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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0

       – 화음 낭인객잔이 쩌는 게 여기서 일하는 사람이 현직 요리사가 몇 년 동안 각 잡고 가르친 사람이라 실력이 달라.

       – ㄹㅇ? 어쩐지 맛있더라.

       – 사람들이 음식에 진심이긴 해 ㅋㅋㅋ

       

       그런 식으로 말을 한다 한들 난 그대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

       

       무림의 음식이 맛있다니! 분명 나를 놀리려는 수작일 게 분명하지 않나!

       

       나는 속으로 한소리를 하면서도 겉으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체하며 여주인에게 말을 걸었다.

       

       “음식을 시킬 수 있겠나?”

       “네. 가능하죠.”

       “뭐가 있지?”

       

       이 곳에 메뉴판 같은 게 있을 리 없으니 물어본 것이었지만 여주인은 입을 여는 대신 품 안에서 나무 판을 꺼냈다.

       

       거기엔 내게 익숙한 무림의 글자로 이 곳에서 파는 음식들이 적혀 있었다.

       

       소면이나 포자같은 것은 그렇다 치고 백육에 화화작에 초반에.

       

       일개 객잔에서 파는 물건들치고 너무 다양하지 않나? 이것들을 다 준비하는 게 가능하다고?

       

       “여주인아! 여기 이 화화작이라는 것은 무엇이더냐?”

       “그건 참새고기를 다른 채소와 함께 간장에 볶은 요리로…”

       

       바루가 여주인에게 음식에 대한 설명을 듣는 동안 메뉴판을 살피던 나는 커다란 문제가 하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돈이 없다.

       

       농담이 아니라 수중에 한 푼도 없다.

       

       나는 오늘 내내 여기저기를 오고 다니며 싸움을 벌였을 뿐이니 반나절 동안 쉴 새 없이 움직였음에도 주머니는 빈곤했던 것이다.

       

       물론 무전취식을 하려면 할 수 있다.

       

       방금 전 걸렸던 시비의 대가라며 음식을 내놓으라고 소리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 오랜 기간 어울려야 할 곳에 이 이상 부정적인 감정을 주고 싶진 않았다.

       

       어찌하면 좋을까라는 생각이 내 머리를 휘감고 있을 무렵 내가 맨 처음 쓰러트렸던 남자가 눈을 떴다.

       

       그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주변을 둘러보다 바닥에 널부러진 자신의 동료들을 확인하곤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나와 눈을 마주하더니 바로 이마를 땅에 처박으면서 소리를 쳤다.

       

       “죄송합니다! 제가 술에 취해서 맛이 갔었나 봅니다!”

       

       한 번 얻어맞았다가 눈을 뜬 덕에 술기운이 날아간 모양이구나.

       

       흐음. 마침 잘 됐다. 먼저 죄를 저지른 이 녀석에게라면 얼마를 뜯어 먹어도 문제가 없을 테니까.

       

       “제가 멍청했습니다! 그러니 부디 자비를! 정 분을 풀고 싶으시다면 저에게만!…”

       “걱정마라. 아무도 죽지 않았고 죽일 생각도 없으니.”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남자는 자비로운 처사에 감사드린다며 몇 번이고 땅에다 머리를 박으며 감사를 표시했다.

       

       – 좀 짠할 정도로 사과하네.

       – 자기 동료가 다 죽을 뻔 한거니까.

       – 이 게임은 NPC도 마구잡이로 죽음?

       – ㅇㅇ. 자기가 좋아하던 NPC가 죽어서 겜 접는 사람도 많음.

       

       시청자들이 어찌 생각할 지는 모르겠으나 이 정도면 무척이나 온건한 처사다.

       

       먼저 시비가 걸렸음에도 피 한 방울을 흘리지 않다니. 이 정도면 소림의 땡중들도 내 자비에 감탄할 것이다.

       

       그러니 이 자비에 대한 대가를 조금 받아도 무어라 할 이는 없겠지.

       

       “대신이라고 할까. 목숨 값을 좀 받고 싶군.”

       “무엇을 드리면 될까요?”

       “일단은. 그래. 여기 나무에 적힌 음식 전부 다.”

       

       나무판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가리키자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이 어둡지 않은 것을 보니 이 정도는 큰 부담도 아닌 것 같군. 그럼 하나를 더 추가하도록 할까.

       

       “그리고 나가서 괜찮은 곰방대와 피울 잎 좀 구해 오거라.”

       “알겠습니다!”

       

       남자가 다급히 바깥으로 달려나간 후 여주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되었으니 잘 부탁하겠네.”

       “메뉴판에 있는 거 전부 다군요. 알겠습니다.”

       

       – 한 두 번 삥 뜯어 본 솜씨가 아닌데?

       – 매점. 오백원. 빵… 으윽. 머리가.

        – 나도 모르게 지갑 챙겼네.

       – 화령님 어두운 과거 있는 거 아님?

       

       삥? 매점? 빵?

       

       다들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더냐?

       

       반응이 일관된 것을 보면 저들이 공감할 만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긴 하다만 본인으로선 이해하기가 어렵구나.

