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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2

    <122 – 오크노디의 변화>

     

    지난주까지만 해도 아카데미에서 가장 주인공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오크노디였다.

     

    작은 키.

    생동감 넘치는 눈동자.

    항상 무언가를 활기차게 저지르고 다니는 적극성.

    사탕만 줘도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는 친밀함.

    필기와 실기 모두 두각을 드러내는 실력까지.

     

    모두가 오크노디를 좋아할 이유는 많고도 많았다.

    그러나 학생들의 반응은 불과 일주일 사이에 크게 변화하였다.

     

    뭔가 무서워.

    소리도 없이 나타나는 오싹한 아이.

    언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적극성.

    이상한 곳에서 튀어나와서 섬뜩해.

    아이답지 않게 너무 유능해서 기분 나빠.

     

    오크노디와 친한 학생들은 잘못된 소문이라며 적극적으로 항변했지만, 본디 편견이라는 것은 신속한 판단을 위해 두뇌가 본능적으로 행하는 의사판별요소.

    수많은 과제와 모험적인 요소가 넘쳐나는 아카데미에서 한 학생을 위해 할애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기분 나쁜 아이가 실은 기분 나쁘지 않다고.

    섬뜩한 아이가 실은 착한 아이라고.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편견을 없애기 위해 모아야 할 정보가 어찌나 많은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수고로움은 또 어찌나 성가신가.

    대부분의 학생들은 안 그래도 시간이 부족한 아카데미에서 노력을 기울여가며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대신, 그냥 편견을 믿었다.

     

    “나쁜 녀석들. 오크노디가 자기들을 도와줬을 때에는 좋다고 떠받들며 부추겼으면서.”

    “그만 둬, 도로시. 우리가 그런다고 오크노디의 평판이 더 좋아지지는 않아. 믿을 사람은 이미 다 믿어주었어. 안 믿을 사람들은 반감만 커질 거야.”

    “이사벨 양의 말이 옳아요. 귀족가의 가십과 소문이란 으레 그런 법이죠. 일반 평민 학생들에게 퍼지는 소문도 크게 다르진 않을 거랍니다.”

     

    해양강국 피렌체 출신 공녀 아카디아.

    근본 없는 잡탕문화의 온상을 지닌 국가에서는 소문이 생성되고 확산되는 속도가 제국중앙의 사교회장 못지않았다.

     

    “오크노디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저는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도 하고 있답니다.”

    “어째서? 당신도 오크노디는 아끼는 편이잖아. 매번 비싼 돈 들여가면서 여는 인맥관리용 다과회에 초청할 정도로.”

    “오크노디를 찾는 사람이 줄어들수록 오크노디가 저와 보내는 시간도 길어지니까요. 저만의 작은 오크노디가 되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랍니다. 호호!”

     

    부채를 펼치며 얄궂게 웃는 아카디아의 모습은 얄밉기는 해도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아카디아는 이럴 때 보면 참 귀족영애스럽네.”

    “어머. 실례되는 소리를 하시네요. 저는 무려 귀족가의 공녀라고요?”

    “제냐나 니세, 즈앙 같은 겉도는 애들을 챙겨줄 때에는 은근 엄마 같아서 뒤에서는 엄마디아라고도 불리는걸.”

    “뭐라고욧?! 애인도 없는 처녀를 엄마라고 부르다니, 저를 성처녀로 만들 셈인가요!!”

    “농담이야, 농담. 아카디아는 마음만 먹으면 남자 쯤이야 골라서 사귈 수 있잖아.”

    “당연한 말씀을!”

     

    이사벨이 보기에도 아카디아는 매력이면 매력, 학력이면 학력, 인품이면 인품, 카리스마면 카리스마,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훌륭한 여자였다.

    오히려 그 훌륭함이 너무 지나쳐서 남자들이 기가 죽어서 곁에 서질 못하는 감도 없잖아 있지만.

     

    ‘서귀연의 리더 안데르센 대공자쯤 되면 격도 맞고 어울리는 편인가?’

     

    스스로 고행을 자처하는 자.

    모든 힘든 강의만 골라서 듣는 모범생이라 불리는 안데르센이라면 나름 잘 어울리는 한쌍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걱정은 오히려 오크노디한테 들지.”

    “디를 음해하는 학생들이 또 나왔나요?”

    “그런 건 아니고. 음습한 학생들이 나올까봐 걱정이 들어서.”

     

    이사벨은 우려어린 얼굴로 말했다.

     

    “왜, 그런 남자들 있잖아. 여자가 힘들어하면 이때가 기회라고 접근하면서 막 위로하고, 말 걸고, 감정적 교감을 쌓으면서 자발적으로 남친입후보 하는.”

    “그런 불순한!! 이제 열 살을 갓 넘은 오크노디에게 남친이라니, 나이 차이는 둘째 치고 그 의도가 불순해서 마음에 들지 않아요!!”

    “최근 오크노디 주변에 얼쩡거리는 남자들이 조금 있거든. 그래서 말인데 조금 알아봐주지 않을…”

     

    이사벨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아카디아가 그녀의 두 손을 덥썩 붙잡았다.

