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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1

       

        

        

        도미네이션 모드의 진행 양상을 아주 나이브하게 분류하자면, 이는 수 싸움인지 또는 힘 싸움인지로 나뉠 수 있었다.

        

        전자는 적과 아군이 끊임없이 맵을 돌아다니며 주요 격전지인 B가 아닌 A 또는 C를 뺏으려는 싸움이었다. 계속해서 판세를 뒤흔들며 상대방에게 계속해서 골치아픈 상황을 강요하는 것이었다.

        

        반면 후자는 B에서의 전투가 메인이었다. 말 그대로의 힘겨루기. 밀려나는 순간 중앙에 대한 통제권을 영구히 상실하는 배수진 그 자체였다.

        

        그리고 하모니가 처음으로 맞닥뜨린 도미네이션 모드의 양상은 후자였다.

        

        

        랭크 게임이 아닌 일반 게임. 이는 플레이어들이 승리보다는 좀 더 말초적인 쾌락이 스며든 선택을 하게끔 초점이 맞춰진 부담없는 게임이라는 소리였다. 당장 상대방이 선택한 초반 날빌 전략 역시도 그 부분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한 판 한 판이 매우 중요한 랭크였더라면 그런 극단적인 전략은 적의 의표를 찌르기 위한 것으로 분류되지, 일반적으로 흔히 사용되는 종류로 분류되지는 않으니까.

        

        그러나 확실한 것은, 서로의 부드러운 옆구리에 파고들기 위해 대가리를 열심히 굴리며 샛길을 돌파하든, 최소 열다섯 명이 넘는 이들의 난전이든, 그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볼거리는 참으로 넘쳐난다는 것이었다.

        

        

        

       ───드르르르륵!

        

       “아아악!” 

        

        

        

        이제는 익숙해진 소음.

        

        이전에도 한 번 말한 적 있었지만, 유진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같은 유저들 간의 전투는 영화에서 보았던 그런 형태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전에는 맞으면 맥없이 죽어야만 했던 공격조차 여러 번 견뎌낼 수 있는 나노머신 방벽의 존재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이 5일간 배운 것들 중 하나는 – 탄창을 자유자재로 교환하는 법과 수류탄을 원하는 위치에 던져 원할 때 폭발시키는 방법 말고도, 사격이 있었다. 원하는 곳에 탄환을 꽂아넣는 능력이야말로 알파이자 오메가일지어니.

        

        물론 만전인 상태일 때가 아니라, 말 그대로 ‘그 어떠한 상황에 놓여있을지라도’라는 말을 덧붙여야만 할 것 같긴 하지만 – 반대로 말하자면, 사격이 원활할 때는 더 잘 맞춰야만 한단 소리였다.

        

        

        

       ’20미터 이내라면 풀오토로 사격을 해도 적 몸에 전부 박아넣을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게 어떻게 쉬워요, 선생니임….

        

        하지만 실제로 교전에 돌입해보니 왜 그렇게 말하셨는지 이해는 간다. 심심하면 머릿속에 흘러들어오는 유진쌤의 괴전파 정도의 기준이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그에 미치지 않으면 적을 원활히 처리하기가 너무 어렵다.

        

        당장 지금도 확실하게 적을 잡아내기가 너무 힘든 판이었으니.

        

        

        

       “B2 단말기 근처 급조 건물 위, 디버프 디바이스 꺼야 돼!”

        

       “처음에 내주면 안 됐는데, 아주 그냥 별의별 정신나간 것들 다 달아놨네.”

        

       “근데 저런 것까지 주렁주렁 갖다놓은 것치곤 화력이 약하네. 적 숫자가 좀 적은데?”

        

        

        

       -왜긴 왜야 유진2세가 다 때려잡고있으니 그렇지 ㅋㅋㅋㅋㅋㅋㅋㅋ

       -눈나형들 혹시 눈 대신 단추달아놨어?????????

