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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2

       땅에서 치솟는 무한.

       

       

       그것은 가이아가 지금까지 봐왔던 인간들의 굴레이기도 하다. 그들은 수많은 무기를 만들고, 자기들끼리 서로 무기를 겨눴다. 이 어찌나 어리석은 행동인가.

       

       

       동족끼리 서로 죽이지 못해서 안달이라니. 그래, 인간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나. 필시 저들의 머리 위에 있는 신들이 문제일 터. 그러니 세상을 바꿔야만 한다.

       

       

       가이아의 가치관이 담겨진 공격들은 인간들이 지금까지 서로를 해한 무수히 많은 무기들을 구현하고 있었다. 검, 창, 활, 도끼…… 무기의 종류가 매우 많았다.

       

       

       그에 비해서, 아이작이 대응하는 것은 그저 단 한 자루의 검. 재능이 없었기에, 단 하나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고. 스스로 컨셉을 세우고, 지켜온 궁극의 검.

       

       

       더 이상 피하지 않고.

       

       

       망설이지도 않을 거다.

       

       

       정면승부.

       

       

       지금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휘두른 하나의 발도가, 지금까지 인간들이 셀 수 없이 많이 휘둘러온 무기들을 압도한다. 그 어떤 무기도, 하나의 검을 막지 못했다.

       

       

       무한에 가까운 무기들을 모두 압도하며, 어느새. 아이작의 발도는 가이아의 상체를 크게 베어내고 있었다. 가이아는 그제야 자신이 패배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군, 나는 진 것인가.”

       

       

       “…….”

       

       

       “하지만, 이대로 끝낼 생각은 추호도 없다!!”

       

       

       마지막 발악. 이미 움직일 수 있는 상처가 아니었으나, 분노와 증오가 그것을 가능케 했다. 가뜩이나 반동 때문에 능력조차 쓸 수 없어, 그녀는 주먹을 휘둘렀다.

       

       

       일단은 신이기에, 어지간한 인간들 따위는 가볍게 압살할 수 있는 주먹이었으나. 아이작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설령 아이작이 크게 소모가 되었다고 해도.

       

       

       이대로 검을 휘두르면 가이아를 끝장낼 수 있다. 이미 그녀는 살아날 수 없는 치명상을 입었다. 외부적으로는 아이작의 검이, 내부적으로는 종말의 반동으로.

       

       

       “죽어! 죽어! 죽어!”

       

       

       “…….”

       

       

       그러나, 아이작은 마지막에 가이아의 공격에 반격하지 않았다. 그저, 두 눈을 감고. 가이아의 공격을 받아만 주고 있었다. 그녀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기 때문에.

       

       

       “너희는 내 아이들을 앗아갔다. 절대로 그냥 둘 수는 없다.”

       

       

       “…….”

       

       

       “어째서 내 자식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 것이냐, 어째서…….”

       

       

       정신이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모양인지. 술에 취한 것처럼, 가이아는 하고 싶은 말을 아무렇게나 내뱉고 있었다. 그건 아마 그녀가 품고 있었던 응어리일 테지.

       

       

       “어째서 내 자식들이 고통을 받아야만 하는 것이냐……!!”

       

       

       내가 낳은 아이들이 화목하게 지내기를 바랬다. 그런데도, 단 한 번도 그게 이루어진 적은 없다. 시대마다, 주신마다 방침이 다를 뿐. 위협이 되면 전부 가두었다.

       

       

       가만히 놔둬도 자멸할 가이아였으나. 계속된 움직임으로 피가 쏟아졌고, 그 덕분에 결국 한계는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가이아는 바닥에 주저 앉고 말았다.

       

       

       싸움이 완전히 끝났음을 직감한 아이작은 천천히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가이아는 이제는 버티기 힘든 모양인지, 이제는 고개를 드는 것조차 못하고 있었다.

       

       

       “……죽여라, 더 이상 할 말은 없으니.”

       

       

       마지막에 겨우 이성을 되찾았기 때문일까. 가이아는 담담하게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미 아이작은 검을 집어넣었다. 그녀를 살려두려는 게 아니다.

       

       

       “비록 적으로 만났으나, 너의 심정은 십분 이해한다.”

       

       

       “쓸데없는 동정은 관둬라, 인간.”

       

       

       “어째서 동정이 나쁜 거지?”

       

       

       “……뭐라고?”

       

       

       “힘들고 불쌍한 자를 동정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적어도 힘없고 부족한 자를 도와서. 아주 조금이라도 모두가 나아질 수 있도록. 사람들은 그런 방향으로 살아왔다. 비록 중간에 적지 않은 실수를 하긴 했지만.

       

       

       그 방향이 틀어진 것은 아니다. 아이작은 그렇게 생각했다. 꼭 현대가 아니더라도, 이 세계 또한 살아가는 자들이 있고. 그들도 웃고 슬퍼하는 한 명의 인간이다.

       

       

       종말의 여신 가이아, 비록 그 방법은 잘못 되었으나. 그 심정만은 이해한다. 그렇기에, 아이작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절충안으로. 그녀를 보내고자 한다.

       

       

       “너의 자식들은 내가 반드시 구하겠다.”

       

       

       단순히 말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이건 아이작의 진심이었다. 타인의 가족이 불행한 것을 그냥 넘긴다면, 언젠가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서 내게 돌아올 게 뻔하니.

       

       

       물론 쉽지는 않겠지. 가이아의 자식인 티탄들 중에서도 죄를 지은 자들이 있을 것이고. 하지만 무고한 자들도 분명히 있을 거다. 그렇기에, 직접 구하고자 한다.

