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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3

       음.

       

       청춘 사업이라고 하긴 했지만…. 그러고보면 정작 나 자신도 뭘 어떻게 해야할지는 잘 모르는구나.

       

       내가 연애를 해봤어? 결혼을 해봤어? 그런 경험은 전혀 없는데 뭘 알겠어?

       

       그런고로, 그냥 적당히 둘 사이를 좁혀두고 지켜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힘을 쓸 일이 있으면 용사에게 넌지시 눈치를 줘서 도와주도록 하기도 하고, 숲에 나가서 괜찮은 사냥감을 잡아오면 나눠주기도 하는 등.

       

       둘 사이가 가까워지도록 서로의 등을 밀어주기도 했었다.

       

       특히 소녀 쪽에서는…. 내 눈치가 보이는지 쉽사리 용사에게 다가가지 못했지만, 나의 사정을 대략적으로 설명했더니 묘하게 눈을 빛냈었지.

       

       이루어지지 않는 용사의 짝사랑이 그렇게나 관심을 가질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소녀를 설득해서, 용사에게 더욱 더 적극적으로 어프로치 해보라고 권한 결과.

       

       

       “제가 용의 무녀님을 대신할 순 없지만, 그래도 용사님의 힘이 되어드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저와 결혼을 전제로 사귀어주세요!”

       

       

       용사가 이 마을에서 지내게 된지 7일째가 되던 날. 소녀가 먼저 용사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거기서 나를 말하면 안되지! 고백을 하는데 다른 사람의 이름을 꺼내면!!!

       

       거기다 대신이라니! 고백할 마음이 생긴 것은 좋지만, 뭔가 다르잖아! 평소의 많은 말을 줄이고 또 줄여서 압축하여 자신의 마음을 전한 것은 좋게 봐줄 수 있겠지만 말야!

       

       끄응. 대략적으로 정리했을 때 100점 만점에 50점을 줄까 말까 한 고백이었다. 이걸로 용사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

       

       그리고 그런 고백을 듣게 된 용사는.

       

       

       “미안.”

       

       

       망 했 어 요!

       

       아니 좀 점수를 높게 주기 힘든 고백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단호하게 잘라내다니! 용사! 이건 너무한게 아니더냐! 저 소녀가 기껏 용기를 내었는데!

       

       내가 너를 그렇게 키웠더냐?! 이 엄마는 너를 그렇게 키운 적이 없어요! 어리석은 녀석아!!

       

       소녀가 모든 용기를 쥐어짜 건넨 고백을 이렇게나 매정하게 잘라내다니! 참으로 너무하구나!

       

       그렇게 나는 나중에 용사의 뒤통수를 후드려 팰 생각을 하고 있던 도중.

       

       

       “내가 고민이 많아서, 조금 불안하게 만든 것 같네.”

       

       

       용사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 고백을 하는 것은 내 쪽이어야 하는데 말이야.”

       

       

       그런데, 뭔가 용사의 분위기가…. 좋다? 아니, 고백을 거절해놓고 그렇게 말하면…. 묘한 기대감을 가지게 되잖아!

       

       

       “그러니까, 내 쪽에서 말할게. 결혼을 전제로 사귀어 주세요. 물론, 누나…. 용의 무녀님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니까. 그저 네가 곁에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니까.”

       

       

       오, 오오?

       

       오오오! 오오오오!!!! 오오오!!!!

       

       저질렀어! 이 녀석!!! 저질러 버렸다고!!!

       

       용사 이 녀석! 괜히 고백을 거절하더니, 자기가 할 생각이었냐고!!!

       

       하긴, 여자가 먼저 고백하는 쪽은 뭔가 모양 빠지니까 말야! 역시 고백은 남자가 하는 쪽이 보기에 좋지!!!

       

       

       그런 용사의 말에 소녀의 표정은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네, 네엣….”

       

       

       부끄러운 얼굴로 작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렇게 이 작은 마을에, 새로운 연인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었다.

       

       나이만 따지면 노총각 노처녀 커플이지만.

