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122

       예로부터 신령은 성스러운 존재라고 여겨졌다.

       

       하나의 산을 여러 재앙으로부터 지켜내는 그들은 과거 한 국가의 신으로 여겨졌으며 그 위용이 낮아진 지금에 와서도 여러 작은 마을에선 신처럼 모셔진다.

       

       그런 분께서 어찌 천마신공을 다루는 사악의 편을 든다는 말인가.

       

       천마신공은 마공이고 그를 다루는 자는 악이다. 무림에 피바람을 불러일으킨 악당이다.

       

       아아. 그래. 신령께서 무언가 삿된 수작에 당한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양한문의 손가락이 계속해서 자신의 손등을 두드린다.

       

       “아이야.”

       

       신령 특유의 기운이 담긴 목소리를 들은 순간 양한문의 머리에 가득 차 있던 여러 생각들이 허물어졌다.

       

       어릴 적 어머니의 자장가를 들었을 때처럼 편안한 느낌이었다.

       

       “생각이 많아 보이는구나. 진정하거라.”

       

       신령은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일전의 긴장감 없는 모습과는 다른 위엄이 느껴지는 모습에 양한문이 숨을 들이켰다.

       

       “말이나 해보아라.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

       “당신처럼 신성한 존재가 마교도와 함께 다닐 리 없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기에 당신이 삿된 수단에 당한 게 아닐까 여겼습니다.”

       

       양한문이 순순히 답을 하자 신령이 웃음을 터트렸다.

       

       “실로 제멋대로인 생각이구나. 본인은 본인이 바라야 민가와의 동행을 택한 것이다.”

       “어째서.”

       “민가가 악이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신령은 그리 말을 하고는 고개를 들어 양한문의 눈을 바라보았다. 피로에 찌들어 버린 그 눈을 자신의 붉은 눈으로 마주했다.

       

       “아이야. 혹여 길에서 피 묻은 칼을 들고 있는 자를 보면 살인자라 소리칠 것이냐?”

       “아닙니다.”

       

       놀랄 수야 있겠지만 살인자라 여기진 않겠지. 무슨 사정이 있나 면밀히 파악을 하고 그 자가 어쩌다 피 묻은 칼을 들게 되었는지를 알아보려 할 것이다.

       

       양한문은 신령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를 깨달았다. 천마신공은 피묻은 칼이요. 저 여류무인은 그 칼을 든 사람이다.

       

       허나 칼을 들었다하여 살인자라 할 수 없듯 천마신공을 다룬다 하여 저 여류무인을 악이라 규정할 수는 없단 소리였다.

       

       “그럼 어찌하야 민가를 악이라 단정 지으려 드느냐?”

       “…”

       “천마신공의 악명에 관해 본인도 모르지는 않는다. 천마가 강림하여 무림에 남긴 상처는 결코 가볍지 아니하니.

       허나 죄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에게 있는 것 아니더냐. 같은 도구를 쓴다 하여 그 자를 죄인으로 몰아서는 안 되는 법이다.”

       

       반박할 수 있는 말은 많았다.

       

       당신은 인간이 아니기에 우리의 사정에 공감할 수 없다 말할 수도 있었다.

       

       천마가 학살을 벌이는 광경을 보지 않았기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다고 따질 수도 있었다.

       

       애초부터 마교는 배척받던 사이비들이라 소리칠 수도 있었다.

       

       신령의 의견에 걸고넘어질 구석은 차고 넘쳤다.

       

       그럼에도 양한문이 가만 그녀가 하는 말을 듣고 있는 이유는 저 말을 꺼낸 것이 신령이기 때문이었다.

       

       어릴 적, 멋모르고 홀로 산을 올랐다 조난을 당해 울고 있었을 때 자신을 구해 준 사람이 눈앞의 신령이기 때문에.

       

       철없는 어린아이였던 자신이 하던 투정과 짜증을 모두 웃으며 받아주었던 그녀이기에.

