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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3

       종말의 여신에게서 승리했다.

       

       

       이는 신들이 직접 인간들에게 공표함으로서 사실이 되었다. 당연히 가장 큰 공을 세운 아이작과 지크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영웅으로 칭송받았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다. 왜냐하면 그런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게 있었기 때문이다. 정식으로 사귀고 나서 처음하는 데이트.

       

       

       아이작도 지크도 처음이었기에. 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작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닌 게 아니라, 가이아와 싸움보다 훨씬 떨린다.

       

       

       ‘아니, 이건 잘못된 생각이다.’

       

       

       그냥 지크랑 함께 놀러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심지어 가이아가 공격을 하기 전에는 함께 축제에 가려고 했었다. 단지, 일이 터져서 밀렸을 뿐.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걸 그저 다시 하는 것뿐인데도. 이렇게 가슴이 떨릴 수가 있을까. 아이작은 짧은 기합 소리와 함께 손바닥으로 박수를 쳤다.

       

       

       아이작 나름대로 마음을 다 잡는 의식이었다. 딱히 잘못을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다. 그냥 즐겁게 놀다가 오면 되는 거다.

       

       

       “뭘 하고 있지?”

       

       

       “티폴테.”

       

       

       “그래, 나다.”

       

       

       아마조네스는 이번 승전 축제에 정식으로 초청받았다. 아니, 애초에 종말의 여신과 전투에 참가했던 모든 세력이 전부 기드온에 초대를 받았다.

       

       

       그리고 티폴테를 비롯한 아마조네스의 사절단은 철의 방패 길드에서 머물고 있었는데. 그것을 보는 지크의 기분은 별로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최종적으로 아이작의 옆자리를 차지한 것은 지크였으나, 티폴테 또한 아직도 마음을 확실하게 접은 것은 아니기에. 티폴테는 웃으면서 말했다.

       

       

       “결국 마음을 굳힌 건가?”

       

       

       “그렇다.”

       

       

       “무정한 남자로군.”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취미는 없거든.”

       

       

       확실하게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말하고. 그 외에 마음은 빠르게 거절해야만 한다. 괜히 여지를 준다면, 결국 모두에게 상처가 되니까.

       

       

       “아쉽군, 앞으로 너 같은 좋은 남자는 만날 수 없을 테지.”

       

       

       “만날 수 있을 거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지?”

       

       

       “감이다.”

       

       

       위로 아닌 위로에 티폴테는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한참을 배를 잡고 웃고 있던 티폴테는 뚝하고 웃음을 그친 뒤, 아이작을 바라보았다.

       

       

       “나랑 결혼해주겠나?”

       

       

       “거절하지. 이미 임자가 있는 몸이거든.”

       

       

       “이걸로 확실하게 미련은 털어냈군.”

       

       

       방금 그것은 티폴테의 진심인 것과 동시에. 마지막 남은 미련을 전부 뱉어낸 말이기도 했다. 티폴테는 깨달았다. 더 이상 마음을 돌릴 수 없다고.

       

       

       “그나저나, 시간은 괜찮나?”

       

       

       “무슨…… 벌써 시간이 이렇게?!”

       

       

       “나름대로 작은 복수다.”

       

       

       “당했군.”

       

       

       대놓고 비웃는 티폴테를 뒤로하며, 아이작은 빠르게 길드에서 벗어났다. 생각보다 시간이 훨씬 지체되고 말았다. 설마 내가 늦어버리게 되다니.

       

       

       “마스터!”

       

       

       “미안하다, 지크.”

       

       

       “아니요. 괜찮아요, 그런 것보다…….”

       

       

       “음?”

       

       

       “여자의 냄새가 나는데요?”

       

       

       해맑게 웃으면서 마스터를 기다리고 있었던 지크의 표정이 순식간에 돌변했다. 입가는 웃고 있었지만, 차갑게 식은 그 표정에 아이작은 식겁했다.

       

       

       “아주 잠깐 티폴테랑 만났다.”

       

       

       “아하, 늦으셨는데. 다른 여자를 만나셨다?”

       

       

       “그런 게 아니다. 확실하게 거절하고 왔지.”

       

       

       “네?”

       

       

       아이작은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을 필사적으로 설명했다. 덕분에 지크는 아이작에 대한 화를 겨우 풀 수 있었다. 어디까지나 ‘아이작’에 관련된 것만.

       

       

       “티폴테…… 죽이지 않을 이유가 없네.”

       

       

       “방금 뭐라고 했지?”

       

       

       “아무것도 아니에요.”

       

       

       지크는 싱긋하고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려고 했다. 불행이라면, 방금 그 말은 아이작이 확실하게 들었다는 것이다. 지크, 이 무서운 아이!

       

       

       그러나 차마 지크에게는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 빨리 티폴테와 아마조네스를 고국으로 돌려보내야겠다고 생각하는 아이작이었다. 어쨌든 되었다.

       

       

       지금은 지금에 집중해야만 하니까. 아이작은 고래를 끄덕이며 지크의 손을 잡았다. 덕분에 티폴테를 죽이려는 생각이 가득한 지크가 깜짝 놀랐다.

       

       

       “마, 마스터?!”

       

       

       “왜 그러지?”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제야 지크는 새삼스레 실감했다. 자신과 마스터가 정식으로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덕분에 기분이 좋아진 지크는 티폴테에게 자비를 베풀었다.

       

       

       ‘뭐, 따지고 보면. 최종 승자는 바로 내가 됐으니까.’

       

       

       패자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지 못할 것도 없겠지. 속으로 헤헤하고 웃으면서 지크는 더욱 강하게 아이작의 손을 잡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감정만큼.

