 목걸이 말이야.”

       “아, 이거 말인가요?”

       “혹시 보상으로 나온 거야? 예쁘게 생겼네.”

       “맞습니다. 운 좋게 <트레져룸>이 발견되었거든요.”

         

       문보라의 말에 주나용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사실 지금부터가 물어보고 싶었던 거다.

         

       “호, 혹시…유세하가 직접 걸어준 거야?”

         

       문보라는 무심코 ‘네’라고 답변하려는 걸 겨우 삼켰다.

         

       큰일 날 뻔했다.

         

       ‘…이상하네요.’

         

       오늘따라 자신이 좀 이상하다.

       아니 고백하자면 근래 좀 이상하다.

       감정을 제어하기 어렵다고 해야 할까.

         

       방금도 경솔한 대답을 할 뻔하였다.

         

       “…아닙니다. 보상 배분하고 저한테 온 걸 그냥 대충 쓴 거뿐입니다.”

         

       “…그, 그래?”

         

       “근데 그건 왜…”

         

       “아니 좀 유치하긴 한데…나만, 유세하에게 받은 게 없구나 싶어서.”

         

       “네?”

         

       주나용은 말하였다.

         

       마하나가 언제나 아끼는 방패는, 사실 유세하가 건네준 물품이라고.

         

       그렇기에 애지중지하는 거라고.

         

       “…그 딱히 뭐 물질적인 걸 바라는 건 아닌데. 그냥 좀…서운해서. 내가 말해도 너무 애 같네. 하하…”

         

       주나용은 부끄럽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추가로 나만 별명이 없더라고. 마하나는 므냥이라 부르고, 너는 보라보라라고 부르잖아.”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그냥 포기한 거예요. 토, 톡의 프로필 이름도 그래서 바꾼 거고요. 오해하지 마세요.”

         

       “아무튼, 그냥 그렇다고…요새 쓰다듬는 것도 잘 해주지 않고…”

       

        “……여담으로 몇 번 받아보셨어요?”

         

       “응? 어. 아마 두세 번?”

         

       “저는 한 번인데…”

         

       “아하…”

         

       말을 마친 둘은 잠시 입꼬리를 움찔거렸다.

         

       주나용은 더 많은 애정 표현을 받아본 적이 있다는 사실에.

         

       문보라는 [인어공주의 목소리]는 사실 유세하가 직접 걸어줬다는 사실에.

         

       큼큼거리는 두 사람.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술을 마셨다.

         

       막상, 마하나는 저 모든 것을 다 받았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무시한다.

         

         

       *

         

         

       미묘한 침묵이 이어진다.

       서로 들고 있던 잔만 홀짝이는 둘.

         

       “…아, 안주 더 시킬까?”

       “…저는 좋습니다. 꼼장어 드세요?”

       “어, 먹어 본 적은 없는데…”

       “그럼, 한번 드셔보세요. 생각보다 맛있습니다.”

         

       찰나, 주나용은 고민하였다.

         

       적어도 자신의 기억상 문보라의 입에서 ‘맛없다…’라는 소리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예전이나 놀랐지.

         

       주나용도 지금은 안다.

         

       ‘…누렁이.’

         

       문보라는 생긴 것만 보면 귀하게 자란 아가씨처럼 보이지만, 그 누구보다 잡식성이었다.

         

       따라서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맛있다’라는 말은 신뢰성이 좀 부족하였다.

         

       그러나 곧 털어냈다.

       여기까지 와서 거절하는 것도 좀 그러니까.

         

       “뭐, 먹어 보지 뭐.”

       “알겠습니다. 이모님? 여기 꼼장어구이 2인분 부탁드려요.”

       “네~”

         

       주문이 들어간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안주가 대령한다.

         

       “용으음?”

       “괜찮죠?”

         

       확실히 맛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이리 숨 막힐 듯이 이어지는 분위기를 해결해 줄 만큼 진미는 아니었다.

         

       둘은 서로 잘 알고 있었다.

       친분을 나누는 술자리여도…

       미묘한 탐색전이 그 밑에 깔려 있다는 사실을.

         

       결국, 이런 인내심 싸움에 약한 주나용이 먼저 공격을 걸어본다.

         

       “…그, 기억나? 다리 난관에서 물어보았던 질문.”

