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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0

       

       

       “설명했던 대로, 오늘부터 수색을 시작한다.”

       

       

       하율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가라앉은 목소리.

       

       학생들에게는 존댓말을 하던 하율의 진지한 목소리에 일행들도 덩달아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작전은 간단하다. 수색 능력을 지닌 유시우와, 그를 호위하는 세 명이 수색. 그리고 약간 떨어진 위치에서 본대가 대기. 질문 있나?”

       

       “···본대가 왜 떨어져 있는 거죠?”

       

       “마수도 지능은 있으니까. 너무 붙어있다면 애초에 접근조차 하지 않으니 수색의 의미가 없지.”

       

       

       그렇구나.

       

       하율이 말한 대로 정말 간단한 작전이었다.

       

       애초에 이렇게 모여서 브리핑할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만 그런 의문을 느낀 게 아니었던 모양인지, 같이 회의에 참여한 사람 중 한 명이 하율에게 질문했다.

       

       

       “작전이 너무 간단한데. 정말 아무것도 없이 그걸로 충분한 거 맞아?”

       

       “작전이 간단한 이유는, 아직 시우 학생의 수색 능력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시운전인 셈이죠.”

       

       “···그 생각을 못 했네. 미안.”

       

       

       시운전이라.

       

       하긴, 금방 끝내주겠다고 구두 약속을 하기는 했지만···.

       

       정말로 금방 끝날 수 있을 리가 없긴 하다.

       

       

       “직감이었던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하니?”

       

       “···글쎄요. 제가 이런 곳에 능력을 사용하는 건 처음이라.”

       

       “너무 걱정하지 마렴. 우리가 도와줄 테니까.”

       

       “네, 감사합니다.”

       

       

       시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에 귀여운 아이를 본다는 듯 눈웃음을 지었다.

       

       ···기분 나쁜데.

       

       아니, 뭐. 그래.

       

       이곳 사람들은 바깥에 나가기가 쉽지 않을 터.

       

       그러니 시우 같은 젊은 아이들을 바라보며 그런 표정 정도는 지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말이야.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면 기분 나쁘다고.

       

       뭔데, 그 얼굴은.

       

       예쁜 남동생을 바라보는듯한 그 얼굴은 뭐냐고.

       

       시우는 왜 거기서 웃고 있는 거야?

       

       배신감이 들어 시우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시선을 느낀 걸까.

       

       그가 고개를 돌리려던 찰나, 무언가 뒤에서 덮치는 듯한 느낌과 함께, 고개가 확 내려갔다.

       

       뭐, 뭐야···?!

       

       

       “으에엑···!”

       

       “귀여워라, 질투하는 거니?”

       

       “지, 질투라니···! 그런 거 아니에요!”

       

       “그래, 그래. 이 언니는 다 알고 있어요.”

       

       “언니는 무슨···!”

       

       

       나이 차이로만 따지자면 부모님 세대 정도일 게 뻔한데!

       

       젊어 보이는 외모지만, 나는 속지 않아.

       

       이 세상의 초인들은 대부분 미인이니까.

       

       도대체 왜 그런 건지는 모른다.

       

       작가님에게 물어봐도 아마 마력이 어쩌고저쩌고할 게 뻔하니,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래도 초인 대부분이 미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라이라, 스피라, 하율, 아멜리아, 도로시.

       

       그리고 반 학생들과 학교 선생님들.

       

       수많은 초인을 보며, 초인들은 무슨 마나로 외모를 가꾸기라도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위버멘쉬 애들은 몸에 이상한 게 달려있어서 잘생겼다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긴 했지만.

       

       어쨌든.

       

       그런 세상이다. 아무리 예쁜 누나···. 아니, 이제는 언니인가.

       

       예쁜 언니처럼 보이는 모습이라고 해도 그건 다 겉모습일 뿐.

       

       외모보다 젊어 보이는 사람이 넘쳐나는 이 초인 사회에서 이런 모습이라면, 이 사람도 사실은 다 늙은 아줌···.

       

       

       “요게, 요게. 이상한 생각 하고 있지?”

       

       “으부부붑···!”

