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21

    <121 – 달라진 주변의 태도>

     

    오늘따라 부쩍 주변의 태도가 이상해졌다.

     

    “오크노디, 이 불쌍한 녀석! 너 같은 녀석은 나중에 포인트가 떨어져서 밥도 굶고 다니면 먹으려고 아껴둔 통밀빵이나 먹어!!”

    “너 미쳤어? 시체운반자한테 무슨 호의를 베푸는 거야. 그러다 공동묘지에 묻힐지도 몰라!”

     

    갑자기 모르는 학생이 다가와서 먹을 걸 나눠주고 그걸 또 뜯어말리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복도에서 지나가던 모브를 붙잡고 물어봤다.

     

    “모브. 사람들이 날 시체운반자라고 부르는데 왜 그러는 거야?”

     

    마시고 있던 물을 거하게 뿜은 모브가 콜록콜록 기침을 토했다.

     

    “누가 그래?”

    “지나가던 사람들이.”

    “강의 끝나면 내가 한 번 알아볼게.”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데.”

    “아니야. 내가 신경 쓰여서 그래.”

     

    본인이 하겠다는 것을 말리기도 뭐해서 그냥 내버려뒀더니 저녁시간 내내 밥도 안 먹고 굶은 사람처럼 홀쭉해진 얼굴로 찾아왔다.

     

    “오크노디. 너에 대해서 이상한 소문이 퍼지고 있는데. 이건 내 생각이 아니라 들은 그대로를 이야기하는 거니까 오해는 하지 말아줘.”

    “응!”

    “사람들은 네가… 시체를 많이 보고 접해서 암흑속성 친화력이 높다고 생각해. 암살자 가문의 일원이라는 소문도 같이 힘을 얻고 있고.”

    “아항.”

     

    그래서 그랬구나!

    어쩐지 이상하다 싶더라니.

    이제야 의문이 해소되었다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모브는 하나도 끝난 거 없다는 얼굴로 여전히 내 눈치를 보며 진지하게 물었다.

     

    “그래서… 진짜야?”

    “뭐가?”

    “시체를 운반하고 암살자 노릇을 해서 암흑속성 친화력이 올라갔다는 소문.”

     

    글쎄다.

    게임이었으면 헛소문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데, 지금은 현실이라서 좀 헷갈린다.

    플레이어인 내가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겪었던 죽음과 저질렀던 살인이 어디 한두 건도 아니고, 심하면 ‘세계멸망’까지도 겪었지.

    그게 ‘내’ 친화력으로 계산된다면 암흑속성 친화력이 최대치를 찍고도 남는다.

    하지만 ‘오크노디’의 친화력으로 계산되어도 지금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없었을까?

    실은 오크노디가 뭘 하는 캐릭터였는가.

    이번 회차의 캐릭터에 대한 배경은 나 역시 마땅히 아는 바가 없다.

    랜덤파파 이벤트 이후로 내 캐릭터의 과거사와 관련된 정보를 입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음… 잘 모르겠어!”

    “왜 모르겠다는 소리를 해? 네 일이잖아. 확실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어?”

    “그치만 헷갈리는걸!”

    “뭐가?”

    “전에 죽인 것 때문인지 이번에 본 것 때문인지.”

     

    모브가 알아서는 안 될 세상의 이면을 들춰본 것처럼 놀란 눈을 하더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딱히 근처를 지나다니거나 대화를 듣는 사람 같은 건 없었다.

     

    “오크노디. 어디 가서 그런 소리는 하지 마.”

    “왜?”

    “아무튼 하지 말라면 하지 마!”

    “음… 싫어!”

    “네가 위험해진단 말이야!”

    “내가?”

    “애들은 널 무서워한다고. 그런 얘기를 들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무서워할 거야. 어쩌면… 부모님들한테 일러서 널 퇴학시켜달라고 할지도 몰라!”

     

    걱정도 태산이다.

    여기는 일국의 국왕이 재학생 하나 퇴학시켜달라고 요청해도 절대로 들어주지 않는 국가다.

    실제로 빽 없는 제 3 황녀 야요이가 대역 하나 밖에 두고 혈혈단신으로 아카데미에 들어온 상태라서 나중에 걸리면 황제의 호출을 받기도 하지.

    물론 황녀는 생까고 그냥 눌러앉고, 황제는 요놈 데려가겠다고 수작을 벌인다.

    거기에 참여해서 한 몫 하면 나름 보상이 또 쏠쏠하니까 적당히 호감도 관리를 해둘까?

