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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2

       -시작은 가벼운 탐색전을 하듯이 날리는 잽이었다.

         

       그저 가벼운 주먹질.

       허나 그로 인해 만들어진 결과는.

         

       쾅!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이게 과연 가벼운 잽이 맞는 걸까?

         

       콰앙! 쾅! 콰아앙-!

         

       포탄을 연상케 하는 위력.

       한데 이런 위력적인 일격들이 부딪치고 서로의 가드를 때릴 때마다 연신 미친 듯한 파공성이 울린다.

         

       퍼엉!

         

       허나 포탄의 힘이 서린 일격들이 상대를 맞추더라도 그들에겐 조금의 데미지도 없어 보였다.

         

       분명 둘 모두 맨몸이거늘….

       서로의 주먹이 닿을 때마다 타이어와 같이 탄력적인 무언가를 때리는 소리만이 울릴 뿐이었다.

         

       후욱-!

         

       가벼운 탐색전은 이제 질린 것인가, 먼저 공세에 나선 건 막시무스였다.

         

       쿠우웅!

         

       단순히 동작과 움직임이 변한 것만으로도 위압적인 권압이 뿜어진다.

       누군가는 저 주먹에 스치는 것만으로 목숨을 내놔야 할 터.

       상식적으로 피하거나 도망가야 하는 것이 이치겠지만.

         

       콰드득.

         

       안타깝게도 그는 조금도 피할 마음이 없었다.

       이한. 그는 가공할 만한 권압을 그대로 받아내며 똑같이 일장을 뻗었고, 권압을 그대로 받아내며 진각을 밟았다.

         

       땅이 움푹 파이며 몸 전체를 꼿꼿하게 고정한 그였고, 그는 그렇게.

         

       콰아아앙!

         

       노 가드 상태로 주먹을 받아냈다.

         

       “?!”

         

       막시무스는 놀랐다.

       그의 일격을 피하거나 막지도 않은 이를 살면서 처음 본 까닭도 있을 테지만.

         

       쿠웅!

         

       “…아프군.”

         

       정통으로 맞는 동시에 막시무스의 옆구리를 정확히 강타한 그의 주먹.

         

       무겁다.

       거대한 해머가 그대로 옆구리를 가격한 것만 같다.

       일반인이 맞았다면 그대로 내장 전체가 파열했으리라.

         

       “하나도 안 아파 보이는데?”

       “하하, 진심으로 아프다네. 이거 부끄럽구먼. 자네는 내 일격을 버텨냈는데, 난 이렇게 엄살이나 피우고 있으니, 원.”

       “…버텨내긴.”

         

       이한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금강으로 버텨내긴 했으나, 맞은 부위가 저릿저릿하다.

       황소의 돌진을 가슴 정중앙으로 받아들인다면 이러한 느낌일까?

         

       ‘묵직하네.’

         

       칼이든 창이든, 혹은 활조차 가뿐히 막아내는 금강으로조차 해소하지 못하는 충격량.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한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 인간은 기술도 안 쓰고 버텨내네.’

         

       자신은 방어기술을 펼쳐 견뎌낸 것에 반해, 막시무스는 그저 순수 몸뚱이 하나로 일격을 견뎌낸 것이다.

       자신은 가벼운 잽 수준이 아니라 녹다운을 시킬 생각으로 날린 일격인데, 이 인간은 엄살을 부리듯 조금 아파할 뿐 여전히 굳건하다.

         

       말 그대로 미친 몸뚱이가 아닐 수 없다.

         

       인자강이란 건 이런 인간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었다.

         

       ‘전생에 누가 그랬던가? 세계 챔피언의 주먹도 곰 같은 맹수들에겐 마사지에 불과하다고.’

         

       불현듯 생각나는 예시.

       그리고 이한은 자신의 예시가 적절하다 싶었다.

       사자나 곰에게 있어 인간의 주먹이나 발길질이 고양이나 강아지의 몸부림처럼 느껴지듯 이놈에게 통상적인 공격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전력.

         

       그가 내지를 수 있는 전심전력의 일격이 유일하게 저자를 녹다운 시킬 수 있으리라.

         

       가벼운 잽 수준이 아니라.