       

       오랜 기간 화음 근처의 돌산이 태평할 수 있도록 해준 고마우신 분이기에.

       

       신령께서 이리 말을 하시는 걸 무작정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양한문은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자신의 손등을 두드리던 손가락을 멈췄다.

       

       “민트초코파인애플피자. 하나 물어도 되겠나?”

       “무엇이지?”

       “그대는 천마신교에 속해 있나?”

       “아니. 지금도 앞으로도 천마신교에 발을 들일 생각은 없다.”

       “그렇군.”

       

       혹여 저 자가 본래부터 무림에 머물렀던 자라면 양한문은 신령의 변호에도 불구하고 이 자를 악이라 규정했을 것이다.

       

       천마신교의 악명에 대해 익히 알고, 천마가 저질렀던 모든 일을 알면서도 천마신공을 익혔다는 소리일 테니까.

       

       허나 이 자는 외부인이었다. 천마신교가 어떤 취급을 받는지. 천마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도 명확히 모르는 자였다.

       

       “그거면 됐다.”

       

       그러니 명백한 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은 한 번 유예를 가질 수 있다.

       

       “관군. 무기를 거둬라.”

       “허나 군수님!”

       “괜찮다. 무기를 거두고 여기서 대기하도록.”

       

       저 여류무인이 제정신이라면 신령께서 이리 말씀을 하는데 난리를 치진 않겠지.

       

       관군은 떨떠름해 하면서도 무기를 거두었다.

       

       한껏 무겁던 분위기가 어느 정도 풀린 후 양한문이 신령에게 다가갔다.

       

       “안에 들어가서 좀 더 이야기를 나누어도 괜찮겠습니까? 돈은 제가 내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이미 한 아해가 사주기로 했으니까.”

       “그거 참 고마운 사람이군요.”

       

       *

       

       바루가 화음군수와 이야기를 나누며 안으로 들어가는 걸 지켜보던 나는 목 뒤를 주물렀다.

       

       이 일이 이리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일이었나?

       

       나는 내가 저질렀던 일을 알기에 무림의 사람들이 천마신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적의가 얼마나 깊은지를 알고 있다. 나의 업이니 모를 수가 없지.

       

       본인이 무림을 한 번 뒤엎었을 무렵에는 천마신교와 관련된 무공을 사용하기만 해도 사람들의 적의를 사던 시절이 있었다.

       

       그 전날까지만 해도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이 천마신공을 보자마자 적의를 표하거나 겁에 질려 제발 살려 달라 외치던 때가 있었다.

       

       화음군수는 직접 피해를 겪은 이다. 천마신교에 대한 적의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부족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바루가 무슨 소리를 하건 간에 적의를 거두리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았거늘.

       

       지금의 내가 외부인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바루가 화음군수에게 끼친 은혜가 무척이나 컸기 때문일까?

       

       모르겠군. 본인은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으니 말이야. 떨떠름하다고 해야 할지 뭐라 해야 할지.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기가 어렵구나.

       

       “아해들아. 군수가 저리 쉽게 물러난 이유를 아는 이가 있느냐?”

       

       – 몰?루

       – 바루랑 뭔 일 있었나?

       – 화령님이 외부인이라 그럴 수도 있음.

       

       “외부인이라 그렇다니?”

       

       방송을 보는 아해들이 말을 하길 대개의 유저들은 지극히 효율을 중시하는 이들이라 했다.

       

       더 빠르게,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면 정파의 무공도, 사파의 무공도, 신교의 무공도 가리지 않는다고.

       

       처음엔 유저들의 이런 모습에 화룡무인 속 무인들이 당혹스러워 했으나 몇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외부인은 저런 족속이다라고 받아들인 모양이다.

