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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0

       “…….”

         

       신PD가 갑자기 이렇게 내게 독대를 청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사람이 없는 으슥한 곳으로 굳이 가서 할 이야기라면….

         

       ‘…뭔가 좋은 이야기일 것 같지는 않은데.’

         

       이에 나는 대화하기를 꺼린다는 티를 내며 머뭇거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무슨 일이신지…? 여기서 말해주실 수는 없을까요?”

         

       “…….”

         

       내가 거의 거절하는 뉘앙스로 말하자 신PD의 얼굴이 순간 굳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일개 참가자인 내가 감히 자신의 말을 거절할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나보다.

         

       그래도 그는 금방 다시 사람 좋은 미소를 꾸며내며 말했다.

         

       “하하! 죄송해요, 예린 양! 피곤하실 텐데 제가 괜히 실례했네요! 근데 어떻게 잠시만 시간을 내주실 수 없을까요? 정말 중요한 이야기라.”

         

       “그러면 무슨 주제의 이야기인지만 알려 주세요.”

         

       “…하아.”

         

       내가 두 번째로 철벽을 치자 신PD가 결국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이내 내게 다가와 다른 사람들은 안 들릴 목소리로 속삭였다.

         

       “……예린 양의 회사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

         

       회사 이야기가 나오자 나는 움찔할 수 밖에 없었다.

         

       ‘내 회사…? 형제기획이 왜…?’

         

       혹시 형제기획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

         

       스윽-.

         

       나는 곧바로 내 폰을 확인했지만 딱히 강형만에게 연락이 온 것은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으면 내게 먼저 연락을 했었을 텐데…?

         

       나는 의문이 들어 신PD에게 물었다.

         

       “제 회사에…, 무슨 문제가 있나요?”

         

       “…그건 저를 따라오면 말씀드리겠습니다.”

         

       “…….”

         

       …어쩔 수 없나.

         

       신PD가 악독한 사람이긴 해도 상식이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내 회사. 형제기획이 그의 입에서 나온 순간 나는 그와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 가시죠.”

         

       이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뒤를 따랐다.

         

         

         

       **

       

         

         

       저벅.

         

       주변에 아무도 없는 세트장 뒷편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신PD에게 물었다.

         

       “이제 말해주세요. 제 회사 관련해서 하실 말이 무엇인지. 혹시 형제기획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하하, 형제기획에 문제가 많냐니…, 당연히 한둘이 아니죠.”

         

       “…네?”

         

       그게 무슨….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신PD가 비웃음의 표정을 숨기지 않으며 답했다.

         

       “아하하! 알아보니까 형제기획 그 회사 제대로 된 팀도 없고 트레이너들도 없고 연습생이라곤 예린 양 한 명 뿐이던데요?”

         

       “…….”

         

       “그건 뭐…, 중소기업이라 하기도 우습고 처음에는 거의 페이퍼 컴퍼니인 줄 알았습니다. 게다가 거기 사장…, 깡패죠?”

         

       그리 말하는 신PD의 입꼬리는 여전히 비웃음으로 올라가 있었지만 눈동자는 점점 혐오로 가득 찼다.

         

       “으…,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깡패가 이쪽 업계에 발을 들입니까. 같은 연예계 종사자로서 그런 더러운 일 하던 사람들이 유입되는 건 막아야죠.”

         

       “…그래서 그런 말을 저한테 하시는 이유가 뭐죠?”

         

       내 목소리가 차갑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신PD가 눈을 빛내게 내게 말했다.

         

       “예린 양…. 그런 쓰레기 같은 회사에 속해 있는다면 예린 양이 아무리 재능이 있더라도 이를 꽃피우지 못할 겁니다. 예린 양도 이를 알고 계시겠죠?”

         

       “…….”

         

       “그래도 다행히 예린 양에게 동아줄이 하나 내려왔습니다. 무려 MS기획 사장님이 예린 양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신PD 님.”

         

       “네, 예린 양. 맞습니다 그 MS기획! 3대는 아니지만 예린 양의 지금 회사와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곳이죠. 제가 곧 그쪽 사장님과 예린 양을 연결해 드릴 테니….”

         

       “되도 않는 소리 마세요.”

         

       “……예?”

         

       “말 같지도 않는 소리 하지 마시라구요.”

         

       “…….”

         

       순간 신PD의 얼굴이 멍해졌다.

         

       내게 이런 말을 들을지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것처럼.

