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22

   [ 122화는 일러스트 삽화의 추가 연출이 들어가 있습니다. 다크모드 비활성화 및 세로 보기를 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흑염의 폭풍이 광장 안을 휩쓴 순간 광장 전체가 지진이 난 듯 뒤흔들렸다.

   그 엄청난 파괴력을 직접 목격한 쌍아단 인원들은 입을 쩌억 벌렸다.

     

   크라슈의 실력을 아는 그들이지만 상대는 7성급 직전인 침식종.

   다들 정말로 일격에 쓰러트릴 수 있을지 긴가민가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 출력을 직접 목격하니 깨달았다.

   크라슈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인물인지 말이다.

     

   그는 정말로 데카라비아를 일격에 죽일 힘을 지니고 있었다.

   이것이 이번 2기생 무학과 1위의 힘이라는 것을 모두가 다시금 체감했다.

     

   “괴물이 되어줬네.”

     

   아닉스가 헛웃음을 흘린 사이, 흑염 사이로 크라슈와 하링이 동시에 추락했다.

   그런 두 사람을 향해 엘핀이 도약했다.

     

   크라슈만큼이나 큰 키를 지닌 그녀는 하링과 크라슈를 동시에 받아냄과 함께 깃털처럼 착지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흠칫했다.

   크라슈의 몸에 잠깐 닿는 것만으로도 그 열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를 견디면서 공격을 감행한 것인가?

   말도 안 되는 정신력이었다.

     

   게다가 그건 하링도 마찬가지였다.

   그녀 또한 크라슈의 열기에 지속해서 노출된 탓에 피부가 화상투성이였다.

     

   자신들만큼이나 이 두 사람이 얼마나 고군분투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내, 려줘라.”

     

   숨을 고르게 쉬는 것도 버거운지 크라슈가 말하자 엘핀이 그와 하링을 내려 주었다.

   그러자 하링에게 부축받은 크라슈가 간신히 주저앉지 않고 섰다.

     

   몸에 열기가 뜨겁다.

   슬슬 적호단의 대가가 치러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크라슈는 끊어지려는 정신을 간신히 유지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그의 눈에 아닉스가 보였다.

     

   크라슈만큼은 아니어도 상당히 엉망진창인 꼴이 된 아닉스였다.

   그리고 그런 아닉스는 크라슈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

     

   그야, 당연한 이야기다.

   아닉스는 어느 때이든 전력을 다하지 않았으니까.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어째선가 후련해졌다.

   케케묵은 감정의 싹들이 파도에 휩쓸려 마음 저편으로 사라진 기분이었다.

     

   이 세상은 자신이 살던 세상이 아니다.

   끊임없이 바뀌고, 그리고 바꿀 수 있는 세상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할 일은 간단했다.

   바뀐 모든 것을 헛되게 하지 않겠다.

     

   크라슈가 옅어지려는 정신을 간신히 잡은 순간이었다.

     

   [ 정신 잡아라. 아직 안 끝났다. ]

     

   크림슨가든의 경고가 울려 퍼졌다.

   멈칫한 크라슈가 즉시 고개를 들어 올렸을 때였다.

     

   거기에는 멸화천뢰에 당해 새까맣게 타버린 데카라비아가 있었다.

   놈의 육체는 분명 멸화천뢰를 정면에서 맞고 정지해 있었다.

     

   한계치까지 응축시킨 멸화천뢰의 파괴력은 데카라비아라도 견딜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러는 순간 쩌적하는 소리와 함께 데카라비아의 얼굴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다 타버린 갈라진 얼굴 조각이 떨어져 내렸을 때.

     

   콰직!

     

   부서진 얼굴 조각 사이로 무언가 고개를 내밀었다.

     

   그것은 축소된 데카라비아였다.

     

   얼굴은 주둥이가 툭 튀어나와 본래의 원숭이 얼굴보다 기괴했고, 몸 여기저기 돋아나고 있는 촉수에서는 진득한 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그 순간 크라슈는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저건 흑염 속, 데카라비아가 마지막 발버둥 삼아 세계 침식을 응축시킨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도달한 영역은 간단했다.

     

   7성급.

