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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2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올리비아의 말에 감히 반박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심이 흔들리는 이들도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올리비아를 막아야 해요.]

         

       황녀가 하는 말은 틀림없는 진실이었다. 그리고 그들도, 황녀와 같은 생각이었다. 설령 올리비아가 회귀하지 않았다고 해도 달라지는 사실은 없었다.

         

       저 힘은 위험하다.

         

       올리비아가 다시 세계를 멸망시키자 한다면,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이중엔 최근 올리비아에게 구명(救命)의 빚을 입은 이도 있었다.

         

       하지만……암주는 이제와서 남부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려 봐야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올리비아는 강했다. 남부에서조차 전력을 드러내지 않았다.

         

       드루이드까지 총 여섯 명의 회귀자가 모였을 때, 암주는 틀림없이 올리비아를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두 드래곤 로드의 무위는 전생에서도 이미 경험해 보았고, 악마 사냥꾼과 혁명가의 능력 또한 확인했으니까.

         

       하지만 틀렸다. 지금까지 올리비아의 손바닥에서 놀아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 다신 없을 기회였다. 지금 올리비아를 죽이지 않으면, 전생에 벌어졌던 참사가 똑같이 되풀이 될 것이다.

         

       “나는 아무짓도 하지 않았는데, 너희는 이미 나를 종언으로 여기고 있구나.”

         

       올리비아는 침묵하고 있는 회귀자들을 향해 그렇게 말했다. 텔레포트로 도망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미 에우란 전체에 안티 텔레포트 마법진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아주 철저히 준비된 함정이다.

         

       누구의 생각이었을지,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벗어날 수는 없었다. 벗어나는 방법은, 저 여섯을 전부 죽이고 나가는 것 뿐.

         

       저들을 전부 죽이기로 결심한다면, 조금이라도 살 확률이 생긴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니까.

         

       새하얀 눈보라가 나풀거리며 날아들더니, 작은 빛과 함께 올리비아의 옷이 일변했다. 시린 달을 품은 마녀 모자와, 로브, 그리고 망토.

         

       영락 없는 마녀의 모습이었다.

         

       올리비아의 복식을 알아본 회귀자들이 경악한 얼굴을 짓는다.

         

       그에 화답하듯, 올리비아 또한 그들을 내려다보며 싱긋 미소짓는다.

         

       저들이 원하는 대로, 종언이 되어줄 생각이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만약 저들이 올리비아의 무수한 과거를 알게 된다면, 그리하여 올리비아의 마지막 행동이 나름의 이유가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면…….

         

       지금 이 순간을, 죽는 그날까지 후회하게 될테니까.

         

       즐거웠다. 동시에 아쉬웠다. 저들에게 올리비아가 경험했던 수많은 과거를 보여줄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게 할 수만 있었다면, 저들이 악을 쓰고 후회하는 모습을 직접 마주할 수 있었을텐데.

         

       [‘드루이드’가 당신에게 ‘세계수의 저주’를 사용합니다.]

       [‘암주’가 당신에게 ‘그림자의 속박‘을 사용합니다.]

       [‘카르시안’이 당신에게 ‘드래곤 피어’를 사용합니다.]

       [‘에리야스’가 당신에게 ‘드래곤 피어’를 사용합니다.]

       .

       .

       .

         

       몸이 실시간으로 무거워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미소를 지우지 않는다.

         

       그래야 지금 이 순간이, 저들에게 낙인처럼 새겨질 것이기에.

         

       올리비아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회귀자들은 변수를 원치 않았다. 그들은 싸움 중간에 키엘이 개입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온 몸이 넝마가 된 키엘은, 거대한 넝쿨에 묶여 있었다.

         

       굳어버린 얼굴.

         

       키엘에겐 미안할 따름이다.

       다른 회귀자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고 후회한다면, 키엘은 자신의 약함 때문에 지금 같은 상황이 일어났다고 자책할테니까.

         

       ‘키엘이 없으면 너희들끼리 마신을 잡을 수 있을까?’

