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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2

       앨리스와 실비아가 황궁으로 돌아온 것은 그다음 날 저녁이었다.

        

       3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앨리스가 보기에 실비아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도 편해 보였다. 마치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 마음을 완전히 놓아버린 것 같은 표정.

        

       그 편한 표정은 황궁으로 돌아오기 전 다시 교복으로 갈아입으면서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지만.

        

       그리고, 앨리스는 자기가 집이라고 생각하는 그 황궁이, 실비아에게는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앨리스가 느끼기에…… 다소 이질적인 것이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떠올려 본 적도, 의심해본 적도 없는 생각.

        

       이 황궁은 앨리스가 태어난 뒤부터 너무 당연하게 집이라고 생각하던 곳이었고, 그렇기에 실비아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실비아는 처음 가본 그레이스 가를 더 편한 곳이라고 여기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심지어 앨리스 자신도, 실비아가 그렇게 여기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아카데미에서는 즐거웠느냐.”

        

       분명 황제를 만나러 들어올 때는 실비아와 앨리스 둘 다 있었는데, 지금은 앨리스와 황제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앨리스가 황제의 피를 이었기 때문일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실비아가 앨리스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었고, 그렇기에 황제가 실비아 또한 황제의 자리를 이어받을 자 중 하나로 두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황제가 만약 앨리스를 차기 황제로 생각하고 있다면, 그건 앨리스가 실비아보다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실비아가 황제 자리에 오를 생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아카데미에 가기 전 앨리스가 황제 앞에서 보였던 그 언행 때문이겠지. 직접적인 이유가 있다면.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황제가 앨리스와 실비아 앞에서 보이는 모습은 달랐다.

        

       ‘같은 황녀’라고 말했고, 실제로도 그렇다는 것처럼 행동하긴 했지만…… 황제가 진짜 딸인 것처럼 대하는 쪽을 굳이 고르라면, 그건 앨리스일 것이다.

        

       “예, 즐거웠습니다.”

        

       그렇게 대답하면서, 앨리스는 그레이스 가를 떠올렸다. 남작 부인은 레오와 클레어를 동등하게 대했다. 어쩌면 그건 클레어가 여성이라 그레이스 남작가를 이어받을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능력을 보고 입양하긴 했지만, 결국 여자였으니까.

        

       남작가의 이름을 그대로 이어받는다고 하더라도, 결국 클레어가 맞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미래는 좋은 집안에 시집가는 것이다. 애초에 클레어와 레오를 남매로 본다고 하더라도 그레이스 가에 피해가 갈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이유를 따져본다고 하더라도, 결론적으로 남작 부인은 클레어가 친딸이라는 것처럼 행동했다. 클레어와 함께 지내던 고아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을 때를 제외하면, 클레어가 입양아라는 사실을 굳이 드러내지는 않았다.

        

       ……어린 나이에 암살 임무를 맡고, 아카데미에 들어가기도 전에 전장으로 파견될 뻔하고—

        

       정말로 자기 ‘아이’라고 생각했다면, 황제는 실비아에게 그런 일을 시켰을까? 정말로 단순히 신뢰하고 있기에 그런 일을 시켰던 것일까?

        

       실비아는 그 사실을…… 알고 있을까? 느끼고 있었을까?

        

       “네 자매와 함께했던 시간이 꽤 즐거웠던 모양이구나.”

        

       즐거웠다. 정말로. 어린 시절에 가지고 있던 황위에 대한 강박감을 떠올릴 필요 없었다는 점에서 더욱.

        

       “네가 보기에 실비아는 어땠느냐? 아카데미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아 보였느냐?”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군.”

        

       황제는 그렇게 말하면서 앨리스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네가 세운 계획을 위해 그런 복장까지 했던 실비아였으니, 나름대로 너와의 아카데미 생활을 즐기고 있는 거겠지.”

        

       앨리스는 황제를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왠지 다음에 이어질 말이 뭔지 알 것 같았다.

        

       “그때, 우리가 보았던 그자.”

        

       황제는 천천히 뜸 들이듯 이야기를 꺼냈다. 망설인다기보다는, 강조했다고 하는 쪽이 어울리는 말투였다.

        

       “그 로브를 입은 자에 대해서, 실비아가 했던 말이 있느냐?”

        

       “없습니다.”

        

       만약 실비아가 그자의 정체에 관해서 이야기를 했다면…… 앨리스가 예상했던 누가 되더라도, 앨리스는 패닉에 빠졌을 것이다. 혼자 고민하는 것과 그 고민이 진짜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그 뒤로, 실비아가…… 자신의 특기를 이용한 것 같으냐?”

        

       “……모르겠습니다.”

        

       설령, 이용했다고 하더라도.

        

       실비아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앨리스도 굳이 물어보지 않았고.

        

       황제의 입가에는 언제나 같은 여유로운 미소가 걸려있었다. 앨리스는 자기 표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황제를 그저 빤히 올려다보았다. 아마 성공적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만약 앨리스가 실비아의 표정을 알아볼 수 있다면, 황제는 그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갖췄을 테니까. 그리고 앨리스는 자신이 실비아보다 표정을 잘 숨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흠.”