       

       “네 남자친구한테 꼬리 칠 생각 없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눈초리 무섭다, 얘.”

       

       “나, 남?! 남자친구 아니거든요!”

       

       “그래, 그래.”

       

       

       남자친구라니. 나는 아직 시우와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게 도대체 무슨···.

       

       격렬하게 부정해보았지만 아무도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내 말을 가볍게 무시한 여성이, 내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시작했으니까.

       

       

       “자, 자. 다들 가보자고. 우리 후배님들 실력 한번 구경해 볼까?”

       

       “좋아. 오늘은 몸풀기니까 금방 쉬겠군.”

       

       “벌써 쉴 생각부터 하고 있네.”

       

       “너도 그렇잖아.”

       

       “헤, 들켰나?”

       

       

       회의가 끝났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는데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멍하니 있자, 하율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 사람들은 변하질 않네요···.”

       

       “···원래 이래요?”

       

       “네, 뭐. 제가 있었을 때도 비슷한 분위기였습니다.”

       

       

       생각했던 거랑 너무 다른데.

       

       최전방이라기에 엄청 딱딱한 분위기를 예상했었다.

       

       언제 목숨이 달아날지 모르는 위험한 장소니까.

       

       그런데 실상은 이런 분위기라니.

       

       

       “딱딱한 것보다는 이게 좋지 않니?”

       

       “···아, 사령관님.”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위험에 떨고 있기만 하면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서 말이야. 내가 조금 힘 좀 썼지.”

       

       

       힘 좀 썼다니.

       

       이게 사령관이 원하는 분위기라는 걸까?

       

       내 예상이 맞다는 듯, 사령관은 인자한 표정을 지으며 사람들이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사소한 걱정만 하고 있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법이야.”

       

       “···하지만 사소한 걱정이라기엔 너무 위험한 거 아닌가요?”

       

       “그렇게 생각하니?”

       

       

       평소 같았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 가벼운 이야기.

       

       하지만 나는 사령관의 말을 넘기지 못하고 그에게 대꾸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전장에서, 사소한 걱정이라니요. 최대한 대비를 해둬야···.”

       

       “물론 대비도 해야지. 하지만 말이다, 아이야. 불가능한 것도 있는 법이란다.”

       

       “···불가능한 것이라니요?”

       

       

       그의 표정은 여전히 인자했다.

       

       마치 어렸을 적 뵈었던 할아버지 같은 인자한 표정.

       

       연륜이 깃든 그 표정은 내게 아무런 위해를 끼치지 못할 것 같아 보였지만, 나를 꿰뚫어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곳은 네가 말하는 대로 최전방이란다. 위험한 마수가 매일같이 나타나고, 잠깐 방심하면 사고가 터지지.”

       

       “그렇다면 더욱더···!”

       

       “그렇기에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더욱 안 되는 거야.”

       

       

       뚜벅, 뚜벅.

       

       그 꿰뚫어 보는듯한 눈동자가 내게로 점점 다가오자, 나도 모르게 조금씩 거리를 벌렸다.

       

       무언가 알 수 없는 압박감이 더해지는 것 같아서.

       

       

       “만약 하늘이 무너진다면, 너는 어떻게 할 거니?”

       

       “땅으로 숨어들겠죠.”

       

       “그렇다면, 땅이 꺼진다면?”

       

       “···그런 걸 왜 물어보시는 거죠?”

       

       

       도대체가 말하는 의미를 모르겠다.

       

       짜증이 치솟아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도저히 모르겠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 리가 없잖아.

       

       만약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해결할 방법이 있을 리가···.

       

       

       “그래, 그거란다.”

       

       “···네?”

       

       “아무리 걱정해봐야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는 법이야.”

       

       

       꿰뚫어 보는듯한 눈동자가 다시 한번 나를 직시했다.

       

       ···어떻게? 내가 입 밖으로 말 한 적이 있던가?

       

       아니, 그럴 리가. 그러지는 않았을 텐데.

       

       

       “사람들은 가끔 수많은 걱정들을 하고는 하지. 철학적인 고민 같은 거 말이야.”

       

       

       통 속의 뇌라고, 들어본 적 있니?