         

       갑작스러운 주나용의 말에 문보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내, 과거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친다.

         

       ―너, 유세하랑…그렇고 그런…사이야?

         

       혹시 사귀는 사이냐는 질문.

         

       “……아.”

         

       “그, 그냥 물어보는 거야. 전화 와서 제대로 답변 못 했으니까…아무튼 다시 물어볼게.”

         

       헛기침하는 주나용.

         

       “…유세하랑…그렇고 그런…사이야?”

       “……”

         

       문보라는 소주를 반 모금 마시며 생각하였다.

         

       상식적으로 몇 달간 같이 다닌 주나용이다.

       그런 그녀가 답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구태여 물어보는 이유는…

         

       그만큼 주나용의 내면 속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때 저는 뭐라고 대답했죠?’

         

       ―우, 우, 우, 우에, 그, 그게 무슨-!

         

       ……참으로 부끄러운 반응.

         

       살짝 수치심을 느낀 문보라는, 이번에는 새침하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대답한다.

         

       “……계속 보셨잖아요. 그런 사이 아닙니다.”

       “…그, 그래. 미안…”

       “아니에요.”

         

       원래라면 여기서 끝났을 거다.

         

       문보라는 주나용과 척지고 싶은 마음 따위 조금도 없었으니까.

         

       그녀 또한 소중한 친구이다.

         

       여기에 유세하에게 명백히 호감을 품고 있지만, 그것이 사랑이라고 부를 만큼의 단계는 아니라는 것도 컸다.

         

       ‘……’

         

       그래, 그랬을 거다.

         

       기이잉-!

         

       목에 걸어둔 [인어공주의 목걸이]가 붉게 변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소유자의 [집착]을 올려주는 물품.

         

       근래 한시도 품에서 떼지 않은 목걸이는, 문보라의 이성이라는 감정을 아주 조금 허물게 하였다.

         

       결국, 이것은 기어가듯 한마디를 더하게 만들었다.

         

       문보라조차 깨닫지 못하는 진심 어린 ‘감정’을 말이다.

         

       “…아직은요.”

         

       “……어?”

         

       쥐 죽은 듯한 고요.

         

       흐릿한 눈빛으로 대답한 문보라의 이성이 곧 돌아오기 시작한다.

         

       ‘…응?’

         

       이내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닫는다.

         

       양손으로 입을 가리며 놀란 눈빛으로 주나용을 바라본다.

         

       ‘…제, 제가 지금…무슨?’

         

       혼란스럽다.

       하, 하지만…

       일단은 수습해야 한다.

         

       문보라는 더 어색해지기 전에 양손을 빠르게 저었다.

         

       “시, 시, 실언입니다! 말이 잘못 나갔어요.”

         

       “그, 그래?”

         

       “제, 제, 제가 그런…바보스럽고, 멍청하고, 눈치 없고, 놀리기만 좋아하고, 남의 속 썩이는 무뢰배 따위…조,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 그쵸?”

         

       “…어, 그, 그정도로 말할 필요는…”

         

       “아, 아무튼 아닙니다. 아니에요!”

         

       “용으응…미, 믿을게.”

         

       재차 침묵이 이어진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문보라를 바라보는 주나용.

         

       목덜미까지 붉어진 얼굴을 겨우 달래는 문보라.

         

       이왕 이리된 거 계산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였다.

         

       그러자 울리는 톡의 알람음.

         

       고톡!

         

       “응?”

       “톡이…왔네요?”

         

       둘은 각자에게 온 연락을 확인하였다.

         

       【유세하】: 두 사람 지금 어디 있어? 이제야 일이 끝나서 지금 봤는데…너무 늦었지? 자세한 건 내일 설명해 줄게.

         

       “……”

       “……”

         

       참으로 유세하다운 톡에 둘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화사하게 미소 짓는다.

         

       “일단 돌아갈까요. 나용씨?”

       “응.”

       “돌아가서 잔뜩 혼내줘야겠죠? 저희의 말 죄다 무시했다가 딸랑 보낸 거니까. 그쵸?”

       “응!”

         

       은은한 분노를 담아 미소 짓는 두 사람.

         

       둘 사이에 흐르는 마력의 경계는 두렵다 못해 살벌한 기세를 풍기며 주변 손님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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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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