         

       ‘강한 한 방이 중요하네….’

         

       그렇다면.

         

       이건 어떻게 반응할까.

         

         

       이한이 재차 일장을 뻗었다.

         

         

         

         

         

       ‘재밌다! 미치도록 재밌어!!’

         

       막시무스는 거대한 흥분과 전율을 느꼈다.

       일격이 주는 무게감도 무게감이지만, 자신이 내지른 일귄을 아무렇지 않게 견뎌 내다니!

         

       ‘일순 판금 갑옷을 때리는 느낌이었다.’

         

       아니, 어쩌면 더 단단했던 것 같다.

       때린 손이 더 아프다면 믿겠는가?

       신기한 수단이 아닐 수 없다.

         

       뭔지 모르겠으나 상대는 신묘한 기예를 익힌 것이 분명하다.

       몸을 순식간에 판금갑옷처럼 단단하게 하는 기예를 말이다.

       들은 소문에 의하면 검으로 꽃을 피워 낸다고도 했던가?

         

       즉, 신묘한 기예는 이제부터 시작이란 뜻이었다.

         

       ‘흐흐흐!’

         

       막시무스는 기대가 되어 흥분과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상대의 강함을 확인했고, 그 신묘함은 생소하면서도 신비롭다.

       그야말로 난적!

         

       허나 그렇기에.

         

       ‘더욱 값어치가 있다.’

         

       결투란 자고로 이런 것이다.

       시련과 같은, 승리조차 불확실한 상대와의 격렬한 부딪침.

       이를 통해 살아있음을 느낀다.

         

       ‘보여다오, 넌 뭘 더 숨기고 있는지!’

         

       쿵.

         

       막시무스는 다시금 앞으로 나아갔다.

       자신의 전력을 받아줄, 아니 어쩌면 패배를 선물해줄지도 모르는 그를 향하여.

       그리고 역시나.

         

       후욱!

         

       펑!

         

       “??”

         

       그는 기대에 보답하듯, 아니 기대 이상을 보여주듯 더욱 신묘한 수단을 그에게 선사했다.

         

       ……막시무스의 머리가 돌아갔다.

         

       상대의 주먹이 그에게 닿지도 않았는데.

         

       “[격산타우]라고 한다.”

       “!!”

       “아마 정신없을 거다.”

         

       친절한 예고와 함께 상대는 방금 전과 똑같이 가벼운 원투 동작으로 주먹을 날렸고, 그 또한 똑같이 막아내면 그만일 테지만….

         

       퍼어엉!

         

       막시무스는 이번에도 막아내지 못하며 그대로 일격을 허용해야만 했다.

         

       보이지 않는 일격.

       귀신의 손길이 아닐까 싶은 어지러움과 당혹스러움!

         

       감각을 어지럽히는 상대의 권격과 귀수(鬼手)가 그를 사정없이 농락한다.

         

       막시무스는 귀신에게 홀린 감각을 느끼며 자신의 감각에 혼선이 생겼음을 인정했다.

         

       ‘권압을 날리는 건가? 그것도 방향에 상관없이?’

         

       전후좌우를 상관하지 않고 날아온다.

         

       심지어는.

         

       캉!

         

       “…신기하군. 그런 건 대체 어떻게 하는 거지?”

         

       아래와 위마저 날아온다.

       그야말로 전방향에서 날아오는 물리법칙을 거뜬히 뛰어넘은 술수.

         

       막시무스는 경악스러울 따름이었다.

         

       “나중에 가르쳐주지.”

       “하하, 치사하긴.”

         

       퍼엉!

         

       막시무스의 몸이 날아갔다.

         

       * * *

         

       격산타우.

       어떻게 보면 백보신권의 원형이 되는 기술이다.

       백보신권이 그저 일직선으로 힘을 뻗는 요령이라면 격산타우는 힘의 미세한 컨트롤이 지극히 중요한 바.

         

       후욱, 하고 이한의 권경(拳勁)이 주변의 장애물에 반사되며 상대가 미처 반응하거나 보지 못하는 사각을 노린다.

         

       원래 같으면 이런 기술을 펼치기 위해선 수학적 계산 능력이 필요하다.