       -와근데 하모니 준내잘쏴ㅋㅋ

       -이정도면 생체터렛수준아니냐

       -팩트)녹냥이는 한달즈음전에 탄창을 바닥에 떨굴 뻔했던 트롤이었다

        

        

        

        한편 그러는 와중에도, 하모니 방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시청자들은 연신 감탄을 멈추지 못하고 있는 시점이었다.

        

        자연스러운 표적 트래킹과 깔끔한 호흡 조절. 그리고 물흐르듯 이어지는 총기를 다루는 손놀림. 과거 그녀의 행적과 완벽히 대조되는 행보였다. 마치 공기 중에 향수가 퍼지듯, 수조에 잉크가 한 방울 떨어지듯,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흩어진다.

        

        그렇게 되어, 자연스럽게 네 명의 스트리머의 시청자 수는 불균형을 맞는다. 한 쪽으로 쏠려버리는 것이었다 – 하모니의 시선을 엿보기 위해 얼굴을 들이미는 이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었다.

        

        

        그 누구도 알 수 없었지만, 하모니를, 그리고 그녀가 소속된 알파 분대를 중심으로, 조금씩 전선이 전진하고 있었다.

        

        종이에 붙은 불이 하얀 표면을 검게 태우며 번지듯, 심지어는 본인조차 모르는 사이 한 분대의 구심점이 되고, 그 분대는 전선의 구심점이 되어 적들의 땅을 되찾는다. 가장 필요할 때 적절하게 이어지는 소총수의 지원은 메카닉이 보유한 기계와 분대장의 명령보다도 효과적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그녀는 단독으로 전선의 형세를 컨트롤하고 있었다.

        

        

        

       “B3이 뚫렸다! 현재 B 섹터에 적군 8명! B2 단말기도 위험해!”

        

       “도대체 왜 이렇게 쉽게 밀리지? 괜히 이곳저곳 들쑤시고 다니지 말고 구역 방어에 집중해!”

        

       “아니, 상대팀 중에 총을 이상하게 잘 쏘는 사람이 있어!”

        

       “스트리머 팀에 고랭크 유저라도 있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것을 온 몸으로 체득하고 있는 이들은 다름아닌 상대 팀이었다.

        

        보통이라면 밀릴 이유가 없는 게임이었다.

        

        자신들이 상대하고 있는 인원들의 ⅓은 스트리머들이었다. 그것도 본래는 종합게임 스트리머, 또는 다른 자신만의 컨텐츠를 보유한 스트리머들. 다크 존을 메인으로 하고 있는 이들이 없다고는 단언하기 어려웠으나 도미네이션 모드 고랭크는 한 명도 없었다.

        

        실력적으로는 잘 쳐줘도 엇비슷, 또는 그것보다 덜할 수도 있었다 – 그러나 그런 대전제, 또는 편견이 깨져나가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실을 믿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가장 빠르게 사실을 주입시키는 방법은 – 적어도 다크 존에서는 – 납탄을 머리에 심어주는 것이었으니.

        

        

        

       “B3 단말기 왼쪽 상부 구조물, 소총수 한 명! 저 유저가 우리 분대를 죄다 장사지내려고 한다! 으아악!”

        

       “스캔탄 발사.”

        

        

        

        투웅.

        

        점착폭탄에 끼워진 동그란 탄환이 순식간에 허공을 가로질러 근처에 박힌다. 그러나 그곳에서부터 도출되는 결과는 폭발이 아니라 금빛으로 빛나는 동심원이었다. 하모니의 위치가 빠르게 노출되었다.

        

        그 순간, 상대 팀은 그제야 자신들을 신나게 괴롭히다 못해 회쳐버리려 든 적이 누군지를 눈에 담을 수 있었다 – 물론 이들이 낮은 확률을 뚫고 시참에 성공한 이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에 따른 반응은 한 점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경악.

        

        

        

       “…하모니다! 스트리머 하모니! 상부 구조물 위의 소총수, 녹냥이야!”

        

       “뭐라고? 말도 안 돼!”

        

       “말이 되건 안 되건 여기 가만 있으면 대가리에 구멍 뚫린-컥!”

        

        

        

        퍽.