     

    “오크노디. 네 일인데 조금은 진지하게 고민해!”

    “음… 파파가 부른다면 모를까, 아니라면 내가 퇴학당할 일은 없어!”

    “파파…? 오크노디의 아버지?”

    “응!”

    “그 파파라는 분은 오크노디에게 암살교육을 한 사람이 아니라 진짜 아버지를 말하는 거지?”

    “응응!”

     

    랜덤파파 이벤트에서 편지를 보내는 사람은 아빠밖에 없는 걸! 그러니 아빠가 맞지.

     

    “하아… 뭐가 뭔지 모르겠네. 아무튼 조심해. 애들의 태도가 많이 달라진다고 상처받지 말고.”

    “모브는 착한 아이구나?”

    “뭐, 뭐라는 거야! 은혜를 갚거나 아이를 보살피거나 여자한테 친절하게 대하는 건 당연한 거라고!”

    “퐁퐁?”

    “퐁… 뭐?”

    “아무것도 아니야!”

     

    얼굴도 그다지 잘생긴 것도 아닌데 너무 퐁퐁스러운 모브의 가치관이 조금은 걱정된다.

    얘는 내 걱정이 아니라 자기 걱정을 해야 할 텐데.

    미심쩍게 이쪽을 쳐다보던 모브도 결국 다음 강의를 같이 듣는 즈앙과 티토소가가 이쪽으로 다가오자 충고 잊지 말라는 말을 하며 달아났다.

     

    “쟨 뭐야?”

    “혹시 오크노디 남자친구~?”

    “그냥 착한 애야!”

     

    열심히 달려가다가 철푸덕 복도에 넘어지는 모브의 꼴을 보고 티토소가가 피식 웃었다.

     

    “쟤 귀엽네!”

    “소개시켜줄까?”

    “아 뭐래. 됐거든?”

     

    그래, 남들 반응이 어떻든 무슨 상관이람.

    나랑 친한 사람들만 그대로면 됐지!

     

     

    * *

     

     

    평소랑 다름없는 오크노디의 표정과 행동, 태도.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히 관찰한 끝에 즈앙은 결론을 내렸다.

     

    “뭐야. 걱정해서 손해 봤네.”

     

    신분이 드러난 암살자가 남들에게 두려움을 사거나 혐오와 경멸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했다.

    오크노디는 이미 너무 많은 화제의 대상이 된 처지.

    언젠가 이런 일이 있을 것이고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시선이 따를 것이라고 여겼건만, 뜻밖에도 그녀의 태도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한 가지.

    그녀를 두려워하거나 욕하는 이들을 복도에서 마주치거든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다른 길로 돌아가거나 마주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린다는 것.

     

    “오크노디 좀 불쌍하지 않아?”

    “딱히. 암살자라면 다 감수해야 할 일이지.”

    “그런 건가…? 난 잘 모르겠어.”

    “티토소가는 암살자가 아니니까 그렇지.”

     

    암살자도 아닌 주제에 엉겁결에 암살자 친구를 둘이나 사귄 티토소가.

    문득 즈앙은 궁금해졌다.

     

    “티토소가는 무섭지 않아?”

    “뭐가?”

    “우리가.”

    “오크노디랑 즈앙이?”

     

    눈을 껌뻑거리던 즈앙.

    잠깐의 고민 끝에 그녀의 눈에 떠오른 기색은 공포도 혐오도 아닌 신뢰였다.

     

    “전혀!”

    “정말로?”

    “의리도 없는 안목키우기 강의 학생들에 비하면 오크노디랑 즈앙이 훨씬 멋진 친구들이야.”

    “별난 아이네. 티토소가 너도.”

    “피. 그러는 즈앙도 아이면서. 그것도 아카데미에서 세 번째로 작은 아이.”

     

    언데드만 보면 자지러져라 비명을 지르다 쓰러지는 겁쟁이인 주제에 암살자를 신뢰하고 친구로 두는 담력이라니, 참 대단한 아이다.

     

    “티토소가. 넌 변하지 마.”

    “갑자기? 무슨 일 있었어?”

    “딱히.”

     

    일이라면 옛적에 일어났고 끝나버렸다.

    암살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친해졌던 아이가 그녀의 정체를 깨닫고 남이 되어버리는, 암살자에게는 흔하디흔한 이야기.

    자신의 스승도, 자신도, 어쩌면 자신의 제자가 될 아이도 피할 수 없을 숙명.

    암살자로 교육 받은 이상, 오크노디라고 그런 운명을 피할 수는 없다.

