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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1

       투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에리야스가 지면을 박차며 올리비아에게 덤벼들었다.

         

       한 때 광룡이라고 불렸던 드래곤이 내뿜는 기세는 방금 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 키엘조차 저 힘을 정면으로 마주한다면 죽는다고 느낄 정도로.

         

       하지만 올리비아는 물러서지 않았다.

         

       츠츠츠츳!

       

       굉음 뒤에 폭발이 이어지지 않는다. 올리비아가 전개한 결계는 에리야스의 공격을 그대로 흡수했다. 실금조차도 가지 않는다.

         

       에리야스는 신음성을 토하며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주먹이 얼얼했다. 올리비아의 말대로, 처음 보는 종류의 마법이었다.

         

       올리비아의 한쪽 입꼬리가 치솟았다.

         

       “마법의 종주(宗主)라더니.”

         

       대지가 수천 개의 거대한 파편으로 갈라지며 그대로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거대한 바위들이 거대한 폭풍처럼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올리비아가 있었다. 뇌기가 담긴 숨결을 내뱉는 그녀는, 인간을 아득히 초월한 듯 보였다.

         

       “내 눈엔, 똑같이 같잖아 보이는데.”

       

       올리비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들리는 것은 오직 목소리 뿐.

         

       에리야스는 마력을 퍼뜨려 올리비아의 위치를 가늠해보려 했다. 하지만 불가했다. 이미 이 일대는 올리비아의 영역이나 마찬가지였다.

         

       “크윽! 통제력이……!”

        “카르시안 네년은 키엘 공작을 맡아라. 올리비아와 너는 상성이 안 좋아.”

       

       카르시안은 냉기를 다루는 화이트 드래곤. 원래라면 그 진체를 드러낸 것만으로도 도시 하나를 얼어붙게 만들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졌지만…….

         

       냉기는, 이미 올리비아의 휘하에 있었다.

         

       카르시안이 제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몸뚱아리 뿐이었다.

         

       우두둑 소리와 함께 에리야스의 외형이 변하기 시작했다.

       현신(現身).

       드래곤이 폴리모프를 해제하고, 본 모습을 드러낼 때 사용하는 마법.

         

       세계가 누군가의 그림자로 덮이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허공이 갈라지며 터질듯한 화염이 솟구쳤다. 떨어지는 재들 사이로, 뭔가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홍옥처럼 빛나는 고귀한 비늘. 악마를 연상시킬 정도로 사나운 눈동자.

         

       [후우……훨씬 낫군.]

         

       활화산이 끓어오르는 느낌이었다. 에리야스를 중심으로 엄청난 열풍이 뿜어져 나왔고, 주변의 얼음들이 순식간에 물로 화했다.

       세찬 화염은 대수림을 장작 삼아 더욱 크기를 불려가고 있었다.

         

       엘프들을 대피시키던 드루이드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적룡의 군주여! 이게 지금 무슨 짓거리인가! 당장 화염을……!”

       [닥쳐라. 주제파악 못하는 버러지같은 엘프년아. 이 몸을 한 번만 더 방금처럼 노려본다면 그때는 네 눈깔을 뽑아주마.]

         

       사나운 용언에, 드루이드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에리야스의 가늘어진 동공이, 드루이드를 노려보며 말했다.

         

       [올리비아를 지금 막지 못하면, 이 숲은 물론이거니와 세계 전체가 멸망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막아낸다면 대수림 하나로 퉁칠 수 있지.]

       “…….”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생각해라.]

         

       드루이드는 피가 날 듯 입술을 깨물었다.

         

       “……세계수는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해라.”

        [걱정 마라. 아무리 내가 광증을 앓는다지만, 그 정도로 미치지는 않았으니까.]

       “그렇다면……나도 가세하겠다.”

         

       우우우우웅!

       

       드루이드의 눈동자가 찬란한 초록 빛을 머금었다. 동시에, 세계수의 고목 전체가 사시나무 떨 듯 경련하기 시작했다.

         

       [……오호라.]

         

       에리야스가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 또한 자연계와 밀접한 존재이기에 느낄 수 있었다.

       뭘 믿고 드래곤 로드인 자신에게 하대하나 했는데, 과연 그에 걸맞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평범한 드루이드가 아니었구나.]

         

       사르르르…….

         

       세계수를 중심으로 청정한 자연력이 퍼져나간다.