        

        B2 단말기 근처의 구조물에 숨어 필사적으로 저항하던 한 명은 정확한 단발 사격에 의해 나노 머신 방벽이 박살나고, 도망가지도 못한 채 두 번째로 날아오는 탄환에 45초 후를 기약할 수밖에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하나둘씩 짓쳐드는 적들을 상대하기 위해 엄폐물에서 몸을 내밀면 매서운 제압사격이 이어진다. 아니, 제압사격? 사람이 총알에 맞는데 그걸 제압사격이라고 부를 수나 있을까?

        

        

        마치 부뚜막 위의 지정사수처럼 상부 구조물에 머무르던 녹색 고양이 미소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 거리에서의 사격만이 자신의 장기가 아니라는 듯 하나의 송곳이 되어 전열을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탄도 방패를 든 리밋이 날아드는 고폭발성 하이브 샤드를 받아내는 사이, 수류탄을 그새 보충해온 하모니는 포인트맨의 뒤에서 구조물의 형태를 대강 훑더니 수류탄을 한 번에 세 개나 까 허공으로 내던졌다.

        

        안정적인 포물선을 그리며 울룩불룩 요철이 튀어나온 철제 바닥 위로 세 개의 쇳덩어리가 안착하는 사이, 하모니는 B1 단말기 방향으로 우회하여 반대쪽 계단을 오른다.

        

        

        

       ───콰아앙!

        

        

        

        먼 거리에서도 확실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무지막지한 굉음과 충격이 뉴욕의 겨울 공기 위로 비산했다. 유저는 제때 피했을지 몰라도 한 자리에 가만히 머물러있는 메카닉의 디바이스가 박살나기엔 충분했다.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려는 순간, 정확한 타이밍에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파고든 하모니가 총구를 들어올려 적들을 겨누었다. 거리는 고작해야 10미터 안팎. 연발로 갈겨도 탄이 빗나갈 수가 없는 거리였다.

        

        전기톱을 연상시키는 듯한 소음과 함께 하모니의 총구가 새빨갛게 달아오른다.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차가운 뉴욕의 겨울바람으로도 식힐 수 없는 사신의 열기였다.

        

        

        물론 B2 임시 구조물 근처에는 아직 세 명 가량의 유저가 있었기에, 정면 싸움은 화력적 열세로 이어졌다. 다르게 말하면 하모니는 단 한 명만을 끊어낸 후 다른 유저의 집중적인 사격을 받을 수밖에 없단 소리였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자면, 그래도 상관없었다.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철제 계단을 빠르게 주파해 올라오는 사신의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압은 순식간이었다.

        

        

        

       “…증말, 쉽지 않네요.”

        

       “특별히 마지막 할 말 있으면 들어드릴게요.”

        

       “엄마나뿅망치형제단합방출현했어어어───!”

        

        

        

        탕.

        

        머리에 구멍이 뚫린 채 쓰러지는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ISO : 훌륭하다! 합중국을 흙발로 짓밟은 이들을 남김없이 지옥으로 몰아내었군. 우리의 승리다!]

        

        

        

       “후아아, 힘들었다아….”

        

       “하모니, 수고했어! 진짜 잘 하든데? 선생님한테 제대로 배워왔나봐!”

        

       “…너는 쟤 하는 걸 보고 그 정도밖에 말이 안 나오냐.”

        

       “아니, 왜. 난 제대로 못 봤다구.”

        

        

        

        경기가 끝난 후, 반응은 여러가지로 나뉘었다.

        

        그리고 리밋이 생각했을 때, 같은 팀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은…어쩌면 눈 대신 단추를 달아놓은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한순간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이들은 하모니가 언제 어떻게 활약했는지를 제대로 보긴 했나?

        

        아니, 시점을 반대로 돌려보자 – 오히려 같은 팀이었기에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게 아닐까? 그나마 하모니랑 가장 가깝게 붙어다녔기에 자신만이 제대로 봤던 게 아니었을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솟아난다.

        

        아무튼 확실한 점이 있다면, 하모니는…리밋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일반적인 뉴비가 아니었다.

        

        절대로.

