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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0

       드래곤들과는 언젠가는 만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만남이 지금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당황한 꼴 보니까 속이 다 시원하네.”

       

        에리야스가 웃으며 말했다. 그의 옆에는, 달빛을 닮은 은색 머리칼을 지닌 여인이 서 있었다. 카르시안이었다.

         

       “정말이지, 내 새로운 주인의 심계는 놀랍군.”

         

       새로운 주인이 누구인지는,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분명 황녀일 것이다.

         

       카르시안의 눈동자가 키엘을 날카롭게 흝고 지나갔다.

       

        “이건 좀 의외로구나. 키엘 공작이 여기 있었을 줄이야.”

       “너희는……누구지?”

        “드래곤 로드.”

        “……드래곤?”

       “그리고, 네가 전생에 죽였던 드래곤의 어미이기도 하지.”

         

       키엘의 얼굴이 차갑게 굳는다. 카르시안이 드래곤이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전생에 북부에서 사냥했던 백룡이 떠오른 것이다. 비록 이번 생에서는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지만, 그걸로는 카르시안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다.

         

       전생의 잘못을 현생에도 대입했던 건, 키엘 그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카르시안이 성큼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딸아이의 복수를 이렇게 하게 될 줄이야. 아리아의 명이 있었으니 죽이지는 않겠다. 다만 앞으로 네가 오른팔로 검을 잡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멈춰. 카르시안.”

         

       에리야스가 내뱉은 말에 카르시안의 눈이 에리야스를 향했다.

         

       “키엘 공작도 회귀했다는 사실을 잊었냐? 그런데도 놈은 여전히 올리비아에게 붙어있지. 지금 상황이 이상하다는 생각은 안 드냐? 상식적으로 정신계 마법에 당한 것이 아니라면, 저렇게 붙어있을 리가 없을텐데 말이다.”

       “…….”

       “저 꼴나기 싫으면, 정신부터 단단히 붙잡아.”

         

       에리야스는 그렇게 경고하고서, 키엘을 노려보았다.

         

       “네놈 새끼도 정신 차려. 지금은 올리비아가 네 친구처럼 느껴질지는 몰라도, 저 년의 본질은 그냥 악마 새끼야. 친구와 가족의 탈을 쓰고 접근하여 세상을 불태우고 멸망시킬 단초를 만들어낸 년이라고.”

       “아니, 틀렸다.”

       “……이야, 이거 아주 맛이 제대로 갔는데?”

       

       에리야스가 되물었다.

         

       “너는 올리비아가 정점에 이른 마법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네 기억이 진짜라고 생각하냐? 네 기억은 조작당한거야. 아주 은밀하게, 검성인 너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생각해봐라. 아무리 마음씨 넓은 인간도, 자신을 죽였던 자와 친구가 되지는 못하는데.”

         

       그의 입에는, 어느새 조소가 맺혀 있었다.

         

       “네가,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키엘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올리비아와 에리야스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꽈악, 손잡이를 쥔 손에 힘이 더욱 들어갔다.

         

       “네가 누군지는 몰라도, 틀렸다. 만약 올리비아가 기억을 조작할 수 있었다면, 내 적의까지 내버려두지는 않았겠지. 나는 여전히 올리비아를 증오하고, 죽이고 싶다는 충동 속에 휩싸여 있다.”

       

       하지만, 참아낸다.

       

       “날 죽인건 올리비아가 아니니까.”

        “……뭐라고?”

        “몰랐던 모양이군. 아무래도 전생의 올리비아는 너와 그렇게 친하지는 않았던 모양이야.”

         

       키엘이 승자가 지을법한 미소를 지었다.

         

       “나라고 그런 고민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내 기억이 조작된 것은 아닌가……이 조차도 올리비아의 수작질이 아닌가.”

       

       올리비아가 진심으로 세계를 멸망시키고자 했다면, 자신을 죽이는 대신 그 친분을 악용했을 것이다.

       

        “뭘 모르네. 그래서 악마라는거다. 다른 이들의 감정을 가지고 논 거니까.”

       “진짜 악마였다면, 나를 단숨에 죽이는 대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희롱했을 것이다.”

         

       키엘이 머뭇거림 없이 답했다. 에리야스의 눈동자가 점점 분노를 머금는 것을 보면서, 키엘 또한 오러를 끌어올렸다.

         

       – 가라.

         

       올리비아의 머릿속에, 키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세한 기운을 감지한 에리야스가 미간을 일그러뜨렸다.

         

       “시간이라도 벌어줄 생각이냐? 아주 단단히 씌였군. 마지막 기회다, 검성.”

       “시간을 벌어준다라…….”

       

       키엘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듣자하니, 그쪽도 ‘올리비아’에게 죽었던 모양인데, 뭘 믿고 그렇게 태연하지?”

         

       당연히 이길거라고 자신감을 가진 순간부터 글러먹었다.

         

       둘로는, 아니지. 드루이드까지 셋인가?

       셋으로는 부족하다.

         

       생각해보면 키엘 자신도 똑같았다. 올리비아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분노에 잠식되어 앞뒤 가리지 않고 덤벼들었다.

         

       ‘만약 올리비아가 놈이 말한 대로 악마였다면, 나는 그때 죽었겠지.’

         

       키엘은 힐끗 올리비아를 돌아보았다.

         

       동시에 마음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증오.

         

       오늘만큼은, 키엘은 이 증오에 감사했다.

         

       그녀에게 세뇌되지 않았다는 증빙이었으니까.

