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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3

       

       

       “···아, 안녕히 주무셨나요?”

       

       “응.”

       

       “오늘은 별다른 예정이 없다고 하니, 다 같이 느긋하게 휴식이라도···.”

       

       “미안. 조금 바쁠 예정이야. 단련을 해야 하거든.”

       

       “아, 네···.”

       

       

       단련이라.

       

       시우와 친구들이 어제 잔뜩 고생했으니, 약간의 휴식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아무리 주인공 일행이라고 하더라도 처음 겪는 대규모 전투에 피로가 쌓였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게다가, 아멜리아의 아버지랑 무언가 대화를 나누더니 기분이 안 좋아 보였고.

       

       그래서 하율에게 부탁해서 간식거리를 준비해뒀는데 갑자기 단련이라니.

       

       당연히 아무런 일정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당황했지만 다시 한번 시우에게 권유하기로 했다.

       

       

       “맛있는 간식, 잔뜩 준비되어 있어요? 오지 않으면 아까울 텐데.”

       

       “그건 아쉬운걸. 하지만 미안해. 오늘은 조금···. 다음으로 해줘.”

       

       “···아쉽네요.”

       

       

       완곡히 거부하는 시우의 모습을 보면, 더 권유한다고 한들 뒤풀이에 참여할 생각은 없겠지.

       

       시우랑 함께 있고 싶었는데.

       

       다른 이유도 아니고, 자신을 단련하고 싶다는데 놀러 가자고 꼬시기는 조금 그랬다.

       

       열심히 시험공부 하는 친구에게 PC방 가자고 꼬시는 것도 아니고.

       

       시우는 주인공이잖아.

       

       열심히 하겠다는데 굳이 초를 칠 필요는 없었다.

       

       

       “···그럼, 열심히 해주세요.”

       

       “잘 놀다 와.”

       

       “···.”

       

       

       하지만 역시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잖아.

       

       아멜리아나 도로시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물론 좋지만···.

       

       시우가 있었더라면 훨씬 즐거웠을 텐데.

       

       괜히 팔찌를 한 번 더 쓰다듬었다.

       

       조금 외로운 기분이었지만, 팔찌를 쓰다듬자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그로부터 대략 이 주 정도 지났을까.

       

       어느덧 최전방의 숙소도 익숙해지고, 첫날만큼의 대량 습격은 아니지만, 가끔 공격해오는 3급 마수들을 쓰러트리는 평범한 하루.

       

       나는 오늘도 아멜리아, 도로시와 함께 셋이서 밥을 먹고 있었다.

       

       ···아니, 밥이라기에는 조금 다른가.

       

       그래.

       

       술과 함께, 안주를 먹고 있었다.

       

       

       -콰앙!

       

       

       “너무한 거 아닌가요?!”

       

       “진정해, 아르테. 책상 부서지겠다.”

       

       “저는 진정하고 있어요!”

       

       “완전 화나 있는데요···.”

       

       

       화가 났다니, 오해야.

       

       나는 완벽하게 멀쩡한 상태라고.

       

       전혀, 화 같은 건, 나지, 않았어.

       

       

       “···도로시. 얘 남친 자식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래?”

       

       “그거 아르테가 들으면 부정할 텐데요.”

       

       “어차피 안 들릴걸? 이거 봐. 반응 없잖아. 우리 오기도 전부터 먹고 있더니, 벌써 반쯤 뻗었네.”

       

       

       머리가 지끈거려서 잠깐 멍때리고 있었더니, 어느샌가 내 눈앞으로 다가온 아멜리아의 손이 흔들리고 있었다.

       

       으웩, 머리 아파.

       

       그거 좀 치워봐.

       

       

       “저 아직 멀쩡해여···!”

       

       “응, 그래. 그래 보인다. ···그래서? 너는 잘 알고 있잖아. 가끔 시우가 너 부르던데.”

       

       “그것 때문에 골치 아프다고요. 아르테의 눈초리가 얼마나 따가운 줄 아세요? 처음에는 진짜 찢어 죽이려는 줄 알았다니까요.”

       

       “그 모습만 보면 할 거 다 한 커플처럼 보이기는 해. 다들 그렇게 생각하더라.”

       

       

       ···뭐라고 하는지 잘 안 들리는데.

       

       눈앞이 핑핑 돈다.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하고, 얼굴은 이미 불에 덴 듯 뜨거워진 지 오래였다.

       

       너무 뜨거워지는 것 같아 손으로 볼을 만졌더니 그 열기가 순식간에 전해져 황급히 술잔에 얼굴을 비벼댔다.

       

       으, 시원해라.

