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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2

       쏴아아아아──!!

       

       빗줄기가 세상을 사선으로 죽죽 그어대고 있었다.

       

       새까만 아스팔트 위의 곡면에 생겨난 물웅덩이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면, 가로등 불빛과 함께 옅은 파문이 산산이 흩어지는데. 이는 언뜻 보기에 노이즈처럼 보인다.

       

       로데루스는 모든 방송을 끝낸 먹먹한 TV 앞에 앉은 것처럼, 안으로 파고드는 생각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많은 일이 있었다.

       

       친구를 사귀고, 평범한 일상이 어떤 맛이 나는지를 난생처음으로 알았다.

       

       안일하고 게으른 세상이라며 신 포도를 탓하는 여우처럼 굴었지만, 이제는 서로가 죽고 죽이지 않는 평화로운 일상의 가치를 안다. 

       

       꿈속 세계에서 타인과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쌓고, 기쁨으로 교류하며, 로데루스의 머릿속에 새겨진 세뇌는 점차 옅어지고 있었다. 이제는 레드번 공작의⋯⋯ 모든 것이, 잘못되어 있다는 사실을 안다.

       

       자신의 위치를 안다. 그는 공작의 오른팔이 아니라, 수많은 사냥개들 중 하나일 뿐이다. 공작이 내려주는 ‘인정’은 도구에게 향하는 인정임을 안다.

       

       아무 일 없었던 어느 저녁에, 친구들과 함께 식사 자리에 앉아서, 예의범절이나 나이프 순서 따위를 고려하지 않고⋯⋯ 그냥, 편안하게 한 술 떠넣는 된장찌개의 무게를 안다.

       

       그렇기에.

       

       그렇기에 로데루스의 발이 도저히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최종결전이 두렵다거나, 『우화』를 쓰면 죽을지도 모른다거나, 싸움이 꺼려져서가 아니었다.

       

       상실에 대한 공포다.

       

       로데루스는 치가 떨릴 정도로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매일 밤 꿈에서 깨어나 차디찬 감옥으로 돌아갈 때면, 신기루처럼 흩어지는 온기를 느끼며 소리 없이 울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상실감의 크기와 엇비슷한 양의 기대를 품게 되었다. 꿈은 계속되고 있었으니까. 영원히 이어질 것처럼. 그러니 슬퍼할 이유는 없었던 거다.

       

       고통스러운 현실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마음속으로 계획을 짰다. 꿈속으로 들어가면, 이번에는 다른 디저트를 먹어봐야지. 이번에는 김루루에게 좀 덜 퉁명스럽게 굴어봐야지. 그리고 또 이번에는⋯⋯.

       

       그러자 현실 또한 견딜 만했다. 채찍질로 인한 쓰라림도, 이끼 낀 벽을 핥아야 하는 비참함도, 홀로 고독한 새까만 어둠도 다 괜찮았다. 빛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이곳을 나서면.

       

       마법소녀를 돕기 위해서 폭풍우 속으로 몸을 던지고 나면.

       

       ‘이제는 변신장치가 아니라 오빠의 몸이 그렇게 될 거야.’

       

       이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꿈속에서 죽으면, 다시는 이들을 만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러고 나면⋯⋯ 『마법사의 악몽』 로데루스만이 이 손에 남을 텐데.

       

       쿠르르르릉-!!

       

       천둥번개가 몰아치고, 저 하늘 너머에서 괴인들의 그림자가 언뜻 보였던 것 같다. 그리고 저편에서 흘러나오는 막대한 임퓨어 에너지가 느껴졌다.

       

       “⋯⋯⋯⋯.”

       

       두렵다.

       

       헤어짐이 두렵다. 함께 밥을 먹고, 손을 잡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미래가, 뿌리째 뽑혀버린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하지만, 저만한 임퓨어 에너지라면 마법소녀가 승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과, 크게 다친 오혜인과 김루루의 모습을 떠올리고 나면.

       

       “젠장⋯⋯!!”

       

       자신도 모르게 발이 뛰어나갔다.

       

       로데루스는 빗속을 헤집으며 달렸다. 희미하게 느껴지는 마법소녀들의 퓨어 에너지를 쫒아서, 여전히 무엇 하나 결정하지 못한 채로.

