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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2

       띠링!

       

       짧은 알람을 마지막으로 주르륵 길게 늘어지는 뽑기 결과 리스트.

       

       가빠지는 호흡을 다잡으며 천천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1성: 잘 말린 마력초]

       [1성: 잘 말린 마력초]

       [1성: 가공된 회복초]

       [1성: 잘 말린 마력초]

       [1성: 가공된 회복초]

       [1성: 최하급 회복 포션]

       [1성: 가공된 회복초]

       [1성: 잘 말린 마력초]

       [1성: 고소한 땅콩 쿠키]

       [1성: 잘 말린 마력초]

       [1성: 먹다 만 싸구려 위스키]

       [2성: 손목 석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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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성: 달빛을 머금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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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성: 오러 – 잠력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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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성: 신념의 조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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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5성: 권능 – 사랑의 화신]★★

       

       

       

       

       “……어?”

       

       주르륵 이어진 1성의 나열은 그러려니 했다. 이래저래 무리한 게 분명하니 한동안 1성만 뽑힐 거라는 건 예상했으니까.

       

       다만 어느 순간부터 3성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도중에는 눈부신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4성 스킬까지 튀어나온 상황.

       

       하지만 그마저도 지금의 내겐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맨 밑. 가장 마지막 뽑기에서 오색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으니까.

       

       4성의 금색도 분명 눈부셨지만, 지금 시야를 가득 채운 녀석은 격이 다르다.

       

       모든 색을 한데 뭉쳐놓고, 단번에 눈앞에서 터뜨리는 것 같은 충격.

       

       그 폭력적인 화려함 뒤에 숨겨진 문구는 무려….

       

       내가 그토록 그리던 5성을 뽑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머리가 아니라 몸이 먼저 반응했다.

       

       “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기쁨인지 경악인지 야속함인지 후련함인지 모를 감정이 뒤섞이며 그 끝에는 도파민으로 화한다.

       

       시야가 핑 돌며 척추를 타고 신체 말단까지 이어지는 찌르르한 전류.

       

       폐 속에 담아둔 공기를 전부 괴성과 함께 내뱉은 뒤에야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아차…!”

       

       아무리 기뻐도 그렇지 너무 크게 소리 지른 거 아냐?!

       

       기겁하며 다급히 침대 위에 널브러진 가챠의 결과물을 로브의 아공간에 쑤셔 넣기 시작했다.

       

       내 비명 아닌 비명을 듣고 올라올 엘리에게서 숨기기 위함인데….

       

       “어?”

       

       어째서인지 계단 오르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뒤늦게 방안을 가득 채운 옅은 분홍빛 막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여느 때처럼 토템 대용으로 올려둔 풀돌 여신상. 이제보니 녀석이 멋대로 신성력을 뿜어대고 있었다.

       

       성역 전개? 이걸 결계 삼아 소리를 차단한 건가? 아니, 애초에 내 의지랑 상관없이 멋대로 발동할 수 있는 건가?

       

       안 그래도 5성의 존재 때문에 가득 찬 머리가 마구 엉키며 반쯤 고장 나기 시작할 무렵.

       

       파앙! 팡!

       

       여신상을 중심으로 터져 나오는 폭죽처럼 화려한 신성력. 이는 허공에 녹아 사라지지 않고 물고기 떼처럼 내 주변을 맴돌기 시작하더니, 리스트에서 보았던 오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아.”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5성쯤 되면 뽑기 연출 씬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지….

       

       뭐, 이게 게임도 아니니 컷신을 집어넣은 것은 아니겠지만. 조금 냉정히 생각해 보면 5성쯤 되면 바로 그냥 쑤셔 넣는 게 아니라 나름의 밑 준비가 필요한 게 아닐까?

       

       “……어?”

       

       거기까지 생각이 닿는 순간 떠오르는 4성을 뽑았을 때의 기억.

       

       짧은 시간이었지만 진짜 눈을 까뒤집을 정도로 아프지 않았던가…?

       

       4성이 그랬는데 5성은 어느 정도 수준이겠는가. 그리고 굳이 재생 능력을 극대화 해주는 성역을 전개한 것은….

       

       “자, 잠깐!”

       

       불길한 결론에 다다라 기겁하며 손을 뻗었으나…그보다도 빠르게 내 주변을 맴돌던 찬란한 빛무리가 심장을 향해 쏟아졌다.

       

       “……!”