       

       기왕 웃을 거면 같이 좀 웃자 싶어 설명을 요구했으나 헉이니 앗이니 하는 글자만 올라 올 뿐이었다.

       

       빌어먹을 것들. 대체 어느 방송에서 시청자들이 방송인을 따돌린단 말이더냐.

       

       “나올 것이 기대가 되는 구나! 이 곳 주인의 설명만 들어도 멋진 음식이 나올 것 같았다.”

       “그래. 나도 기대가 된다.”

       

       좀 나쁜 생각일지도 모르겠다만 맛이 없었으면 좋겠구나.

       

       만일 맛있는 음식이 나온다면 내가 무림에서 했던 여러 고생들이 헛된 일이 되지 않으냐.

       

       바루와 잡담을 나누다 보니 얼마 있지 않아 여주인이 그릇 여러 개를 우리 앞에 가져다 주었다.

       

       “일단 빠르게 나오는 것부터 가져왔습니다. 나머지는 천천히 가져다 드리도록 할게요.”

       

       탁자 위에 오른 것들은 소면과 포자 그리고 백육이었다.

       

       마침 시청자들이 추천해 주었던 세 가지 음식이 가장 먼저 나왔구나.

       

       일단은 소면부터 건드려 볼까.

       

       내가 알던 것과는 매무새가 많이 다르구나.

       

       우선 안에 든 것이 달랐다.

       

       내가 아는 소면은 말라 비틀어져 이게 면인지 오래된 두부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웠거늘. 그릇 안에 담긴 면은 수분기를 품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그 위에 고명으로 올려진 것도 격을 달리했다.

       

       내 기억 속 소면은 기껏 해봐야 면 위에 쪽파 몇 쪼가리가 올려져 있는 게 끝이었거늘 지금 내 앞에 놓인 것은 고기와 계란, 파 같은 것들이 잔뜩 올려져 있었다.

       

       이런 음식이 객잔에서 나온단 말이더냐?!

       

       말도 안 된다. 이런 일이 있을 리가 없다.

       

       이런 대접은 어디 지체 있는 집안에 가서나 받을 수 있는 것이지 않은가.

       

       아니다. 앞전에 저지른 일을 사죄한다는 의미에서 고명에 신경을 쓴 것일 지도 모르지.

       

       그래. 분명 그럴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속으로 그리 되뇌이며 숟가락을 들었다.

       

       면이나 고명 같은 것은 단시간에 바꿀 수 있는 것이지만 국물은 다르다. 오랜 시간을 들여 우려내야 하는 이 국물이야말로 이 객잔의 진실을 알려줄 것이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 먼저 향을 맡았다. 일단 냄새는 괜찮군. 잡내 같은 것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안에 향신료도 여럿 들어간 건지 입에 절로 침이 고였다.

       

       불길한 생각이 들었지만 내 몸은 솔직했다. 숟가락을 입 안에 넣은 순간.

       

       “하아.”

       

       나도 모르게 길게 숨을 내뱉었다.

       

       이 소면의 국물은 현대의 음식처럼 화려하진 않았다.

       

       대신이라고 해야 할까. 이 음식은 국물이 지녀야 할 본연의 맛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소 한 마리가 그대로 담긴 것 같은 이 진한 감칠맛이란!

       

       무어냐. 대체 무슨 절차를 거쳤기에 이런 맛을 낼 수 있는 거지?

       

       열약한 무림의 환경에서 어찌 이만큼 맛을 끌어올릴 수 있단 말이더냐!

       

       – 무림미식가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뼈랑 고기를 오랫동안 우려서 그 안에 있는 감칠맛을 빼낸 거임.]

       

       “그것만으로 이런 맛이 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나라 해서 무림에서 비슷한 일을 해보지 않은 게 아니었다. 흐린 과거의 기억을 돌이켜보며 온갖 시도를 다 해보았다.

       

       허나 내가 그리 했을 때에는 국물에서 피 맛이 나고 냄새 또한 심해 먹어줄 수 없는 물건이 나왔다!

       

       지금 이 물건처럼 진한 국물 따위는 없었단 말이다!

       

       시청자들은 이런 나의 투정을 과거 요리를 실패했었기에 내뱉는 불만 정도로 생각한 것 같았다.

       

       – 자취경력8년차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어떤 식으로 요리했는지 말해 보셈.]

       

       “어. 그러니까.”

       

       오래된 기억을 되짚어 가며 내가 했던 방식을 이야기해주었더니 채팅창에 질책이 잔뜩 올라왔다.

       

       – 이상하게 요리했네.

       – 피 안 뺐고. 뼈에서 냄새 안 뺐고. 향신료 덜 넣었고.

        – 걍 하지 말란 거만 다 했는데?

       – 그러고 맛있기를 바라면 양심 없는 거지.

       – 이 사람 대체 싸우는 거 빼고 잘하는 게 뭐임?

       

       그러니까 본인이 무림에서 현대의 맛을 재현하려 했을 때 실패한 이유가 단순히 본인이 조리법을 잘 몰랐기 때문이라는 게냐?