         

       “나는 틀리지 않았다.”

       

       키엘의 검을 감싼 오러가, 더욱 짙어졌다.

         

       “틀린건 너희들이다.”

       

       카르시안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았다.

         

       그녀는 공간을 일그러뜨리며 순식간에 키엘에게 달려들었다.

         

       콰가가가각!

       

       카르시안의 주먹이 키엘의 대검과 부딪혔다. 소드마스터의 오러가 맺힌 검격과, 드래곤의 비늘로 감싸인 주먹은 그야말로 호각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키엘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드래곤은 마법을 쓰는 생명체지, 육체를 쓰는 생명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정도다.

         

       “그런 장난감으로, 내 딸의 목을 베었나?”

         

       카르시안의 동공이 세로로 접혔다. 공기를 잠식하는 엄청난 피어에, 주변에 있던 엘프들이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졌다.

         

       콰직!

         

       대검이, 마치 장난감처럼 휘어진다. 키엘은 망설임 없이 대검을 내팽겨쳤다. 그는 익숙한 듯 아공간 주머니에서 롱소드를 꺼냈다. 방금 전까지 선보였던 검격이 힘을 중시하는 패도였다면, 지금은 속도를 중시하는 쾌도였다.

         

       묵빛의 오러가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천지가 뒤흔들리는 둘의 대결 뒤에서, 에리야스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는 파충류 특유의 세로줄 눈으로 올리비아를 노려보고 있었다.

         

       “안 도망가냐?”

       “마치 도망가라고 부추키는 것 같아서.”

        “……티났나?”

       

       도망간다면, 그곳에도 회귀자들이 매복하고 있을 것이다.

         

       에리야스가 오른손에 시뻘건 화염을 머금었다. 쉭! 화염이 쏘아졌다. 화염은 카르시안과 대치를 이어나가던 키엘의 호흡을 끊어놓았다.

         

       “윽……!”

         

       키엘의 가까스로 바닥에 착지했다. 방금 꺼낸 검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녹아 있었다.

         

       “새로운 검을 꺼낼 생각이라면 포기해.”

       

       에리야스가 아공간 주머니를 흔들며 말했다. 그는 키엘의 아공간을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불태워버렸다.

         

       “더 할 생각이냐? 검 없는 검성?”

        “검은 중요치 않아.”

         

       대답한 건 키엘이 아니었다. 에리야스의 시선이, 올리비아를 향했다.

         

       “경지에 오른 마법사에게 지팡이나 완드가 필요 없듯, 키엘도 마찬가지야.”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데?”

       

       물론 키엘은 아직 그 정도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다.

         

       올리비아는 말을 아꼈다. 본래 깨달음이라는 것은 남의 입을 통해 들어서는 의미가 없다.

         

       그리고, 애초부터 이건 드래곤들의 주의를 끌기 위함이었다.

         

       “너희들이 말하는 전생의 내가 어땠는지, 나는 몰라.”

         

       올리비아는 손을 빙글 돌렸다. 차디찬 냉기가 혈관을 타고 심장을 두드렸다. 심장을 거친 순간, 냉기는 뇌기로 일변했다.

         

       츠츳! 츠츠츳!

         

       올리비아의 손 끝에 무언가 연기처럼 형상을 갖춘다. 그것은 폭풍을 머금은 구름 같았으며, 또한 짙은 겨울의 향을 물씬 풍겼다.

         

       [초월 마법, ‘태고의 지팡이’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 마법을 사용한 적은 없었을거라고, 나는 자신할 수 있어.”

       

       올리비아가 소곤거렸다.

         

       “……그건!”

        “역시, 드루이드라서 그런지 바로 알아보는구나.”

         

       올리비아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자연 그 자체였다.

         

       한(寒), 그리고 뢰(雷).

         

       에리야스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장난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경지에 이른 마법사는 지팡이 따위 필요 없다더니?”

        “아하핫.”

         

       올리비아가 눈웃음을 지었다.

         

       “내가 그랬었니?”

        “……요망한 마녀로고.”

       “만약 내가 마녀였으면, 너희들은 이미 죽었을거야. 나에게는 그럴 힘과 능력이 있으니까.”

         

       올리비아의 고운 눈썹이 미끄러졌다. 가히 미혹적인 눈꼬리에, 주변이 일순간 침묵으로 사그라든다.

         

       ‘이상한 기분.’

         

       입이 저절로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내가 아니게 되는 기분.

       

       그 변화는, 말투에서부터 드러났다.

         

       “나의 자신(自信)은, 너희들에겐 오만(傲慢)이고.”

         

       스태프를 가볍게 쥐었다. 그리고 겨눈다.

         

       “나의 현실은, 너희들이 한낱 미몽으로 치부하는 경지라.”

         

       그녀의 눈동자에는 타오르는 듯한 뇌기가, 목소리에는 냉기가 담겨 있었다.

         

       “내가 세계를 멸망시켰다고 했니?”

         

       미소가 멈추지 않는다.

         

       “그럼 내 단언하건데, 그 죄는 내가 아니라 이 세계에 있었을 거다.”

         

        온통 미소로 가득한 얼굴에서, 오직 눈동자만큼은 단호했다.

       

       마치 본인의 말이 진실임을 변호하듯.

         

       “죽이지는 않을게. 내 뜻은, 아직은 불살(不殺)에 있으니까.”

       

       세찬 마력이 일렁인다.

       

       “자, 와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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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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