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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3

       “그런고로 학생회는 앞으로 음주 금지야!”

         

       학생회 구성원의 야유 어린 시선들이 쏠렸다.

         

       “뭐야? 반응이 왜들 그래?”

         

       파스텔은 당당히 선언했다.

         

       “불만 있으면 말로 해!”

         

       멜리사가 슬쩍 한 손을 들었다.

         

       “그건 과한 참견 아닐까요? 아무리 파스텔 당신이라도 금주령은 과하다 생각해요. 제국사를 훑어봤을 때 금주령은 몇 번 시행된 적이 있지만 효과적이진 못했어요. 귀족 연회에 와인이 빠지면 연회 관습상 상당히 곤란해지니까요.”

         

       으아.

         

       “멜리사 너까지!”

         

       파스텔은 양팔을 휘저었다.

         

       “배신감! 배신감!”

         

       이 알코올 중독자들!

         

       어릴 때부터 와인을 얼마나 물 대신 마셨길래 한치의 자책감도 없는 거야!

         

       이곳에서 유일하게 착한 존재로서 절망.

         

       “과하긴 해도 배신처럼 느낄 수는 있겠네요. 하지만 친구로서 할 말은 해야 하죠.”

         

       멜리사가 선선히 인정하고 앨시어를 가리켰다.

         

       “당장 여기 벨라몬트는 당신이 걱정하는 문제를 겪지 않아요. 준기사급이 가벼운 수식어는 아니니까요. 그렇죠, 벨라몬트?”

       “응.”

       “뭐라구우?”

         

       푸푸~!

         

       건수를 발견한 파스텔은 앙큼하게 웃었다.

         

       “너희 그거 알고 있어? 경매 연회 때 앨시어는 와인 몇 잔 마시고 취해서 굴러가던 돌멩이 친구에게 인사했다?”

         

       무생물에게 인사하다니!

         

       완전 바보 같아!

         

       바보바보!

         

       아하하!

         

       멜리사가 고개를 갸웃했다.

         

       “벨라몬트, 멀쩡한 정신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었나요? 파스텔 같이 독특한 사람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요.”

       “취한 거야. 와인을 음미할 땐 자연스러운 과정도 음미해야 하니까. 저항할 필요는 없어.”

       “그런가요?”

       “응.”

         

       대귀족 자제들의 깜찍한 대화를 들은 파스텔은 분홍 눈동자가 반짝였다.

         

       “잠깐! 방금 앨시어가 완전 술 중독자 같은 발언을 했어!”

         

       착한 파스텔은 상상도 못 할 술 취향을 대놓고 자백하다니.

         

       “이래도 음주 금지가 불필요하다고 할 수 있어? 바로 코앞에 중독자가 있잖아! 딱 봐도 경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구!”

         

       은발 소녀가 당혹스러워했다.

         

       “북부에선 취하지 않으면 오히려 예의가 아니야. 여긴 모르겠지만.”

       “하긴 그렇죠.”

         

       멜리사가 앨시어를 옹호했다.

         

       “북부 산맥은 야만적이라 그런 문화도 있다고 들었어요. 벨라몬트는 음주 취미가 있는 게 아니라 야만이 예의란 이름으로 몸에 밴 거예요.”

         

       앨시어가 멜리사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강렬한 눈길에 멜리사가 의아해했다.

         

       “왜 그러세요?”

       “왜 그런 거 같아?”

       “퀴즈인가요?”

         

       파스텔은 살짝 생각했다.

         

       “그런 문화가 있다구?”

         

       그러다 양팔로 X자를 만들었다.

         

       “안 돼! 안 돼! 그래도 안 돼! 여긴 파스텔 영지야! 내 영지에 왔으면 내 룰을 따라!”

       “하늘섬이 언제부터 파스텔 영지였나요?”

       “하늘섬 이제 내 거니까!”

         

       단독 권력자!

         

       응응!

         

       “이젠 탐욕을 숨기지도 않네요.”

         

       뿌뿌.

         

       “이런 파스텔에 불만 있는 사람~!”

         

       파스텔은 폴짝폴짝 뛰며 학생회 인원을 살펴봤다.

         

       “아무도 없네!”

         

       오예!

         

       “하여튼 앨시어의 방금 말은 경각의 종을 울리는 굉장한 발언이었어! 슈퍼 울트라 중독자로 진화하기 전에 금지해야 해!”

         

       멜리사가 잠시 생각했다.

         

       “하긴 그렇네요. 벨라몬트의 발언은 좀 과하긴 했어요.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요? 벨라몬트만 금지하는 거예요.”