       

       눈으로는 보이지 않고, 손으로도 만질 수 없는 내 가장 깊은 곳을 가득 채우는 강렬한 존재감.

       

       그 그릇이 되는 나보다도 아득히 높은 존재로서의 밀도에 숨이 턱 막혔다.

       

       나라는 존재가 속에서부터 뒤집어져 그대로 부서지는 듯한 감각. 아마 마음만 먹는다면 이 기운의 주인은 나를 짓누를 수도, 지배할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저 멀리 어딘가에서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을 그 존재는 그러하지 않았다.

       

       마치 부서지기 쉬운 유리그릇을 다루듯 조심스레 어루만지고, 금이 간 곳이 있으면 기꺼이 고쳐주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내 영혼에 한한 일. 육체는 그 반동을 버티지 못하고 멋대로 붕괴하기 시작했으나……이쪽은 성역에 충만한 신성력이 작용해 피 한 방울 흐르지 않았다.

       

       물론 부서지지 않았을 뿐, 선명한 고통은 여전하여 내 정신을 갈가리 찢어놓았으나, 그럴 때마다 고통 이상으로 애틋한 무언가가 나를 쓰다듬었다.

       

       손길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무척이나 익숙하다. 사랑의 여신인가? 분명 그렇겠지.

       

       이 세계에 이만한 존재감을 가지고, 이러한 일이 가능하며, 내게 이 정도의 호의를 품은 자는 달리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몸 안팎으로 잘게 부서졌다가 수리되기를 몇번이나 반복했을까.

       

       “허어억!”

       

       영겁처럼 느껴졌던 고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덤으로 방을 가득 채운 신성력도 증발했고.

       

       “후으. 하아….”

       

       숨을 고르며 뒤늦게 머리에 새겨진 지식을 훑어보았다.

       

       이번에 내 몸이 겪은 변화는 둘. 그중 첫 번째인 오러 – 잠력폭발의 효과는 간단했다.

       

       이름 그대로 오러를 격발시켜 전신의 잠재력을 극한까지 끌어내는 것.

       

       물론 그에 따른 반동 또한 존재한다. 살벌하게 한번 쓰면 반드시 죽는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한동안 탈진해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는 정도지만.

       

       여차할 때 비장의 수로 쓰기에는 차고도 넘치는 스킬이다.

       

       거기에 잠재력을 자극할 정도의 오러와, 한계 이상의 힘을 끌어내도 버틸 수 있는 신체 내구도는 덤이었고.

       

       근력의 상승 폭은 미미하고, 원체 연약한 몸뚱이인 터라 내구도 상승이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도 아니라 전위로서의 역량이 늘어났다고 하긴 뭐하지만….

       

       다른 평범한 모험가와 비슷한 튼튼함은 되겠지.

       

       “이건 진짜 다행이네.”

       

       어딜 맞아도 치명상이었던 이전과 달리, 급소만 피하면 한 방에 죽을 일이 확 줄어든 것 아닌가.

       

       한 대 맞으면 게임 오버인 루나틱 난이도로 플레이하다가 하드 모드까지 내려온 셈.

       

       그거면 충분하지. 이제 5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아볼 차례다.

       

       “쓰으읍. 후우.”

       

       짧게 심호흡하고는 내 몸에 녹아들었으나, 아직 이질적인 기운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자연스레 내가 지닌 권능이 무엇인지 떠오른다.

       

       사랑의 여신이 내릴 수 있는 권능 중 가장 강력한 권능.

       

       그 효과를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대폭 늘어난 수명.

       이상적이라 여기는 나이의 외모로 고정.

       정신 간섭에 대한 막대한 내성.

       기존 사랑의 여신의 권능 강화.

       삼 일 밤낮을 17:1로 뒹굴어도 끄떡없는 정력.

       이에 걸맞은 아랫도리 사이즈.

       

       “……?”

       

       순간 뭔가 싶어 다시 한번 찬찬히 되짚어 보았으나 변하는 건 없었다.

       

       이 권능. 대단하긴 대단한데 전투에는 하나도 쓸모없잖아…!

       

       “반품!! 다른 5성 줘!!! 전투용으로 줘!!!”

       

       여신상을 붙잡고 울부짖었으나, 여신상은 여전히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다.

       

       …아니, 뭔가 눈이 게슴츠레 한데? 입에서는 침이 좀 흐르는 것 같고?

       

       “으으….”