        

        

        

       “…모니야. 도대체 그 유진이란 분이랑 뭘 어떻게 연습했던 거야?”

        

       “뭐야, 리밋공주님. 하모니가 그렇게 잘 해?”

        

       “아휴, 말을 말자. 아니, 그건 그렇고 호떡 너도 제대로 안 봤어!?”

        

       “어, 지휘하느라….”

        

       “아이씨이….”

        

        

        

        이 옹이구멍들아.

        

        그으-래도 약간의 면죄부를 주자면, 호떡은 아까 말했던대로 분대를 지휘하는 역할이다. 아무래도 하모니 하나만을 보기보단 전장을 눈으로 직접 훑으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지휘를 하는 역할이라는 소리였다. 분대장이란 건 원래 그런 거니까.

        

        그리고 돌돌이는 메카닉. 마찬가지로 남이 어떻게 플레이하는지를 관찰할 시간보다는 어디에 어떤 방어 도구를 설치할지를 고민하고, 그것을 꾸준히 손보는 역할이니까.

        

        그래도 얘네들이 눈을 장식으로 달아놨단 점은 변하지 않지만.

        

        

        힐끔 시선을 돌려 채팅창을 보았다.

        

        다들 뭔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약간은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 어쩌면 당연했다. 그래도 하모니랑 가장 많이 붙어다녔던 게 나였기에 채팅창이 이 정도인거지, 김스톤과 호떡은 글쎄올시다.

        

        그러나 굳이 이 부분에서 열변을 토해 다른 이들의 시선을 고쳐잡아줄 필요는 없었다. 하모니도 딱히 신경쓰지 않는 느낌이었고, 무엇보다….

        

        

        

       “이야, 첫 판 재밌었다. 모니야, 방금 했던 것처럼만 하면 돼. 알겠지?”

        

       “아유. 물론이지.”

        

        

        

        이건 고작해야 첫 판이었으니까.

        

        주머니 속에 들어찬 송곳을 숨길 수 없듯, 짧으면 다음 판, 길면 두세 판 정도 안에 다들 하모니가 얼마만큼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즉각적으로 짐작할 수 있을 테니까.

        

        물론 내가 오판하고 있을 가능성도 없잖아 있다.

        

        저게 모든 실력이 전부 드러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그건 그것대로 좀 섬뜩해지는데. 그 유진이라는 사람은 도대체 하모니를 데리고 무슨 트레이닝을 진행한거야?

        

        

        하아.

        

        한숨을 내쉬며 푹신한 의자에 몸을 기대자, 아까 진행했던 도미네이션 모드 한 판의 여파로 인해 헝클어진 녹색 머리카락이 눈 앞을 가린다. 여러모로 흐트러진 것 같다.

        

        이리저리 정리하고 있자니 시선이 내게로 쏠린다.

        

        

        

       “…아니, 왜?”

        

       “이야. 너는 이제 남자 머리보다 여자 머리카락 정리하는 걸 더 잘하는데?”

        

       “천생 여자라니까, 증말루.”

        

       “히히, 이쁘다야.”

        

        

        

       -ㅗㅜㅑ

       -이게야스지 퍄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헤으응!헤으응!헤으응!헤으응!헤으응!헤으응!헤으응!헤으응!

       -리밋공듀님,,,,겨드랑이,,,한번만,,,,보여주십사~~,,,!!

       -이게어떻게남자야!이게어떻게남자야!이게어떻게남자야!이게어떻게남자야!

        

        

        

       <리밋헤으응 님이 1,000원을 후원해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크으으 죽이는군! 이런 얼굴을 한 남자라니!

        

       “리밋헤으응 님, 천 원 후원…야이 개새기들아! 내가 오늘 니들 임플란트 새로 해줄테니까 이리 와!”

        

        

        

        그렇게 한 유저의 아바타를 본보기로 삼은 다음에야, 두 번째 판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난 이 아바타가 정말 싫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직 첫 판이기에 깨달은 사람은 리밋밖에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하모니를 원했기에 당분간은 하모니 퍼레이드로 갑니다

    그럼이만~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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