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123

       “옥면신룡이라면….”

       “이번 용봉비무제의 신룡?”

         

       첫째 만운과 둘째 영운이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정운을 바라보았다.

         

       “확실합니다.”

         

       확언하는 정운.

         

       그런 그를 보며 무언가 떠올린 만운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고 보니 정운이 너는 용봉비무제를 실제로 보았었지.”

       “예.”

       “허면 어째서 처음부터 얘기를 꺼내지 않은 것이냐.”

       “그때는 확실치 않았습니다.”

         

       비무제에 초청받은 화산파 장로의 호위 목적으로 따라간 정운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 비무를 눈앞에 두고도 이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마지막 동작을 보고서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잔추의 성명절기를 막아내기 위해 백우진은 벼락의 묘리를 이용했다.

         

       체내에 기운을 폭발시켜 얻은 순간적인 가속도로 발도를 막아내는 것으로 모자라 검을 통째로 잘라낸 것.

         

       초절정에 오르면서 육체의 내구도가 상당해진 상태였기에 벼락의 묘리에 극쾌에 중점을 둔 백섬검결까지 응용했다.

         

       “분명 그것은 백섬검결의 한 초식이었지요?”

         

       정운은 마지막 동작에서 백섬검결의 초식을 본 것이다.

         

       “이런, 걸렸네.”

         

       백우진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웃으며 순순히 인정했다.

         

       사실 숨기고자 노력하지도 않았다.

         

       진짜 드러나지 않기를 바랐다면 얼굴에 복면이라도 둘러썼겠지.

         

       ‘아까비.’

         

       그냥 한번 맛보고 싶었을 뿐이다.

         

       화산파의 자랑이라는 매화검수가 펼치는 매화검법은 어떤 맛인지.

         

       초절정에 오르고 나니 비슷한 경지의 상대를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허, 근래 옥면신룡의 명성이 자자하다곤 하나 이 정도일 줄은….”

         

       정체불명으로 여겼던 괴물이 설마 옥면신룡일 줄이야.

         

       정파 무림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얕은 질투마저 솟구쳤다.

         

       “헌데 왜 그 사실을 숨기셨소? 굳이 우리 화산파를 도발해가며 싸우려 했던 이유는 뭐고.”

         

       그가 물었다.

         

       “장보도를 노리는 놈들이 수두룩한데 정체를 밝히면 이후 더 피곤해지지 않겠습니까.”

       “음, 그건 그렇구려.”

         

       장보도에 미쳐 있는 놈들 틈바구니에서 제 정체를 밝히는 것보다 어리석은 일은 없다.

         

       백우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화산파를 도발하려 한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한 겁니다.”

         

       만운의 한쪽 눈썹이 일그러졌다.

         

       “…지금 뭐라고 하셨소.”

         

       단숨에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정파 무림의 후기지수가 화산파를 모욕하는 것처럼 느낀 것이다.

         

       허나, 백우진의 입장에서도 할 말은 많았다.

         

       “무인이라면 억만금을 내줘도 바꾸지 않을 장보도를 내놓는 대가치곤 터무니없는 것을 주려고 한 것은 사실 아닙니까.”

         

       그들은 그것이 합당한 제안이자, 거래라고 여기고 있는 듯하다.

         

       실상 그것은 갑질이나 다름없는 행동이다.

         

       만약 동네 작은 문파가 장보도를 내어주면 적당하게 값을 치르겠다고 말했다고 생각해보라.

         

       당장 칼부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만운의 얼굴이 벌개졌다.

         

       “정파의 후기지수라는 자가 눈앞에서 벌어지는 혼란을 외면하고 물욕을 탐하다니…!”

       “섬서백가는 지극히 세속적인 가문인지라.”

       “이…!”

         

       그가 재차 화를 내려 하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영운이 그를 진정시켰다.

         

       “진정하십시오, 사형.”

       “크음…!”

         

       사제들이 지켜보고 있음을 뒤늦게 인지한 만운이 침음성을 삼키며 입을 닫았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감정을 가라앉히고 있는 만운을 보며 백우진은 장보도를 흔들어 보였다.

         

       “아무튼 이 장보도는 제가 가져갑니다.”

         

       만운의 얼굴이 또 다시 일그러졌다.

         

       분노 때문은 아니었다.

         

       장보도를 꼭 회수해 오라는 사문의 명령을 따르지 못하게 된 것이 아쉬워서일 뿐.

