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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1

       *** ***

         

       다각. 다각.

         

       무림고수가 선호하는 여행 수단은 바로 경공이다. 초절정은 되어야 말보다 빠른 속도로 여행이 가능하지만 그래도 어지간한 무림인들은 제 발로 이동하는 것을 선호한다.

         

       말이나 마차를 이용하게 되면 말과 마차를 관리해 주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말을 운용함으로써 생기는 피로와 짐 그리고 일거리를 생각하면 그냥 걸어다니는 것이 속 편하니까.

         

       아 마차 하니까 생각난 건데..

         

       “칫! 돌아갑시다! 오라버니!”

         

       “자, 잠깐! 나는 굳이 타고 갈 필요가..!”

         

       “무슨 소리입니까! 비천마차를 두고 걸어간다니요! 자 출발합니다!”

         

       “으아악!”

         

       당도경은 비천마차를 타고 당가타로 귀환했다. 결국 비천마차의 수레바퀴에는 또 한사람분의 피가 묻고 만 것이다.

         

       살아서 당도경을 볼 수 있으면 좋겠군.

         

       아무튼 나와 흑묘 그리고 혁기린은 마차를 한 대 구매해 점창파로 향하고 있었다. 흑묘도 그렇고 혁기린도 그렇고 사람의 시선이 없으면 편히 여행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으니까.

         

       뭐, 진짜 마차를 구한 이유는 혁기린이 사형제들에게 줄 물건을 팍팍 사버린 탓이 컸지만.

         

       “후후 그래서 말이지요!”

         

       “아 과연 그렇군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하여간 두 사람은 즐거워 보였다. 혁기린을 향한 흑묘의 호감도는 꽤 높은 수준. 일단 흑묘가 나 이외의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 자체가 처음이니…

         

       혁기린과 흑묘는 꽤 잘 맞는 짝인 것은 사실인 듯 싶었다. 남장여자인 혁기린에게는 터놓고 지낼 수 있는 동성 친구가 있기 힘들었고 흑묘 역시 태음기의 영향으로 동성 친구를 쉽게 만들 수는 없었다고 하니까.

         

       굳이 그런 면을 일일이 따지고 들지 않더라도 흑묘와 혁기린은 우정이 깊어진 듯 하다.

         

       이걸로 흑묘도 함께하는 즐거움을 좀 깨달을 수 있을까.

         

       “음…”

         

       나는 뒷목을 벅벅 긁었다. 요새 흑묘는 너무 뒷전이고 내 수련에만 몰두한 듯한 느낌이 들어서 양심에 찔렸기 때문이었다. 혁기린에게 일휘청운검의 기본만 배우고 한동안은 흑묘의 수련을 봐 달라고 부탁할까.

         

       아무튼 두 사람이 여자들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고 나는 두 사람의 재잘거림을 음악 삼아서 마차를 몰고 있었다.

         

       “오, 도착했군.”

         

       점창파의 첫 인상은 그냥…뭐 평범했다. 인상이 깊었다면 점창파보다는 점창파를 품고 있는 수남산 그 자체랄까. 산 자체는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형상이지만 무공을 익힌 사람이라면 누구나 산의 정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한 기운을 뿜고 있었다.

         

       “대사형! 복귀하셨습니까!”

         

       “음. 돌아왔다. 자형. 청문. 잘들 지냈느냐.”

         

       “본문에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 대사형이야말로 별고 없으셨는지요!”

         

       “그래. 해후는 나중에 풀도록 하고 손님이 오셨으니 문을 열거라.”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다.

         

       혁기린이 여자라는 사실은 점창파 내부에서 어느 정도로 알려져 있는 것일까. 여일예는 아는 눈치였는데…뭐 점창파에서 알아서 할 일이었다.

         

       “우선 장문인께 인사 드리러 가시지요.”

         

       “알겠습니다.”

         

       손님이 머물 수 있는 지객당은 보통 문파의 외곽에 자리하기 마련. 그리고 문파의 장인 장문인이 사용하는 건물은 문파의 중심에 위치해 있기 마련.

         

       “대사형! 돌아 오셨군요!”