         

       그리고 이내….

         

       “예, 예린 양…! 그게 무슨…!!”

         

       그의 얼굴은 당황과 함께 분노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저 예린 양이 출연하는 ‘나의 아이돌 아카데미아’의 메인 PD입니다! 감히 출연자가 PD에게 이렇게 반기를 들고…, 후환이 두렵지 않은 건가요?!”

         

       신PD는 나에게 갑을관계를 일깨워 주려는 듯 내려다보며 협박투로 말했다.

         

       하지만….

         

       “PD님이 뭘 하실 수 있는데요?”

         

       “…뭐요?”

         

       “나아아에서 압도적으로 1등을 하고 있는 제게 PD님이 뭘 하실 수 있냐고요.”

         

       “…….”

         

       나아아도 이미 후반기에 접어 들고 프로그램의 끝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것은…, 이제 메인PD의 권력도 끝물이라는 걸 의미한다.

         

       프로그램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인 지금은 PD가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 크게 줄어들었다.

         

       게다가 나는 저번 순위 발표식에서 유 설과 26만 표라는 압도적인 차이를 내었다.

         

       PD의 권력은 약해지고 내 입지는 올라갔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신PD의 눈치를 크게 볼 필요가 없었다.

         

       ‘데뷔는 이미 확정이고…, 우승? 우승은 까짓것 안 하면 돼.’

         

       물론 아직 우승이라는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PD에게 영혼까지 바쳐서까지 우승을 하고 싶진 않았다.

         

       신PD도 나를 쉽게 건드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이내 낭패감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다.

         

       “이…, 이런 배은망덕한 것을 봤나.”

         

       카메라나 CCTV도 없겠다 더 이상 가면을 쓸 필요도 없다 생각했는지 반말도 함께였다.

         

       “내가 너를 방송에서 얼마나 키워줬는데…, 감히 나한테 말을 그따구로 해?”

         

       “…….”

         

       “이런 은혜도 모르는 쓰레기 같은…!”

         

       “쓰레기는 너겠지.”

         

       “……!”

         

       내가 반말까지 사용할지는 전혀 예상치 못했는지 신PD의 눈이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사실 나도 이 정도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신PD가 그 어떤 망발을 해도 대충 넘어갈 생각이었는데 입이 먼저 움직였다.

         

       그런데 그도 그럴 것이….

         

       ‘감히 우리 회사를….’

         

       형제기획 사람들이 원래 하던 일이 누군가에게 떳떳하게 밝히기 어려운 것이라는 건 안다.

         

       그래도 형제기획 사람들은 내게 구원자이자 가족이었다.

         

       강형만이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알바를 전전하며 식당에서 설거지나 하고 있었겠지.

         

       그에 반해 신PD…?

         

       자신의 입맛에 따라 이혜정을 B로 강제 강등시키고 이제 고등학교 입학한 서유진을 마녀사냥했다.

         

       둘 말고도 그는 수많은 출연자들을 시청률의 재료로 소모하고 희생시키기도 했다.

         

       그런 신PD가 감히 형제기획을 쓰레기라고 욕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네가 지금까지 한 짓을 생각해봐. 너 같은 쓰레기가 뭔데 감히 우리 회사 사람들을 욕해.”

         

       “너…, 너…!”

         

       “할 말 끝났으면 갈게요.”

         

       휙.

         

       나는 당황으로 물드는 신PD의 얼굴을 구경하다가 그 모습도 역해서 그냥 몸을 돌렸다.

         

       혹시 형제기획에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서 따라왔더니 신PD는 아주 똥 같은 말만 내뱉었다.

         

       지금까지 여기 있던 것도 괜한 시간 낭비였다.

         

       나는 얼른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자리를 파하고 싶었던 건 오직 나뿐이었던 것 같다.

         

       “어디 가! 나 아직 말 안 끝났어!”

         

       내가 몸을 돌리자 신PD가 분한 목소리로 소리치며 내게 손을 뻗는 것이 느껴졌다.

         

       또다시 내 손을 덥석덥석 잡으려 했나보다.

         

       나는 이에 진절머리를 느끼며 그의 손이 닿기 전 싸늘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한 번만 더 제 몸에 손대시면 성추행으로 경찰에 신고할게요.”

         

       “…뭐? 그게 무슨…!”

         

       이번에는 진짜로 억울했는지 신PD가 안절부절 소리쳤다.