       

       

       “……진심이구나.”

       

       

       아이작의 강직한 진심을 느낀 덕분일까. 분개하고 있었던 가이아가 처음으로, 평온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잠시 아이작을 바라보던 가이아는 이내 미소를 지었다.

       

       

       “쉬운 길은 아닐 게다. 지금까지 널 도운 신들이, 이제는 너를 방해하겠지.”

       

       

       “그럴지도 모르지.”

       

       

       “그런데도, 그 길을 걷겠다고 하는 게냐?”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만 하니까.”

       

       

       셀 수 없이 긴 시간을 지옥에서 고통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고통을 받으며, 잊혀지겠지. 그 누구도 티탄에 대해서 떠올려주는 사람은 없을 거다.

       

       

       물론 반역자들을 꺼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들이 다시 반역을 저지르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고. 그렇기에, 자신이 중간에서 노력을 해야만 한다.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아이작의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일까. 가이아는 결국 완전히 소멸했다. 그러나, 소멸하고 있는 와중에도. 가이아는 정말로 오랜만에 평온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 *

       

       

       전쟁에서 승리했다.

       

       

       가이아가 낳은 자식들인 수많은 마수들은 하나둘씩 소멸해가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가이아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이작은 그런 사실까진 알 수 없었다.

       

       

       그는 지금 정처없이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 걸까, 무엇을 위해서 가는 걸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소중한 것을 찾아야 한다는 것만은 잊지 않았다.

       

       

       사실, 지금까지 자신이 해왔던 일들이 전부 옳은 것인가. 그렇게 말한다면, 아이작은 그 질문에 바로 긍정할 수 없었다. 가이아와 마지막에 나눈 약속도 똑같다.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인가.

       

       

       알고 보니, 티탄이 극악한 죄인이라면 어쩌지?

       

       

       차라리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게 맞는 것인가.

       

       

       그러나, 수많은 걱정을 하면서도. 아이작은 소중한 무언가를 찾아 계속 헤매였다. 너무 지쳐서일까.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 걸까. 멍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그럼에도, 아이작은 걷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멈춘다면, 그때는 모든 게 끝날 테니까.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건 상대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대지에서, 아이작과 소녀는 서로 마주쳤다. 우연의 일치인지, 아이작과 소녀 또한. 서로 처음으로 만났던 그날에 대해서 떠올리고 있었다.

       

       

       “이겼나?”

       

       

       “이겼어요.”

       

       

       “그렇군.”

       

       

       “마스터는요?”

       

       

       “나도 이겼다.”

       

       

       이미 서로 답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작과 지크는 구태여 질문하고 정답을 말했다. 직접 듣고 싶었던 것이다. 상대에게서, 그것이 바로 대화라는 거다.

       

       

       아직도 아이작은 지크가 어색하기만 하다. 7살이나 차이가 나는 것도 있고, 무엇보다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아이라서 그런 것 같다. 그러나 먼저 손을 내밀었다.

       

       

       확실하게 하기로 했으니까. 더 이상 망설이지 않기로 했으니까. 어색하게 내밀은 아이작의 손을 지크는 잡지 않았다. 지크는 크게 웃으며 아이작에게 달려들었다.

       

       

       “이럴 때는 손만 잡고 끝내는 게 아니라고요!”

       

       

       힘겨운 산을 넘었다. 앞으로 더 많은 산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이겼으며. 더욱 성장했다. 그런 상황에서, 손만 잡고 끝나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나?

       

       

       “자, 잠깐 기다리거라! 아직 마음의 준비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어……?”

       

       

       “그냥 이렇게 안아주시기만 하면 되는 건데.”

       

       

       오히려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지크의 모습에, 아이작은 드물게 당황했다. 아무래도 자기도 모르게, 그렇고 그런 쪽으로 생각을 해버린 모양이다.

       

       

       “설마 마스터께서 그런 취향이신줄은 몰랐는데요.”

       

       

       “그런 게 아니다.”

       

       

       “뭐, 마스터께서 원하신다면…… 여기서 하는 것도 괜찮아요.”

       

       

       “어허!!”

       

       

       기어코 아이작이 언성을 높이자, 그제야 혀를 내밀면서 장난이라는 것을 시인하는 지크였다. 그런 지크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작은 한숨을 내뱉었다. 이런 젠장할.

       

       

       완전히 주도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처음으로 아주 제대로 농락을 당했지만, 그렇게 썩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아이작은 피식 웃으면서 지크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정말로 수고 많았다.”

       

       

       지크는 아이작이 자신을 안아주는 순간, 이 모든 일이 드디어 끝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의외로 시원하면서도 섭섭한, 수많은 감정들이 지크의 머리를 스쳐갔다.

       

       

       하지만.

       

       

       이대로 끝이라고?

       

       

       아니, 아니다.

       

       

       아직 끝낼 수 없어.

       

       

       마지막에 겨우 정신을 차린 지크는 한 가지, 약속을 기억해냈다. 아이작과 함께 데이트를 하겠다는 약속. 그것을 떠올린 지크는 아이작을 바라보면서 크게 소리쳤다.

       

       

       “마스터! 약속!”

       

       

       “응?”

       

       

       “저희 데이트 시작도 못 했잖아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데이트의 시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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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Status: Ongoing
I possessed the body of a guild master who ruined the guild. "We are all family." Since I was already possessed, I decided to stick to the concept hard. The guild members' obsession is no joke. Help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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