     

    “물론이죠! 맡겨만 주세요. 오크노디의 곁을 얼쩡거리는 불순한 사내놈들은 제가 모조리 다 쫓아내버릴 테니까요!!”

     

    그 정도까지 바란 건 아니었는데.

    괜히 아카디아의 마음에 불을 붙여서 없던 사고를 만들어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 들기 시작한 이사벨이었다.

     

     

    * *

     

     

    아카디아는 오크노디의 곁에 얼쩡거리는 남자 1호를 발견했다.

     

    “지고쿠! 저 정신 나간 해적이 오크노디의 마음이 약해진 사이에 접근하다니,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르려는 거죠?!”

    “아카디아 표정이 무섭다냐! 제냐 그만 돌아가고 싶다냐!”

    “시끄러워욧! 혹시나 무력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거든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양해를 구했잖아요. 먼저 도망가면 앞으로 캣닢은 구해주지 않아요!”

     

    이미 기호식품으로 혼을 빼놓은 충실한 하수인 제냐는 아카디아의 협박에 치를 떨면서도 순순히 그녀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좀 더 가까이 가서 엿들어야겠어요.”

    “냐아아. 제냐는 귀가 좋아서 멀리서도 들을 수 있다냐.”

    “그럼 저 대신 뭐라고 대화하는지 듣고 알려주세요.”

     

    제냐는 잠시 눈을 감고 귀를 쫑긋 세웠다.

    그리고 두 사람의 대화를 대신 전해주었다.

     

    “아니 이 쪼그만 것이 정신이 나갔나. 모기떼 특수를 노리겠다니, 저건 총으로 쏴도 안 죽어.”

    “힝. 그치만 자이언트 모기들이 피를 저장해놓는 혈석보관소를 털면 선배들과 거래할 때 유용하게 사용되는걸요.”

    “그거 모아서 뭐 살려고?”

    “마차정기권이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두 사람이 멀어졌다.

    자리를 옮기는 것을 몰래 뒤따라가면서 제냐가 아카디아에게 물었다.

     

    “정기권이 머다냐?”

    “정해진 기간 동안 정해진 횟수만큼 해당 시설이나 운송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승차권이요. 아카데미에 그런 마차가 있는 줄은 몰랐네요.”

    “그런 게 왜 필요하다냐?”

    “저도 모르겠네요. 아카데미 부지 내에서 어디 멀리 있는 시설이라도 찾아가려는 걸까요? 아니면 모기를 피해서 마차 안에서 등교를 한다거나.”

    “냐아! 제냐도 정기권이 갖고싶다냐! 거대모기 무섭다냐!”

    “알았으니까 그만 냐냐 울어요. 저쪽에서 여길 돌아보잖아요!”

     

    결국 제냐 때문에 미행이 들켜버릴 위기에 처하자 아카디아는 그날의 미행을 포기했다.

     

     

    * *

     

     

    다음 날, 빨간머리 해적 지고쿠 대신 뺀질거리게 생겨먹은 영 시원찮게 보이는 2학년 선배가 아카디아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발견했다.

     

    “제냐가 말하기로는 극상의 정신적 쾌락을 선사하는 물품을 보상으로 지불한다고 했습니다. 벽력성천신교의 수녀에게 마약복용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오해하지 말아요. 협력의 대가로 캣닢을 줬을 뿐이거든요?”

    “동물성 마약의 복용 역시 허락되지 않습니다.”

    “바보 같은 소리나 할 거면 돌아가요.”

    “대신 투구풍뎅이의 투구껍데기를 구해주기로 약속하면 조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뭔진 몰라도 포인트로 구할 수 있는 거면 도와드릴게요.”

     

    하도 냐냐 시끄럽게 구는 통에 은밀행동에 방해가 되는 제냐 대신 포섭한 제냐의 단짝이자 상급반의 일원인 벽력성천신교의 수녀 니세.

    인형처럼 단정하게 생긴 그녀가 입을 꾹 다물고 집중을 하는 모습에 아카디아의 표정이 누그러졌다.

     

    ‘가만히만 있으면 이 아이도 오크노디만큼 귀여운 아이인데 말이죠.’

     

    항상 무거운 사슬갑옷을 입고 쇠신발까지 신고 다니는 니세는 덥고 무겁고 불편해보였다.

    그런 불편함을 이겨내기에 비로소 벽력같은 빠름을 누릴 수 있다는 벽력성천신교만의 신성술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교복만 입어도 충분히 습하고 불편한 마당에 스스로를 고문하는 복장을 갖추라니.

     

    ‘이런 습한 날씨에서도 저런 복장을 입고 있으면 무조건 신앙심 넘치는 신자일 수밖에 없겠네요.’

     

    벽력성천신교의 신, <성광의 마데우스>.

    그가 신자들의 신앙심을 확인하는 방식은 참 악취미구나 싶었다.

    <믿음 없이 신성술 쓰는 법> 강의를 듣는 안데르센 대공자만큼 종교와 엮이는 사람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미치광이가 되는 구나 싶다.