       

       사령관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물론 그런 고민도 좋긴 하단다. 흥미롭기도 하고. ···하지만, 그게 과연 정말로 필요한 일일까?”

       

       “그게 무슨···.”

       

       “우리가 정말 통 속의 뇌가 맞다고 생각해 보려무나. 설사 그게 맞다고 한들, 그 뇌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지?”

       

       “···.”

       

       

       통 속의 뇌가 할 수 있는 일이라니.

       

       자신이 느끼는 모든 것이 그저 과학자의 전기신호로 이루어진 것임을 깨달았다고 해도, 통 속의 뇌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리가 없잖아.

       

       그저 뇌만 존재할 뿐인 존재가 과학자에게 무언가 할 수 있는 방법 따위가 있을 리가···.

       

       

       “그래. 이 세상이 설사 만들어진 세상이라고 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단다.”

       

       

       사령관은 여전히 인자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사령관을 제대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마치 내 생각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아서.

       

       마음속 깊은 곳까지 모든 게 드러나는 것 같아서.

       

       

       “그렇다면 과연 그런 고민이 필요할까? 그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단다. 그저 마음만 아플 뿐.”

       

       “···.”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뿐, 결국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이 사람은 도대체 뭘까.

       

       멍하니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그저 평범한, 늙어빠진 할아버지라고 생각했는데.

       

       그저 작가님의 세상 속 배정된 엑스트라 한 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과 같단다. 가끔은 해결할 수 없는 고민도 있는 법이야. 이곳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것은 해결할 수는 없잖니? 전장이니까.”

       

       

       그렇기에 저런 분위기라는 걸까.

       

       그렇기에···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걸까.

       

       분명 이곳의 분위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 텐데.

       

       어쩐지 내 본질을 찔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런, 미안하구나. 늙어서 그런가 이야기가 통하는 젊은 친구들을 만나면 말이 많아진다니까.”

       

       “···덕분에 조금 늦었습니다.”

       

       “미안하구나. 이 할아비가 붙잡고 있었다고 한다면 이해해 줄 테지. 어서 가보도록 하렴.”

       

       “네. 슬슬 가시죠.”

       

       

       하율의 지시에 따라 자리를 벗어나는 도중에도, 사령관의 이야기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쓸데없는 걱정, 이라.

       

       

       

       

       

       

       

       

       

       

       

       “···흐음.”

       

       

       이걸로 괜찮을지 모르겠구먼.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좋겠는데.

       

       사령관은 책상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세상을 주물럭거리는, 인간의 시선으로는 감히 재단할 수 없는 존재가 있다···.”

       

       

       심지어 그런 존재가 이 세계의 상식을 제멋대로 주물럭거리고 있었다니.

       

       충격이 아니라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

       

       어렸을 적부터 배워왔던 이 세계의 상식과 역사가 모두 인외의 존재에게 개변당한 사실이라는 뜻이니까.

       

       설마 500년 전의 그 사건이 고작 몇 달 전에 생긴 사건이라고는 전혀 생각해보지도 못했다.

       

       그 사실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존재라면. 그런 존재를 매일같이 느끼는 사람이라면.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못하는 게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들 그가 변하는 것은 없었다.

       

       자신의 기억이 그 시점을 기반으로 뒤틀렸다고 한들, 그게 내가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니까.

       

       

       “그 남자아이가 조금 힘내줬으면 좋겠건만···.”

       

       

       혼자서 세상의 진실을 끌어안고 정신이 망가져 있는 아이의 유일한 버팀목.

       

       그 아이만이 소녀를 구원할 수 있겠지.

       

       안타까움에 한숨이 연신 새어 나왔다.

       

       에휴.

       

       신은 주사위 놀음을 하지 않는다더니.

       

       그 말이 옳았다.

       

       주사위 놀음이 아니라, 장난을 쳐대고 있었으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와!! 여러분!!! 중대사항이에요!!!

    니켄 님께서 주신 팬아트 두개가 공지에 올라왔거든요!!!

    하나는 무려 어린이들은 볼 수 없는 팬아트···!

    공지사항에 올려두었으니 한번 확인해주세요!

    너무 야하네요, 젠장!

    언제나 예쁜 팬아트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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