       

       

       – – – – – – – – – – – – – – – – – – – –

       

       

       만나기 시작한 날부터 연인이 될때까지 걸린 시간은 15일.

       

       그로부터 약혼까지 9일.

       

       그리고 결혼까지는 6일.

       

       다 합치면 30일. 한달 정도의 시간.

       

       

       인간, 너무 빠르지 않아? 아니, 인간의 삶이 피고 지는 꽃처럼 짧다는 것은 체감하고 있었지만, 너무 빠르잖아!

       

       마치 처음부터 그럴 예정이었다는듯이 사이가 좋아지고, 사귀고, 연애를 시작하고, 결혼을 약속하다니!

       

       빨라도 너무 빠르잖아!

       

       아니, 뭐. 처음부터 둘 사이에 어느정도 인연이 있기도 했고, 소녀는 용사의 팬이었던 모양이고! 용사도 소녀에게 호감이 있었고!!

       

       살짝 등을 밀어주면 금방 이어질거라고 생각하긴 했었지만 말야!!!

       

       

       “어머나, 저 먼 바다에 인어들이?”

       

       “그래. 상체는 사람이고 하체는 물고기인 인어들이었지. 그들이 바다의 신을 모시고 있었거든.”

       

       

       거기에 둘의 사이가 순식간에 좁혀진 가장 큰 원인!

       

       용사의 입으로 직접 듣는 용사의 모험담!

       

       원래부터 용사의 팬이었던 소녀에게, 용사가 직접 말해주는 모험담은 그야말로 치명적이었을테지.

       

       세상 곳곳을 돌아보며 수많은 곳을 여행하고, 많은 이들을 만나고, 많은 몬스터틀을 격퇴한 용사의 모험은 그 자체로도 상당한 매력을 가지고 있을테니까.

       

       결국, 소녀는 용사의 이야기라는 늪에 빠지고 만 것이었다.

       

       거기에 어째서인지, 평소에는 말이 많던 소녀가 용사의 이야기를 들을때 만큼은 말수가 좀 줄어들고 말이야.

       

       사랑인가?! 사랑의 힘인가?! 넘치는 말을 억누를 정도로 사랑이 큰 것인가?!

       

       

       “바다라. 어떤 곳인지 궁금하네요.”

       

       “음. 아주 거대한 호수가 펼쳐져 있는 모습이었지. 어느 방향에도 바닷물 뿐인 망망대해였으니까.”

       

       “저는 호수도 본 적이 없는걸요.”

       

       

       소녀의 말에 용사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언제 한번 보여줄 수 있다면 좋겠네.”

       

       

       흐음. 바다라.

       

       좋아. 이 몸께서 힘을 좀 써줄까!

       

       약혼도 했으니까, 결혼에 필요한 물건들도 준비하고! 이 시대에서는 결혼식이랄것도 제대로 없지만!

       

       일생일대의 이벤트인데, 그러는건 좀 재미 없잖아?

       

       우선 결혼반지랑, 결혼식장이랑, 그 외에 이것저것까지. 음. 준비할 것이 많네!

       

       용사는 그동안 나를 위해 열심히 일해줬으니까, 앞으로의 남은 여생은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니까!

       

       

       – – – – – – – – – – – – – – – – – – – –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가고, 용사와 소녀의 결혼식은 빠르게 다가왔다.

       

       뭐, 결혼식이라고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일단 참가가 확정된 것은 마을의 사람들 정도일까.

       

       가능하면 이런저런 사람들을 불러서 크게 결혼식을 하고 싶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만나고부터 12일만에 결혼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된 일인지라, 그 소문이 퍼질 시간적 여유도 없었기도 했고.

       

       청첩장 같은 것을 보낼 우체국 같은 것도 없고. 이메일이나 메신저 같은 것은 신이 아니라면 쓸 수 없고 말야.

       

       그런고로, 약간의 치트를 쓰기로 했다.

       

       일단 모험하면서 만난 사람들 중 용사의 결혼식에 참가할만한 사람들은. 음….