       

       

       오죽하면 아이작이 상당한 압박감을 느낄 정도였다. 어지간한 공격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 아이작이 말이다. 아이작은 식은땀을 흘리며 생각에 잠겼다.

       

       

       ‘지금이라도 지크를 말려야만 하나?’

       

       

       두 명의 생각이 다시 평행선을 달리기 시작했다.

       

       

       * * *

       

       

       안타깝게도, 오해는 풀리지 않은 상태로. 지크와 아이작은 데이트를 나섰다. 처음에는 걱정하고 있었던 아이작이었지만, 의외로 나쁘지 않게 풀렸다.

       

       

       마침 승전을 기리는 축제가 기드온에서 열렸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놀거리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다트를 던져서 과녁에 맞추는 놀이.

       

       

       사격에는 나름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작이었기에. 호기롭게 나섰다. 목표는 5발 전부 다 중심부에 맞춰서, 저들이 걸어놓은 상품을 타가는 것.

       

       

       그러나 애석하게도, 아이작은 열심히 다트를 던졌으나. 상품을 타갈 수준의 점수는 내지 못했다. 아니 애초에 그가 던진 다트가 과녁에 맞지도 않았다.

       

       

       “처음입니다. 한 발도 맞추시지 못하신 분은.”

       

       

       “…….”

       

       

       “괜찮아요, 마스터. 제가 있잖아요?”

       

       

       “…….”

       

       

       그 뒤에 지크가 아이작을 대신하여 다트 던지기에 나서니, 과연 다섯 발 모두 중앙에 꽂혀버리는 것이 아닌가? 졸지에 아이작은 지크만도 못하게 되었다.

       

       

       “여기요! 마스터!”

       

       

       “그건 뭐지?”

       

       

       “다트 던지기 상품이요!”

       

       

       지크가 가져온 상품은 바로 거대한 곰인형이었다. 잠시 그것을 바라보던 아이작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형을 받아들었다. 뭔가 그림이 이상한데?

       

       

       “내가 생각한 그림은 이게 아닌데.”

       

       

       “그래도 일단 그림이 나왔으면 괜찮은 거 아닐까요?”

       

       

       “그것도 그렇군.”

       

       

       아이작은 굳이 지크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어쨌든 즐거우면 된 것이 아닌가? 대신 곰인형은 근처에서 구경하고 있었던 아이에게 곰인형을 선물했다.

       

       

       “나보다는 차라리 아이에게 더 쓸모가 있을테지.”

       

       

       “역시 마스터이십니다.”

       

       

       ‘사실 이거 들고 다니는 건, 조금 많이 그래.’

       

       

       본심은 사실 다른 곳에 있었지만, 아이작은 구태여 그 사실을 입에 담지 않았다. 축제에는 다른 즐길 거리도 많았다. 간식이라던가, 아니면 놀이라거나.

       

       

       “모두가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어요.”

       

       

       “그렇지.”

       

       

       “이건 전부 다 마스터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지크의 말은 절대로 허언이 아니었다. 아이작은 그저 사람을 구하는 것으로만 끝내지 않았다. 이를테면, 기드온에서 빈민 구제 정책을 펼쳐 돕는다거나.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양심이 없는 사람들 또한 더러 있기에, 아이작의 정책을 이용해서 이득을 보려는 자들도 있었다. 대부분 전부 잡혔지만.

       

       

       아이작의 이상은 확실피 드높지만, 그만큼 현실적인 부분도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그러나 아이작은 이상을 강요하지 않고, 적절하게 현실과 타협했다.

       

       

       아무리 드높고 올곧은 이상이라고 해도, 그게 현실에서 펼칠 수 없다면. 결국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음을 알고 있기에. 하지만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한다.

       

       

       “과연 나의 선택이 맞는 것인가.”

       

       

       현실과 타협한다는 명분으로, 결국 나조차도 타락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사실이 두려워서 항상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그에 지크가 곧바로 답했다.

       

       

       “마스터는 옳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지?”

       

       

       “적어도 이 광경이 옳지 않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지크의 말에 아이작은 새삼스레 주변을 둘러볼 수 있게 되었다.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삶에 만족하며. 혹은 더 힘든 사람을 도와주고 있다.

       

       

       “이 광경이라, 그렇군. 내가, 아니 우리가 만든 광경인가.”

       

       

       과연 이것을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지크의 말에 깨달음을 얻은 아이작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설마 내가 지크에게 격려를 받다니.

       

       

       “고맙다, 덕분에 조금 눈을 떴구나.”

       

       

       “뭘요, 마스터가 해주신 것에 비하면 약과죠.”

       

       

       “그렇게 말해주니, 정말로 고맙구나.”

       

       

       아이작은 웃으면서 지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지크는 웃으면서 그 손길을 천천히 음미했다. 항상 이 이상을 바래왔다. 과연 오늘만은 닿을 수 있으려나?

       

       

       그러나 지크는 고개를 저어서 잡념을 털어버렸다. 굳이 서둘러서 일을 그르칠 필요는 없다.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그러니, 지금은 지금을 즐겨보도록 하자.

       

       

       지크는 아이작의 손을 붙잡고 앞으로 끌고나갔다. 분명히 힘은 자신보다 약할 텐데, 어째서인지 아이작은 지크에게 끌려가고 있었다. 이건 무슨 느낌이지?

       

       

       “가요!”

       

       

       “……그래.”

       

       

       뭐, 이제는 아무래도 좋겠지. 따듯한 온기를 느낄 수 있다면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아이작은 지크와 함께 축제로 나아갔다. 아직도 해는 중천에 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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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Status: Ongoing
I possessed the body of a guild master who ruined the guild. "We are all family." Since I was already possessed, I decided to stick to the concept hard. The guild members' obsession is no joke. Help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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