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21

       그날 밤.

         

       무사히 이사장 유능해에게 보고.

         

       마땅치 않아 하지만.

         

       팽진아에게도 간신히 <시련> 토벌 허락을 받아낸 이후.

         

       나는 그제야 폰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동시에 깜짝 놀랐다.

         

       주나용, 문보라에게 온 톡의 개수가 심상치 않았으니까.

         

       ‘…대체 몇 개나 온 거야?’

         

       99+는 우습게 찍은 숫자.

         

       전부 하나같이 나를 찾는 두 사람의 메시지였다.

         

       약간의 광기마저 느껴 잠시 주저한다.

         

       일단은 내일 만나서 자세히 설명하겠다는 말로 상황을 정리하였다.

         

       ‘기밀 유지 내용을 그냥 전달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래 분명 다음날이다.

         

       늦은 야밤이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현재 나는 당혹스러운 심정으로 무릎을 꿇고 있었다.

         

       ‘…흠.’

         

       진짜 다시 생각해 봐도 황당했다.

         

       왜 이렇게 됐더라?

         

       잠시 과거를 회상한다.

         

       분명, <해룡 신전> 토벌에 관한 내용을 므냥이와 최마리에게 전달하고.

         

       밥 먹고 씻고 자려 했는데…

         

       갑자기 ‘쾅쾅’! 하고 두 사람이 쳐들어왔다.

         

       ―유세하, 문 열어! 이 나쁜 놈아!

       ―세하. 문 여세요. 나쁜 짓은 안 해요. 아마도…

         

       나는 놀라 방문을 열어주었다.

       뒤이어 방안을 가득 채우는 독한 술 냄새에 절로 기겁하였다.

         

       코를 막아야 할 정도로 톡 쏘듯 올라오는 알코올 향.

         

       여기에 얼굴도 불그스름한 게, 작정하고 마신 듯하였다.

         

       ―뭐야, 너희 둘…술 마셨어? 대체 몇 병을 마신 거야. 술 냄새가…

         ―조용히 해!

         ―조용히 하세요!

         ―…얘들아?

         

       *

         

       음, 그래.

       그렇게 지금, 이 상황으로 이어진다.

       여담이지만, 딱히 무릎을 꿇으라는 말은 없었다.

         

       그러나 쏟아지는 폭풍 잔소리는 절로 내 무릎을 굽히게 만들었다.

         

       과연, 가끔 방송에서 유부남 형님들이 사고 치면 자연스럽게 이리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거랑 좀 비슷한 맥락이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톡 하나만 달랑 남기고 가면 어떻게! 내가 얼마나 전전긍긍했는지 알아?”

       “미안. 그래도 도저히 연락할 수가-”

       “-우리 팀이잖아요! 트리오라면서요!”

       “그, 그렇지 트리오 맞지. 그러니까…-”

       “-그, 그런 것보다…유, 유세하 너! <시스터후드> 선배랑 무슨 사이야. 최마리인가? 청순하고 예쁜 선배던데. 대체 이 짧은 기간 안에 어떻게 꼬신 거야. 또 그 얼굴로 아무렇지도 않게 유혹했지. 그치?!”

         

       어허, 사람 듣기 안 좋게 무슨…

         

       꼬시긴 누가 꼬셨다는 건가.

         

       오히려 므냥이가 마리 선배님을 꼬신거지.

         

       애초에 나 혼자만 갔으면 그녀를 설득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런 거 아니야. 애초에 2학년 선배님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그게.”

         

       “서, 선배님…님? 님까지 붙인다고!? 너, 너, 너, 므냥이도 그렇고…청순하면서도 착하고 눈매 순한 여자가 취향이야? 취향인 거지?! 그렇지!? 나같이 못되게 생긴 용가리가 아니라 그치!?”

         

       “…야 주나용. 너무 취했…-”

         

       “-마침 잘됐네요. 이왕 이리된 거 저도 물어보죠. 신빛가람 선배하고는 무슨 사이죠? 3학년, 심지어 수녀원장이라는 자리의 인물이던데…모두의 존경을 받는 그분과 대체 얼마나 각별한 관계면 오순도순 티타임을 가지신 거죠? 심지어 저 몰랐는데…직접 치료해 주려고 왔다면서요? 도대체 무슨 사이냐고요!”

         

       와…

       미친…

       머리가 울린다.

         

       그 뒤로도 이어지는 종알종알, 재잘재잘, 옹알옹알, 왈왈! 멍멍! 웅엥, 용아아!

         

       나는 한숨을 쉬며 이마에 손을 올렸다.

         

       둘은 미리 짜기라도 한 건지, 쉴 새 없이 몰아붙였다.

         

       도저히 반론할 틈조차 주지 않겠다는 듯 조잘조잘하는 두 사람.

