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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3

    루크가 학교에 온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오늘 시루드의 머릿속은 꽤 복잡했다.

     

    가장 먼저, 시루드는 대체 오늘 따라 루크가 왜 이렇게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 궁금했다.

     

    루크의 시선이 오늘따라 신경이 쓰여서 도저히 뭘 할 수가 없었다.

    뭔가 눈을 마주치면 느껴지는 등골을 스치고 지나가는 아릿한 느낌이 이상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

     

    그것은 아마도 루크의 감정에 따라 조절되는 드래곤피어의 영향이겠지만, 시루드가 그것을 알리는 없을 것이다.

    아무튼, 시루드는 루크가 자신을 그렇게 빤히 바라보는 이유를 필사적으로 떠올려보았다.

     

    ‘음, 설마 저번에 계정을 정지당한 게 아직도 미안한걸까.’

     

    시루드는 틀림없이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딱히 루크가 자신을 저렇게 뚫어져라 쳐다볼 만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기도 했고.

     

    그러나 그것에 대해 말하려고 할 때마다 루크는 화장실에 가버렸다.

    ‘오늘따라 화장실에 많이 가네, 변비인가? 오늘 속이 안 좋은 건가?’

     

    그나마 점심시간부터는 이제 자리에 잘 앉아있기는 하지만, 뭔가 계속 기분이 나빠보여서 말을 못 걸겠다고 생각하며 루크를 흘겨보던 순간이었다.

     

    “루크, 밥 안먹어서 배고프지? 빵이랑 우유 사왔어.”

    “아, 마침 배고팠는데. 정말 고맙구나.”

    “헤헤, 뭘…….”

     

    메리가 사온 메론빵과 우유에 갑자기 표정이 풀려버리는 것이다.

     

    ‘뭐야, 밥을 안 먹어서 그랬던건가.’

     

    하긴, 오늘 화장실을 그렇게 많이 갔는데 배에 들어간 게 없으면 많이 짜증나기는 하겠다.

    루크는 먹는 걸 되게 좋아하니까.

     

    ‘그런건 줄 알았으면 나도 뭐라도 사서 건네주는 거였는데.’

     

    시루드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루크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메론빵을 우물거리는 모습을 바라봤다.

     

    그러다 문득 자신을 향하는 눈동자에 시루드는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왠지 아직도 저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 심장이 뛴다는 말이지. 이상한 기분이다.

    좋아하는 건 절대 아닐텐데…….

     

    그러고 있으니, 시루드의 귓가로 풋, 하는 조그만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먹고 싶어서 그런거면 이야기를 하지 그랬느냐. 나눠줬을텐데.”

     

    “무, 무슨 소리야! 나, 나는 메론빵 못 먹는다고!”

     

    “어? 어째서지?”

     

    “거기엔 우유가 들어가잖아.”

     

    “아.”

     

    루크는 잊고 있었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가 자신의 빵을 내려다보고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낮게 읊조렸다.

     

    “음, 미안하군. 내가 배려심이 부족했어.”

     

    시루드는 루크가 미안해하지 않도록 곧바로 말했다.

    루크가 미안하다면서 또 홍삼캔디 같은 걸 준다면 많이 당황스러울 것 같았으니까.

     

    “아니, 괜찮아.”

     

    메론빵 말고도 세상에 먹을 건 많다.

    그리고 굳이 찾아보자면 식물성 소재만을 이용해서 완전 엘프식으로 제작된 빵들도 많고.

     

    그러나, 루크가 말하는 것은 그냥 홍삼캔디가 아니었다.

     

    “시루드, 그럼 내가 후에 너도 먹을 수 있는 빵을 만들어주겠다.”

     

    “에, 아? 어? 아니, 그럴 필요는…….”

    “걱정 말거라, 내 어떻게든 우유 없이 비슷한 맛을 낼 수 있게 만들어볼 테니.”

    “어? 어?”

     

    안 그래도 돼, 나, 메론빵에는 별로 관심도 없는데.

    또 뭔가 이상한 짓을 할까봐 불안하기만 하다고!

     

    “…….”

     

    ……그런데 왜 한편으로는 기대되는 걸까?