     

    ‘운이 좋았네, 오크노디.’

     

    그녀가 오크노디 또래였을 적에 입었던 상처를 오크노디는 입지 않을 수 있어서.

    아니, 어쩌면 그편이 더 불행한 걸지도 모른다.

    어차피 배신할 사이라면 조금 더 일찍 남이 되어버리는 편이 상처를 덜 받을 테니까.

     

    “티토소가.”

    “응?”

    “배신하면 죽일 거야.”

    “내가 뭘 어쨌다고!”

    “아무튼 죽일 거야.”

    “흥. 즈앙이 배신하면 나도 죽일 거야!”

     

    앞으로도 너만은 오크노디의 착한 친구로 남아줬으면 좋겠어.

    즈앙은 진심으로 바랬다.

    친구였던 사람을 죽이는 일은, 도저히 할 만한 짓이 아니었으니까.

     

     

    * *

     

     

    모기를 쫓아내기 위해 큰 기대를 걸고 배운 마법이지만 아쉽게도 그다지 큰 도움은 되지 못했다.

    암흑마법은 숙련도가 쌓이기 전에 함부로 쓰면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라도 매번 다른 부작용이 나올지도 모르는 암흑마법은 사용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고, 모기떼가 장악한 야외로 나가기란 꽤 무서운 일이었다.

     

    “사다코 교수님. 돌아가는 길에도 모기 쫓는 해충퇴치의 마법진 써주시면 안 돼요?”

    “흑마법에 관심이 있니?”

    “아니요?”

    “언데드를 다루는 일은?”

    “딱히요?”

    “알아서 돌아가렴.”

     

    사다코 교수는 매정히 수강생들을 돌려보냈다.

     

    “그래서 말이지? 티토소가가 막 조명대를 보고 몰려드는 모기를 쫓겠다고 열심히 버튼을 난타하면서 색깔을 바꿨는데 모기가 더 몰려드는 거 있지?”

    “응애.”

     

    우여곡절 끝에 기숙사로 돌아와 오늘 있던 일을 이야기하는데 응애 만드라고라의 반응이 시원찮았다.

     

    “너 자꾸 그러면 막 괴롭힌다?”

    “응애.”

     

    할 테면 해보라는 듯이 잔뿌리를 들어 물 한 방울을 머금었다가 찰팍 하고 뿌리는 만드라고라.

     

    “씨잉…! 너 혼날 줄 알아!”

     

    <증폭>

     

    만드라고라 농축액에 대고 증폭을 걸기는 그래서 물컵에 물을 받아 증폭을 걸었다.

    순식간에 검은색으로 변하며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나기 시작하는 컵 속의 물.

    만드라고라가 잔뜩 겁에 질려서는 병의 벽에 붙어 덜덜 떨었다.

     

    “딸꾹.”

     

    나도 참, 말도 안 통하는 애한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람?

     

    “미안해. 많이 놀랬지?”

     

    괜히 현타가 와서 물을 버리고 사과를 했다.

    두려움에 질렸던 만드라고라를 자장자장 재워주고 침대에 누웠다.

     

    ‘조금 스트레스가 쌓인 걸까?’

     

    입학시험 때 마주했던 이사벨이 포함된 에소니아 탐험단과 겨룰 때.

    아직 중립관계였던 서부귀족연합과 날을 세웠을 때.

    2학년 선배들로 구성된 빨간이빨버섯 불법양식 경영자협회에 시비가 걸렸을 때.

    그런 때랑은 경우가 달랐다.

    위험한 사람일지도 모르는 암흑속성 친화율이 높은 학생을 기피한다.

    암묵적으로 용인되는 사회적 관습이다.

    그러니 자신을 차별하고 의심하는 자들의 잘못은 하나도 없다.

    막말로 당신은 예비 대량학살자일지도 모릅니다. 라는 낙인이 찍힌 마당에 억울함을 하소연해봐야 아무 소용도 없다.

    일방적으로 죄인이 된 기분을 느껴야 한다.

     

    암흑속성 친화율이 높은 사람이 지니는 숙명이다.

    캐릭터가 차별받을 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막상 내가 직접 받으려니 가슴이 욱신거린다.

     

    당연히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나한테 상담할래?

     

    대답하는 문이 기회는 이때다 하고 말을 걸었다.

    음습한 녀석.

    벽을 한 번 흘겨보고는 반대쪽으로 몸을 돌려 이불을 뒤집어썼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가끔은 우울한 오크노디!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