         

       대악마 넷, 그리고 마왕.

         

       마신은 커녕, 마왕 선에서 공멸할 듯 싶었다.

         

       키엘도, 멜리나도, 어쩌면 리브가도 참전하지 않을테니까.

         

       무왕은 참전할지 몰라도, 에스티는 아닐 것이다. 그녀는 귀찮은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항상 그랬던 것처럼, 대양 한가운데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그러면 최대 열 한 명. 올리비아는 피식 웃었다.

         

       훗날 마신이 강림하여, 너희들끼리는 막을 수 없다고 말하면 당장은 살려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능이 그를 거부했다.

         

       그렇게 살고 싶지도 않았다.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지는 모르겠지만, 올리비아는 이 갑작스런 감정의 기류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예전에 느꼈던, 실로 조종당하는 듯한 감각이 다시 돌아왔다. 그 강도가 약하여, 신체를 원하는대로 움직이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뭐랄까.

         

       기분이 이상해진다고나 할까.

         

       뭐, 상관은 없었다.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쓰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다.

         

       ‘역시 죽이겠지?’

         

       회귀자들의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저들은, 올리비아를 더는 제압할 생각이 없었다. 정확히는, 제압할 자신이 없었다.

         

       여섯으로도.

         

       “언제까지 눈치만 볼 생각이지?”

         

       올리비아가 턱짓으로 에리야스를 가리켰다.

         

       “다른 녀석들도 네가 먼저 나서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야.”

         

       올리비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태고의 지팡이를 굳세게 붙잡았다.

       

       동시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고작 이런 광경을 보려고 그렇게 오랜 세월을 고통받았는가?

         

       폐부 깊은 곳에서, 원인 모를 감정이 치솟아 오른다.

         

       “부디, 죽지 마라.”

         

       츠츠츠츠츳!

       

       얼어붙는 소리가 울린다. 올리비아의 입에서 차디찬 숨결이 새어나온다.

         

       카르시안은 긴장한 얼굴로 올리비아를 보았다. 분명, 무언가 일어나고 있는데 그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무도, 땅도, 공기도, 그 무엇도 얼어붙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들려오는 굉음에 가까운 소리.

       

       그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올리비아가 가볍게 미소지었다.

         

       쩌저저저저저저적!

       

       섬뜩한 소리가 퍼져나가며 아득한 굉음이 세계를 잠식한다. 올리비아가 얼린 것은 세계의 존재하는 어떤 물질이 아니었다.

         

       공간이라는 추상적인 개념 자체였다.

         

       세계가 수십 조각으로 깨어지고.

         

       동시에 백색으로 물들었다.

         

       파편처럼 부숴진 공간들이 무수한 암기로 변해 악마 사냥꾼을 노린다.

         

       쐐애애액!

         

       악마 사냥꾼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든다.

         

       ‘이건 대체……?!’

         

       쏘아지는 것도 아니오, 날아드는 것도 아니다. 공격에는 아무런 전조도 없다. 발을 딛고 있는 공간이 칼로 변하고, 손가락에 닿은 공기가 날로 변한다.

         

       피할 수 없다.

         

       아니, 이건 애초에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간을 어떻게 피한단 말인가.

         

       “크윽……!”

         

       악마 사냥꾼이 다급히 마력을 끌어올린다. 그녀가 사용할 수 있는 화살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쏘는 순간 백 갈래로 나뉘는 화살, 육체에 해를 입히지 않고 오직 영혼만 꿰뚫는 화살, 공간 사이로 숨어들어가 적에 닿는 순간 모습을 드러내는 화살…….

         

       하지만 시간이 없다. 시위를 매기고, 당기는 데까지 찰나면 충분하건만, 그 찰나의 시간이 없었다.

         

       푸슈슉!

         

       섬뜩한 피륙음.

         

       “큭!”

       

       하지만 신음성을 토한 것은 혁명가였다. 그는 몸으로 악마 사냥꾼에게 향하는 공격을 대신 받아냈다.

