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22

       부우우웅.

         

       “…….”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나는 생각에 잠겼다.

         

       나는 신PD가 갑자기 내게 회사를 옮길 생각이 없냐고 제안한 것과…, 아까 서유진과 유 설의 대화를 엿듣고 느낀 것을 고민하다가….

         

       “사장님.”

         

       “그래, 예린아.”

         

       이내 앞자리의 강형만에게 이번에 내가 겪은 일을 말했다.

         

       “사장님도 아시죠. 나아아 메인PD 신PD.”

         

       “알지. 나아아 사전 촬영 때 너랑 같이 인사한 적도 있잖니. 이름이…, 신지천 PD였나.”

         

       “네, 신지천PD. 그 사람이 오늘 갑자기 저한테 회사 옮길 생각 없냐고 그랬어요.”

         

       “…뭐?”

         

       갑작스런 내 말에 강형만이 눈을 크게 뜨고 뒤를 돌아보았다.

         

       운전을 하고 있던 상구 오빠도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놀란 두 사람을 진정시키기 위해 손을 올리며 빠르게 답했다.

         

       “당연히 거절했어요. 근데 수상한 게…, 상당히 디테일하게 저한테 접근하더라고요. 자기가 MS기획 사장이랑 저를 연결시켜 주겠다고….”

         

       “…….”

         

       “아무래도 신PD가 MS기획이랑 합을 맞추고 저를 하이재킹하려는 것 같은데…, 사장님한테는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그래, 고맙구나.”

         

       강형만은 평소처럼 무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나는 볼 수 있었다.

         

       그의 눈동자 저편에 짙은 살의가 담겨 있는 것을.

         

       하지만 강형만은 그런 사실을 내게 최대한 숨기고 싶었는지 침착한 목소리를 가장하며 상구 오빠에게 명했다.

         

       “상구야.”

         

       “예.”

         

       “애들 풀어서 좀 알아봐라. 신PD 그 녀석 신상 그리고 MS기획과의 연관성도.”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는 작은 미소와 함께 나를 돌아보며 이리 말해주었다.

         

       “예린아. 이 일은 이제 더 이상 신경 쓰지 마렴. 데뷔까지 파이널만 남지 않았니. 너는 무대에만 집중해라. 이번 일은 내가 알아서 조용히 해결하마.”

         

       아무래도 차에 탄 후로 내가 줄곧 고민에 빠졌던 것이 이것 때문이라고 생각했나보다.

         

       강형만의 배려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이내….

         

       “네, 감사해요. 사장님. 그리고 사실 할 말이 하나 더 있는데….”

         

       “말해 보렴.”

         

       “사실 제 친한 출연자 중에….”

         

       내가 신경 쓰고 있던 또 다른 고민 하나를 강형만에게 말했다.

         

       이에 내 말을 들은 강형만은….

         

       “혹시…, 알아봐 주실 수 있을까요?”

         

       “그래, 그것도 한 번 알아 보마.”

         

       또다시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해요, 사장님.”

         

       내게 있어 강형만은 마치 도라X몽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품고 있는 고민을 그에게 말하기만 하면 뭐든지 다 해결해주니까.

         

       나는 그런 강형만이 정말 든든하고 또 든든했다.

         

         

         

       **

       

         

         

       “그러면 예린아. 주말 잘 쉬고 다음 주에 보자.”

         

       “네, 사장님 오늘도 태워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웅-.

         

       “휴우.”

         

       강형만과 상구 오빠를 떠나보내고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했다.

         

       지난 일주일간의 피로가 몰려와서 그런지 지금 내게는 당장 누워 자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리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다녀왔습니다.”

         

       “어? 어어…! 그래 예린아 어서 와!”

         

       “…음?”

         

       나는 뭔가 기묘함을 느꼈다.

         

       일단 집이 저번 주보다 조금 더럽다.

         

       약간이지만 설거지거리가 쌓여 있고 거실에는 미처 개지 않은 빨래들이 가득했다.

         

       집안일을 아예 안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지는 않은 듯한 느낌.