         

       원래라면 이렇지는 않았을 거다.

         

       둘 다, 자기 말만 고집하는 그런 이기적인 성격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니까.

         

       그러나 술이라는 요물은 이성적인 판단을 앗아가고 본능에 가까운 부분만 남기게 하였다.

         

       나는 속으로 반성하였다.

         

       ‘이건 내 실수다.’

         

       아무리 비밀 엄수라고 하여도 너무 무신경하게 대한 게 이리 사단을 일으킨 모양이다.

         

       확실히 화날만하게.

       별다른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오로지 므냥이만.

       추가로 누군지도 모르는 <신성직> 한 명을 구해서 가버렸으니…

         

       내가 주나용, 문보라였어도 서운할 만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있을 수는 없는 법.

         

       짝―!

         

       “…!?”

       “…!”

         

       나는 양손에 [바위 굳히기]를 사용한 다음 손뼉을 부딪쳤다.

         

       거친 암석이 부딪치는 소리에 둘 다 움찔거린다.

         

       얼마 가지는 못하겠지만, 괜찮다.

       

       짧은 틈이라도 주도권을 잡으면 이런 술주정 따위 어떻게든 할 수 있으니까.

         

       ‘이럴 때는…’

         

       “두 사람. 모두 침대 위에 앉아봐.”

         

       나의 요구에 둘의 표정이 굳어진다.

         

       이내 재미있는 반응을 보였다.

         

       머리 색만큼이나 확-! 붉어지는 주나용.

         

       ‘우, 에, 에엥?!’ 하면서 흠칫 몸을 떠는 문보라.

         

       아까의 폭풍우 같은 기세는, 어디로 가고 기어가듯 대답한다.

         

       “요, 용아아? 치, 침대라고…?”

       “저, 저희 둘 다요…? 대, 대체 무슨 짓을 하시려고…서, 설마…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아 시끄럽고!”

         

       어서 앉아 봐!

         

         

       *

         

         

       조물조물.

         

       “용기잇!”

         

       쭈물쭈물.

         

       “우이잇!”

         

       말랑말랑.

         

       “자, 잠깐…유, 유세하! 너, 너무 격렬…용앗!”

         

       꾹꾹.

         

       “하, 하읏…! 아, 아파요…사, 살살…조금만 부드럽게…자, 잘못했어요.”

         

       “……”

         

       하아.

       절로 한숨이 새어 나온다.

       진짜 누가 들으면 이상한 짓을 하는 줄 알 거다.

         

       “조용히 좀 해봐. 그냥 혈 자리 눌러주는 거잖아!”

       “용아아…”

       “하, 하지만 아프다고요…”

         

       현재 내가 하는 건, 숙취에 좋은 혈 자리 누르기였다.

         

       원래 세상에서 맨날 술에 취해있던 동료들과 아버지를 챙기느라 익힌 기술로, 나 스스로 자부할 만큼 효과가 좋았다.

         

       실제로도 효능이 있었다.

         

       두 사람의 흐리멍덩한 눈빛에 빛이 돌아오기 시작했으니까.

         

       그리고 이건 <시스템>조차 인정하는 부분인가 보다.

         

       [당신의 손놀림은 예사롭지 않습니다.]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선율을 느끼는 자. 당신의 감각이 상대의 약점을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손놀림’을 습득합니다. 노멀(Normal) 등급 능력입니다.]

       [현재 소유자의 능력치가 너무 높습니다. 일정 레벨 도달 때 보상이 주어집니다.]

         

       예상치 못한 능력 습득.

         

       약간 어이가 없었다.

         

       설마, [손놀림]을 이렇게 얻을 줄은 몰랐는데…

         

       아무튼, 덕분에 진정되는 두 사람.

         

       나는 곧바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였다.

       <기밀 유지>를 위해 계약서 작성도 잊지 않았다.

         

       먼저, <끈적이는 하수구>에 대해서.

       다음은 밑에 생긴 추가적인 공간.

       그곳에 생긴 <지하수로>의 입장 조건과 클리어에 대해서 언급.

       이내, 이사장 유능해에 대한 보고도 밝혔다.

         

       “기, 기밀 유지…라고?”

       “서, 설마 <신성직>을 요구하는 던전이 있다니…”

       “그래서 제대로 알려줄 수 없었던 거야. 절대로 너희 둘만 버리고 가려는 게 아니었다고.”

       “……”

       “……”

         

       나의 말에 문보라, 주나용은 서로를 보다 침묵하였다.

         

       미안한 기색이 얼굴에 감돈다.

       물론 그것도 잠시, <시련>이라는 말에 둘의 눈동자가 터질 듯이 커진다.

         

       “지, 진짜 시련? 시련이라고?! 정말로!?”