         

       “음. 오래간만이로구나.”

         

       지나가던 길에 마주친 점창파의 제자들은 다들 혁기린의 귀환을 반겨주는 분위기였다. 그렇게 마주한 제자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으며 장문인전까지 도달했다.

         

       “문주님. 대제자 혁기린, 제자 여일예의 은인 분들을 모시고 귀환했습니다.”

         

       “손님들을 모시고 들어오거라.”

         

       점창파 장문인. 절운검(絶雲劍) 허공서. 현재 경지는 아마 화경일 것이다.

         

       “무림에 이름 높으신 대 점창파의 장문인을 뵙습니다. 사천낭인이라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점창파의 장문인을 뵈어요. 마찬가지로 같은 이유로 이름을 밝힐 수 없음을 이해해주세요.”

         

       “허허, 물론입니다. 본인은 점창파의 장문 허공서라고 합니다.”

         

       허공서는 이미 나와 흑묘의 이름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우선은 기본적인 대응을 선택했다. 눈 가리고 아웅이긴 하지만 사천낭인은 이런 자리에서 이름을 밝히면 안 되니까.

         

       “두 낭인분들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 일예에게 많은 도움을 베풀어 주셨다고요.”

         

       “그저 어쩌다보니 연이 닿았을 뿐입니다.”

         

       “그렇습니까…그것 또한 인연이겠지요. 그리고 이 인연이 이리 이어진 일 아니겠습니까. 원시천존..”

         

       허공서는 도호를 외운 뒤에 말을 이었다.

         

       “일예를 물심양면으로 도와 주신 것과…혁기린과의 인연이 있던 일이 있었으니 본문에 모셔 감사 인사를 해야 한다 여겨 이리 초대하게 되었습니다.”

         

       “호의에 감사 드립니다.”

         

       “본문이 접객이 그리 뛰어나다 자부할 수는 없지만 본문이 자리한 수남산은 그 자체만으로 맑은 정기를 내뿜으니 무공을 수련하는 분들에게는 도움이 될 일입니다. 여유가 되신다면 수남산의 정기를 받으며 잠시 웅심(雄心)을 키우며 무공을 단련하시는 것은 어떠신지요?”

         

       “사천낭인을 객으로 받아들이시다니…민폐를 끼치는 것이 아닌가 걱정됩니다.”

         

       “하하하하. 은인의 신분을 따져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이 점창의 이름에 먹칠하는 행위이지요. 낭인분께서는 그런 점은 신경쓰지 마시고 편히 머무르시면 됩니다.”

         

       “과분한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음….대사제 혁기린은 듣거라.”

         

       “예! 장문!”

         

       “귀한 손님 두 분을 어렵사리 모셨으니 성심성의껏 돌봐드리도록 하여라. 대사형으로서 해야 할 일들은 내 다른 제자를 시켜 처리할 터이니 접객에만 집중하도록. 알겠느냐?”

         

       “존명!”

         

       음 혁기린에게서 계속 배울 수 있게 된 건가 이 부분은 나쁘지 않군.

         

       “먼 길 오느라 노곤하시겠지요. 우선은 지객당에 짐을 풀고 푹 쉬시길 바랍니다.”

         

       “예. 장문.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장문인전을 빠져 나온 혁기린은 가볍게 미소 지어 보였다.

         

       “음. 두 분과 한동안은 무공 수련을 하게 되었군요. 후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잘 부탁드려야 하는 것은 저희가 아닐지요? 임시 스승님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으음…스승이랄 것까지는.”

         

       흑묘의 말에 쑥스러워하는 혁기린.

         

       “선배야 혁기린 대협에게 신나게 교습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처음이니까 제법 기대가 된다구요? 사실 누군가에게 무공을 배워본 적이 없어서 말이에요.”

         

       “그럼 지금까지 오직 독학으로만 무공을 배워왔단 소리입니까?”

         

       “음…이게 엄밀히 말하면 그렇지 않은데….아무튼 스승이라고 할 사람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에요.”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이 점창에서 열심히 수련하다보면 벽을 넘으실 수도 있겠군요!”

