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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0

       알고는 있었다.

         

       Lv.8의 영웅들이 가진 힘은 그야말로 초월적이란 걸.

         

       허나….

         

       ‘알고 있는 거랑 진짜로 보는 거랑은 다른 거구나….’

         

       콰지지직…!

       쿠구궁!!

         

       바닥이 부숴지기 시작했고, 천장 또한 무너져 내릴 판이었다.

       아니, 이미 9할 넘게 무너져 언제 다 박살이 나도 이상할 게 없으리라.

         

       이것이 단순히 두 사람의 충돌로 인해 만들어진 현상이란 사실에 아찔함을 느낀다.

       이게 정녕 인간이 보일 수 있는 힘이 맞단 말인가…?

         

       “흐음, 역시 내가 사람을 잘 본단 말이야. 역시 강하군, 그래도 설마 ‘벼락 떨구기’를 막아낼 줄이야.”

       “뭐야, 그 유치한 이름은?”

       “괘, 괜찮은 이름이 아닌가?”

       “그다지…?”

       “으음….”

         

       허나, 자신들이 인위적으로 펼쳐낸 자연재해조차 그다지 신경 쓰지 않으며 두 기사는 여전히 서로에게 날붙이를 들이미는 중이었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없기에.

         

       “우리 이러고 있지 말지. 서로 목적은 비슷해 보이는데?”

       “비슷한 거야 알겠는데, 그렇다고 해서 선빵 날린 놈을 좋게 봐야 할 이유도 없지.”

       “…음, 할 말이 없군.”

         

       이한의 말대로였다.

       이유가 어찌 됐건 간에 먼저 적의를 드러내고 적의를 내비친 것은 막시무스였다.

       하니 이한 또한 공격 태세를 갖추고 전력으로 일격을 날린 것이었고, 만약 그가 대응하지 않았다면 제법 아픈 꼴을 봤으리라.

         

       “그러나 변명할 게 있다. 라한이여, 네가 내뿜는 기세는 살벌하여 솔직히 마물로 오인한 것도 있다, 하니 이쯤에서 이해심을 보여주는 것이 어떤가?”

       “조금 열 받을 일이 있어서 살벌해진 건 맞지, …그보다 내 이름 그거 아니야.”

       “그래, 리한이여.”

       “…돌겠네.”

         

       말이 안 통하는 상대보다 상대하기 어려운 건 ‘악의가 없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에게선 정녕 악의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눈처럼 새하얀 순진무구함이 돋보이는 호승심만이 잔잔하게 느껴질 뿐.

         

       하지만.

         

       찌릿!

         

       ‘아파 죽겠네.’

         

       그와 격돌한 팔은 물론이고 어깨까지 아릿하여 이한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

         

       ‘인간 고릴라, 아니 킹콩 같은 놈 같으니…!’

         

       이한은 질린 표정을 지었다.

         

       * * *

         

       막시무스.

       그를 처음 본 것은 학술원 중간평가가 한창 진행 중이던 시기였고, 라이오넬 대공과 함께 얼굴을 마주한 것이 다였다.

       그리고 그때도 얼핏 느꼈지만, 막시무스란 기사는.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위협스럽기 그지없다.

         

       그동안 자신 또한 성장통을 겪을 일이 많아서일까?

       이한은 전날에 보지 못했던 막시무스의 강함이 엿보였다.

         

       ‘엄청난 육체다.’

         

       윤곽만 보아도 알 수 있는 거대한 육체.

       명장이라 불리는 조각가가 깎아내었다고 해도 믿을 수 있는 완벽한 비율을 이루고 있다.

       그 또한 나름 육체파 기사이기에 안다.

         

       저러한 육체를 만들기 위해선 노력도 노력이지만, ‘타고나야 하는 것이 달라야’ 한다는 것을.

         

       ‘거, 인생 불공평한 걸 알려주는 교보재 같은 인간일세?’

         

       육체 흙수저 출신에게 있어 부러움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아니꼽거나 열등감이 생기는 건 아니었다.

       도리어 감탄이 나오면 나왔고, 다음에는 저런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보자는 향상심 비슷한 것도 생기니까.

         

       하지만….

         

       ‘친해지고 싶은 부류는 아니야.’

         

       전날에도 생각했지만, 진짜 멀리 하고 싶은 인간이 아니었다.

         

       지금도 보아라.

         

       “자네가 좀 이해해줬으면 좋겠군. 약한 놈들만 상대하다가 훌륭한 강한 적을 발견하니 얼마나 반갑던지, 하여 우발적으로 덤비고 말았네. 다음엔 이런 실수가 없을 거야, 하하!”

         

       사과를 하는 건지 시비를 거는 건지 헷갈리는 말투다.

       아마 저 양반에게 적이 많다면 그건 다 저 양반이 자초한 게 아닐까?

       그 정도로 원한 사기 쉬운 부류.

         

       이한은.

         

       “…후우.”

         

       이러는 다툼이 무의미하다 싶었다.

       대화하고 있으면 제 속병만 생기지.

         

       “그만 둡시다.”

       “응?”