         

       불타고 얼어붙어 생을 다하려던 나무들이, 축 늘어져있던 가지를 치켜들고 재생하기 시작한다. 식물들은 화염과 냉기를 오히려 자양분 삼아 크기를 키워간다.

         

       고오오오오!

         

       세계수 또한 가지를 하늘로 무한히 뻗치기 시작했다.

         

       드루이드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웬만한 상처들은 곧바로 치유될 것이다.”

       [한계는 어디까지지?]

       “목이 잘리거나 심장이 터지지만 않는다면 재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말, 틀림 없어야 할거다.]

         

       에리야스의 몸이 하늘로 솟구쳤다. 수많은 역사서 속에 재앙이라고 기록되어 있던 날개가 바위 폭풍을 부수며 나아간다.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올리비아가 태고의 지팡이를 고쳐 잡는다. 널찍한 소매가 크게 펄럭거렸다. 지팡이가 채찍처럼 휘둘러지며, 세계가 더없이 세찬 겨울로 물든다.

         

       쩌저저저적!

       

       에리야스도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는 숨을 한계까지 들이킨 다음, 전력을 다해 브레스를 쏘았다.

         

       콰아아아아!

         

       찰나의 순간, 냉기가 주춤했다.

         

       에리야스는 올리비아에게 더 접근하는 대신 그녀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브레스의 위력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전생의 경험대로라면 분명…….

         

       파직!

         

       전류가 튀어오른다. 전류와 맞닿은 브레스가 부풀어 올라 그대로 터져나갔다. 고작 전류 한 줄기가 가지고 있는 힘이 얼마나 막대한지, 브레스를 이루던 가공할 마력이 갈기갈기 찢겨나갔다.

         

       전생에, 저 광경을 보고 얼마나 놀랐던가.

         

       ‘역시, 함정이었군.’

         

       급하게 마력 공급을 그만두지 않았다면 그대로 몸이 찢겨나갔을 것이다.

         

       에리야스는 당황하는 대신 계속 공격을 이어나갔다. 올리비아는 여전히 직접적인 공격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이쪽에서 공격하면 막거나 반격할 뿐.

         

       그것이 에리야스에겐 엄청난 심적 압박으로 다가왔다.

         

       네깟 놈이 무슨 짓을 해도, 아무 상관 없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으니까.

         

       그것이 드래곤의 오만한 자존심을 건드렸다. 자연히 분노가 치솟아 오르고, 시야가 좁아진다.

       하지만 에리야스는 인내했다.

         

       두 번째 생마저 그르칠 수는 없었다.

         

       아까부터 제 주변만 맴도는 에리야스를 보며, 올리비아가 입을 열었다.

         

       “적룡아.”

         

       에리야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폐부가 다시 한 번 크게 부푼다.

         

       “언제까지 시간만 끌 생각이니?”

         

       올리비아는 말하는 동시에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저 적룡의 이성을 잃게 만들 수 있을지.

         

       평범한 도발로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올리비아는 한쪽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 그리고 약간의 조소를 담아 소곤거리듯 말했다.

         

       “쫄았니?”

         

       그것으로 충분했다.

         

       흉성을 내지르며 달려드는 에리야스를 보며, 올리비아는 빙그레 웃었다.

         

       “미련하기까지.”

       

       올리비아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거대한 빛의 구체를 만들어냈다. 혁명가를 상대할 때 사용했던, 태초의 뇌전이었다.

         

       빛이 터져나간다. 뇌전이 수억 갈래로 나뉘어, 오직 한 점을 향해 쏘아진다.

         

       에리야스는 직감했다. 저 공격은 위험하다.

         

       세계수의 축복으로 육체가 재생되기 전에, 몸이 터져나갈 것이다.

         

       츠츠츠츠츳!

       

       아직 전류에 닿지도 않았는데도 피부로 짜릿함이 전해져왔다.

         

       [카르시안! 뇌전이다!]

         

       키엘과 대치하고 있던 카르시안이 망설임 없이 현신한 다음, 천천히 입을 벌렸다. 에리야스도 곧장 브레스를 모았다.

         

       두 드래곤과, 한 인간의 대결.

         

       [크아아아아!]

         

       에리야스는 밀려오는 전격을 어떻게든 막아섰다.

       멀지 않은 곳에서 암주의 기척이 느껴졌다. 그가 왔다는 뜻은, 지원군 또한 도착했다는 뜻.

         

       이것만 버티면 된다. 버티기만 하면…….

         

       드래곤 하트에서 아득한 고통이 밀려왔다.

