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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3

    <123 – 합동작전>

     

    해독제 대란.

    단돈 1000포인트를 주고 완전해주를 받기가 아까운 학생들은 전염병, 역병, 각종 질병에 감염되면 약재를 찾아 숲으로 기어들어간다.

    문제는 약재를 찾으러 가는 길은 멀고 아카데미의 교육일정은 무자비하다는 사실!

     

    ‘학점을 잃지 않고 약재를 구하려면 강의가 없는 날이나 주말을 틈타 원정을 다녀오는 수밖에 없지.’

     

    그마저도 평상시에 쉬는 시간을 이용해서 동기들이나 선배, 교관, 교수에게 짬짬이 정보를 모아 숲의 위치를 파악한 뒤의 일이다.

    준비성이 부족한 이들은 금처럼 귀한 주말시간에도 정보를 모으고 뒤늦게 숲에 가서는 짧은 수색 끝에 허탕 치고 산과일이나 따다먹고 복통만 걸려서 온다.

    그럴 때 보란 듯이 들이미는 해독제나 약초는 불티나게 팔리기 마련!

     

    ‘해독제는 개당 200포인트, 약재는 개당 20포인트 남짓에 불티나게 팔리지.’

     

    포인트에 여력이 있는 학생들이야 쿨하게 일시불로 1000포인트 내고 치료 받겠지만 어디 그만큼 여유 있는 학생이 얼마나 되겠는가.

    수해에 모기까지 창궐한 마당에 아카데미에서 나름 방역을 시도한다고 해도 병이 퍼지는 것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

    원래라면 불쌍한 애들 치료제 가지고 장사질하기엔 마음이 찔렸겠지만 평소 친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싹 바뀐 시선에 마음이 크게 상했다.

     

    ‘흥. 나한테 밉보인 니들 잘못이야!’

     

    어차피 미움을 산 마당에 수전노 소리 좀 듣더라도 알바는 아니지 않은가.

    열심히 평판을 관리했는데도 아니꼽게 구는 애들은 굳이 열심히 관리를 할 필요가 없다.

    관계개선을 하더라도 내가 굽히는 게 아니라 지들이 먼저 굽혀야지.

     

    ‘플레이어는 호구가 아니야!’

     

    쓴맛을 보여주기 위한 계획의 단초.

    그것이 바로 모기 살찌우기 작전이다.

    그리고 이 작전을 위해서는 선배들이 아직 청소하지 않은 혈목 근처의 모기들에게 암흑의 자양강장제를 듬뿍 뿌리고 무용지물로 만들어야 한다.

    물론 모기는 암흑의 자양강장제보다는 사람 피를 더 먹고 싶어 하겠지.

    그러니 우리를 먹잇감 취급하지 못하게 두들겨 팰 동료들이 필요하다.

     

    “그런 위험한 일을 하는데 혼자만 보낼 것 같냐.”

    “하아. 저 진지 빠는 녀석은 거르더라도 총잡이한테 모기를 잡으라니, 이게 맞나?”

     

    부른 건 지고쿠뿐이었는데 어째서인지 소식을 듣고 헤스티아가 덤으로 따라왔다.

     

    “저 비실이들은 뭐야?”

     

    껄렁껄렁하게 어슬렁거리며 한쪽 구석에서 벌벌 떠는 샌님들을 둘러보는 지고쿠.

    사자 앞의 양처럼 덜덜 떠는 세 사람은 이번 혈석탈취작전을 위해 선별한 학생들이었다.

     

    “뭐, 뭔가요 당신. 저는 적색마탑의 견습마법사 로지니라고요. 해코지라도 했다간 마탑에서 가만 두지 않을 거예요.”

    “아앙? 알게 뭐야. 가슴도 껌딱지처럼 작은 것이.”

    “성희롱 하지 말아요…!”

     

    애써 까칠하게 대꾸해보지만 소동물의 발악을 보듯이 갸하핫 하고 웃는 지고쿠.

    속성은 무시못하는지 풀속성 드라이어드 위어드 교수 앞에서는 기세등등하게 매번 말대꾸를 하더니, 물속성 사략해적 지고쿠 앞에서는 꼼짝도 못한다.

    금태양 앞의 처녀처럼 애처롭게 떠는 로지니의 모습이 딱하기 그지없다.

     

    “도와줄 일이 있다고 해서 불렀으면서 이런 취급을 하는 건 너무하잖아.”

    “오, 오크노디. 무슨 짓을 하려고 이런 멤버를 모은 거야? 너 설마, 선배들의 창고에 불이라도 지르려고 우릴 모은 건 아니겠지?”