         

       ‘뭐…, 이 정도는 예상했지. 평생 손에 물 한 번 안 묻혀 봤던 사람들인데.’

         

       아빠 엄마가 슬슬 집안일에 버거워할 것이란 사실은 이미 어느 정도 예측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것 외에도….

         

       “하하…, 예린아. 힘들었지?”

         

       “어, 얼른 쉬어….”

         

       “……?”

         

       나를 대하는 아빠 엄마의 모습이나 태도가 무척이나 어색했다. 마치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사람처럼.

         

       ‘설마…?’

         

       이에 나는 익숙한 기시감을 느끼며 아빠 엄마를 향해 날카로운 목소리로 캐물었다.

         

       “아빠 엄마…! 혹시 또 돈 빌렸어요?”

         

       “…어?”

         

       “제가 한 번만 더 돈 빌리면 다시는 아빠 엄마 안 본다고 했죠!”

         

       그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나는 아빠 엄마가 또다시 돈을 빌린 거라면 정말로 평생 두 사람 얼굴 안 보고 살 생각이었다.

         

       이에 진심을 다해 소리치니 당황한 아빠 엄마가 억울하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니야! 진짜 그건 아니야!”

         

       “엄마랑 아빠랑 이제 진짜 그런 짓 안 해!”

         

       “…….”

         

       아빠 엄마가 나에 대해 잘 아는 만큼 나도 아빠 엄마에 대해 잘 알았다.

         

       지금 표정을 보니…, 아빠 엄마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돈을 빌린 건 확실히 아닌 것 같고….

         

       “그러면 뭐예요? 왜 이렇게 제 눈치를 보는 거예요?”

         

       “그게…, 우리 딸 올 때까지 밀린 집안일 다 해 놓으려 했는데 못 해서….”

         

       “……아.”

         

       …그런 거였나?

         

       하긴…, 이번 달 동안 우리 아빠 엄마가 내 눈치를 많이 보긴 했다.

         

       조금 엉망이 된 집안꼴을 보고 내가 실망할 거라 생각했나보다.

         

       “…….”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괜한 의심을 했단 생각에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이에 내가 고개를 저으며 팔 소매를 걷으니….

         

       “…괜한 의심해서 죄송해요. 집안일 조금 밀릴 수도 있죠. 지금 제가 설거지라도 도와 드릴….”

         

       “아, 아니야…! 예린아! 집안일은 아빠 엄마가 할게! 너는 쉬어!”

         

       “그래! 우리 딸 피곤할 텐데 얼른 씻고 자!”

         

       …아빠 엄마는 호들갑을 떨며 나를 화장실로 밀어 넣었다.

         

       “…네, 그러면 부탁드릴게요.”

         

       부모의 과도한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샤워를 위해 화장실에 들어갔다.

         

       요 몇 주 사이 부모는 나를 거의 부잣집 아가씨처럼 귀하게 키웠다.

         

       두 사람이 내가 집안일을 하지 못하게 막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쏴아아.

         

       그렇게 샤워를 마친 후.

         

       “후우.”

         

       내 개인 방 (구 아빠 컴퓨터 방) 바닥에 이불을 깔고 눕자 아빠 엄마가 스르르 내 양옆으로 접근했다.

         

       “예린아, 아빠 엄마랑 안 자고 다시 여기서 자게?”

         

       “…저번에는 그냥 잠이 안 와서 그랬던 거고 이제 저도 애가 아닌데 혼자 자야죠.”

         

       그래도 시간이 좀 지나서 무뎌진 건지 나는 눈을 감아도 더 이상 남궁수호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러니 굳이 아빠 엄마와 함께 잘 필요가 없었다.

         

       “그래…, 아쉽긴 하지만 예린이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어서 자, 예린아.”

         

       “근데…, 안 가세요?”

         

       아빠 엄마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이불에 누운 내 양옆에서 떨어질 생각을 안 했다.

         

       이에 부담스러워서 물으니 두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

         

       “오랜만에 보는 우리 딸 얼굴 좀 오래 보고 싶어서.”

         

       “예린이 너 잘 때까지만 여기 있을게.”