       

       ===============================================================

       

       하늘 위, 나선을 그리며 모여드는 새까만 먹구름의 중심에는 막대한 양의 임퓨어 에너지가 모여들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천재지변에 시민들은 비명을 지르며 불안에 떨었고, 소용돌이는 그들의 부정적인 감정 또한 빨아들이며 크기를 키워갔다.

       

       소용돌이 앞에는 네 명의 불길한 그림자가 지켜서고 있었다. 악의 조직의 사천왕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 마법소녀가 나타났다.

       

       “마법소녀 『퓨어 로데오』 등장!!”

       

       “모두를 구하는 화사한 빛── 『퓨어 라이트』!”

       

       “드디어 나타나셨군⋯⋯ 마법소녀!!”

       

       “뭘 꾸미고 있는 거야, 너희들-!!”

       

       이전까지의 분위기와는 달랐다. 사천왕들의 표정은 일말의 장난기 없이 냉소적이었으며, 비바람이 나부끼는 와중에도 눈동자에 비치는 악의가 선명하게 보였다.

       

       『에스포와르 드 이터널 다크』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기다리고 벼르던 순간이 아니겠는가. 그녀는 두 팔을 크게 벌리고 으스댔다.

       

       “마왕을 현세에 불러내려는 거다. 그놈이 내려오시는 순간⋯⋯ 끝이지. 모든 것의 종말을 상상해 본 적이 있어? 없다면, 이제 보게 될 거야.”

       

       “우리가 막는다. 네놈들이 멋대로 굴게 두지는 않아, 이터널 다크!”

       

       “아하하하핫──!! 이미 늦었어, 한참이나 늦었지! 너희들, 이상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거야? 정말?”

       

       “⋯⋯뭘 말이야?”

       

       이터널 다크는 낄낄대며 웃다가, 눈꼬리를 크게 휘며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파멸을 앞둔 어린양에게 죽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은 큰 즐거움이었으니.

       

       그녀의 그림자 속에서 수십 개의 입이 돋아나, 다양한 목소리로 입을 모아 말헀다.

       

       “왜 우리가 너희를 죽이지 않았을까. 왜 사천왕 전원이 출격해서, 너희를 단번에 말소해 버리지 않았을까. 기회는 산더미처럼 있었는데!”

       

       “⋯⋯⋯⋯.”

       

       “그건, 희망이 있어야 절망도 있기 때문이야. 너희가 있으면 임퓨어 에너지의 수급량이 더 높으니까! 우리는 사람을 죽이는 것도 모르는 얼뜨기들처럼 굴면서⋯⋯ 뒤에서는 차곡차곡 임퓨어 에너지를 쌓았어. 너희들이 퓨어 에너지를 낭비하게 유도하면서!”

       

       마법소녀가 심각해지지 않도록 데미지를 컨트롤하고, 시민들이 위협에 빠지게 만들어, 그들을 구하도록 하여 퓨어 에너지를 낭비하게 했다. 

       

       촉수로 꽁꽁 묶어 두고 목을 부러뜨려 죽이는 대신, 느긋하게 희롱하여 에너지를 뽑아내었다. 

       

       그리고 마왕을 소환할 정도의 임퓨어 에너지가 모인 지금.

       

       “너희를 죽이지 않을 이유는 없지. 마왕이 강림하면, 온 세상의 인간들은 최면 상태에 빠져 최악의 꿈을 반복하게 된다. 임퓨어 에너지 생산 공장으로 변하게 되는 거야. 그러니까 마법소녀는 더 이상 필요가 없어.”

       

       “⋯⋯⋯⋯.”

       

       “이건, 너희와 우리 사이의 절약경쟁이었다-!! 사람들을 구하는 쓸데없는 일에 휘둘리는 대신, 그들을 속이고 희생시켜서 퓨어 에너지를 쌓았어야지!”

       

       쿠구구구구구-!!

       

       소용돌이의 중심이 서서히 열리며 커다란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구멍 너머로 세상을 잠깐 엿보더니, 손을 뻗어 손가락으로 입구를 벌리기 시작했다.