         

       “내, 내가 언제 성추행을 했다고…! 너 이거 무고야, 무고! …그리고 여기는 카메라나 CCTV도 없고 증거도 없이 감히…!”

         

       “여기는 카메라가 없어도 신PD님이 저를 여기까지 데려온 것은 카메라에 확실히 찍혔겠죠?”

         

       “……!”

         

       “여차하면 기자회견 열고 한 번 울죠, 뭐. 팬들은 저 믿어 줄 것 같은데.”

         

       “…….”

         

       내 말을 들은 신PD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얼굴을 울그락불그락 했다.

         

       나는 그런 그의 한심한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이 한심한 작자 한 명 때문에….’

         

       이렇게 상대하기 쉬운 한 명 때문에 그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봤던 건가.

         

       …짜증났다.

         

       “이제 할 말 끝이죠?”

         

       “저, 자, 잠깐…!”

         

       “…?”

         

       “그, 그래도 MS기획은 정말 괜찮은 회사야…! 그쪽 대표님도 너를 엄청 마음에 들어 하셔. 그러니 이야기라도 한 번….”

         

       …이상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온 와중에도 MS기획 타령을 하다니.

         

       ‘나를 연결해주겠다고 MS기획에 돈이라도 받았나?’

         

       뭐가 됐든 내 알 바는 아니었다.

         

       나는 다시 매몰차게 몸을 돌렸다.

         

       “관심 없습니다. 가 볼게요.”

         

       “자, 잠깐만…!”

         

       성추행까지 운운했는데도 정말 급했던 건지 신PD가 다시 내게 손을 뻗었다.

         

       ‘감히.’

         

       스륵.

         

       신PD의 손은 내가 눈으로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한없이 느렸다.

         

       이에 내가 그것을 쳐 내기 위해 마주 손바닥을 든 그때였다.

         

       “그만.”

         

       “……!”

         

       신PD와 내 손이 맞닿기 전에 제3자의 목소리가 개입했다.

         

       갑작스레 끼어든 그는 마치 다 듣고 있었다는 듯 사각지대였던 코너 옆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얼굴을 본 나는 잠시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한시우 프로듀서님.”

         

       “네, 예린 양.”

         

       그는 안심하라는 듯 나를 보며 작게 눈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시, 시우 씨?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어요? 혹시 저희 대화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듣….”

         

       “처음부터요.”

         

       “…….”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었습니다.”

         

       신PD를 향해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고 신PD가 움찔한 사이 한시우가 낮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읊조렸다.

         

       “신PD님.”

         

       “…….”

         

       “지금 신PD님이 하시는 일은 명백한 연습생 가로채기입니다. 아닙니까?”

         

       “가로채기가 아니라 뛰어난 실력을 가진 연습생이 안 좋은 회사에 썩히고 있으니 겸사겸사….”

         

       “정작 본인이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 강요, 협박까지 하셨잖습니까.”

         

       “아니…, 제가 무슨 강요 협박을…!”

         

       “지금 당장 물러나지 않으시면 이 일 공론화하겠습니다.”

         

       “……!”

         

       공론화라는 말을 들은 신PD의 얼굴이 내게 성추행 이야기를 들었을 때보다 더욱 일그러졌다.

         

       나와 달리 한시우는 연예계에서 힘이 강한 사람이니까.

         

       그가 하는 말은 내가 하는 것에 비해 무게감이 달랐나보다.

         

       “…시우 씨, 이번 일로 저와 척질 수도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정상적인 말을 했는데 척을 지게 된다면 제가 잘못한 건가요?”

         

       “……하아.”

         

       이내 신PD는 한시우의 결연한 눈을 보고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두 사람……, 어디 두고 봅시다.”

         

       마치 삼류악당과도 같은 대사를 마치고 뒤를 돌았다.

         

       까드득.

         

       그에게서 얼마나 분노의 기류가 느껴지는지…, 뒤를 돌았음에도 그가 이를 악문 소리가 내게 들릴 정도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YuSeol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제가 조회수 500k를 찍을 수 있었던 것은 YuSeol님을 비롯한 독자님들 덕분이었습니다!

    제 목표는 빚갚돌의 조회수를 1m까지 찍는 것입니다!

    그때까지 많은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낙낙서서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매번 제 작품을 좋게 봐주셔서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낙낙서서님의 마음에 드는 소설을 쓰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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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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