        

       황제는 앨리스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때, 그 자리에서.”

        

       황제는 이야기를 천천히 이어 나갔다.

        

       “지보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그자는, 한순간에 사라졌다. 마법을 발동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그 외의 다른 장치를 이용한 것 같지도 않았지. 그 후에 다시 샅샅이 살펴보았지만 다른 탈출구를 찾지도 못했다.”

        

       황제가 앨리스 쪽으로 상체를 조금 기울이자, 높은 곳에 있는 황제가 앨리스를 굽어살피는 것 같은 모습이 되었다.

        

       황제는 그 자세 그대로 조금 압박하듯 말했다.

        

       “그 순간 실비아가 쓰러졌다. 아니지, ‘쓰러져 있었다’라고 하는 쪽이 정확하겠지. 우리는 실비아가 쓰러지는 과정을 보지 못했으니까. 다만, 실비아 몸의 타박상이나 뜯어진 옷깃으로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 정도는 유추해볼 수 있다.”

        

       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황제는 일부러 말하듯 앨리스 앞에 차근차근 하나씩 꺼내두듯 말했다.

        

       “실비아가, 그날에 대해서 네게 해준 말이 정녕 아무것도 없더냐.”

        

       없었다.

        

       일부러 물어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없습니다.”

        

       앨리스는 기억하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대체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자리에 있는 다른 모두가 기억하지 못하던 그 전투를, 앨리스는 기억하고 있었다.

        

       명확하지는 않다.

        

       그 자리에서 그자를 마주치기까지의 과정은 선명히 기억한다. 그 이후에 전투가 일어났던 것까지도.

        

       하지만 전투 장면은, 하나하나가 끊어져 있었다. 검을 휘둘러 그자를 베었다고 생각하면 아니었다. 그자가 총에 맞은 것 같으면, 역시 다시 아니었다. 미래와 과거가 겹친 듯, 마치 그자가 죽지 않을 것이 정해져 있다는 듯.

        

       하지만, 그 현실에서 절대로 일어날 수 없었던 상황을, 앨리스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자가 실비아의 옷깃을 잡는 순간까지.

        

       공간이 깨지며 일그러지고, 드디어 그자가 피를 흘리던 순간까지—

        

       그리고 그 기억은 그대로 뚝 끊어져서, 황제가 말하던 순간이 되어있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

        

       모른다. 그자는 결국 사라졌고, 그곳에 있었어야 했을 지보도 사라진 뒤였다.

        

       어째서 앨리스만이 그자를 기억하는가?

        

       그것도 모른다.

        

       “아직 실비아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앨리스도.

        

       “…….”

        

       숙인 고개 너머로, 황제가 앨리스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앨리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기다렸다.

        

       “그렇군.”

        

       마침내 황제가 입을 열었다. 앨리스를 압박하는 것 같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누그러졌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이 있지.”

        

       황제의 입가에 웃음기가 어렸다. 재미있다는 듯.

        

       “적어도 실비아는 그 시점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만약 가능했으면 그 상황 자체를 없는 것으로 만들었을 테니까. 그 로브 쓴 존재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우리에게 이득을 하나 가져다준 것은 확실하다.”

        

       “그자가 지보를 가지고 갔다고 하더라도 말입니까?”

        

       “그래서, 그 지보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

        

       “…….”

        

       적어도 조각난 지보 몇 개를 가지고 있다고 뭔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 곳곳에 억측이나 전설 같은 것은 남아있었지만, 그뿐. 아무도 그 지보를 전부 모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자가 다시 나타나 지보를 강탈하려고 한다면—”

        

       “그렇게 쉽게는 나타나지 못할 거다.”

        

       황제는 웃으며 말했다.

        

       “쉽게 나타날 수 있었다면, 진작에 그 지보를 전부 모았을 테니까. 만약 그자가 지보를 모을 미래가 이미 확정된 뒤라면, 글쎄.”

        

       황제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그건 우리 운명이려니 하고 받아들여야겠지.”

        

       하지만 황제가 그렇게만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딸인 앨리스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아무튼, 수고가 많았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서도, 황제는 마치 조금 전에 나눈 이야기가 별것 없는 일상적인 이야기라는 듯 말했다.

        

       “네 자매와 함께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을 텐데, 이 아비가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었구나. 이제 가봐도 좋다.”

        

       “…….”

        

       앨리스는 황제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이고, 몸을 돌려 알현실에서 나갔다.

        

       가슴 깊은 곳의 불안함을 잠재우지 못한 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우욬 님,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작부터 쭉 이어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뿌듯해집니다. 제가 쓰는 글이 그만큼 마음에 든다는 말씀이시니까요. 이번 작품도, 그리고 언젠가 쓰게 될 다음 작품, 그 다음 작품까지도 독자 여러분께서 계속 읽어주실만한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작중에서 극초반에 공중전함이 나오고서는 스팀펑크 특유의 장치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는데… 이건 언젠가 확실하게 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그쪽 태그를 달고 있으니, 확실하게 묘사가 나오기는 해야할테니까요.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는 작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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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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