       

       쩌저저적-!!

       

       임퓨어 에너지로 만든 차원문의 너비가 점차 넓어져 갔다. 저 문이 완전히 열리면, 마왕이 세상에 강림하게 될 것이었다. 오혜인은 말했다.

       

       “⋯⋯루루, 녀석들이 저렇게 떠들고는 있지만. 아직 차원문이 완전히 열린 건 아니야. 지금이라면 닫을 수 있어.”

       

       “그러려면 사천왕을 모두 쓰러뜨려야 한다는 거고?”

       

       “정확해.”

       

       “아이씨⋯⋯ 좋았는데. 서로 죽이지 않고 싸우는 거.”

       

       김루루는 머리를 박박 긁어서 짜증을 표현하고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사천왕이라는 놈들, 오늘은 눈깔이 다르다. 특히 이터널 다크 어쩌구 하는 녀석은 사람을 죽일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건 안 된다.

       

       오혜인이 죽었다가는, 화가 엄청 많이 날 거다. 슬프기도 엄청 슬플 테고. 

       

       놈들의 계획이 성공해서 온 세상이 칙칙하게 변해버려도 슬플 것 같았다. 반 친구들도 괴로워할 거고, 오대수가 고통스러워하면서 펑펑 울 거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욱신거린다.

       

       그래서는 안 된다. 걔는 행복했으면 좋겠다.

       

       제국의 수도를 지키는 일은 사명감이랄 게 없었다. 가족도 친구도 없으니 딱히 지켜야 할 이유도 없었고, 그나마 정이 있는 칼 잘 쓰는 할배는 루루가 지켜주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강했다.

       

       그러니까⋯⋯ 지금. 루루는 처음으로 누군가를 지키겠다는 각오를 품은 셈이었다.

       

       “혜인아. 꼭 지키자, 친구들을!!”

       

       “⋯⋯응!”

       

       그러한 마법소녀들의 결의에 맞서서.

       

       사천왕 서열 1위, 세 쌍의 날개를 단 남자 『제크니엘』이 손을 뻗으며 엄숙하게 선언했다. 

       

       “우리는 지금 모든 것을 걸었으니, 이제 이겨서 모든 것을 가져가겠다.”

       

       최종결전의 막이 올랐다.

       

       ===============================================================

       

       살의(殺意).

       

       전신의 솜털을 곤두서게 하고, 심장이 시큰거리도록 파고드는 송곳과도 같은 살의가 쏘아졌다.

       

       김루루는 본능의 경고에 다급히 가드를 올렸다. 오대수의 목소리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우선적으로 막아야 하는 건 급소. 몸의 중심선.

       

       그 위로, 끈적한 그림자를 휘감은 이터널 다크의 강펀치가 작렬했다.

       

       “『이터널 임팩트』-!!”

       

       “⋯⋯⋯⋯!!”

       

       쾅──!!

       

       김루루의 작은 몸이 튕겨 나갔다. 한참이나 날아간 김루루는 어느 상가 거리에 처박혔다. 등으로 간판을 우그러뜨리고 튕겨 바닥을 세 바퀴 굴렀다.

       

       “아잇, 씨⋯⋯ 으아악!!”

       

       “죽어-!!”

       

       반격을 준비하려던 김루루는 다급하게 한 바퀴 더 굴렀다. 이터널 다크가 그림자 창을 꼬나쥐고 유성처럼 떨어져 내렸기 때문이다.

       

       콰직──!!

       

       김루루가 있던 자리에 새까만 창이 꽂혔다. 

       

       그리고 이터널 다크는 쉴 새 없이 몰아쳤다. 지면에 창이 꽂힌 그대로 휘둘러, 아스팔트째로 박살 내버리며 창날로 베어들어갔다.

       

       휘이익──!!

       

       “으핫⋯⋯!!”

       

       김루루는 제자리에서 펄쩍 뛰어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허공으로 떠오른 루루를 향해 이터널 다크는 투창을 준비했다. 공중에서는 피할 곳이 없었다.

       

       “이래서 대수가 함부로 점프 뛰지 말랬구나⋯⋯!!”

       

       어쩐지 점프공격을 그렇게 만류하더라니.