       “응?”

         

       앨시어가 멜리사를 다시 쳐다봤다.

         

       “문제 있는 사람만 핀셋 조치하면 반발도 없고 좋지 않을까요? 효과가 좋다면 더 넓힐 수 있고요. 파스텔 당신의 의지는 존중하지만 때론 서두르지 않는 것도 중요해요.”

       “그건.”

         

       파스텔은 뭔가 설득되는 거 같았다.

         

       “맞는 말일지도.”

         

       멜리사가 살포시 미소 지었다.

         

       “시간은 많잖아요. 우리 같이 차근차근해 봐요, 파스텔 선배.”

         

       허억.

         

       간드러진 목소리의 파스텔 선배.

         

       친구 랭킹 1위가 랭킹 남용하고 있어어!

         

       왠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책임감이 뿜뿜!

         

       파스텔은 턱을 치켜 세우고 에헴! 에헴! 했다.

         

       “그리 말하니 어쩔 수 없네! 음주 금지는 앨시어에게만 시행할게! 적용 인원을 늘릴지 말지는 결과를 보고 차차 정하자!”

         

       일하던 도중 파스텔이 대뜸 선언한 내용이 좋게 결론 나자 각자 자리로 흩어졌다.

         

       “내 의견은……?”

         

       앨시어는 멍하니 서 있었다.

         

         

         

       #

         

         

         

       “파스텔, 잠시.”

         

       엘리가 다가오더니 복도를 가리켰다.

         

       “응?”

         

       파스텔은 애들 일하는 걸 둘러보다가 조용히 일어났다. 엘리를 따라 복도로 나왔다.

         

       학생회실 근처의 밀실로 이동하니 엘리가 마법진 섞인 문을 꼼꼼히 닫아 특수 방음 상태로 만들었다.

         

       학생회는 그냥 순수한 학생회라 그런지 쓸만한 밀실이 없길래 아카데미 정상화 이후 파스텔 자신이 마련해 놓은 공간이었다.

         

       파스텔은 오잉 상태가 됐다.

         

       오잉.

         

       여기 왜 옴.

         

       “학생회 일원 중에 배신자라도 생겼어?”

         

       그리 묻자 엘리가 멈칫했다.

         

       떨리는 눈동자가 파스텔을 향했다.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 누구 또 조사 중이야?”

       “아니! 그냥 물어본 건뎅.”

         

       무슨 엄청난 사안이길래 밀실까지 와야 하나 해서.

         

       의심 어린 시선이 왔다.

         

       파스텔은 억울해지기 일보 직전이 됐다.

         

       내가 뭐 했다구우!

         

       엘리가 복잡미묘하게 보다가 가져온 가방을 열었다. 비릿한 냄새가 살포시 풍겼다.

         

       밀실에서 꺼내지는 비릿한 냄새의 무언가?

         

       붉은 광경이 머릿속에 흘러갔다.

         

       어라라.

         

       이런 사안은 호르몬 친구 전담인데.

         

       그보다 엘리는 얼마나 흉흉한 걸 가져왔길래 남들 못 보는 곳에서 꺼내는 거야?

         

       파스텔은 보기도 전부터 얼굴이 경직됐다.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엘리가 가방에 양손을 넣더니 내용물을 꺼냈다.

         

       유선형 몸체를 지닌 등 푸른 무언가.

         

       고등어였다.

         

       팔딱팔딱.

         

       파스텔은 멍해졌다.

         

       왜 고등어.

         

       엘리가 하늘고등어 몸체에 묶인 작은 쪽지를 풀었다. 전서어가 가져온 정보가 펼쳐졌다.

         

       “역시 안 좋은 소식이야. 마계가 마땅히 소유해야 할 철도 부설권이 크래프트 손에 들어가니 우리 파벌 내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네. 내가 책임지겠다고 해도 내가 마계에 없어서 그런지 설득이 잘되지 않아.”

         

       파스텔은 생선 눈과 시선을 마주쳤다. 고등어가 쳐다보더니 뻐끔거렸다.

         

       뻐끔뻐끔.

         

       비린내가 났다.

         

       으이이.

         

       “왜 고등어야? 엘리 넌 모르겠지만 나는 고등어 일족과 철천지원수가 된 지 오래야! 만날 때마다 날 때리던 나쁜 고등어! 모두 내 위장으로 들어가기 전까진 화해 같은 건 없어!”

         

       오늘 저녁은 고등어 파이야!

         

       “역시 그러려나.”