     

    “저 선배의 이름은 빅스톤이며 현재 연금술-화학-동아리에 속해있다고 합니다. 선배에게 모기를 부르는 호충 스프레이를 구매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렇구나. 모기를 모으는… 뭐어? 쫓아내는 게 아니라 모은다고?”

    “틀림없습니다. 선배도 그런 불길한 금단의 물건을 구매하는 사유를 물었는데, 모기를 모아서 암흑의 자양강정제로 살을 찌워 더 거대한 모기로 만들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

    몬스터를 거대화시키는 금단의 비약.

    가뜩이나 거대한데 한층 더 거대해지는 모기들.

    거대모기들이 피를 모으는 혈석보관소.

    제물공양.

    온갖 불길한 상상이 아카디아의 머릿속에 펼쳐졌다.

     

    “안돼요, 디!! 아무리 화가 나도 자기 흉을 보는 동급생들을 모기의 제물로 바쳐서 피를 빼앗겠다니, 그런 방식의 복수는 잘못되었어요!!”

     

    급발진해서 벌떡 뛰쳐나가는 아카디아.

    밀거래 현장을 발각당한 오크노디가 급히 손을 저었다.

     

    “그런 거 아니에요!”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그럼 자이언트 모기를 더 크게 만들어서 뭘 하려는 속셈이었는지 사실대로 말하세요!”

    “자이언트 모기는 최대 1m 이상 커지지 않는데, 거기서부터는 살이 찌면 몸이 뚱뚱해져서 하늘을 날지 못하는 육상보행모기가 되어요!”

    “세상에. 그런 끔찍한 모기를 만들어서 지나가는 동급생들을 육상에서 습격당하는 공포에 빠지게 만들려는 속셈이었나요?!”

    “그런 거 아니라니깐요. 혈석저장고는 나무 위에 있어서 살이 찐 모기는 나무에 올라가지 못한다고요.”

     

    휴. 복수에 눈이 뒤집힌 오크노디가 사악한 계획을 꾸미려던 것이 아니었구나.

     

    “그보다 아카디아가 절 쫓아다니는 이유나 말해주세요. 어제부터 왜 저를 쫓아다니셨어요?”

    “엣. 이미 알고 있었나요?”

    “당연하죠. 그렇게 냐냐 울어댔는걸요.”

    “으읏. 역시 제냐는 미행에 쓸모가 없네요… 그런데 왜 미리 들켰다고 말하지 않은 건가요?”

    “아카디아가 왜 제 뒤를 쫓는지 궁금했거든요.”

     

    오크노디는 조금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만일 아카디아도 안 좋은 마음으로 뒤를 쫓고 있었으면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오크노디답지 않게 눈치를 보며 거리감을 두는 태도에 아카디아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반대에요! 저는 오크노디가 마음이 약해진 사이에 못된 남자에게 놀아날까봐 걱정되었을 뿐이라고요.”

    “정말요?”

    “정말이에요.”

     

    조심스러웠던 오크노디의 얼굴에 평상시의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리와요, 디. 안아줄게요.”

    “헤헤.”

     

    와다다 달려와서 품에 안기는 오크노디.

    뒷머리를 살살 손으로 쓸어내려주고 있자니, 오크노디가 은근한 목소리로 권했다.

     

    “아카디아도 한몫 껴줄까요?”

    “뭘 말인가요?”

    “마차정기권 습득계획이요.”

     

    아카디아는 오크노디의 양 어깨를 손으로 붙잡아 떼어놓고는 눈을 똑바로 마주보며 물었다.

     

    “어제부터 궁금했는데 마차정기권은 어디다 쓰려고 얻으려는 건가요?”

    “집중호우랑 모기창궐 다음에는 높은 확률로 역병이벤트가 일어나거든요. 마차를 이용해서 해독제가 있는 숲에 가야해요.”

    “어머. 친구들을 위해서 미리 해독제를 구해두려고 한 건가요?”

     

    오크노디는 고개를 갸웃했다.

     

    “제 친구들은 다 포인트 많아요! 해독제 따로 구하러 안 다녀도 괜찮아요. 모브는 애매한가? 그래도 제가 빌려줄 거니까 괜찮아요!”

     

    친구들은 괜찮다.

    해독제가 필요없다.

    그럼 그건 왜 구하러 간다는 걸까?

     

    “아하. 포인트가 없는 가난한 동급생들을 구하려고 미리 해독제를 구하려는 거군요?”

     

    오크노디는 착한 아이니까.

    당연히 그렇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아카디아에게 어째서인지 오크노디가 좀처럼 대답을 하지 못했다.

    눈치를 보고.

    시선을 피하고.

    휘파람을 분다.

    귀여운 행동과 달리 지켜보는 아카디아는 가슴이 싸해졌다.

    변했다.

    오크노디를 대하는 학생들의 태도만큼 학생들을 대하는 오크노디의 태도 또한 변했다.

    그녀가 알던 착한아이 오크노디의 모습이 사라져가는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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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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