     

   데카라비아가 도달한 새로운 영역이었다.

     

   “————–!”

     

   그 순간 놈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소리인 듯 귀에 이명이 들릴 정도로 거센 소음이 광장 안을 메꾸었다.

     

   뒤늦게 다른 이들도 데카라비아의 이상 상태를 알아차렸다.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꽂힌 순간 그들의 얼굴이 굳었다.

     

   데카라비아에게서 쏟아져 나오는 압도적인 기운이 그들의 목을 순식간에 조여왔다.

   조금 전까지 데카라비아를 상대로 훌륭하게 싸웠던 이들의 전의가 한순간에 꺾일 만한 모습이었다.

     

   털썩-

     

   “……이건, 너무 하잖아.”

     

   쌍아단 인원 중 누군가가 주저앉았다.

   그의 얼굴에는 절망만이 차올라 있었다.

     

   “우, 우린 다 죽었어.”

     

   누군가 멍하니 말을 중얼거렸을 때 어느 누구도 그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딱 한 명.

   다시금 우뢰성을 쥔 크라슈를 제외하고 말이다.

     

   “아닉스.”

     

   크라슈가 아닉스를 불렀다.

   데카라비아의 각성을 본 아닉스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크라슈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곧 아닉스의 눈이 커졌다.

   크라슈의 검 주위로 흑염이 다시금 모여들고 있었다.

     

   아닉스는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그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저놈 앞에 나를 보내 줘라.”

     

   크라슈의 입에서 연기가 흘러나왔다.

   더 이상 움직이는 것조차 불가능 할 정도로 엉망이 된 몸이다.

     

   그러나 딱 한 번이라면 검을 휘두를 수 있다.

     

   “……특급으로 보낼 거야.”

     

   아닉스가 더 묻지 않고 바닥에 손을 올렸다.

   그 또한 마찬가지로 한계였지만 크라슈를 저기까지 반드시 보내겠다는 집념이 느껴졌다.

     

   크라슈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자신도 포기하지 않는다.

     

   그것이 아닉스였다.

     

   “크라슈, 같이 갈게.”

   “저도 가는 길 돕겠습니다.”

     

   그런 그의 옆에 하링과 엘핀이 즉시 붙었다.

   아닉스와 크라슈가 포기하지 않는 것을 보고, 두 사람도 바로 마음을 다잡은 것이다.

     

   알게 모르게.

   크라슈의 집념이 서서히 모두에게 감회 되어 퍼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집념은 하나의 길로 점차 이어져 가고 있었다.

     

   쌍아단 인원들이 멍한 표정으로 네 사람을 보았다.

     

   그들을 둔 채 크라슈는 숨을 삼키며 우뢰성을 꽉 쥐었다.

     

   “날려.”

     

   그 말이 이어진 그 순간 셋의 발아래에 진동이 울려 퍼졌다.

     

   콰가가가가가가각!

     

   그리고 곧 세 사람의 발아래에서 치솟은 나무가 맹렬히 치솟아 올랐다.

   엄청난 속도로 자라나는 나무는 아닉스가 리커버리를 얼마나 때려 박았는지 보여줬다.

     

   그 순간 데카라비아도 이쪽을 인식했다.

   놈이 본래의 머리에 박혀 있던 두 팔을 뽑아내었다.

     

   크라슈는 그것을 보자마자 알아차렸다.

     

   데카라비아는 7성급에 도달했다.

   그러나 놈의 상태도 정상은 아니었다.

     

   급하게 이루어진 각성인 만큼 데카라비아는 무리하게 세계 침식을 몰아넣었다.

   그 결과 아직 본래의 몸에서 세계 침식을 전부 흡수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니 놈은 지금 본래의 몸에서 떨어질 수가 없었다.

     

   게다가 멸화천뢰의 영향을 놈의 새로운 본체도 피할 수는 없었다.

   그 증거로 놈의 새 몸도 정상이 아닌 것이 눈에 띄었다.

     

   확실한 기회다.

   그것을 인식한 크라슈가 입에서 연기를 흘러 내었다.

     

   몸은 이미 애저녁에 한계에 도달했다.