     

    같은 강의를 들으며 안면을 튼 로지니 외에 두 사람은 로지니가 알고 지내던 불속성 캐릭터들이었다.

    불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을 최대한 모아달라고 했더니 가벼운 불 주문을 익혀서 창끝에서 불을 뿜을 수 있는 멀티클래스 창술사와 행정학부 지망생이 왔다.

    로지니를 따라 말을 더듬은 소심한 사람은 마창술사, 아니꼬운 얼굴로 입을 꾹 다문 사람은 행정학부 지망생이었다.

     

    “마창술사 질럿씨는 그렇다고 치고 행정학부의 에코 씨는 왜 데려온 거예요?”

    “사람들 열불 나게 하는 독설가거든. 성격이 맞아서 사귄 친구인데 진짜 불이 필요한 줄은 몰랐어.”

     

    헤스티아가 어이없어했다.

     

    “도와주러 온 처지에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이거 망한 파티 아니야?”

     

    모기 잡으러 가는 길에 원거리 에프킬라가 하나, 근거리 불쏘시개가 하나, 총알쏘개 하나, 도끼쟁이 하나, 파티원 열불터지게 만드는 독설가 하나, 그리고 귀엽고 깜찍한 어린애 하나라니.

    내가 생각해도 좀 노답스럽게 보이기는 했지만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큰 문제는 없었다.

     

    “괜찮아요!”

    “…진짜 괜찮으려나 모르겠네.”

     

    로지니의 푸념을 무시한 채, 작전설명을 시작했다.

     

     

    * *

     

     

    화끈함이 화염술사의 경지를 평가한다면 오크노디는 워메이지War mage 칭호는 단번에 따 놓은 당상일 정도로 황당한 작전을 들이밀었다.

    근데 듣다보면 자신도 같이 화끈하게 미친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가능성이 보였다.

     

    “어때요? 할 수 있겠어요?”

    “…작전 하나는 화끈하네.”

     

    암흑의 자양강장제를 뿌린 물 위로 호충 스프레이를 뿌려 모기를 모으고 불덩이를 쏘아 모조리 물 밑으로 처박아버린다.

    물에 들어가지 않고 옆으로 새거나 충분히 커지기 전에 달아나려는 것들은 마창술사 질럿과 독설가 에코의 몫.

    꿀꺽꿀꺽 물을 마신 모기들이 살이 쪄서 더 이상 날아오르지 못하면 그 틈에 자이언트 모기들이 피를 저장해놓은 혈목을 내가 등반한다.

    혈석을 얻으면?

    작전성공!

     

    “너무 겁먹지들 마. 밑에서 오는 건 내가 막아줄 수 있으니까.”

     

    헤스티아가 양손도끼를 한 손으로 쥐고 붕붕 휘두르는데 성체 테디베어도 궤적에 걸리면 머리통이 뎅강 잘리겠다 싶을 정도로 파공음이 심상치 않았다.

     

    “그래서 총은 언제부터 쏘면 된다고?”

    “나무를 오르는 동안 나중에 나타나는 모기가 나오면 그때 엄호사격 해주세요!”

    “배짱도 좋네. 빗나가면 니가 맞는데.”

    “에이. 지고쿠의 총알이 빗나갈 리가 없잖아요.”

    “갸하핫! 깡따구 하나는 마음에 드네. 좋아. 얼른 시작하자고.”

     

    작전은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로지니와 헤스티아가 불길한 시커먼 색을 띠는 액체를 가득 담은 드럼통에 구멍을 뚫고는 얕은 호수가 된 분수대에 콸콸 쏟아 부었다.

    분수대의 색깔이 악마소환의 의식이라도 하는 것처럼 시꺼멓게 물들자 호충 스프레이를 꾹 눌러 물 위로 마구 뿌리는 오크노디.

     

    “다들 고개 숙이고 숨어있어. 수풀 밖으로 살색 보이지 않게 조심하고.”

     

    용병출신 헤스티아의 능숙한 조언 덕분에 창을 쥔 팔이 수풀 밖으로 삐져나왔던 질럿도 무사히 은신엄폐에 성공했다.

     

    “와씨, 무슨 공기가…”

    “쉿.”

     

    꿀벌들은 꿀을 수집하면 벌집으로 돌아온다.

    저장고에 꿀을 차곡차곡 쌓아놓고 여왕벌과 애벌레들이 욤뇸뇸 맛나게 먹어치우라고 쟁여놓는 것!