       

       분명 멀리서 보면 자애로운데 가까이서 보면 음흉한 여신상을 침대에 대충 던지고는 거울 앞에 섰다.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얼굴. 아무래도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나는 지금의 모습인가 보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전체적인 외형. 차이 자체는 확실했다.

       

       “아무리 그래도 남자한테서 색기가 느껴지는 건 좀….”

       

       평균 외모 수준이 높은 판 대륙 기준으로도 절세의 미소년이나 다름없던 나다.

       

       그동안은 나이 때문에 잘생김 보다 귀여움에 가까운 분위기를 풍겼는데….

       

       이제는 거기에 더해 야한 냄새까지 풀풀 풍기고 있었다.

       

       “대체 날 뭘로 만들고 싶은 거야….”

       

       툭하면 나오던 미용 권능 때도 조금 싸했는데, 아예 사랑의 화신 권능은 아예 화룡점정을 찍어버린 느낌.

       

       뭐어, 하나하나 뜯어보면 분명 5성에 걸맞는 효과긴 하다.

       

       대폭 늘어난 수명? 세계수의 가호를 받아 천년 넘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만큼 살아갈 이브라는 존재에서 알 수 있듯 허투루 볼 게 아니다.

       

       사랑의 여신이 세계수만큼 생명력이나 수명에 특화된 신은 아니지만…그래도 몇백 년은 더 살겠지.

       

       심지어 그 긴 삶을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나이를 유지하면서 살 수 있다.

       

       “이번에 모르가나가 죽어서 다행이네.”

       

       만약에 나를 보았다면, 베니에게 그러하듯 내게도 집착했겠지. 부작용 없는 불로에 눈이 안 뒤집어질 리가 없으니까.

       

       그다음은 절대적인 정신 내성.

       

       이거야 당연히 도움이 되지. 모든 몬스터는 광기의 저주에 당한 녀석들이고, 본래 광기란 전염되는 것이다.

       

       지금은 하나같이 광폭화 하여 스스로의 육체가 강력해진 몬스터들뿐이었지만….

       

       만약 애초부터 정신계 능력를 가진 종족이 몬스터화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주변에 무차별적으로 광기를 흩뿌리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거지 뭐.

       

       최전선이 7층의 공략이 늦어지는 것도 이런 정신계 몬스터의 비율이 높아져서 그런 거라고 하니 말 다 했지 뭐.

       

       이건 인정이다. 당장의 힘이 되진 않겠으나, 나중에는 분명 엄청난 도움이 되겠지.

       

       “…문제는 이다음이지만 말이야.”

       

       사랑의 여신에게 받은 기존 권능의 강화? 내 피부가 한층 더 촉촉해지고, 매혹적인 향기가 난다는 소리 아닌가.

       

       이걸 엘리 놀릴 때 말고 어디다 써….

       

       거기에 정력 증가와 아랫도리 강화? 당연히 좋지. 나도 남자인데 이걸 어떻게 싫어하겠는가.

       

       다만, 이 또한 전투에 도움이 하나도 안 되는 건 마찬가지다.

       

       “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얼마나 커졌나 한번 확인해 볼까.

       

       스윽 바지를 잡아당겨 아래쪽을 바라보았다.

       

       “…미친.”

       

       방금 했던 말은 취소.

       

       이 정도면 5성급이 맞다.

       

       조금 관대해진 마음으로 불만스러운 점이 아니라 다른 좋은 점을 찾아보기로 했다.

       

       “음. 으음. 으으음….”

       

       고개를 연신 갸웃거리며 머리를 굴려보았으나….

       

       사랑의 여신의 권능이 강화되며 덩달아 불어난 신성력과, 그 정순함을 제외하면 뭐 없네.

       

       “…그래도 5성이니까.”

       

       지금은 쏠쏠하게 써먹는 소매치기 스킬이지만, 처음 뽑았던 당시에는 굉장히 실망했었다.

       

       3성이 어느 수준인지도 몰랐고, 볼품없게 소매치기가 뭐냐는 생각이었지.

       

       하지만 실제로 써보니 상상 이상으로 훌륭한 스킬 아니었나.

       

       “그러니까 분명 이것도 당장은 미묘해 보여도 정작 실전에서는 어딘가 써먹을 구석이 있을 거야.”

       

       열심히 행복회로를 돌리며 침대에 쌓인 마력초 무더기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제 3성 아이템을 확인해 볼 시간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영원한 쇼타…

    여신님의 취향 화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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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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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띠링!