         

       엘리가 다소 어두운 안색으로 중얼거렸다.

         

       헛.

         

       파스텔은 자신만의 세상에서 빠져나왔다. 본인이 무슨 선 넘는 발언을 했나 되짚다가 선 넘는 수준까진 아닌 거 같아서 안도했다.

         

       “고등어 얘기야! 고등어! 오해했다면 미안해! 그런데, 온건파라도 생각보다 반대가 심해? 왕녀님 의지도 무시할 만큼?”

         

       엘리가 난감해했다.

         

       “왕녀라곤 해도 그냥 신분일 뿐이라. 혈통을 안 따지는 마왕 전통을 생각하면 정통성도 딱히 없고.”

         

       그렇긴 하겠다.

         

       혈통이 어쨌건 결국 모든 권력은 대뜸 나타난 마왕이 가져가는 구조 아니야?

         

       “그래도 존중해 주는 사람은 많지만 마계에 없을 때 발언권이 약해지는 건 어쩔 수 없네. 크래프트라는 상징성이 너무 강해.”

       “그럼 별수 없지! 걱정 안 해도 돼! 파스텔은 사업 천재니까! 온건파 동의 없이도 알아서 할 수 있어!”

         

       엘리가 의아해했다.

         

       “어떻게 하게? 철도 부설에 필수적인 여러 분야는 우리 온건파가 이미 점유 중이야. 우리 동의 없인 부설권이 있어도 철도는 부설할 수 없어. 철도를 부설한 이후도 문제지. 원래는 연합왕국의 군용 철도로 운용하며 수익을 벌려 했는데 그것도 안 될 테니.”

         

       허억.

         

       듣고 보니 바보바보 파스텔은 해결 못 할 문제.

         

       “으아아!”

         

       파스텔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선조님들! 왜 그러고 사셨어요!”

         

       나쁜 짓을 얼마나 했길래 왕녀가 온건파 설득도 못 할 정도인가요!

         

       “그러게 말이야. 좀 사람답게 살지.”

         

       엘리가 툭 말하곤 고심했다.

         

       “뭔가 없으려나, 뭔가. 이대로 철도 프로젝트가 중지되면 과격파의 발언권만 강해질 텐데.”

         

       과격파.

         

       테러 펑펑.

         

       “그건 안 되지!”

         

       파스텔은 같이 고심했다.

         

       하늘고등어가 팔딱였다.

         

       비린내.

         

       엘리가 중얼거렸다.

         

       “차기 마왕님이라도 찾을 수 있으면 쉬울 텐데. 아무리 크래프트가 걸려도 마왕님의 첫 지시를 존중하지 않을 마족은 없을 테니.”

         

       파스텔은 멈칫했다.

         

       슬쩍 엘리를 쳐다봤다. 마침 엘리도 눈길을 돌리던 차인지 시선이 마주쳤다.

         

       엘리의 눈동자가 이채를 띄었다.

         

       “그러고 보니, 네가 협조해 주면 이젠 더 대대적으로 찾아볼 수 있겠네. 아카데미엔 없었지만 혹시 하늘섬엔 있을지도 모르겠어. 어떻게 생각해?”

       “글쎄.”

         

       파스텔은 모호한 표정이 됐다.

         

       “하긴 가능성이 작긴 하지. 제국 영내는 제국이 철저히 확인해 봤을 테니. 예언의 마왕님은 신생아 대학살 때 사망했을지도 몰라.”

         

       엘리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뭐 그래도 제국이 마왕님을 이미 찾아 놓고 감금한 뒤 마계를 조종할 모략을 준비 중이라는 음모론보단 나으려나. 여기서 범인이 제국이 아니라 크래프트가 들어가기도 하는데, 막상 네 앞에서 말하긴 좀 우습네.”

         

       파스텔은 여전히 모호한 표정이었다.

         

       엘리가 멈칫했다.

         

       정적이 흘렀다.

         

       마족 소녀의 눈동자가 점점 떨렸다.

         

       파스텔은 살며시 웃었다.

         

       “이미 알고 있긴 해.”

         

       마계 조종 재밌을 거 같지 않아?

         

       “아?”

         

       엘리가 멍해졌다.

         

       그리고 몸이 떨리더니 무의식적으로 탈출로를 확인했다.

         

       여기 밀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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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It’s Mental Immunity

No, It’s Mental Immunity

Status: Ongoing Author:
The guardian demonic sword is troubled and in distress, believing it has been ruined because of me. Does striving for advancement through consuming demonic energy seem too ev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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