       끝이 보이지 않던 마력 또한 어느새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격이 밀려오는 속도가 더 빨랐다.

         

       파지지지지직!

       

       사방으로 전류가 튀어오른다. 올리비아의 마법이 아니라 마법에서 비롯된 부산물에 닿았을 뿐인데도, 드래곤의 비늘이 짓뭉개지고 있었다.

         

       온 몸이 새카맣게 그을린 에리야스와 카르시안이 괴성을 질러댔다.

         

       그렇게, 영원같은 찰나가 지났다.

         

       먹구름 아래로, 두 거체가 추락했다.

         

       쿠우우우우웅!

         

       “……괴물이구나.”

         

       드루이드가 마른침을 삼키며 말했다. 세계수의 축복이 아니었다면 두 드래곤 로드는 진작에 목숨이 다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다시는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막겠다고 다짐했는데도, 온 몸이 떨려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예전에, 누군가 저 모습을 보고 뭐라고 중얼거렸더라.

         

       “종언의 마녀…….”

         

       꾸역꾸역 거체를 일으키는 에리야스를 보며, 올리비아는 웃었다.

         

       역시. 죽지 않았다.

       방금 공격은 엄연히 올리비아의 전력이었다.

       그런데도, 회귀자들은 버텨냈다.

         

       단 세 명으로 말이다.

         

       “더 할 생각이니?”

       [……웃을 수 있을 때 실컷 웃어둬라.]

       “패배자나 지껄일 법한 말을…….”

         

       흠칫하고 느껴지는 살기에, 올리비아가 다급히 상체를 비틀었다.

         

       츠츠츳!

         

       올리비아의 그림자가, 제 주인을 죽이기 위해 달려들었다.

         

       촤좌좌좌좍!

         

       그림자가 화려한 궤적을 그리며 올리비아의 급소들을 찔러 들어갔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당황하지 않고 강력한 빛을 퍼뜨려 그림자 자체를 지워버렸다.

         

       “암주구나.”

       

       스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서 암주가 솟아올랐다. 그는 살의가 가득한 눈길로 올리비아를 노려보았다.

         

       올리비아는 어느새 자세를 추스른 에리야스와 카르시안을 힐긋 보았다.

         

       “저번에는 셋. 이번에는 넷.”

         

       올리비아가 입을 열었다.

         

       “넷으로 될 거라고 생각했니?”

       “아니.”

         

        올리비아는 남부에서 있었던 일을 언급하지 않았다.

       

       불명예를 무릅쓰더라도 올리비아를 저지하겠다는 의지가, 암주의 눈동자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쐐애애액!

       

       시야 저편에서 수십 발의 화살이 올리비아를 향해 쏘아졌다. 익숙한, 항마의 기운이 어린 화살.

         

       올리비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다섯?”

       

       지팡이를 휘둘러 화살들을 가볍게 튕겨냈다. 추적 마법을 발동하여 악마 사냥꾼이 있는 방향을 향해 뇌창을 쏘아보낸다.

         

       일단 원거리 공격부터 막아야…….

         

       콰아아아앙!

         

       뇌창이 날아가다 말고 중간에 터졌다.

         

       “아니, 여섯이다.”

       

       어느새 나타난 혁명가가 올리비아의 마법을 틀어막으며 말했다.

         

       “……여섯?”

         

       양 방향에서 카르시안과 에리야스가 날아든다.

       

        암주와 악마 사냥꾼은 올리비아의 사각을 노리고 덤벼든다.

       

        혁명가는 올리비아의 공격을 틀어막고, 드루이드는 전투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보조한다.

         

       이래서야, 정말로 이쪽이 악당같지 않은가.

         

       “아하하. 하, 아하하하하……!”

         

       올리비아는 폭소했다.

       

       고작 한 명을 잡으려고, 대륙의 정점이 여섯이나 모이다니.

       

       찬란한 벽안이, 조소를 머금는다.

         

       “너희들은 이미 진거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힘조절 OFF 버전의 올리비아입니다.
    드루이드의 재생 덕분에 가능했읍지요.

    – GameBug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 올리비아와 성녀 리브가의 재회는 멀지 않은 시점에 이뤄질겁니다! 과연 리브가는 황녀 라인을 탈 것인지, 아니면 올리비아 라인을 탈 것인지…참으로 기대가 되는군요.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아아아아앗!
    밤새면서 봐주시다니…흙흙…키붕키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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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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