       


       짧은 알람을 마지막으로 주르륵 길게 늘어지는 뽑기 결과 리스트.


       


       가빠지는 호흡을 다잡으며 천천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1성: 잘 말린 마력초]


       [1성: 잘 말린 마력초]


       [1성: 가공된 회복초]


       [1성: 잘 말린 마력초]


       [1성: 가공된 회복초]


       [1성: 최하급 회복 포션]


       [1성: 가공된 회복초]


       [1성: 잘 말린 마력초]


       [1성: 고소한 땅콩 쿠키]


       [1성: 잘 말린 마력초]


       [1성: 먹다 만 싸구려 위스키]


       [2성: 손목 석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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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성: 달빛을 머금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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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성: 오러 - 잠력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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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성: 신념의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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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정)5성: 권능 - 사랑의 화신]★★


       


       


       


       


       “……어?”


       


       주르륵 이어진 1성의 나열은 그러려니 했다. 이래저래 무리한 게 분명하니 한동안 1성만 뽑힐 거라는 건 예상했으니까.


       


       다만 어느 순간부터 3성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도중에는 눈부신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4성 스킬까지 튀어나온 상황.


       


       하지만 그마저도 지금의 내겐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맨 밑. 가장 마지막 뽑기에서 오색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으니까.


       


       4성의 금색도 분명 눈부셨지만, 지금 시야를 가득 채운 녀석은 격이 다르다.


       


       모든 색을 한데 뭉쳐놓고, 단번에 눈앞에서 터뜨리는 것 같은 충격.


       


       그 폭력적인 화려함 뒤에 숨겨진 문구는 무려….


       


       내가 그토록 그리던 5성을 뽑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머리가 아니라 몸이 먼저 반응했다.


       


       “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기쁨인지 경악인지 야속함인지 후련함인지 모를 감정이 뒤섞이며 그 끝에는 도파민으로 화한다.


       


       시야가 핑 돌며 척추를 타고 신체 말단까지 이어지는 찌르르한 전류.


       


       폐 속에 담아둔 공기를 전부 괴성과 함께 내뱉은 뒤에야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아차…!”


       


       아무리 기뻐도 그렇지 너무 크게 소리 지른 거 아냐?!


       


       기겁하며 다급히 침대 위에 널브러진 가챠의 결과물을 로브의 아공간에 쑤셔 넣기 시작했다.


       


       내 비명 아닌 비명을 듣고 올라올 엘리에게서 숨기기 위함인데….


       


       “어?”


       


       어째서인지 계단 오르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뒤늦게 방안을 가득 채운 옅은 분홍빛 막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여느 때처럼 토템 대용으로 올려둔 풀돌 여신상. 이제보니 녀석이 멋대로 신성력을 뿜어대고 있었다.


       


       성역 전개? 이걸 결계 삼아 소리를 차단한 건가? 아니, 애초에 내 의지랑 상관없이 멋대로 발동할 수 있는 건가?


       


       안 그래도 5성의 존재 때문에 가득 찬 머리가 마구 엉키며 반쯤 고장 나기 시작할 무렵.


       


       파앙! 팡!


       


       여신상을 중심으로 터져 나오는 폭죽처럼 화려한 신성력. 이는 허공에 녹아 사라지지 않고 물고기 떼처럼 내 주변을 맴돌기 시작하더니, 리스트에서 보았던 오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아.”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5성쯤 되면 뽑기 연출 씬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지….


       


       뭐, 이게 게임도 아니니 컷신을 집어넣은 것은 아니겠지만. 조금 냉정히 생각해 보면 5성쯤 되면 바로 그냥 쑤셔 넣는 게 아니라 나름의 밑 준비가 필요한 게 아닐까?


       


       “……어?”


       


       거기까지 생각이 닿는 순간 떠오르는 4성을 뽑았을 때의 기억.


       


       짧은 시간이었지만 진짜 눈을 까뒤집을 정도로 아프지 않았던가…?


       


       4성이 그랬는데 5성은 어느 정도 수준이겠는가. 그리고 굳이 재생 능력을 극대화 해주는 성역을 전개한 것은….


       


       “자, 잠깐!”


       


       불길한 결론에 다다라 기겁하며 손을 뻗었으나…그보다도 빠르게 내 주변을 맴돌던 찬란한 빛무리가 심장을 향해 쏟아졌다.