       

       

       “꿀꺽, 꿀꺽···. 푸하! 아르테가 생각하는 것처럼 이상한 일은 없었어요. 그냥 단련의 일환이었죠.”

       

       “그래?”

       

       “제 능력을 쓰고 나면, 뭔가···감이 잡힌다는 모양이에요.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은 확신? 그런게 든다고 하던데.”

       

       “그건 또 뭐야. 나는 그런 거 겪어본 적 없는데.”

       

       “저도 금시초문이에요. 시우가 천재거나, 강화된 직감이 그걸 알려줬거나. 둘 중 하나겠죠.”

       

       “···흐음. 신기하네.”

       

       

       멍하니 병에 맺힌 물방울들이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네.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가끔 손으로 만지며 킥킥 웃었다.

       

       

       [으햑···. 도, 독자님. 심장 그만 좀···.]

       

       

       콩닥거리며 뛰는 심장이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뛰며 혈액을 공급해주는 탓일까.

       

       심장의 위치를 정확히 알게 되는 것 같은 기분.

       

       기분이 좋아져 괜히 술을 한잔 더 들이켰다.

       

       그런 내 모습을 바라보던 아멜리아가 무언가 중얼거렸다.

       

       

       “하여튼 그 자식, 연애경험은 쥐뿔도 없는 티를 아주 내고 다니잖아. 이렇게 삐진 여자친구를 위로해주지는 못할망정, 오늘도 수련?”

       

       “그, 그래도···. 아르테를 위한 행동이니까···.”

       

       “그것도 정도가 있지. 처음에는 이 자식도 당기는 방법을 배웠구나, 싶었는데. 결과는 이 모양이잖아?”

       

       “···.”

       

       [독자님···. 수, 술 좀 그만 드세요···!]

       

       

       흥.

       

       작가님의 말 따위는 들을 필요가 없다.

       

       작가님의 말에 따르면, 나는 독자니까!!!

       

       독자는 작가의 말을 듣지 않아! 나는 오늘부터, 악성 독자가 되어버리겠어!

       

       

       [끄아아아악···! 그, 그만! 진짜 그만! 기분이 이상해···!]

       

       “그렇게 붙어살면서, 대놓고 삐졌다는 게 눈에 보이지도 않나 봐.”

       

       “···그건 조금 그렇긴 했죠.”

       

       “결국 이 지경까지 눈치도 못 채서 보급된 술이나 까고 있는데 말이야.”

       

       

       이제는 아주 반쯤 졸고 있는 모습의 아르테를 보며 아멜리아는 혀를 찼다.

       

       정말 외로운데, 시우랑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은데.

       

       그런데 시우는 열심히 단련하고 있다. 자신과 시간을 보내주지 않는다.

       

       그래서 말을 꺼내지 않다가···.

       

       이렇게 펑.

       

       쌓아둔 게 터져버렸는데도, 아직도 그 자식은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이런 일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겠지.

       

       

       “나는 연애도 못하고 있는데 이런 놈들의 뒷바라지나 하고 있다니···.”

       

       “아하하···.”

       

       “에휴, 이것도 내 업보인가.”

       

       

       분명히 무난하게 잘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이곳에서 서로의 마음을 깨달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서로의 마음을 깨닫기는커녕 조금 멀어진 것 같아 울화통이 터졌다.

       

       이 답답한 자식들.

       

       그냥 어?

       

       입술 한번 박치기하고. 서로 좀 그···.

       

       남에게 보여줄 수 없는 행동도 하고. 어?

       

       그러면 좋은 거 아닌가?

       

       내가 연애를 해 본 적은 없어도, 아르테가 조금만 더 밀어줘도 넘어갈 것 같은 상황이라는 건 알 것 같은데.

       

       답답한 놈.

       

       이곳에 없는 그 얼굴만 잘생긴 놈을 잔뜩 씹어댔다.

       

       

       “우윽···훌쩍···. 왜, 왜애애···. 내가 잘못했어요···.”

       

       “···망할 자식.”

       

       

       속이 타들어 가는듯한 느낌에 아멜리아는 괜히 술을 들이켰다.

       

       아르테의 이런 모습을 보면 유시우 그 자식에게 한소리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게 또 아르테를 위한 행동이라는 게 마음에 걸린단 말이지.

       

       자기 혼자 무언가 다짐하더니 저렇게 수련에 매진하고 있기는 하지만···.

       

       뭐, 안 봐도 뻔했다.

       

       그 때. 그 자식이 무언가 다짐할 때 나도 옆에 있었으니까.

       

       아마 나는 약해, 하지만 강해질 거야. 강해져서 아르테를 지킬 거야! ···같은 생각이라도 한 게 아닐까.