    자이언트 모기들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저장고 삼아 나무를 하나 골라 혈목으로 만들고는 나무를 파서 만든 내부에 혈석을 쟁여놓는다.

    과정은 같지만 혐오스럽기는 후자가 더하다.

     

    두두두두두.

     

    어디서 헬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나 싶지만 이게 거대모기들 날갯짓 소리다.

    기압차이가 느껴질 정도로 강한 날갯짓을 여러 마리가 동시에 하니 수풀이 정신없이 나부꼈다.

     

    “번쩍여라, 화염섬광!”

     

    인화성 물질에 순간적으로 불이 붙으며 번쩍이는 현상에 착안하며 화염에 빛의 속성을 더한 마법을 펼쳐내는 견습마법사 로지니.

    실질적인 위력보다는 모기들을 겁주는 목적에 충실한 마법을 전개한 덕분에 거대모기들이 깜짝 놀라 분수대 물속으로 처박혔다.

     

    팡! 팡! 파앙!

     

    빛과 소리는 요란하지만 실속은 없는, 마치 놀이공원 불꽃놀이 같은 행사용 불꽃들!

    실제로도 견습마법사로 커리어를 끝내는 허접 마법사들의 소중한 밥벌이가 되어줄 화염섬광마법에 거대모기들은 단단히 쫄았다.

     

    “우오옷, 정말로 커지잖아!”

    “감탄만 하고 있지 마, 질럿. 한 놈이 샌다!”

     

    로지니의 마법이 슬슬 지속력을 잃고 뜸해지려 들자 고개를 꺼내는 모기들.

    날갯짓을 하며 날아오르려다가 불어난 살집에 기우뚱 거리는 녀석들을 질럿의 화염창과 헤스티아의 양손도끼가 몰아붙였다.

     

    “으아악! 제발 날아오지 마!”

    “질럿. 무섭다고 그렇게 엉덩이를 빼고 창을 내지르면 맞을 공격도 안 맞아.”

    “그래도 징그러운 걸 어떡해!”

     

    기대했던 화염창 오너 질럿의 공격은 모기 한 마리도 못 잡고 펄쩍펄쩍 뛰며 화만 나게 만든 반면,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헤스티아는 도끼로 모기들의 골통과 날개를 찍으며 질럿 몫까지 2인분을 해냈다.

     

    <등반>

    <대담함>

    <잠입>

     

    난리를 틈타 거침없이 혈석 위를 오르는 오크노디.

    배짱 한 번 대단하다며 지켜보던 지고쿠가 속으로 휘파람을 불었다.

     

    바스락.

    퍼석.

     

    모기에게 수액까지 빨렸는지 유난히 메마른 가지나 나무껍질이 많은 혈목.

    등반 도중 일어난 소음에 분수대에 처박혀있던 모기들이 일제히 고개를 치켜들었다.

     

    퍼더더덕

    아아아악

    꺄아아악

     

    날개를 열심히 퍼덕여보지만 암흑의 자양강장제 효과로 살집이 불어나 허공에 뜨지 못하고 물장구만 치는 거대돼지모기들!

    기겁하며 비명을 지르는 질럿과 로지니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지고쿠는 으엑, 하고 싫은 표정만 지을 뿐 비명을 내지르지는 않았다.

    저런 모기는 바다에서도 이따금 보기 때문이다.

     

    “흐아암.”

     

    총 쏠 일은 없겠다며 하품이나 하던 지고쿠.

    저만치 공중으로 향했던 고개에 작은 점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 보였다.

    잔칫상에 뒤늦게 찾아온 모기인가 했더니 나오라는 모기 대신에 빗자루에 탄 학생들이 가까워졌다.

     

    뭐지 저게?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자니, 나무 위에서 그들을 목격한 오크노디가 소리쳤다.

     

    “헉! 다들 조심하세요. 3학년들이 혈석을 뺏으러 왔나봐요!”

     

    모기들을 상대로도 어떻게든 작전을 이어나가던 모두가 사색이 되었다.

     

    “으악! 3학년이다!!”

    “어떡하지?! 도망쳐야 하나?!”

     

    헤스티아마저 안절부절 못하는 가운데, 지고쿠만 신이 나서 나무 위를 향해 소리쳤다.

     

    “3학년은 위험종이니까 총으로 쏴도 괜찮지?”

    “여기로 날아오면요!”

     

    드디어 과녁이 생겼군.

    나설 차례를 기다리느라 심심했던 지고쿠만 신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거대모기보다 위험한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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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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