         

       혁기린의 눈에서 의욕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흑묘는 주먹을 불끈 쥐고 의지를 불태우는 혁기린의 모습을 보며 쿡쿡 웃었다.

         

       “아무렴 초절정에 그리 쉽게 오를 것 같지는 않지만…잘 부탁드려요?”

         

       “물론입니다! 맡겨만 주세요!”

         

       든든하구만.

         

       그렇게 점창파에서의 첫 날이 저물고.

         

       본격적인 점창파 생활이 시작되었다.

         

       *** ***

         

       흔히 무협에서는 묘리(妙理)라는 것이 자주 등장하고는 한다.

         

       그렇다면 이 묘리라는 녀석은 대체 뭐 하는 녀석들인가?

         

       몸에 힘을 빡 주고 검을 휘두른다고 그게 강검(强劍)인가? 뭐 완전히 아니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건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충기는 곧 무공의 시작이다. 기를 감지하고 쌓는 단계를 넘어서 능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단계의 초입(初入). 일류에 올라 충기의 묘를 깨닫고 나면 기를 가공해 활용할 수 있게 되니.

         

       이제 그 기를 ‘어떻게’ 가공하느냐가 화두에 오른다 할 수 있었다.

         

       그 가공법을 성질에 따라 분류해 놓은 것이 바로 묘리라고 할 수 있었다. 강의 묘리가 담긴 검술이라는 것은 검의 위력을 상승시키는 내공 운용법이 포함되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 일휘청운검은 네 가지 묘리를 담은 검법이었다.

         

       강(强), 쾌(快), 변(變), 유(柔).

         

       일반적으로 일류의 검법이 단 하나의 묘리만을 다루는 것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욕심쟁이 검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일류의 검법은 한 가지의 묘리에 집중하고는 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일휘청운검은…추천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호 낭인님께서 이 무공을 익히고자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일류에 오른 무인은 지위고하나 실력여부를 막론하고 무조건 한 가지의 목표에만 집중한다.

         

       절정지경에 도달하는 것.

         

       일류까지는 누구나 노력하면 도달할 수 있다. 과거의 나를 뺀다면 말이야. 재능과 노력의 여하에 따라 일류에 도달하는 시간에 차이가 있을 뿐 언젠가 도달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절정은 다르다.

         

       절정은 노력만으로 얻을 수 없는 별이다.

         

       누군가는 평생에 단 한번 있는 번뜩임을 통해서만 그 경지를 개척할 수 있고 또 어떤 재능있는 이는 그저 수련만으로 그 이치를 이해하기도 하나…결국 결론은 하나로 귀결된다.

         

       무학의 이치(武理)를 진정으로 이해한 자.

         

       그런 자만이 절정에 도달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그렇기에 일류무공들은 대부분 무공에 하나의 묘리만을 담는다.

         

       그 하나의 묘리를 이해하기 위해 모든 것을 집중하더라도 절정에 이를 수 있는 무학의 이치를 깨달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거늘 다른 묘리에 눈을 돌리는 것이 가당키나 하겠는가.

       

        그럼에도 일휘청운검은 네 가지나 되는 묘리를 담고 있는 무공이었고.

       

       나는 그런 일휘청운검의 특성 때문에 이 무공을 골랐다.

        

       “예. 그렇습니다. 그러니 지도를 부탁드리죠.”

         

       “좋습니다. 무인의 길은 스스로가 개척하는 법! 그 각오! 그 기개! 이 혁기린이 최선을 다해 보조하겠습니다!”

         

       “예!”

         

       나 역시 기합을 넣고 대답했다.

         

       이 호천안. 무림천하에 떨어져 개같이 구르기 시작한 지 8년.

         

       드디어 진정한 무학(武學)에 입문(入門)한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남의 깨달음은 다 꿰고 있지만

    본인은 처음부터 다 깨달아야 하는 호천안.

    *22/08/11일 86~104화 리메이크가 적용되며 화수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104화 이후에 내용을 감상하시던 독자님들은 2편이 삭제되며 내용이 당겨졌으니 2회 뒤로가기를 누르시면 제 진도를 찾아갈 수 있습니다.

    변경 내용이 궁금하신분은 공지 참조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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