     

     

    —-

     

    뭔가를 만듦에 있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당연히, 충분한 조사다.

    루크는 학교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빵집으로 가서 모든 메론빵을 구매했다.

     

    “ㄹ, 루. 메론빵 되게 좋아하는구나…….”

     

    예르나는 루크가 가방 한가득 챙겨온 메론빵의 양에 살짝, 아니.

    굉장히 많이 감탄했다.

    거의 비어있던 가방이 빵빵해지도록 채워왔으니까.

    루크가 집에 돌아오마자 테이블에 쏟아낸 메론은 흡사 어린아이가 놀이터에 욕심을 가득 담아 쌓아 놓은 모래산과 같았다.

     

    “오늘 처음 먹어봤는데, 굉장히 맛있더구나. 내일부터는 내가 직접 만들어 볼 생각이다.”

     

    “그, 그러니?”

     

    아니, 저걸 다 먹으려고 사온걸까?

     

    ‘내가 루한테 용돈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닌데, 저걸 다 살 돈은 어디서 난걸까…….’

     

    뭔가 나쁜 짓이라도 하는 걸까? 예르나는 살짝 긴장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루, 이건 다 무슨 돈으로 산거야?”

     

    “아, 간단하지. 거리에서 첼로를 좀 켜면 사람들이 돈을 주더군. 오늘은 좀 오랜만에 갑작스럽게 한 거라 그런지 벌이가 좀 적었지만 말이야.”

     

    “그, 그래……?”

     

    ‘그때 그거, 아직까지 계속 하는 거였구나…….’

     

    생각해보면, 의외로 루크를 키우는데 드는 돈이 별로 없었다.

    한번도 용돈이 부족하다고 한적도 없고, 알아서 잘 한다는 느낌?

    예르나가 그동안 걱정하는 것도 사실은 루크의 정신건강 쪽이었지,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예르나는 그래서 미안했다.

    그동안 자신이 그런 사소한 부분에서 크게 신경을 쓰지 못해준 것 같아서.

     

    “루, 돈이 부족하면 언니가 용돈 올려줄까?”

     

    “괜찮다네! 이제 나도 연주하는 것은 좋아하고, 내 연주를 듣고 기뻐해주는 관객들도 많아져서 말이야.”

     

    “그러니?”

     

    예르나는 루크가 좋다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다.

    그래, 믿어주기로 했으니까. 믿어줘야지.

     

    “루, 다음엔 언니도 같이 들어도 될까? 다들 어떤 분위기인지도 보고 싶고.”

     

    “오! 그거 좋겠군, 전에는 바쁘고 피곤해보여서 미처 생각을 못했는데. 예르나, 다음번엔 같이 가면 되겠구나.”

     

    그거 좋은 생각이라는 듯이 턱을 쓰다듬으면서 고개를 끄덕이자, 예르나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응, 다음번엔 꼭 불러줘. 언니도 오랜만에 루크의 연주가 듣고 싶은 걸?”

     

    “당연히 그러도록 하겠네!”

     

    루크는 더없이 해맑은 표정으로 웃었다.

     

    “예르나, 그대도 먹을텐가? 여기 초록색 라벨이 붙은 것들은 엘프식으로 만들어진 메론빵이라네.”

     

    “그래, 그럴까?”

     

    해맑게 웃는 루크에게 초록라벨이 붙은 메론빵을 받아든 예르나는 빵을 내려다보며 웃다가 크게 한입을 물었다.

     

    “어때? 맛있나?”

    “오랜만이라서 그런가, 맛있네…….”

    “후후, 그렇지 않느냐?”

     

    ——-

     

    남자는 제빵사였다.

    그는 꽤 오랜기간 빵집을 운영했지만 그다지 유명하다거나 장사가 잘 되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빵을 만드는 것은 좋아하는 그였기에, 오랜 장사로 생겨난 단골들을 위안삼고 나름대로 현재에 만족하며 살고 있는 중이었다.

    언젠가 자신의 노력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여느 때와 다름없이 빵을 구우며 장사를 하고 있던 시간이었다.

     

    딸랑-.

     

    손님을 알리는 방울소리가 울렸다.