         

       “아…, 네.”

         

       “근데 예린아. 자는 동안 혹시 나아아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줄 수 있어?”

         

       “…아.”

       

       

       “우리 예린이 잘하고 있는지 힘든 건 없는지 아빠 엄마가 너무 궁금해서….”

         

       엄마의 말에 나는 잠에 빠지려다가 순간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아빠 엄마한테는 나아아 이야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었구나.’

         

       그래도 가족인데…, 나는 그간 내가 너무 무심했다 생각하며 아빠 엄마에게 말했다.

         

       “그러면…, 조금 들려 드릴까요?”

         

       “응…!”

         

       두 사람의 대답에 나는 눈을 감고 천천히 나아아 첫날부터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시우, 이혜정, 박유정, 나한나와 만난 것부터 해서 서유진, 유 설과 관계가 변한 것까지.

         

       “그래서 제가 설 언니랑….”

         

       “오…, 그랬구나.”

         

       천천히 설명을 하다 보니 점점 견디기 힘든 졸음이 몰려왔다.

         

       이를 더 이상 이겨내기 힘들어서 반쯤 잠에 빠지니 아빠 엄마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딸…, 그동안 고생 많이 했구나.”

         

       “…….”

         

       “이제 한 번 남았네. 한 번만 더하면 진짜 아이돌이 되는 거야.”

         

       “더 큰 세계로 나가는 거죠. 분명히 예린이는 거기서도 잘 해낼 거예요.”

         

       “그래도 예린이 혼자 힘으로는 버티기 힘들지 않겠어요? …예린아, 그래서 말인데….”

         

       몸은 피곤하고…, 아빠 엄마는 내 말에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호응해주고.

         

       나는 그렇게 마지막 정신줄도 놓아 버리고 잠에 빠져 들….

         

       “혹시 회사 옮길 생각 없어?”

         

       “…!”

         

       …려다가 마지막 아빠의 속삭임에 잠이 확 깼다.

         

       번쩍.

         

       “…그게 무슨 소리예요.”

         

       나는 그대로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 아빠에게 쏘아 붙이듯 물었다.

         

       “제가 누구 덕분에 아이돌을 하고 있는데 왜 회사를 옮겨요.”

         

       “…아니, 그냥 아빠는.”

         

       나는 그때 불안한 심정이 단전부터 끓어 오르며…, 왠지 머릿속에서 퍼즐이 맞춰져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빠 엄마 혹시 뭐 연락받은 거 있어요?”

         

       “……어?”

         

       “누가 막 아빠 엄마 핸드폰으로 연락해서 딸 회사 옮길 생각 없냐고 옮기게 도와주면 돈 준다고 그런 소리 들은 거 아니예요?”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아빠는 그냥 강 사장님 회사가 우리 예린이를 담기엔 너무 작지 않나 해서…!”

         

       “정말 아니야, 예린아! 우리는 너를 걱정해서 한 말이야!”

         

       두 사람은 이번에도 정말로 억울하다는 듯 눈물을 글썽였다.

         

       보기만 해도 억울한 감정이 전해지는 얼굴이었지만….

         

       “…두 분 다 폰 주세요.”

         

       저 표정 연기에 지금껏 속은 게 몇 년인가.

         

       하필이면 신PD가 내게 MS기획 이야기를 꺼낸 날에 아빠 엄마도 회사 옮길 생각 없냐고 물었다.

         

       ‘이게 우연이라고?’

         

       우연이라기엔 너무 찝찝했다.

         

       나는 보다 확실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었고 이에 거실에 있던 두 사람의 폰을 가져와 최근 통화목록 메시지까지 모두 뒤졌다.

         

       하지만….

         

       “……어?”

         

       아빠 엄마의 폰은 아무런 수상한 기색 없이 깨끗했다.

         

       신PD 혹은 MS기획 사람에게 연락이 온 게 아닌가 했는데…, 두 사람의 폰에 낯선 사람의 기록이라곤 전혀 없었던 것이었다.