       

       다 좋아. 다 좋은데···.

       

       미래의 일을 보다가 지금을 보지 못하고 있잖아.

       

       

       “···아, 그러면 이런 건 어떨까요?”

       

       “어떤 거?”

       

       “아르테가 외롭다는 걸 시우가 눈치채지 못했다면···.”

       

       

       

       ***

       

       

       

       “후우···.”

       

       

       오늘도 잔뜩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연속된 강행군에 쓰러질 것 같이 힘들지만, 쓰러지지 않을 거라는 건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직감이 어디까지 해야 가장 효율적으로 극한까지 단련할 수 있는지 알려줬으니까.

       

       

       “도로시가 없는 게 아쉽네.”

       

       

       그녀가 있으면 훈련 효율이 급격히 증가한다.

       

       강화를 해주는 대신 내 몸에 부담이 쌓인다.

       

       ···그건, 반대로 말하자면 근육이 일순간 증가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까.

       

       도로시의 능력을 통해 잠시나마 증대한 능력에 익숙해지면, 성장의 폭이 조금씩 빨라지는 게 느껴졌다.

       

       

       “···아르테랑 같이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고 했던가?”

       

       

       슬슬 헤어졌을 시간이겠구나.

       

       그럼 이 정도로 늦은 밤이라면 이미 자고 있겠지.

       

       숙소로 돌아온 시우는, 아르테가 깨지 않도록 살그머니 문을 열었다.

       

       

       “윽, 이건···.”

       

       

       그러자 숙소에 퍼지는 알코올 향.

       

       ···술 먹었구나.

       

       보급품에 술이 몇 병 들어있긴 하던데, 아마 그걸 먹은 모양이었다.

       

       깔끔하게 치워놓은 건 좋지만 적어도 환기는 해줬으면 하는···.

       

       

       “?!”

       

       “에헤헤, 왔다아···.”

       

       

       물컹.

       

       계속된 훈련 때문에 녹초가 된 몸이었던 탓일까.

       

       시우의 직감이 반응을 했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피할 겨를도 없이, 술 냄새가 풍기는 존재가 시우를 껴안는 것을 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아르테, 잠깐···. 잠깐만. 너 취했···.”

       

       “외로웠어어어요오오오···.”

       

       

       아카데미에서 아르테에게 백허그당했던 기억이 떠오르는 것 같아 얼굴을 붉히며 아르테를 떼어내려고 하던 도중.

       

       칭얼거리는 아르테의 목소리를 듣고 잠깐 멈칫하고 말았다.

       

       

       “매앤날, 나랑 이야기해주지도 않고···. 항상 바쁘다고만 하고···.”

       

       “그건···.”

       

       

       너를 지켜주고 싶었을 뿐인데.

       

       그저 너를 도와주고 싶었을 뿐인데.

       

       그런 말을 내뱉고 싶었지만, 내뱉을 수 없었다.

       

       변명이었으니까.

       

       이렇게 아르테가 외롭다며 엉겨붙을 정도로 내버려뒀다는 사실을 깨달아버렸으니까.

       

       

       “히히. 그래도 괜찮아요. 용서해 줄게요.”

       

       “···.”

       

       “결국, 내 옆에 있어줄 거니까···.”

       

       

       쌔액, 쌔액.

       

       얕은 숨을 고르는 소리가 들리자, 시우는 아르테를 껴안고 침대로 옮겨주려고 했다.

       

       잠을 자는 게 분명할 텐데도 꽉 조이는 손만 아니었어도 그렇게 했겠지.

       

       ···같이 자야겠네.

       

       시우는 한숨을 내쉬고는, 허공을 향해 말을 걸었다.

       

       

       “너희도 슬슬 자. 이상한 거 안 할 테니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화들짝 놀라서 도망쳤을 거라는 건 짐작할 수 있었다.

       

       저 녀석들, 정말 들키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걸까.

       

       애초에 나랑 아르테의 관계에 도대체 얼마나 관심이 많은 거야?

       

       

       “···미안해, 아르테. 많이 신경 써주지 못해서.”

       

       

       발갛게 얼굴을 물들인 채로 잠을 자는 아르테를 데리고 침대로 향했다.

       

       예전같았으면 어색해서 밤을 새웠을 텐데.

       

       이제 이런 것도 꽤 익숙해졌구나.

       

       

       “···.”

       

       

       시우는 잠깐 고민하다가, 아르테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눈을 감았다.

       

       이정도의 사치는 괜찮겠지.

       

       술냄새 사이로, 좋아하는 사람의 향기가 느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 님,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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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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