    제빵사는 이제는 척수반사로 흘러나오는 인사를 막지 않고 내뱉는다.

     

    “어서오세요!”

     

    인사를 한 뒤의 순서는 손님을 향해 시선을 맞추는 일, 그는 곧바로 문을 열고 들어온 손님을 향해 눈길을 던졌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제 몸크기의 커다란 악기케이스를 등에 메고 있는 조그만 수인 혼혈 여자애였다. 꽤나 귀여운 아이의 모습에 그는 최대한 인자한 목소리로 묻는다.

     

    “뭐, 찾는 거라도 있니?”

     

    “여기 혹시 메론빵 있나?”

     

    “그 앞에 보면 메론빵이 있을거다.”

     

    “고맙군.”

     

    꼬마아이는 그렇게 한동안 빵을 유심히 살피다가, 초록라벨이 붙은 메론빵을 들어올리며 묻는다.

     

    “저, 이건 ‘엘프식’이라고 적혀있는데, 어떤 식으로 만들었지?”

     

    “소젖 대신에 아몬드우유를 써서 만들었지. 생크림은 코코넛으로 흉내냈고. 평가도 그리 나쁘지 않단다.”

    애초에 사가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말이다.

    엘프식이라면 대부분 그냥 음식보다는 맛이 별로니까, 별로 선호되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매일같이 와주시는 엘프 한분이 계시기에 엘프식으로 만들어진 빵도 한두개씩 만들어두는 편이다.

    그럼에도 그분이 오지 않는다면 폐기처분을 해야 하는 것이라, 절대 많이 만들지는 않는다.

     

    “호오. 그런가. 그럼 이것 하나 주게.”

     

    “그건 2000길이야.”

     

    “여기 있네.”

     

    아이는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조그만 손으로 능숙하게 돈을 빼서 건넸다.

    그 모습이 왠지 어른을 흉내내는 아이같아서 그는 웃음을 참느라 조금 힘들었다.

     

    계산을 마친 소녀는 그 자리에서 곧바로 빵을 까서 먹기 시작했는데, 꽤 야무지게 먹는 것 같았다.

    분명 급하게 먹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게걸스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할까, 그 모습에 그는 자신의 빵을 그렇게 잘 먹어주는 아이에게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건넸다.

     

    “목 막힐라, 좀 천천히 먹으렴.”

     

    “아, 고맙군. 이건 얼마지?”

     

    “서비스야, 서비스.”

     

    “오! 그렇다면 잘 마시겠네. 이 가게는 서비스가 좋군.”

     

    “그래, 그러렴.”

     

    꿀꺽꿀꺽 우유를 들이키고는 다시 빵을 먹기 시작한 아이는 천천히 먹으라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1~2분되는 시간만에 제 손보다 훨씬 큰 빵을 다 먹어치웠다.

    많이 배가 고팠던걸까?

     

    “으음……. 생각보다 맛있어.”

     

    아이는 흥미롭다는 듯이 턱을 쓰다듬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헌데, 엘프식으로 만들어진 것은 이게 다인가?”

     

    “응, 엘프식은 별로 잘 나가는 편은 아니니까, 하하.”

    남자는 멋쩍게 웃었다.

     

    “레시피를 알려달라는 말은 역시 실례일까?”

    “하하! 그야 당연하지, 이건 아무리 네가 애교를 부려도 알려줄 수 없어. 내 영업비밀이니까.”

    “흐음. 그렇겠지.”

     

    소녀는 곰곰히 생각하는 듯 턱을 쓸다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흥미가 생겼다. 이 빵을 일단 10개정도 사고 싶은데, 일반 빵과 함께. 총합 20개를 구매하고 싶다면.”

    “상관은 없지만, 좀 기다려야 할 텐데? 지금부터 만들어야 하니까.”

    “괜찮네. 밖에서 좀 있다가 돌아오지.”

    “그래? 그러렴. 그런데, 선불이란다.”

    “…….”

     

    꼬마는 지갑을 열었다가 살짝 놀란듯 눈을 크게 떴다가, ‘흐흥~’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콧노래를 부르며 시선을 피했다.

    저 모습, 무조건 돈이 없는 건데.