     

   밤의 신과 싸우느라 멸화수라를 운용했고.

   뒤이어 데카라비아에게 한 방을 먹이느라 적화단까지 사용하며 한계를 쥐어 짜냈었다.

     

   몸에서 비상을 알리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신호 덕에 크라슈는 실제로 한 걸음도 더 움직이기 힘든 상태였다.

     

   그러나 아직도 그는 쉴 수 없었다.

   눈앞에 적이 있기 때문이다.

     

   크라슈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갔다.

   한계에 도달한 몸은 멸화침식의 재출력을 내지 못하고 있다.

     

   상대는 아직 덜 완성 되었다곤 하나 7성급 침식종.

   이 정도로는 놈의 숨통을 끊을 수 없다.

     

   ‘그렇다면.’

     

   크라슈는 새로운 스킬을 써야 함을 깨달았다.

   여기서 더 무리하게 된다면 감당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치솟는 나무 위.

   크라슈의 눈이 아주 잠시동안 감겼다.

     

   그리고 그 감긴 눈 속.

   크라슈의 몸 내부에 깃든 밤.

     

   녹스가 그의 몸속에 드리운 순간이었다.

     

   틱!

     

   무언가가 끊겨 나가는 듯한 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크라슈가 지금껏 눈인형으로 억누르고 있던 한 별이었다.

     

   구구구구구구구구궁!

     

   바깥에는 들리지 않지만, 크라슈는 몸 안쪽 깊숙한 곳에서 치솟아 오르는 거대한 진동을 느꼈다.

   그리고 그 존재는 그의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순식간에 머리 위로 도달하기 시작했다.

     

   천살성(天殺星)

     

   눈인형을 끊어내자 제어되지 않는 살의가 치솟아 올랐다.

   순간 크라슈는 정신이 날아갈 뻔했다.

     

   천살성의 살의는 상상 이상이었다.

   과연, 노괴 블라비조차 결국 미쳐 버릴만한 이유가 있었다.

     

   천살성이 크라슈를 삼키고자 게걸스럽게 그의 정신을 갉아먹었다.

   충동적인 살의가 주변에 터져 나오며 흑염이 마구잡이로 끌려 나왔다.

     

   한계에 도달한 몸이지만 천살성은 이런 몸을 강제로 끌어 올려 세상을 향한 살의를 표출하기를 원했다.

     

   ‘야.’

     

   그리고 그 살의 속.

   크라슈의 눈이 붉게 빛났다.

     

   ‘너가 삼킬 건 내가 아니야.’

     

   크라슈를 한입에 집어삼키려던 천살성의 앞에 밤의 장막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드리운 밤은 날뛰던 천살성을 품어 나가기 시작했다.

     

   별을 품는 것이야말로 밤의 역할.

   길길이 날뛰던 천살성의 일곱 별이 밤 속에 하나둘 박혀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모든 별이 밤에 안착한 순간.

   일곱별이 일제히 빛을 쏟아내었다.

     

   크라슈가 다룰 수 있던 별은 본래 천선성, 천권성, 요광성으로 세 개다.

   그러나 이 한순간 녹스에 의해 그는 천살성의 본연의 힘을 끌어내었다.

     

   첫번째 별 천추성.

   두번째 별 천선성.

   세번째 별 천기성.

   네번째 별 천권성.

   다섯번째 별 옥형성.

   여섯번째 별 개양성.

   일곱번째 별 요광성.

     

   일곱별 모두가 크라슈의 육체에 스며들었다.

     

   녹스가 버티는 아주 짧은 그 유지 시간.

     

   화르르르륵!

     

   크라슈의 흑염이 천살성의 진짜 힘과 만나 이전보다도 훨씬 더 거세게 타올랐다.

     

   우득!

     

   그 순간 데카라비아의 팔이 뻗어왔다.

   놈의 팔에서 뻗어진 촉수 다발들이 부풀어 오르며 쏟아졌다.

     

   크라슈는 피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한 크라슈가 이를 아득 깨문 순간 그 앞에 엘핀이 도약했다.

     

   자줏빛의 오러를 쏟아낸 엘핀의 검이 촉수 다발을 향해 뻗어졌다.