       권경의 각도와 방향을 실시간을 가늠해야 했기에.

       자칫 잘못 휘두르면 나 자신이나 아군을 공격할 수도 있는 노릇.

         

       하지만.

         

       퍼억!

         

       “백발백중이 따로 없군.”

       “당신은 좀 아파해라.”

         

       이한의 감각이.

       초직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감각은 그 모든 계산을 감으로 해결해 준다.

       신비 수준의 감각 기예.

       거기다 기술의 정교함과 적절한 힘 배분을 통하여 이한은 그야말로 알고도 막지 못하는 일격을 날렸다.

         

       후욱! 하고 뻗는 일권과 함께 뻗어나가는 격신타우의 한 수.

         

       마치 공기가 압축된 탄환이 터지는 격이었고, 이러한 일격이 쉼 없이 상대를 두들긴다.

       팔이 두 개가 아니라 여덟 개로 늘어난 것 같은 착각을 주는 권경.

       그리고 리치를 무시하는 격산타우의 한 수까지.

         

       웬만한 대형 마물조차 진작 다져진 햄버거 패티처럼 되도 이상할 게 없다.

         

       한데도.

         

       콰득!

         

       “오호, 그렇군. 이런 식으로 막으면 되는 건가?”

       “…….”

         

       상대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제는 반응마저 한다.

       격산타우를 꺼낸 지 겨우 3분도 채 되지 않았거늘, 벌써 반격마저 하려고 한다.

         

       물론.

         

       퍼어억!

         

       “아, 착각이었군.”

         

       아직까지 모두 막아낼 수는 없었지만.

         

       허나 이한은 자신이 우위인 상황임에도 헛웃음이 나왔다.

         

       상대의 초인적인 반응 속도는 그렇지만….

         

       ‘몸 한번 더럽게 튼튼하네, 이 인간!’

         

       불합리할 정도로 단단한 몸을 겪고 있자니 헛웃음이 다 나왔기에.

         

       뭐 이따위로 단단하단 말인가?

         

       ‘때리는 내 손이 다 아픈 게 말이냐-?’

         

       자신 또한 몸이 탄탄하다 자부하지만, 이 녀석은 격이 다르다.

       자신의 경우 끝없는 단련도 단련이지만, 성격 나쁜 오러 유저에게 두들겨 맞으며 맷집을 늘리고, 더는 두들겨 맞지 않기 위해 금강이란 산물을 만들어낸 것이라면, 이자는 그저 선천적으로 몸이 강했다.

         

       살갗과 근육, 뼈.

       그밖에 몸을 이루는 모든 것이 질기기 그지없다.

         

       이한의 몸이 마치 쇠사슬을 한데 뭉쳐 만든 듯한 비상식적인 형태의 근육을 갑옷처럼 두르고 있다면, 막시무스의 몸은 금강석이다.

       태어날 적부터 다이아 원석이었던 놈이 세공을 통해 더욱 이상적인 형태를 가지게 된 것일 테지.

         

       그렇기에 쉽지 않다.

         

       그저 자잘한 공격 정도로는 절대 그냥 뚫을 수 없으리라.

         

       그렇다면.

         

       ‘큰 거면 되겠지!!’

         

       콰앙, 하고 이한의 몸속 내부에서 작은 폭발이 발생했다.

       경을 중첩하여 힘을 실시간으로 끌어 모으는 것이었다.

         

       – 중첩경.

         

       원래는 실시간으로 전투 중인 상황에서 써선 안 될 기술이다.

       이 기술에 들어가는 막대한 집중력 때문에 자칫 그가 당할 우려가 있으니까.

       허나 이한은 썼다.

         

       그가 무식한 승부사라 그런 게 아니라….

         

       ‘저 인간은 안 피한다.’

         

       우습게도 이 순간 이한은 상대를 믿었다.

       저 무지막지한 인간은 절대 자신의 기술을 방해하지 않으리란 확신.

         

       왜일까?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인간을 자신은 왜 신뢰할까?

         

       그리고 이에 대한 답을 북부인들은 안다.

         

       한 번이라도 그와 결투를 벌인 경쟁자들은 이한의 심정에 공감하며 이렇게 말할 테지.