         

       내가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하자 아빠 엄마가 정말 속상하다며 눈물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흐윽…, 정말 아니야, 예린아아….”

         

       “강 사장님네 회사는 아이돌 키운 경험도 없고 여러모로 부족하잖아…, 그래서 걱정돼서 말한 건데….”

         

       “흐으으윽…, 우리가 아무리 못난 부모라 해도 이렇게 의심받으니…, 끄읍…, 너무 서운해….”

         

       “여보오…, 이게 다 우리 죄죠….”

         

       “흐어엉….”

         

       두 사람의 대성통곡에 도리어 당황한 것은 나였다.

         

       나는 두 사람의 어깨를 양쪽 손으로 다독이며 어영부영 사과를 시작했다.

         

       “아니…, 아빠 엄마를 의심하려는 건 아니었는데…, 죄송해요….”

         

       “허어엉….”

         

       “오늘 PD가 갑자기 저한테 회사를 옮기네 마네 헛소리를 해서…, 예민해서 그랬어요….”

         

       그리고 이내 진지한 투로 내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했다.

         

       “아빠, 엄마. 저 이번에 데뷔하고 나면 앞으로 유혹이 많이 들어 올 거예요.”

         

       “훌쩍…, …유혹?”

         

       “아마 여러 곳에서 잘해줄 테니 나아아 그룹 활동만 끝나면 자기네들 회사로 와달라 하겠죠. 근데….”

         

       “…….”

         

       “저는 형제기획이 좋아요. 절대 회사 옮기기 싫어요…. 그러니까 아빠 엄마도 그 어떤 유혹이 있어도 제 선택을 존중해주세요. 그래 줄 수 있죠?”

         

       “그럼…, 당연하지….”

         

       “우리는 언제나 예린이 편이야….”

         

       “…….”

         

       내 편이라는 말이 어찌 이리 못 미더울 수 있을까.

         

       같은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든든했던 강형만과 달리 우리 부모는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불안하게 했다.

         

       그래도….

         

       ‘믿자.’

         

       나는 우리 부모를 믿기로 했다.

         

       딸이 이렇게까지 간절하게 말했는데 무시하고 저버리는 부모는 세상에 없겠지.

         

       무엇보다 아빠 엄마도 변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결정권자가 난데 우리 아빠 엄마를 유혹해서 뭐 하겠어.’

         

       사실 회사를 옮기는 것에서 우리 아빠 엄마의 역할이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내가 미성년자인게 걸리긴 하지만 그렇다고 내게 자기결정권이 없는 것도 아니고.

         

       “오늘은 제가 죄송했어요. 뚝 그치고 얼른 돌아가서 주무세요.”

         

       “흐으…, 예린아. 아빠 엄마가 너무 놀라서 그런데….”

         

       “오늘 밤은 같이 자면 안 돼?”

         

       “…….”

         

       이건 뭐…, 17살 서유진도 아니고.

         

       올해 40살 먹은 사람들이 이게 말이 되나 싶었지만….

         

       “…네, 그렇게 해요.”

         

       그래도 오늘은 내가 두 사람에게 잘못을 저지른 것만 같아서….

         

       나는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고…, 그날 밤은 아빠 엄마와 함께 자게 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음 화는 12시간 뒤에 연재됩니다!

    YuSeol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이렇게 매번 후원해주시니 작가로서 참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빚갚돌은 로맨스에 대한 태그가 없어서 많은 분들이 노선에 대한 질문들을 하십니다.

    처음 빚갚돌을 기획할 때부터 정한 사실인데… 저는 빚갚돌 노선이 노맨스인지 암타인지 백합인지 미리 밝히지 않으려 합니다.

    사실 이것은 다른 ts 작품들에서 많이 참고한 것인데.. 미리 노선을 밝히면 재미가 반감되는 점이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태그를 적지 않는 대신 독자님들에게 약속해드릴 수 있는 것은…

    빚갚돌이 완결되는 날.. 모든 독자님들이 적어도 뒷통수 맞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게 하겠습니다.

    모든 독자님들이 만족할 수 있는 아무도 상처 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그날이 올때까지..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