       

       일단 여행 동료였던 짐승의 신은 부르도록 하고, 그 보호자인 아르카디아의 왕과 왕비도 부르자.

       

       거기에 이그드라실과 사가르마타에게 연락을 해두자. 드워프와 엘프의 대표에게도 이야기는 전해두고 말야.

       

       아, 테티스와 이프리트에게도 말을 해두도록 하자. 거기에 샤마쉬도…. 음…. 일단은 연락 넣자.

       

       연락 넣을때 실피드도 빼놓을 순 없겠지. 다른 아이들에게 다 연락을 넣었는데 실피드에게만 연락을 하지 않으면 그 아이는 삐질테니까.

       

       그리고…. 일단 내가 키우다시피 한 아이니까. 그 아이들에게는 동생이라고 볼 수 있을테니까 말야. 응.

       

       음. 다른 곳은…. 프로키온이 있었지. 일단 연락은 넣어둘까. 지금쯤이면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을테니까.

       

       그 외에 인간의 나라는…. 음…. 왠지 용사를 정치적으로 엮으려 할지 모르니까. 그만둘까.

       

       솔직히 아르카디아에서도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연락하기 좀 애매하긴 했지만…. 짐승의 신이 거기 있으니 어쩔 수 없지.

       

       아무튼, 대충 그정도로 명단을 작성한 후, 그들에게 청첩장을 보냈다.

       

       용사의 결혼에 대해 알리고, 결혼식장으로 이동하는 문이 만들어지는 티켓도 첨부해서 보냈으니까.

       

       딱히 축하 선물 같은건 없어도 상관 없으니, 참가하여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축하해 달라고 말이야.

       

       그렇게, 빠르게 시간이 흘러갔다.

       

       

       – – – – – – – – – – – – – – – – – – – –

       

       

       미스릴과 다이아몬드로 만든 반지. OK.

       

       해안가에 마련한 결혼식장. 화려하게 장식까지 끝난 상태로 준비 만전. OK.

       

       하객이 얼마나 올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약간의 좌석 준비. OK.

       

       신랑과 신부의 복장도, 지구의 웨딩드레스와 정장도 OK. 낯선 복장에 둘이 당황하는건 좀 웃겼지.

       

       그 외에 결혼식 후 회식의 준비도 OK. 좋아! 준비 완료!

       

       또 뭐가 더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음…. 뭐, 이 세계에 결혼식 같은걸 제대로 치른 경우는 본 적이 없으니까. 대충 남자와 여자가 눈 맞아서 같이 살면 사실상 결혼인 셈이니까.

       

       그나마 한 나라의 왕 쯤 되어야 제법 거하게 식을 치르는 느낌이었지만. 용사는 왕이 아니니까. 대충 이걸로도 충분하겠지.

       

       그렇게 결혼식의 날이 다가왔다.

       

       

       “저, 정말로 괜찮을까요?”

       

       “괜찮다니까 그러네.”

       

       

       나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불안해하는 소녀를 보았다.

       

       음. 옷이 날개로구만. 거기에 어설프게나마 화장도 해주었고 말이지.

       

       제대로 된 화장이 존재하지 않는 이 시대에서, 얼굴에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하게 가려주는 화장이라.

       

       음. 뭐, 좋지 않아? 애초에 얼굴에 무언가 바르는건 흔하게 있어왔고 말이지.

       

       

       “역시, 저 따위가 용사님이랑 결혼하는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또 그 소리더냐.”

       

       

       나는 약한 소리를 내뱉은 소녀의 머리를 톡 두드렸다.

       

       

       “하지만….”

       

       “약한 소리 금지. 지금의 너는 충분히 저 아이에게 어울리는 신부니까. 자신감을 가지거라.”

       

       

       나는 소녀의 등을 다시 한번 떠밀었다.

       

       네가 용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않으면 내가 곤란하니 말이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heMelalo님 3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분명 오전중에 반쯤 썼는데… 왜 오늘이 끝나기 전에야 마무리가 된건지….

    그아아악… 싫어… 빨리 쓰고 싶어…

    오늘도 내일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다음화 보기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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