       “안 그래도 급해 죽겠는데, 당신이랑 다퉈서 뭐합니까. 그냥 서로 갈 길 가는 게 낫지.”

       “으음, 매정하군.”

         

       도끼를 내려놓으니 오히려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한 것으로 보아, 싸움이 고프긴 했나 보다.

         

       ‘마교도 같은 놈….’

         

       가까이 해선 안 될 인간임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그때.

         

       “흠, 그래도 사죄는 해야 할 것 같군. 북부의 기사가 돼서 어찌 말만으로 넘어갈까, 으음…. 아, 그래!”

         

       쿠우웅!

         

       “-저들은 내가 상대하도록 하지.”

         

       막시무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림자들이 그들 주변으로 솟구쳤다.

         

       후욱!

         

       무서운 살의를 드러내는 흑의인들은 이한을 발견하자마자 곧장 비수를 날렸다.

       어디 숨기고 있던 건지 가늠이 안 갈 정도로 많은 비수들이 허공을 유영하며 위협스럽게 이한을 노렸고, 그러한 비수들은.

         

       파아아앗!

         

       “어디서 암살자 따위가 명예로운 기사를 노리느냐!”

         

       막시무스가 거침없이 휘두른 검에서 강한 돌풍이 발생하며 모든 비수들이 힘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떠한 기술을 쓴 게 아니라, 단순히 강하게 휘둘러서 비도들을 모두 쳐낸 것일지니…!

         

       가공할 만한 거력.

         

       콰앙!

         

       그리고 막시무스는 바닥에 족적을 남기며 몸을 앞으로 쏘았고, 일순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서걱!

         

       “한 명.”

         

       “!!!?”

         

       그의 모습이 다시 나타났을 때 흑의인들은 경악해야 했다.

       동료 중 한 명의 허리와 다리가 분리되어 있었기에.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으며, 눈으로 쫓기에도 벅찬 휘두름과 몸놀림이었다.

         

       허나 더욱 경이적인 것은.

         

       “역시 검은 쓰기 불편하군.”

         

       절그덕.

         

       막시무스가 땅굴에서 주운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 벌써 그 내구도를 다 하며 부러지기 직전이었다.

       그의 무지막지한 힘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리라.

       이에.

         

       “흠, 그냥 맨손으로 싸우는 게 편하겠군.”

         

       “…자만하지 마라!”

         

       그는 미련 없이 검을 버렸고, 이를 그들에 대한 무시로 받아들인 흑의인들은 분노했으나.

         

       “자만? 내가-?”

         

       콰득!!

         

       막시무스의 양 손이 박수를 하듯 흑의인의 머리를 때리자 흑의인의 머리는 찰흙마냥 구겨지며 절명했다.

         

       사람의 두개골이 저토록 쉽게 구겨지는 것이었던가?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흑의인들은 주춤거렸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거인과도 같은 남자의 광포함과 단호함, 그리고 힘은 가히 공포스러운 것이었으니까.

       뒷걸음질 치는 것은 살고자 하는 본능과 같으리라.

         

       하지만 막시무스의 눈은 형형했다.

         

       저들 중 한 사람도 놓치지 않을 것이란 듯.

         

       “자만은 네놈들이 하는 것이겠지. 상대의 실력조차 알아보지 못하고 덤벼드는 꼴이라니, 이 얼마나 꼴사나운가.”

         

       후욱!

         

       막시무스가 다시금 앞발을 내밀자 그대로 몸이 사라졌다.

       거인처럼 큰 덩치를 가진 주제에 물 흐르듯 순식간에 몸을 이동시키는 속도는 마치 치타나 뱀을 보는 것 같았다.

       치타의 순간 가속도와 온몸 근육을 마치 뱀의 근육마냥 자유롭게 다루는 탄력성까지.

         

       과연 저게 인간에게 가능한 몸놀림인가 싶은, 그야말로 물리법칙을 벗어나는 움직임이었다.

         

       그렇게 다음 순간.

         

       콰직!

         

       막시무스의 주먹이 작렬하며 또 한 명의 흑의인의 머리는 터져나갔고, 또 어떤 이는 몸이 찢겨나갔다.

         

       단 한 사람에 의해 흑의인들은 몰살당하는 공포 체험을 하는 중이었다.

         

         

       ─두 번째는 없는 체험을 말이다.

         

         

         

         

         

       “저게 사람 새끼냐?”

         

       이한은 어안이 벙벙했다.

       진짜 말 그대로 고릴라한테 무술과 기술 등을 가르치면 저렇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순간 가속도가 100은 그냥 넘는데?’

         

       궁신탄영을 실시간으로 펼치는 수준이다.

       허나 이한의 경우는 그걸 기술로 펼치는 거지, 저놈은 그냥 패시브로 궁신탄영이 달려 있는 것 같다.

         

       “뭐, 저런 불합리한 놈이 다 있는지, 나 같은 범재는 어떻게 살라고….”

       “…….”

       “…왜 그렇게 보냐?”

       “아, 아니요, 그냥….”

         

       …그도 그럴 게 그가 내뱉는 감상 모두가.