       

       그러나 방법은 있었다. 김루루는 그림자 투창이 날아오는 타이밍에 맞춰 퓨어 에너지를 위로 터트렸다. 작용 반작용에 의해, 김루루는 천근추를 쓰기라도 한 듯이 순식간에 바닥에 찰싹 붙었다.

       

       스각!

       

       머리카락 몇 가닥이 투창에 휘말려 끊겼다. 

       

       낭비에 가까운 단순 무식한 운용이었지만, 살았다. 루루는 그대로 낮은 자세로 지면을 박차고 태클을 시도했다.

       

       쿵.

       

       거의 전력으로, 온 체중을 실어서 이터널 다크의 하체를 들이받았지만, 그녀는 넘어지거나 흔들리지 않았다. 

       

       루루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새까만 그림자가 이터널 다크의 두 다리를 지면에 고정하고 있었다. 넘어뜨리려고 안간힘을 써봐도 통하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교묘한 기술도, 막대한 힘도 없었으니까.

       

       “얼간이.”

       

       이터널 다크는 양손 깍지를 껴서 그대로 루루의 등을 내리찍었다. 우둑. 루루는 전신을 울리는 통증에 비명이 올라오려는 걸 간신히 참아냈다.

       

       “⋯⋯큭!”

       

       “그렇게 버틴다고 이길 싸움이 아니야. 얼간이 같으니!”

       

       퍼억-!

       

       이터널 다크의 무릎이 루루의 명치에 깊숙이 꽂혔다. 컥, 하고 폐에 남은 공기가 강제로 내뱉어졌다. 그리고 이어진 발차기.

       

       루루는 반사적으로 오른팔을 들어서 막아내었지만, 우득. 불길한 소리와 함께 크게 튕겨 나갔다.

       

       “아윽⋯⋯!!”

       

       데굴데굴. 

       

       루루는 바닥을 구르다가, 간신히 일어났다. 오른쪽 아래팔이 불가능한 각도로 꺾여 있었다. 뼈가 부러진 모양이다.

       

       이터널 다크는 너덜너덜한 루루의 모습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

       

       “너무 약해. 웃음도 안 나올 정도로 약해서, 하품이 다 나네.”

       

       “⋯⋯나 사실 강하거든? 지금 봐주고 있는 거야.”

       

       “언제까지 허세를 부릴 수 있는지 보겠어. 사지를 모조리 꺾어버리고 나면, 그때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해 보던가!!”

       

       포효하는 루루에게, 이터널 다크는 느긋하게 창을 찔러 들어갔다.

       

       김루루도 알고 있었다. 이대로는 진다. 그냥 지는 것도 아니고, 어린아이에게 붙잡힌 잠자리처럼 될 거다.

       

       패배의 이유는 간단하다. 적이 자신보다 마력량이 많고, 잘 싸운다. 사실 루루가 눈에 띄게 못 싸우는 쪽이 더 가까웠다. 모든 싸움을 마력빨로 밀어붙여서 이겼던 루루의 업보다. 

       

       꿈속 세계로 자신의 본래 몸을 가져올 수 있다면, 손가락 하나로 짓눌러 죽여버릴 수 있겠지만.

       

       그건 꿈같은 얘기다. 루루는 지금, 자신보다 체급이 높은 상대를 이겨내야만 했다.

       

       그리고 체급 차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집대성을, 사람들은 기술이라고 불렀다. 마력빔을 쏘면 다 죽는다고 수련을 게을리하는 게 아니었는데.

       

       하지만, 그래.

       

       루루도 아는 기술이 있었다. 오대수가 하루 종일 쫑알거리니까 자신도 모르게 외우게 되었던 거. 주먹질이라도 제발 제대로 하라면서 가르쳐줬던 거.

       

       허리를 좀 더 틀어야 한다면서 루루의 이곳저곳을 만지며 움직임을 교정해 주니까, 그게 좋아서 일부러 좀 더 틀렸던 거.

       

       정권 지르기.

       

       “아하하하핫-!! 죽어, 마법소녀! 벌레처럼 부서져서 죽어!”

       

       “으아윽⋯⋯!!”