       


       “……!”


       


       눈으로는 보이지 않고, 손으로도 만질 수 없는 내 가장 깊은 곳을 가득 채우는 강렬한 존재감.


       


       그 그릇이 되는 나보다도 아득히 높은 존재로서의 밀도에 숨이 턱 막혔다.


       


       나라는 존재가 속에서부터 뒤집어져 그대로 부서지는 듯한 감각. 아마 마음만 먹는다면 이 기운의 주인은 나를 짓누를 수도, 지배할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저 멀리 어딘가에서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을 그 존재는 그러하지 않았다.


       


       마치 부서지기 쉬운 유리그릇을 다루듯 조심스레 어루만지고, 금이 간 곳이 있으면 기꺼이 고쳐주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내 영혼에 한한 일. 육체는 그 반동을 버티지 못하고 멋대로 붕괴하기 시작했으나……이쪽은 성역에 충만한 신성력이 작용해 피 한 방울 흐르지 않았다.


       


       물론 부서지지 않았을 뿐, 선명한 고통은 여전하여 내 정신을 갈가리 찢어놓았으나, 그럴 때마다 고통 이상으로 애틋한 무언가가 나를 쓰다듬었다.


       


       손길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무척이나 익숙하다. 사랑의 여신인가? 분명 그렇겠지.


       


       이 세계에 이만한 존재감을 가지고, 이러한 일이 가능하며, 내게 이 정도의 호의를 품은 자는 달리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몸 안팎으로 잘게 부서졌다가 수리되기를 몇번이나 반복했을까.


       


       “허어억!”


       


       영겁처럼 느껴졌던 고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덤으로 방을 가득 채운 신성력도 증발했고.


       


       “후으. 하아….”


       


       숨을 고르며 뒤늦게 머리에 새겨진 지식을 훑어보았다.


       


       이번에 내 몸이 겪은 변화는 둘. 그중 첫 번째인 오러 - 잠력폭발의 효과는 간단했다.


       


       이름 그대로 오러를 격발시켜 전신의 잠재력을 극한까지 끌어내는 것.


       


       물론 그에 따른 반동 또한 존재한다. 살벌하게 한번 쓰면 반드시 죽는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한동안 탈진해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는 정도지만.


       


       여차할 때 비장의 수로 쓰기에는 차고도 넘치는 스킬이다.


       


       거기에 잠재력을 자극할 정도의 오러와, 한계 이상의 힘을 끌어내도 버틸 수 있는 신체 내구도는 덤이었고.


       


       근력의 상승 폭은 미미하고, 원체 연약한 몸뚱이인 터라 내구도 상승이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도 아니라 전위로서의 역량이 늘어났다고 하긴 뭐하지만….


       


       다른 평범한 모험가와 비슷한 튼튼함은 되겠지.


       


       “이건 진짜 다행이네.”


       


       어딜 맞아도 치명상이었던 이전과 달리, 급소만 피하면 한 방에 죽을 일이 확 줄어든 것 아닌가.


       


       한 대 맞으면 게임 오버인 루나틱 난이도로 플레이하다가 하드 모드까지 내려온 셈.


       


       그거면 충분하지. 이제 5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아볼 차례다.


       


       “쓰으읍. 후우.”


       


       짧게 심호흡하고는 내 몸에 녹아들었으나, 아직 이질적인 기운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자연스레 내가 지닌 권능이 무엇인지 떠오른다.


       


       사랑의 여신이 내릴 수 있는 권능 중 가장 강력한 권능.


       


       그 효과를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대폭 늘어난 수명.


       이상적이라 여기는 나이의 외모로 고정.


       정신 간섭에 대한 막대한 내성.


       기존 사랑의 여신의 권능 강화.


       삼 일 밤낮을 17:1로 뒹굴어도 끄떡없는 정력.


       이에 걸맞은 아랫도리 사이즈.


       


       “……?”


       


       순간 뭔가 싶어 다시 한번 찬찬히 되짚어 보았으나 변하는 건 없었다.


       


       이 권능. 대단하긴 대단한데 전투에는 하나도 쓸모없잖아…!


       


       “반품!! 다른 5성 줘!!! 전투용으로 줘!!!”


       


       여신상을 붙잡고 울부짖었으나, 여신상은 여전히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다.


       


       …아니, 뭔가 눈이 게슴츠레 한데? 입에서는 침이 좀 흐르는 것 같고?


       


       “으으….”