       

       무슨 무공을 쓰던 간에 정파도 될 수 있고 사파도 될 수 있으며 아무 곳에도 소속되지 않은 낭인이 될 수도 있는 이들이라 이해하게 된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나니 군수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천마신공을 다루더라도 신교와 상관이 없다면 넘어가 줄 수 있단 것인가.

       

       – 이게 정파나 사파나 멀쩡할 때면 자존심을 세울 텐데 천마가 깽판을 친 바람에 자존심을 지킬 수가 없게 됨.

       

       

       

       멸망하던가, 아니면 자유분방한 유저들을 이해해주던가. 둘 중 하나의 선택지에서 후자를 골랐다는 것인가.

       

       기묘한 기분을 느끼면서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안의 풍경을 보고서 굳어버린 군수가 보였다.

       

       아. 참. 안에 다른 낭인들이 쓰러져 있는 상태였지.

       

       방금 전까지 내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다가 난장판이 된 객잔 안을 보면 당혹스럽긴 하겠지.

       

       정작 이에 대해 설명해줘야 할 바루는 탁자 위에 올려진 음식에 눈이 팔려 널부러진 낭인들을 넘어서 안으로 향했다.

       

       덕분에 군수에게 이 상황을 설명하는 것은 나의 몫이 되어 버렸다.

       

       “저들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 그래서 쓰러트려주었을 뿐이다.”

       “이들이 모두 다?”

       “낭인 하나를 쓰러트렸더니 다 같이 달려들더군, 객잔의 규율이라 하던가.”

       “아아. 그런 것도 있었지.”

       

       다행히 군수는 객잔의 규율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어느 정도 납득을 한 것처럼 보여서 설득을 위해 뒤에다가 말을 더했다.

       

       “보게. 아무데도 부수지 않은데다 목숨도 붙여두지 않았나. 이 정도면 무인끼리 시비가 벌어진 것 치고는 온건하지.”

       “그건… 그렇군.”

       

       이해를 해 주어서 다행이야. 하마터면 바루가 열심히 변호해 준 것을 날려먹을 뻔 했어.

       

       널부러진 남자들을 건드리지 않게 조심하는 군수를 따라 탁자로 돌아오니 위에 올려진 음식들이 더 많아졌음을 알 수 있었다.

       

       나무판에 적혀 있던 걸 모두 주문한 결과가 이것인가. 손님이 늘어서 다행이군. 음식의 양이 많아 다 먹지 못할 뻔 했으니 말이야.

       

       화음군수는 바루와 이야기를 하는 데 집중을 하고 있는 듯하니 나도 음식이 더 식기 전에 한 입을 해볼까.

       

       자아. 그럼 이번에는 못 먹어 보았던 백육을 한 점.

       

       “여보게!”

       

       젓가락을 들려고 한 순간 문이 벌컥하고 열리더니 안에 두 사람이 들어왔다.

       

       하나는 하얀 수염을 길게 늘어트린 초로의 노인이었고 다른 하나는 말끔한 인상의 미남자였다.

       

       내 보기에 둘 다 무인임은 분명해 보였으나 그 수준은 달랐다.

       

       노인은 화경의 경지에 이른 후에 완숙하여 무림에서 충분히 고수라 불릴 만한 경지에 이르렀으나 미남자는 쓰잘데기 없이 내공만 많을 뿐 경지는 모자라 보였다.

       

       노인 쪽은 NPC인 듯 하고 미남자 측은 유저인 것일까.

       

       “민트…뭐였지?”

       “민트초코파인애플피자입니다. 영감님.”

       “오새 외부인들은 왜 그리 이름을 어렵게 짓는다냐. 너처럼 무림최강이라고 딱 알아보기 좋게 이름을 지으면 좋을 텐데.”

       “영감님. 투정은 나중에 하시고 일단 지금 기다리는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아. 그랬었지.”

       

       저 두 사람은 뭘 하는 인간들이지?

       

       말을 하는 것이나 분위기나 적대를 하러 온 것 같지는 않다마는.