         

       – 그게 막시무스니까.

         

       라고.

         

       고오오!

         

       “하하! 기세가 사뭇 위협적이군!”

         

       아니나 다를까.

       심상치 않은 기세 속에서도 막시무스는 호탕하였다.

       지금 이 순간이 그 어느 때보다 즐겁다며.

       생경한 기술에 대한 흥분감이 가슴을 자극하여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그런 그를 보며.

         

       ‘…특이한 인간이네 진짜.’

         

       이한은 중첩경을 담은 백보신권을 날렸다.

         

       화아아악!

         

       백보신권과 중첩경의 조화.

       이는 단순히 더한다는 개념이 아니었다.

       원래도 직선적으로 주먹을 뻗는 백보신권의 권경은 위력적인데, 여기서 추가적으로 중첩경이란 폭탄을 같이 날리는 거다.

         

       무게와 강한 폭발력 등이 겹쳐진 순간 이를 제대로 맞았다간 아무리 몸이 튼튼할지언정 막아낼 수 없다.

         

       상대가 결국 피륙으로 이루어진 영장류인 이상.

         

       이한은 드디어 저 당당한 얼굴이 구겨지는 것을 기대했다.

         

       한데.

         

       “…아, 그렇군. 이제야 이해가 갔어. 이렇게 하는 거군.”

         

       후우욱!

         

       일순 이한은 제 머리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닐까 의심했다.

         

       ……저 새끼가?

         

       거울에 비치는 듯한, 아니…. 자신과 똑같은 자세를 취하는 막시무스는 경악스럽게도─.

         

         

       화아악!!

         

         

       [백보신권]을 펼쳤다.

         

       콰르릉.

         

       그와 비슷한….

       아니, 더욱 사나운 벼락과 같은 기운을 담아서.

         

       ‘시부럴, 저 새끼 역시 바보인 척 사람 기만하는 놈이었어….’

         

       격돌하는 두 기운을 보며 내뱉은 이한의 감상이었다.

         

       * * *

         

       구구구궁-!

         

       콰지지직….

         

       땅굴이, 백년의 역사를 가진 지저세계가 무너진다.

         

       스크롤의 폭발.

       마더 웜의 몸부림.

       이런 대사건이 하루에 연달아 일어난 것만 해도 문제인데, 더 나아가 Lv.8의….

         

       어느 소년이 이르길 시대를 대표하는 괴력난신의 영웅들이 충돌한 것이다.

         

       이것만으로 거대한 충격을 입은 지저세계가 무너지는 건 당연한 노릇이었다.

         

       부딪칠 때마다 포탄이 터지는데 도리어 버틴다면 땅굴이 대단한 것일 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땅굴은 연약했다.

         

       아마….

         

       “교관님, 못해도 30분 안에 무너질 것 같거든요. 그래서 말인데, 저 먼저 도망갈게요.”

       “…오냐. 험한 꼴 보느라 고생 많았다.”

       “……예의상 아니라고 말하고 싶긴 한데, …차마 그럴 수가 없네요.”

         

       태창이의 상태는 엉망진창이었다.

         

       두 괴력난신이 싸우는 한복판에 있었으니, 꼴이 멀쩡하면 그게 더 신기한 일이리라.

         

       다른 이들이 이런 험한 경험을 했다면 대번 욕을 내뱉고 단칼에 연을 끊었을 테지만, 태창이는 요즘 애들답지 않게 착하고 성실한 대인배였다.

         

       파스슥….

         

       태창이는 피해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개의치 않은 표정을 지은 채 벽면에 처박힌 그를 향해 물었다.

         

       “교관님, 그냥 혹시나 싶어서 물어보는 건데 같이 안 나가실래요? 아무리 봐도 지금 헛짓 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그래도 요즘 애들답게 말투가 따갑긴 하네.

         

       허나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다.

         

       “…나도 안다.”

         

       이게 지금 다 헛짓거리인 거.

         

       사실 두 기사는 더는 싸울 이유가 없다.

         

       그들의 목적은 이유가 뭐건 간에 땅굴에 있는 불온한 무리….