       


       분명 멀리서 보면 자애로운데 가까이서 보면 음흉한 여신상을 침대에 대충 던지고는 거울 앞에 섰다.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얼굴. 아무래도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나는 지금의 모습인가 보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전체적인 외형. 차이 자체는 확실했다.


       


       “아무리 그래도 남자한테서 색기가 느껴지는 건 좀….”


       


       평균 외모 수준이 높은 판 대륙 기준으로도 절세의 미소년이나 다름없던 나다.


       


       그동안은 나이 때문에 잘생김 보다 귀여움에 가까운 분위기를 풍겼는데….


       


       이제는 거기에 더해 야한 냄새까지 풀풀 풍기고 있었다.


       


       “대체 날 뭘로 만들고 싶은 거야….”


       


       툭하면 나오던 미용 권능 때도 조금 싸했는데, 아예 사랑의 화신 권능은 아예 화룡점정을 찍어버린 느낌.


       


       뭐어, 하나하나 뜯어보면 분명 5성에 걸맞는 효과긴 하다.


       


       대폭 늘어난 수명? 세계수의 가호를 받아 천년 넘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만큼 살아갈 이브라는 존재에서 알 수 있듯 허투루 볼 게 아니다.


       


       사랑의 여신이 세계수만큼 생명력이나 수명에 특화된 신은 아니지만…그래도 몇백 년은 더 살겠지.


       


       심지어 그 긴 삶을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나이를 유지하면서 살 수 있다.


       


       “이번에 모르가나가 죽어서 다행이네.”


       


       만약에 나를 보았다면, 베니에게 그러하듯 내게도 집착했겠지. 부작용 없는 불로에 눈이 안 뒤집어질 리가 없으니까.


       


       그다음은 절대적인 정신 내성.


       


       이거야 당연히 도움이 되지. 모든 몬스터는 광기의 저주에 당한 녀석들이고, 본래 광기란 전염되는 것이다.


       


       지금은 하나같이 광폭화 하여 스스로의 육체가 강력해진 몬스터들뿐이었지만….


       


       만약 애초부터 정신계 능력를 가진 종족이 몬스터화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주변에 무차별적으로 광기를 흩뿌리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거지 뭐.


       


       최전선이 7층의 공략이 늦어지는 것도 이런 정신계 몬스터의 비율이 높아져서 그런 거라고 하니 말 다 했지 뭐.


       


       이건 인정이다. 당장의 힘이 되진 않겠으나, 나중에는 분명 엄청난 도움이 되겠지.


       


       “…문제는 이다음이지만 말이야.”


       


       사랑의 여신에게 받은 기존 권능의 강화? 내 피부가 한층 더 촉촉해지고, 매혹적인 향기가 난다는 소리 아닌가.


       


       이걸 엘리 놀릴 때 말고 어디다 써….


       


       거기에 정력 증가와 아랫도리 강화? 당연히 좋지. 나도 남자인데 이걸 어떻게 싫어하겠는가.


       


       다만, 이 또한 전투에 도움이 하나도 안 되는 건 마찬가지다.


       


       “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얼마나 커졌나 한번 확인해 볼까.


       


       스윽 바지를 잡아당겨 아래쪽을 바라보았다.


       


       “…미친.”


       


       방금 했던 말은 취소.


       


       이 정도면 5성급이 맞다.


       


       조금 관대해진 마음으로 불만스러운 점이 아니라 다른 좋은 점을 찾아보기로 했다.


       


       “음. 으음. 으으음….”


       


       고개를 연신 갸웃거리며 머리를 굴려보았으나….


       


       사랑의 여신의 권능이 강화되며 덩달아 불어난 신성력과, 그 정순함을 제외하면 뭐 없네.


       


       “…그래도 5성이니까.”


       


       지금은 쏠쏠하게 써먹는 소매치기 스킬이지만, 처음 뽑았던 당시에는 굉장히 실망했었다.


       


       3성이 어느 수준인지도 몰랐고, 볼품없게 소매치기가 뭐냐는 생각이었지.


       


       하지만 실제로 써보니 상상 이상으로 훌륭한 스킬 아니었나.


       


       “그러니까 분명 이것도 당장은 미묘해 보여도 정작 실전에서는 어딘가 써먹을 구석이 있을 거야.”


       


       열심히 행복회로를 돌리며 침대에 쌓인 마력초 무더기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제 3성 아이템을 확인해 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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