     

   그녀의 검은 쾌검.

   눈에 보이기 힘들 정도로 쏟아지는 검의 비가 촉수 다발을 찢겨 나갔다.

     

   하지만 엘핀도 지금까지 쉬지 않고, 계속해서 싸웠다.

   그 탓인지 촉수 일부가 그녀의 몸을 찢어 나가며 상처를 입혀 나갔다.

     

   “계, 속 가세요!”

     

   하지만 엘핀은 아랑곳하지 않고, 입술을 까득 깨물며 외쳤다.

   크라슈의 발아래 나무가 계속해서 전진했다.

     

   어느새 지척까지 닿은 데카라비아가 분노하듯 입을 벌렸다.

   그 순간 놈의 입에 다시금 빛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아까 전 그 섬광이다.

   문제는 그 속도가 아까 보다도 빠르다는 점이었다.

     

   그때 크라슈보다 먼저 하링이 뛰쳐나갔다.

   그녀는 허리춤에 뽑아 든 두 개의 비수를 동시에 교차했다.

     

   그런 그녀의 입에 무언가 까득하고 씹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녀가 독주머니에 있던 단 하나를 삼킨 것이었다.

     

   그 순간 아주 잠시 크라슈가 인식하기도 아슬할 정도로 하링이 빠르게 뻗어 나갔다.

   그녀는 두 개의 비수에 서린 독기와 함께 일제히 휘둘러졌다.

     

   퍼걱!

     

   휘둘러진 비수 두 개가 데카라비아의 턱에 박혀 들어가며 놈의 머리를 강제로 위로 들게 했다.

   닫힌 입에서 모였던 빛들이 깨져나갔다.

     

   콰앙!

     

   동시에 갈 곳을 잃은 놈의 섬광이 내부에서 폭발했다.

     

   “그라아아아아아아아악!”

     

   그 통증에 분노한 데카라비아가 다른 팔로 하링을 거세게 후려쳤다.

   턱에 비수를 박아 넣느라 미처 피하지 못한 하링은 그 일격에 하늘을 날았다.

     

   한순간에 그녀가 리타이어 돼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만든 그 틈.

   그 틈만큼은 확실하게 크라슈에게로 이어졌다.

     

   하링이 사라지자 그제야 데카라비아의 두 눈에 크라슈가 비추었다.

   그는 어느새 코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하는 몸이지만 아닉스의 나무는 기어코 크라슈를 데카라비아의 앞에까지 보냈다.

     

   그의 검에 깃든 흑염은 평소처럼 제멋대로 날뛰지 않았다.

   차곡차곡 정돈되어 우뢰성의 검날을 새까맣게 물들였다.

     

   밤에 드리운 천살성의 고요함처럼.

   크라슈의 검에도 이제껏 없던 고요함이 감돌았다.

     

   그러나 그 검날에서 느껴지는 열기만큼은 이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멸화침식(滅火浸蝕)

   사식(四式)

   멸화절야(滅火切夜)

     

   핑그르르르!

     

   회전한 놈의 목이 하늘 위로 날아올랐을 때.

   놈의 머리와 목 아래에서 일어난 흑염이 놈을 전부 집어삼켰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각!

     

   그것을 보자마자 크라슈는 즉시 마지막 힘을 짜내 도약했다.

   데카라비아의 일격에 정신을 잃은 하링이 추락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라슈가 하링을 낚아챈 순간 아닉스가 즉시 힘을 짜내었다.

   크라슈를 받아내기 위함이었다.

     

   아닉스의 나무가 크라슈에게 뻗어져 나온 순간.

     

   쿠구구구구구구궁!

     

   무너진 데카라비아의 육체가 이미 부서져 있던 아닉스의 나무를 파괴하며 추락했다.

     

   그 탓에 아닉스가 뻗은 나무가 크라슈에게 닿지 못했다.

     

   “크라슈!”

     

   아닉스의 부르짖음을 들으며 크라슈가 그대로 데카라비아와 추락한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트위치에서 삽화 작업을 방송하고 있습니다~ ]
!!놀러 오실 분들은 트위치에 ‘무화꽃란’ 을 입력 하시면 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