       

       창이 날아온다. 그러나 창이 노리는 것은 급소가 아니었다. 사과를 깎아내듯이, 피부를 한 꺼풀씩 벗겨내듯이, 고통을 주기 위해서 내질렀다.

       

       옷이 베이고 피부가 찢긴다. 루루는 최대한 공격을 피해 보려고 했지만, 이터널 다크의 손아귀에서 놀아날 뿐이다. 그녀는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됐다.

       

       녀석은 루루를 완전히 깔보고 있었다. 그야 그렇겠지, 어린애처럼 막무가내로 싸우는 약한 녀석이니까. 

       

       ‘네 싸움 방식의 유일한 장점이 있다면, 상대가 널 등신으로 알 거라는 거다. 웃지 마, 칭찬 아니니까. 고치라고 하고 있는 거다 나는-!!’

       

       머릿속을 스치는 오대수의 열 받은 목소리에, 루루는 깎여나가는 중에도 낄낄 웃었다.

       

       그 웃음이 마음에 안 들었던 듯, 이터널 다크의 움직임에 짜증이 섞였을 때── 빈틈이 드러났다. 방심을 찌를 단 한 번의 기회다.

       

       “흐으.”

       

       자.

       

       ‘어느 쪽으로 때리고 싶은 건데. 오른손? 그렇다면 축은 왼발에 둬라. 송곳을 땅에 박는 것처럼, 왼발을 단단하게 내딛고.’

       

       내딛고.

       

       ‘오른 다리는 지면을 박차서 힘을 싣는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허리가 돌아갈 거야. 허리를 돌려. 아니, 앞뒤로 말고. 이쪽으로 돌리라고, 이쪽으로-!!’

       

       그래, 알았다니까. 장난 좀 쳐 본 거야, 오대수.

       

       ‘다리로부터 전해지는 힘을 그대로 끌어올리는 거다. 발끝, 무릎, 골반, 허리, 회전을 느끼면서 어깨, 팔꿈치, 손목, 주먹.’

       

       있는 대로 끌어모아서.

       

       ‘전신의 근육으로 치는 거다.’

       

       전신의 근육으로. 있는 대로 퓨어 에너지를 박아서.

       

       빡──!!

       

       무언가가 박살 나는 소리와 함께, 이터널 다크의 머리가 움푹 패여 크게 꺾였다. 박살 난 오른팔로 때릴 줄은 몰랐겠지. 알았다고 하더라도, 망가진 팔로 이렇게 세게 때릴 수 있을 줄 몰랐을 테고.

       

       “이, 게엣⋯⋯.”

       

       빠악──!!

       

       루루는 연이은 왼손 스트레이트로 마무리했다. 이터널 다크는 몸이 그림자로 이루어져 있었던 것인지, 머리를 잃자 새까만 그림자로 녹아 흩어져버렸다.

       

       “으⋯⋯ 씨, 아파 죽겠네.”

       

       뼈도 살도 엉망이다. 슬슬 쉬지 않으면 요단강을 건널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도, 조금 아프다고 늦장을 부렸다가는 오혜인이 사천왕 셋을 상대해야 하는 데다가. 그렇게 쭉 밀려버리면 오대수는 누가 지키겠나.

       

       “자, 김루루⋯⋯ 파이팅! 쫌만 더 싸우자고.”

       

       루루는 흐르는 코피를 터프하게 닦아내며 주먹을 꽉 쥐었다. 부러진 오른팔은 근처 약국에서 붕대를 꺼내 와서 둘둘 감아 묶었다. 

       

       그리고 다음 싸움을 위해서 출발하려는 루루를, 뒤에서 누군가가 불러세웠다. 고깔모자를 쓴 소녀였다.

       

       

       “⋯⋯어디 가?”

       

       “⋯⋯마침 잘됐네. 너희들을 찾으러 가려고 했어.”

       

       사천왕 서열 2위, 『무한허무의 존재 유나리스』.

       

       연전(連戰)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좀⋯⋯ 늦었습니다! 그래도 너무 많이 늦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죠?
    저는 침대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마이 프렌즈. 내일도 열심히 써 볼게요. 그러면 아디오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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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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