         

       ‘아마 다른 사람들이 교관님한테 느낀 감상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데릭은 차마 제 입으로 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저 흑의인들처럼 반으로 찢겨지고 싶은 마음은 없기에.

         

       * * *

         

       털썩.

         

       “흠, 감질나는군.”

         

       막시무스가 적들의 머리와 목을 분리시키는 데 걸린 시간은 기껏해야 10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고, 무려 서른이 넘는 이들이 죽어 있었다.

       누군가는 저들이 약했기에 그가 쉽게 이긴 게 아닐까 싶을 테지만, 스킬을 가진 어느 상태창의 평가하기로 저들의 수준은 하나같이 Lv.5.

         

       엘리트 기사급이라 할 만하다.

       한데 그런 이들을 순식간에 전멸시킨 것이니, 도리어 막시무스의 무력이 압도적이란 말만이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위협적인 적들을 상대하고도 막시무스의 표정에는 큰 감흥이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아쉬움만 남았을 뿐.

         

       그 정도로 허무한 대결이었다.

         

       “자고로 대결이란 피와 살점이 튀어야 하는 것이거늘….”

         

       지극히 싸이코적인 발언이지만, 이것이야말로 북부인의 마인드였다.

         

       전투란 격렬해야 하며, 전투로 죽는다면 오히려 명예로운 바.

       오히려 비겁한 방식으로 살거나, 대결을 두려워하는 것이 북부인에겐 더욱 굴욕적인 것이었다.

         

       ‘흠, 모처럼 눈앞에 만족할 만한 강자가 있으나, 이런 상황에서까지 그러는 것은 경우가 아니겠지.’

         

       막시무스는 힐끔거리며 팬드래건의 젊은 기사를 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도 분명 심상치 않은 아우라를 내뿜고 있었거늘, 지금은 한층 더 아우라가 거대해졌다.

         

       전날과는 비교도 안 되는 성장.

         

       ‘그렇군, [투쟁의 시련]을 이겨낸 것인가-?’

         

       북부의 전사들은 투쟁을 숭상하는 이유는 자신보다 더욱 강력한 적과 싸워 이김으로 성장할 수 있다 믿기 때문이었고, 이러한 투쟁을 시련이라 부른다.

         

       그리고 그 시련을 이겨낸 자는 강해진다.

         

       승리를 통해 ‘업(業)’을 쌓는 것이었다.

       

       허나 이러한 업을 쌓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아무리 용맹한 전사일지언정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결투에서 살아남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그렇기에.

         

       ‘대단한 자야.’

         

       기어이 승리를 거머쥔 챔피언.

         

       막시무스로선 가히 매력적인 상대가 아닐 수 없다.

         

       ‘싸우고 싶군, 진심으로…!’

         

       그때는 그저 투쟁심을 자극하는 정도였으나, 이제는 다르다.

       저자를 이긴다면 그는 한층 더 높은 경지로 갈 수 있으리라.

         

       성장에 대한 끝없는 상승 욕구.

         

       마냥 재능만이 아닌, 이러한 끝도 없는 욕구가 그를 북부 최강의 전사란 이명으로 불리게 한 이유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투쟁에 대한 갈망이 용솟음칠 때.

         

         

       [[Krrrrr!!!!]]

         

         

       방해꾼이 끼어들었다.

         

       마더 웜.

         

       120미터의 크기를 자랑하는 거대한 샌드 웜이 분노 어린 포효와 함께 질주하는 중이었다.

         

       “…지렁이 주제에 덩치가 제법이군.”

         

       마더 웜의 질주를 보고도 막시무스는 그저 그러려니 싶었다.

       저런 거대한 놈은 북부에 널리고 널렸으니까.

         

       도리어 더 시선을 잡는 것은.

         

       “저기 저놈, 자네에게 열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 혹시 아는 사이인가?”

       “으음, 과거 직장 동료긴 하지.”

       “호오.”

         

       마더 웜의 머리에서 질주하는 어느 흑의인.

       4호를 보며 막시무스는 눈을 빛냈다.

         

       보기만 해도 알겠다. 방금 전 흑의인들보다 지위가 높은 자임을.

         

       그렇다면.

         

       “전 직장 동료란 자, 혹시 내가 데리고 가도 되겠는가?”

         

       막시무스 말은 마치 허락을 구하는 것 같았지만, 정말 허락을 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도리어.

       

       “안 된다고 하면?”

       “허허…!”

       “…….”

         

       무언의 통보와 다름없었지.

         

       대답 없는 웃음이었으나 이미 답변을 들은 것처럼 그는 나지막한 웃음을 내었고, 이한은 피식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그들은.

         

       콰아아앙!!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서로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등을 맡길 수 없게 된 순간부터 그들은 이미 ‘적’이었기에.

         

         

       마더 웜과 4호는 어쩌고 싸우냐고?

         

         

       ─그런 걸 계산할 정도로 현명하면 원래 기사 일은 못 해 먹는 법이었다.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환생 30년, 알고 보니 장르가 로판이었다?
Status: Ongoing Author: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the genre was romance fantasy? ...Really, how? I lived as a magician's slave, experimented on, then as an assassin, mercenary, soldier, and even a knight. This is a story where I'm in a genre all by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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