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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1

       

       

       

       

       서은우가 다급히 부실을 떠나고, 친구에게 부탁받은 대로 차무식은 자초지종 진실을 얘기했다.

         

       사실 차무식이 한 설명도 그렇게 복잡한 얘기는 아니다.

         

       단순히 서은우 스스로가 927 작가라고 말한 말이 거짓 없는 진실이라는 것.

         

         

       “…이거 몰래카메라지?”

         

         

       문제는 차무식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송가람을 포함한 다른 부원들은 도저히 믿기 힘든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저 말이 맞아. 서은우가 927 작가인 거.”

         

         

       그때 옆에서 가만히 얘기를 듣고 있던 박하준이 확신을 더 해주었다.

         

       이런 진지한 상황 속에서 절대 거짓말을 안 할 사람들이 동시에 같은 말을 하고 있으니 다른 부원들의 입장에선 그저 난감하게만 다가왔다.

         

       그렇다면 진짜 서은우가 그 927 작가란 말인가?

         

       만드는 모든 작품마다 초대박을 내고, 이제는 거의 신격화가 되어있는 최고의 각본가.

         

       그런 927 작가가 자신들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고작 고등학생이라는 사실을 부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문뜩 이런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왜 서은우는 갑자기 신비주의 컨셉을 버리고 자신의 정체를 부원 모두에게 공개했을까?

         

       아무리 송가람이 영광고등학교를 가는 것을 만류했다고 하더라도 굳이 정체를 밝히는 고단수를 쓸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부원들은 입을 모아 차무식에게 그 이유를 아냐고 물어봤고, 차무식은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결심이 섰다고 하더라고요, 저 녀석.”

       “……결심?”

       “어차피 조만간 모두가 알게 될 사실이니까 미리 알려도 딱히 상관없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차무식은 그런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으며 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방금까지 누군가가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 있었던, 이제는 텅 빈 자리를 바라보았다.

         

       원래 저 자리에는 서은우가 부실을 나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녀석을 다급히 따라간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저 텅 빈 자리에 누가 앉아 있었는지, 왜 그녀가 서은우를 따라갔는지 너무나도 뻔한 사실이었다.

         

       그러니 아마 지금쯤이면……

         

         

       “자, 잠깐만!”

         

         

       한빛예고의 정문으로 향하고 있던 서은우.

         

       그런 그를 누가 불러세웠고, 서은우는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았다.

         

       이다혜.

         

       얼마나 다급히 뛰어왔는지 그녀가 거친 숨을 내뱉으며 서은우의 앞에 어느샌가 다가섰다.

         

       이다혜는 고개를 들어 서은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잠시 머뭇거렸다.

         

       몸은 조금 괜찮냐, 왜 그렇게 잠을 오래 잔 거냐, 마지막에 자신에게 한 말의 의미 등등.

         

       지금 눈앞에 서 있는 남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너무나도 많았다.

         

       다만, 할 수 없었다.

         

       자신 때문에 크게 다치고, 하마터면 목숨까지 위험할 뻔한 것. 이다혜는 그 점에 큰 미안함을 느끼고 있었고, 이 미안함이 머뭇거림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

         

         

       이다혜는 무언가 포근한 느낌과 함께 점점 눈이 커지기 시작했다.

         

       서은우가 갑자기 다가와 자신을 끌어안았기 때문이었다.

         

       예전이라면 절대 생각할 수 없는, 그런 대담한 행동에 이다혜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미안. 워낙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

         

         

       그러곤 누가 들어도 미안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이다혜는 이해가 잘 안 되었다.

         

       사과는 오히려 이쪽에서 먼저 해야 하는데…….

         

         

       “나도 미안해.”

       “갑자기 네가 왜 미안해하는데?”

       “그야 나 때문에 네가 크게 다쳤잖아.”

         

         

       서은우는 자신의 품속에 얼굴을 기대고 있는 이다혜의 대답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 때문이 아니라 그 스토커 때문이겠지.”

       “하지만……!”

       “어쨌든 너는 아무런 잘못 없어. 그러니 이 얘기는 그만 끝.”

         

         

       이다혜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서은우의 말에 잠시 벙찐 얼굴이 되었다.

         

       마치 지금까지 마음속에 품어왔던 응어리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서은우는……

         

         

       “무사해서 다행이야. 정말로.”

         

         

       무언가 안심하는 듯한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렸다.

         

       물론 그 작은 목소리마저도 이다혜에게 분명하게 들렸고, 이제 그녀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는 완전히 사라져있었다.

         

         

       “은우 군!”

         

         

       그때 정문 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스튜디오엔믹스의 나영진 PD와 조용석.

         

       그들이 차와 함께 서은우를 마중 나온 것이었다.

         

       때문에 이다혜를 껴안고 있던 서은우는 천천히 그녀와 거리를 벌리며 입을 열었다.

         

         

       “얘기는 나중에 하자.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올게.”

       “흐음… 방금까지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나랑 껴안고 있었으면서 이젠 다른 여자 구하러 가는 거야?”

         

         

       그 말에 서은우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직 점심시간이 끝나지 않았으니 돌아다니는 학생들이 많았고, 이다혜의 말처럼 당연히 학교 한복판에서 대놓고 포옹을 하고 있었기에 학생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집중되어 있었다.