       

       말도 안 된다.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다.

       

       “아무리 그래도 무림의 환경에서 이런 음식이 나올 리 없다! 무슨 수를 쓴 게냐!”

       

       – 무림미식가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우리가 이 맛 낸다고 몇 년을 갔다 박은 줄 아심?]

       

       – 화룡무인 초창기엔 진짜 먹을 거 못 됐는데.

       – ㄹㅇ. 그 땐 뉴비 아니면 화룡무인 음식 건들지도 않았지.

       – 그 때 미식연에서 현직에서 일하는 전문가들 소집 안했으면 여태 그런 음식밖에 없었을 걸.

       –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러니 그대들의 말은 현대에 존재하는 여러 전문가들이 협력한 끝에 이런 맛을 내는 데 성공했다는 소리 아니더냐.

       

       아무런 지식도 없던 내가 현대의 맛에 도달하지 못했던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

       

       기는 개뿔.

       

       내게 있었던 시간과 권력을 생각해 본다면 내게 적당한 지식만 있었다면 비슷한 일을 재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내 무림에서 사는 동안 쓰레기 같은 음식을 먹을 바에 환단으로 배고픔만 달래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겠지.

       

       빌어먹을.

       

       이 소면이 너무도 맛있어서 더욱 억울하구나.

       

       고개를 들어 바루의 반응을 확인해보니 그녀는 체면을 신경 쓸 틈조차 없는 것인지 그릇에 얼굴을 처박고 마시듯이 소면을 먹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가 물어볼 필요도 없겠구나.

       

       바루가 정신을 차리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나도 식사에 집중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번에는 포자를 먹어 볼까.

       

       이것은 겉으로만 보면 내가 먹던 것과 큰 차이는 없어 보이는 구나.

       

       겉의 피가 더 탄력을 지닌 것 같긴 하다만 그 정도 차이야 뭐.

       

       가벼이 생각을 하며 포자를 한 입 베어 문 순간 내가 커다란 착각을 했음을 깨달았다.

       

       피는 단순한 막이 아니었다.

       

       육즙의 홍수를 가로 막고 있는 댐이었다.

       

       피가 나의 이빨에 무너지자마자 안에서 흘러나온 육즙이 내 입 안을 가득 채웠다.

       

       입 안을 가득 채우는 감칠맛과 입 안을 즐겁게 하는 속의 식감.

       

       이 무슨.

       

       이 정도라면 내 현대에서 먹었던 어지간한 만두보다 더 나은 것 같구나.

       

       홀린 것처럼 포자 하나를 먹어 치운 나는 진지하게 곰방대를 피우고 싶어졌다.

       

       방법을 몰라 잘못된 방향으로 노력을 했던 내 과거에 대한 회의감이 들어 견딜 수가 없었다.

       

       그 낭인 놈. 곰방대를 가져 온다며 바깥으로 튀어나가더니 왜 아직도 오질 않는 것이냐.

       

       “민트초코파인애플피자!”

       

       다시 젓가락을 움직여 포자를 집어 들려던 순간 바깥에서 누군가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이 곳에 있는 것을 안다! 모습을 보여라!”

       

       무시를 해봐야 떠나가진 않을 것 같고 잠시 나가서 상황을 정리하고 와야 하나.

       

       하아.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던데. 어떤 놈인지 궁금하구나.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나오니 낭인객잔의 주변을 둘러 싼 몇 명의 관군과 그 한 가운데에 있는 화음군수가 보였다.

       

       “자네가 민트초코파인애플피자인가?”

       

       호오. 게임 속 나의 이름을 똑바로 말하는 이는 처음이군. 보통은 말을 하다 중간에 포기하던데 말이야.

       

       “그렇네만 무슨 일이지?”

       “자네가 화산의 멸망과 관계있단 소식을 접했네. 사정을 청취할 수 있겠나?”

       

       표정이 좋지 않군. 나를 화산 멸망의 범인이라 여기고 있나?

       

       크게 보면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번에 한해선 어디까지나 혈교의 수작을 박살 낸 것 뿐이거늘.

       

       조금 억울하구나.

       

       “얌전히 따라와 주게.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걸세.”

       “그 말을 믿으라고?”

       “그래줬으면 좋겠군.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으니까.”

         

       허어. 대놓고 싸우자는 것인가.

       

       옳은 일을 했음에도 이리 되는 것을 보면 본인은 관에 쫓길 운명을 타고난 모양이야.

       

       생각해보면 차라리 잘 됐구나. 안 그래도 짜증이 나서 화풀이를 할 대상이 필요했는데 말이지.

       

       몇 놈 적당히 박살을 내볼까 생각을 하던 때에 객잔의 문이 열리며 바루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입에 든 음식을 우물거리며 바깥에 선 이들의 면면을 확인하더니 경계심도 없는 듯 앞으로 훌쩍 걸어 나갔다.

       

       “화음군수! 오랜만이구나! 왜 최근에 돌산에서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게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양심(?)이 있어서 차마 자기가 화산을 멸망 시키지 않았다고는 못하는 천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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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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