        혁명가가 외친다.

         

       “쏴!”

       

       악마 사냥꾼의 양 손에 항마의 기운이 깃든다. 그리고는 그대로 쏘아냈다.

         

       푹!

         

       올리비아의 어깨에 화살이 박힌다. 막지 못한 것이 아니다. 막지 않은 것이다.

         

       악마 사냥꾼의 얼굴이 굳었다.

         

       ‘……왜?’

       

       그녀에게 의문을 해소할 시간 따윈 주어지지 않았다.

         

       어느새인가, 어깨에서 아득한 통증이 느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프잖아.”

       

       콰직!

         

       악마 사냥꾼이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다음 순간, 올리비아의 눈 앞에 익숙한 알림창이 떠오른다.

         

       [단서 #8의 주인은, ‘드루이드’입니다.]

         

       “다음.”

       

       올리비아는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왼쪽 어깨에서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맞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순간 피해서는 안된다고 느꼈고, 순간적으로 솟아오르는 그 감정에 저항할 수 없었다.

         

       맞고 그대로 갚아준다니.

         

       몸이 이상하다. 아니, 이 경우에는 정신인가?

         

       모르겠다. 더 이상 그곳에 심력을 쏟을 수는 없었다. 이 정도 고통은 고통 축에도 끼지 못한다.

         

       순간 나타난 에리야스가 아가리를 크게 벌려 달려든다. 이빨에 씹히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즉사.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올리비아의 시선은 지면에 서있는 드루이드를 향해 있었다.

         

       [그대로 씹어 삼켜주마!]

         

       에리야스가 비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리 보호막을 둘렀다고는 하지만, 드래곤의 치악력은 아무리 올리비아라고 해도 막을 수 있는게 아니다.

         

       일대가 올리비아의 마력으로 잠식된다고 한들, 입 안은 엄연히 에리야스의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까드드득!

       

       하지만 보호막은 찢기지 않았다. 보호막을 깨부수기 전, 에리야스의 아래턱이 먼저 꿰뚫렸다.

         

       휘몰아치는 뇌전이 에리야스에게 작렬한다.

         

       꿰뚫린 턱, 거대한 상처 구멍 너머, 드루이드의 경악한 얼굴이 보인다. 재생력 탓에 상처의 지름이 실시간으로 줄어들고 있었지만, 올리비아에게 문제 될 거리는 아니었다.

         

       고오오오……!

         

       에리야스의 폐부가 부푼다. 올리비아는 에리야스의 기도 너머에, 아득한 화기가 모여드는 것을 보았다.

         

       “그대로 얼려주마.”

       

       쩌어엉!

       

       에리야스의 심장이 얼어붙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에리야스의 폐는 여전히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크흐……그럴 것을……예상했지. 뒈져라……!]

         

       어느새인가, 화염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이건 못……!’

         

       쿠와아아아아앙!

       

       올리비아가 그대로 튕겨나갔다. 다급히 만들어낸 보호막은 초근접거리에서 쏘아진 브레스를 막아내지 못했고, 그 덕에 한쪽 팔이 쓰지 못할 정도로 망가졌다.

         

       “…….”

         

       올리비아는 핏물을 삼켰다. 오른팔엔 관통상, 왼팔에는 화상. 쓰러뜨린 것은 악마사냥꾼 하나. 남은 것은 다섯.

         

       올리비아는 중상을 입은 에리야스를 치료하려 드는 드루이드를 향해 지팡이를 겨눴다.

         

       거대한 창이 나타나 드루이드의 몸을 그대로 꿰뚫었다.

         

       비틀거리던 드루이드가 고통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다.

         

       [단서 #9의 주인은, ‘화이트 드래곤 로드’입니다.]

         

       “……죽지도 않았으면서 엄살은.”

         

       올리비아는 힘겹게 고개를 치켜든다.

         

       남은 것은 넷.

         

       [초월 마법, ‘태고의 지팡이’가 해제됩니다.]

         

       아, 이런.

         

       빌어먹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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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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