         

       즉, 광신도 무리를 잡아내고 그들에게서 정보를 뽑아내는 거였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조금 마지막이 허무하긴 했지만, 광신도 조직의 존재를 증명하는 놈들을 찾아냈고, 더 나아가 땅굴에서 키워지던 초대형 마더 웜도 죽이는 데 성공했다.

         

       …덤이지만 전 직장 동료 겸 광신도 조직 고위 간부로 보이는 이를 사로잡기도 했고.

         

       이제 서로의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을 가지거나, 그도 아니면 각자의 윗선에게 말하여 이 상황을 종료하는 게 이로운 과정이었다.

         

       쿠르르릉!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지저 공간에선 더더욱.

       땅굴에 파묻혀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빠져나가는 게 합리적이며 현명한 일이다.

       그리고 두 기사는 그 정도도 모르는 바보이거나 어리석은 이들도 아니었다.

       오히려 남들보다 영민하였지.

         

       다만.

         

       “나 말이야, ‘옛날에’ 버킷 리스트가 하나 있었거든.”

       “버킷 리스트?”

         

       뜬금없는 커밍아웃에 그는 눈을 끔뻑였다.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으나, 그는 이어지는 이한의 바보 같은 얘기를 들어주었다.

       

       “다른 건 아니고, ‘친구랑 주먹다짐하고 바보처럼 웃기’였을 거야, 아마.”

       “…?”

       “내가 학창시절에 친구가 없었거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생각해 보면 걔들도 친구는 아니었어. 그냥 안면이 있는 사이에 불과했지.”

       “…….”

       “그런 게 부러웠어. 사소한 일로 다퉈보고, 같이 바보짓도 해보고, 그러다 그냥 시원하게 주먹다짐도 해보고 싶었지. 물론 싸우다 기분이 상할 수도 있겠지, 근데 그래도 해보고 싶었어. 약간 우리 시절 낭만 같은 거였거든. 싸우고 친구가 되는 거.”

       “…야인시대 재밌죠.”

       “그래, 그거. …근데 너 몇 살인데 그걸 아냐?”

         

       콰직!

         

       이한은 어쩌면 이 녀석이 사실은 상당히 연배가 있는 놈이 아닐까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다.

         

       몸을 일으키자 다시금 벽면이 무너졌으며, 몸을 일으키자 볼에서 통증이 올라왔다.

         

       아무래도 좀 세게 맞은 모양.

         

       “아프네….”

       “…버킷 리스트 이루셨네요.”

       “아니지, 저 양반이 내 친구는 아니잖아? 그래도….”

         

       콰득!

         

       “하하! 멀리까지도 날아갔군. 이거야, 원. 내가 허릿심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꼴사납게 됐군, 크하하!”

         

       이한은 저 멀리서 자신처럼 벽면을 부수고 나오는 막시무스를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바보같이 시원시원한 인간은 맞지. 버킷 리스트 중 반은 이루지 않을까 싶다.”

       “…….”

       “등신 같지? 알아 나도.”

         

       이한은 몸을 풀었다.

       욱신거리는 몸도 서서히 낫고 있다.

       이 정도 타박상은 저놈이나 자신이나 상처 축에도 끼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는 이한에게….

         

       “그 버킷 리스트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서로 감정 안 상한다는 기준 하에.”

       “…….”

         

       스릉.

         

       “그래도 가능하면 이기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전…. 그게 더 폼 날 것 같네요.”

       “…하.”

         

       녀석은 그에게 칼 한 자루를 쥐어주었다.

       언제 챙겨둔 걸까.

         

       그러나 물을 새도 없이 녀석은 4호를 짊어진 채 빠져나갔다.

         

       “…그래, 그래야지.”

         

       이한은 멀어지는 녀석에게 뒤늦게 답변하며 칼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래, 기왕 바보짓을 해도.

         

         

       ‘이기는 바보가 멋지지.’

         

         

       이한은 웃었다.

         

       막시무스보다 더욱 시원스레.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환생 30년, 알고 보니 장르가 로판이었다?
Status: Ongoing Author: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the genre was romance fantasy? ...Really, how? I lived as a magician's slave, experimented on, then as an assassin, mercenary, soldier, and even a knight. This is a story where I'm in a genre all by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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