     

    “돈이 부족하면 양을 좀 줄이는게 어때?”

     

    남자의 제안에도 소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잠깐만 기다려주게, 잠시 후에 돌아와서 계산할 테니까.”

     

    “그러렴.”

     

    뭐, 부모님한테 전화라도 하려나 싶어서 아이가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제빵 준비나 해야지, 하고 열심히 빵을 반죽하기 시작했다.

    —–

     

    한두시간정도 지났을까? 슬슬 제빵작업이 끝나가서 땀을 식히러 밖으로 나온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감정을 자극하는 선율이 들려오는 것이다.

    남자는 마치 홀린듯이 그 음율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얼마가지않아, 남자는 잔뜩 몰린 사람들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야, 어린놈이 거, 연주가 기똥차네.”

    “그러게. 10살, 11살밖에 안되어 보이는데, 노래도 잘 부르고.”

     

    그들을 지나쳐 연주자를 바라보고 그는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방금 빵을 사러 왔던 여자아이잖아?’

     

    능숙하고 웅장한 첼로연주와 목소리로 성악가처럼 깊고 높은 음으로 노래를 부르는 그녀의 모습은 고작 어린아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신비로운 분위기가 있었다.

    그녀의 노래와 연주가, 이 공간을 특별한 공간으로 만드는 느낌이다.

    마치, 조그만 결계처럼 말이다.

     

    이 정도면 이미 일종의 마법이 아닐까 싶다.

    현재, 그녀는 불이었고, 자신은 나방이었다.

    나방은 등불에 꾀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

     

    하지만 아이가 그와 시선을 마주치자 뚝, 하고 연주가 멈추며, 최면같던 그 순간이 멈췄다.

     

    그리고, 소녀는 자연스럽게 웃으며 살갑게 물었다.

     

    “아, 빵은 다 만들어진겐가?”

     

    “으, 응……. 굽기만 끝내면 돼.”

     

    “기대되는군. 가게, 나도 여길 정리하고 금방 가겠네.”

     

    “아, 알겠어.”

     

    신비한 분위기 때문일까.

    그녀의 말에는 거절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

     

    “20개, 맞군. 고맙다. 많이 팔게나!”

     

    “어? 응. 잘 가라.”

     

    소녀가 마침내 손을 흔들며 시야에서 사라지자, 남자는 겨우 최면에서 풀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까 그 연주는 대체 뭐였을까.

    마치 영혼에 새겨지는 듯한 강렬한 충격, 정말 태어나서 그런 연주는 들어 본 적도 없었다.

    애초에 그는 연주 든 노래 든 음악 자체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그런 그조차도 홀릴 정도였다면 대체 그 아이는 얼마나 대단한 연주를 한 것일까.

     

    ‘다시 듣고 싶다.’

     

    마치 떠나온 고향을 그리워하는 듯한 감각에 그는 상당히 놀랐다.

    향수병이라니.

    단지 몇 분 들은 정도로 이정도라는 건가.

     

    그때 왜 녹음을 하지 않은 것일까, 남자는 가벼운 후회가 들었다.

     

    딸랑-.

     

    “어서오세요.”

     

    남자는 종이 울리는 소리에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들어온 손님을 향해 오랜기간 학습된 반응을 내보였다.

     

    “저 꼬마가 아저씨 가게에서 자주 사먹나요?”

    “그건 아닌데, 음. 제 빵이 맘에 들기는 했나 봅니다. 20개나 사간 걸 보면.”

    “그래요? 여긴 뭐가 맛있어요?”

    “음, 글쎄요……. 다 맛있긴 한데…….”

     

    새로 온 손님에게 뭘 추천드려야할지 남자가 곰곰히 생각하던 그 순간.

     

    딸랑-.

     

    “어서오세요.”

     

    딸랑-.

     

    “어서오세요.”

     

    딸랑-, 딸랑-, 딸랑.

     

    “어서……오세요?”

     

    뭐지?

    오늘따라 손님이 많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무래도 제빵은 핑계고 그냥 먹고 싶었던 것 같네요!

    그리고 루크가 뜻밖에 호객행위를 해버린 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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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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