       

       나나 바루는 저들을 몰랐기에 의아함을 느꼈지만 군수는 달랐다.

       

       그는 벌떡 일어나서는 노인을 향해 목례를 건넸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백일 옹.”

       “오. 한문이 아닌가. 자네도 이 곳에 천마신공을 사용하는 외부인을 만나러 온 겐가?”

       “그렇습니다.”

       

       벡일? 백일이라.

       

       분명 들어보았던 것 같은데.

       

       아아. 기억났다.

       

       개방의 장로 중 하나이자 무림맹을 대표하는 무인 중 하나였던가?

       

       한 때 나와 맞붙었지만 생을 버려가며 싸우는 대신 목숨을 부지한 겁쟁이.

       

       허나 그게 평생의 한이 된 듯 물밑에서 나를 막아내기 위해 온갖 발악을 하던 귀찮은 녀석이었다.

       

       오죽하면 내 한 때 저 놈을 쫓아가 죽여 버릴 걸 그랬단 후회를 했을까.

       

       “옆에 계신 분이 그 민트…”

       “영감님. 민트초코파인애플피자라니까요.”

       “그래. 알겠다 이 놈아. 크흠. 민트 공 맞으신가?”

       

       저 놈이 왜 나를 찾아왔을까.

       

       나를 미워하는 것으로 따지자면 저 놈만한 녀석이 없었는데.

       

       천마신공을 다루는 나에게 무언가를 보복을 하러 온 것일까?

       

       아니겠지. 그럼 저 놈이 나를 직접 찾아왔을 리가 없다. 다른 실력있는 무인들을 보내 먼저 간을 봤겠지. 음흉한 녀석이니까.

       

       그럼 왜지? 저 놈이 왜 직접 나를.

       

       “너무 경계하지 않아도 괜찮소. 나는 천마신공을 다룬다 하여 무조건 적대할 정도로 험악한 인간이 아니거든.”

       

       백일이 꺼낸 말에 화음군수가 헛기침을 했다. 본의는 아니더라도 자신이 대상이 된 발언이니 그런 거겠지.

       

       “내가 이 곳에 온 이유는 정파를 대표해 감사인사를 전하러 온 것입니다.

       우리는 화산에서 일어난 일을 전혀 짐작하지 못했고, 우리가 사는 것에 바빠 알아보려도 하지 않았지요.

       그 결과 화산이라는 문파 전체가 혈교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일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민트 공이 아니었더라면 천마가 지나간 자리에 또 다시 커다란 재앙이 일어날 뻔 했습니다.

       때문에 그를 막아 준 민트 공에게 정파를 대표하여 감사를 전하려 합니다.”

       

       백일은 포권을 취하며 깊게 고개를 숙였다.

       

       허어. 설마 본인이 정파의 사람에게 감사를 듣는 날이 올 줄이야. 살다보니 정말 별 일이 다 있군.

       

       뭐어, 그건 그거고 단순히 감사인사를 전하러 왔다면 저 놈이 직접 오지 않았겠지. 그럴 지위에 있는 녀석이 아니니까.

       

       “그래서 본론이 뭐지?”

       “그저 감사를.”

       “빙빙 돌려 말하지 말게. 음식이 식잖나.”

       

       내가 가식없이 직설적으로 말하자 백일이 호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이런 부분은 확실히 외부인이 좋다니까.

       좋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정파로 올 생각이 없나?”

       

       …뭐?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천마신공을 다루는 자를 정파로 끌어들이겠다고?

       

       아무리 실리를 추구하는 사람이라지만 이게…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대체 화룡무인의 무림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지브릴님! 3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매번 재밌게 보고 있으시다니 정말 기쁩니다! 항상 봐주시는 것만 해도 감사한데 이런 선물까지 주시다니!
    천사의 이름을 닉네임으로 하신 분인지라 마음도 포근하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더 좋은 작품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