         

       쓰으읍…….

         

       보는 눈이 많은 건 그러려니 한데, 문제는 그녀가 마지막에 내뱉은 말이었다.

         

       방금 자신이 이다혜에게 한 행동, 스토커로부터 몸을 날려 구해준 것과 지금부터 설소영을 데리러 가는 행동.

         

       이다혜의 입장에선 말 그대로 모순이고, 세간에서 사용하는 표현처럼 흔히 나쁜 남자처럼 보이지 않을까 싶다.

         

         

       “딱히 불만은 없어.”

       “……?”

       “단지, 그냥 둘이서 무사히 돌아왔으면 좋겠어.”

         

         

       하지만 서은우의 생각과는 다르게 이다혜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리 말했다.

         

       이다혜는 이번 스토커 사건이 마무리되어가면서 설소영이 서은우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눈앞의 서은우에게 도움을 주지 못할망정 그 행동을 말려서도, 방해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스토컨 사건 때처럼 다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지금의 이다혜가 유일하게 바라는 것이었다.

         

         

       “응. 갔다 올게.”

         

         

       그리고 그 말의 뜻을 분명하게 이해한 서은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정문 쪽으로 걸어갔다.

         

         

       “야, 서은우!”

         

         

       물론.

         

       무려 12일 만에 다시 좋아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방금까지도 자신에게 따뜻한 말만 해준.

       그런 소중한 사람을 그냥 곱게 보내줄 이다혜가 아니었다.

         

       대화가 끝난 줄로만 알았는데 갑작스러운 이다혜의 부름에 서은우는 의아한 표정으로 뒤를 돌았다.

         

       그리고……

         

         

       쪽-

         

         

       입술에서 느껴지는 낯선 감각과 함께 점점 눈이 커졌다.

         

       아니.

         

       어… 음.

         

       서은우는 수많은 학생들이 보는 시선 속에서 이다혜와 입술이 맞닿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째 자신과 얽힌 여자들은 다들 대범한 걸까? 라고.

         

       이윽고 상대방과 키를 맞추기 위해 올렸던 이다혜의 발뒤꿈치가 바닥에 닿고, 그녀는 어딘가 멍한 얼굴을 하고 있는 서은우를 향해 싱긋 웃으며 그저 이렇게 말했다.

         

         

       “다음은 돌아와서 마저 하자.”

       “…….”

         

         

       서은우는 이다혜의 그 말에 헛웃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

         

         

         

       한편.

         

       아침에 권대한과 함께 헬기를 탄 설소영은 순식간에 영광고등학교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맞이해준 것은……

         

         

       ─꺄아아아! 권대한 님이다!

         

         

       대한민국 상위 1프로의 재벌 2세들 사이에서도 최고라고 평을 받는 권대한, 그런 그에게 한 번이라도 눈도장을 찍기 위해 나타난 영광고등학교의 수많은 학생들과.

         

         

       “뭐야. 대한이랑 설소영이 왜 함께 있는 거야?”

       “설마 아침에 급한 스케줄이 있다는 말이 한빛예술고등학교에 설소영을 데리고 오는 거였어?”

         

         

       권대한의 친구들이자 조금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S4의 멤버들이었다.

         

       그리고 설소영과 권대한이 나란히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며, 권대한의 고민 상담을 해준 김우범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천하의 권대한이 마음을 품은 상대가 바로 인기 여배우이자 제일전자와 깊은 연관이 있는 설소영이었다고.

         

       그렇기에 김우범은 권대한에게 다급히 다가가 그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그… 대한아. 일단 친절하게 상대방의 동의를 받고 데려온 거지?”

       “아니, 그냥 내 방식대로 데려왔다.”

         

         

       그 말을 듣고 김우범은 본능적으로 또 깨달았다.

         

       이 미친놈. 거의 반협박으로 설소영을 헬기에 태우고 이곳으로 왔구나!

         

         

       “야, 야. 그래도 명색이 제일전자 설한용 사장님의 딸인데 함부로 이곳으로 데려오는 건……”

       “알잖아. 아무리 제일전자든 그룹이든 영광그룹에는 함부로 못 덤비는 거. 가뜩이나 중국 진출 건으로 영광그룹의 힘에 기대야 할 텐데.”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이놈아…….”

         

         

       김우범은 친구 놈의 뻔뻔한 소리를 듣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한국에서 이 막무가내인 놈을 어떻게 할만한 사람은 아마 녀석의 가족들밖에 없겠지.

         

       어차피 자신이나 류우민, 정지훈이 말려봤자 대충 흘려들을 놈이다.

         

       그런 권대한은 김우범과의 짧은 대화를 끝마치고 헬기에서 내린 설소영에게 다가갔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우선 학교 소개부터 간단하게 해줄게.”

         

         

       하지만……

         

         

       “어차피 이곳으로 전학 올 생각도 없고, 오래 있고 싶은 생각도 없으니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시죠.”

         

         

       여전히 설소영의 의사는 완강했다.

         

       슬슬 권대한의 인내심에 금이 가기 시작했을 정도로.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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