       “정말로요?”

       “응, <해룡 신전>이라고 하더라고. 추정 등급은 B+. 어떠한 기믹, 보스가 있는지는 몰라. 들어가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설명을 듣는 두 사람.

       기대감과 욕망이 얼굴에 감돌았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시련>은 헌터에게 있어, 로또 당첨과도 같은 것.

         

       아니 그것 이상이다.

         

       꿈과 모험이 섞여 하나의 형상으로 이룩한 것.

         

       <시련>이란 그런 가슴 뛰는 보물인 것이다.

         

       ‘…그만큼 위기도 함께하지만.’

         

       덕분에 두 사람은 파티 제안에 망설임 없이 수락하였다.

         

       추가로, <펜던트>를 문보라에게 맡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 <마법제>님의…”

        “응, 이사장님이 너라면 문제없다고 하더라고.”

       “……”

       

       보아하니 딱히 물어봐 주지 않았으면 하는 분위기네.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었다.

       어차피 크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좋아.’

         

       이것으로 5인 파티 결성 완료.

       동시에 처음으로 시작하는 정식 모험이었다.

         

       ‘아무튼…’

         

       더는 해명 할 필요는 없겠지.

       오해도 풀었고, 자세한 사정도 설명했으니까.

         

       예상치 못한 주나용의 한마디를 빼고는 말이다.

         

       “…유세하.”

       “응?”

       “그래서 최마리인가 하는 눈매 순한 선배님이 취향이야? 응? 어서 대답해.”

        “…저도요. 신빛가람 선배님은요? 대답을 꼭 들어야겠어요.”

         

       아니, 너희들 도대체…

         

       ‘내 말을 뭐로 들은 거니?’

         

       결국, 그날 밤은 온종일 두 사람에게 시달리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수밖에 없었다.

         

         

       * * *

         

         

       휘몰아치는 폭풍우 같은 소동을 끝내고 그다음 날이 찾아왔다.

         

       나는 아침 일찍부터 므냥이, 주나용, 문보라를 데리고 <시스터 후드>로 향했다.

         

       이곳에 간 이유는 뭐 별거 없다.

         

       첫 번째는 최마리를 다시 데려가기 위함이었고.

         

       ‘두 번째는…’

         

       [패천검법]의 제약이 해제됨으로써 장착할 수 있게 된 <스킬 룬>.

         

       처음 <시스터 후드>에 방문했을 때.

       신빛가람에게 부탁한 것이, 다 되었다는 보고가 왔기 때문이다.

         

       이제 비상용 소모품을 챙겨, <지하수로>의 밑에 도사리는 진정한 근원.

         

       <해룡 신전>에 도전하는 것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래 딱 여기까지가 나의 용무이다.

         

       이 이상 별다른 계획도, 변수도 없었단 말이다.

         

       근데 대체 왜…

         

       “자, 유세하씨. 앙~”

       “……”

         

       신빛가람.

         

       그녀가 나긋나긋하게 웃으며, 케이크를 먹여주려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슬쩍.

         

       나는 여기저기 집중되는 눈빛에 마른침을 삼켰다.

         

       뒤늦게라도 탈출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저기, 신빛가람 선배님?”

        “어머나, 너무 거리감 느껴지게…평소처럼 이름만 불러도 좋답니다? 너무 길면, 가람아~라고 해도 좋고요.”

       “…대체 왜 이러십니까. 단 한 번도 그렇게 부른 적이 없는데…애초에 저희 이런 사이 아니잖아요.”

       “어머나, 왜 그럴까요~?”

       

       빙그레 웃으며 장난을 치는 신빛가람.

       그녀의 눈이, 같이 따라온 일행을 바라본다.

         

       “므아아…!”

         

       양손으로 눈을 가리며, ‘므아아, 므아아!’ 거리는 므냥이.

         

       “용아아…!”

         

       ‘설마, 설마 그렇고 그런 사이였어? 최마리인가 하는 선배는 그냥 연막이었던 거야?’ 거리는 주나용.

         

       “……”

         

       마지막으로.

         

       아무런 감정의 변화 없이, 그저 무표정으로…

       차가운 눈빛으로…

       묵묵히 쳐다보는 문보라까지.

         

       “후후~”

         

       신빛가람은 ‘이것 참 재미있네요. 이런 기회 놓칠 수 없죠.’라는 말을 흘렸다.

         

       저 모습에 뒤늦게 기억났다.

         

       신빛가람의 캐릭터성 중 하나.

       정확하게는 단점에 해당하는 부분.

         

       <나르시즘> 말고도 또 하나의 악질적인 특성이 말이다.

         

       ‘…젠장.’

         

       점점 악화하는 분위기에,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렸다.

         

       대체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내려지는 거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음화 보기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