         

       ‘그렇다고 섬서백가와 싸울 수도 없으니….’

         

       같은 섬서에 위치한 섬서백가는 화산파와 오랜 시간 든든한 동맹관계로 지내왔다.

         

       장보도 하나를 얻겠다고 그들과 척을 졌다간 화산파로서도 제법 잃게 되는 것이 많아질 터.

         

       무언을 긍정으로 받아들인 백우진이 뒤로 돌아설 때.

         

       “하나 명심하시오.”

         

       만운의 목소리가 그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지나치게 욕심을 내다간 언제고 그것이 당신을 파멸로 이끌 것임을 말이오.”

         

       백우진은 쓰게 웃었다.

         

       욕심을 멀리하라는 조언인지, 너 그러다 죽는다는 협박인지.

         

       “걱정마십쇼. 제 그릇은 아주 크고 단단하여 파멸이 찾아와도 흠집 하나 안 날 겁니다.”

         

       그리 대답하니 만운으로부터 방출된 기운이 등을 콕콕 찔러왔다.

         

       아무래도 빡쳤나 보다.

         

         

       * * *

         

         

       신법을 운용하여 섬서백가에 다다랐을 때는 어느덧 해가 중천에 걸려 있을 때였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달려오는 두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우진아!”

       “백 공자!”

         

       미리 보낸 신예화와 유화연이었다.

         

       “뭐야, 왜 이래.”

         

       걱정 한가득 담고 있는 표정을 보니 알 것 같다.

         

       뒤따라온다고 해서 기다렸더니 여지껏 오지 않아 무슨 일이라도 난 건가 싶었나 보다.

         

       “별일 없었지…?”

         

       신예화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백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냥 따돌리느라 늦은 거야.”

       “다행이다….”

         

       그녀는 안도하는 한편,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났다.

         

       절정에 오른 뒤로, 그녀는 조금 자만했다.

         

       이 정도면 그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여기며 잠시 소홀했다.

         

       ‘아직도 많이 모자라구나.’

         

       그런 그녀를 백우진은 먼저 가있으라는 말로 돌려보냈다.

         

       함께 있어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과 다름없는 말이었다.

         

       ‘다른 사람의 기준은 아무런 소용이 없어.’

         

       정무학관 2학년 생도가 절정이라고 하면 모두가 놀랄 만큼 빠른 속도다.

         

       하지만 남의 기준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다른 사람들이 엄지를 치켜세우고 환호성을 외쳐도 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나, 나 더 열심히 할게….”

       “어? 어, 뭐…, 그래.”

         

       마주하기 힘들 정도로 열의를 보이는 신예화의 모습에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백우진.

         

       유화연이 그에게 물었다.

         

       “장보도는….”

       “챙겼지.”

       “찾을 생각인 건가요?”

       “딱히 무공에 관심은 없지만, 이 혼란을 잠재우려면 찾아보긴 해야겠지.”

       “저도 같이 가고 싶어요.”

       “…….”

         

       백우진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언제나처럼 그녀를 매몰차게 돌려세울까, 아니면 같이 가야 할까.

         

       멀어지려 밀어낼 때마다 그녀는 더욱 불타올라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짧은 시간 함께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낫지 않을까.

         

       ‘거기에 제갈 소저까지 있으니까.’

         

       은근슬쩍 애정행각도 좀 하면서 빈자리가 없음을 보여준다면.

         

       ‘좋아.’

         

       생각을 마친 백우진이 대답했다.

         

       “따라가는 것까지 말리진 않겠지만, 내 말에 무조건 따라야 할 거야.”

         

       그녀가 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어요.”

       “…….”

         

       과연 잘한 선택인가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따로 소집할 때까지 편히들 쉬도록 해.”

       “열심히 수련하고 있을게!”

       “네.”

         

       그녀들의 대답을 들은 백우진은 곧장 조원들이 머물고 있는 객당으로 향했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객당 앞에 놓인 평상에 앉아 양손에 꼬치를 쥐고 와구와구 먹고 있는 설수연과 그런 그녀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송희연이었다.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한 표정으로 빵빵하게 부풀린 입을 오물거리고 있던 그녀는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백우진을 발견하고서 환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영웅니임!”

         

       그녀가 손을 흔들 때마다 꼬치에 묻은 양념이 후두둑 떨어진다.

         

       “영웅님도 이 꼬치 드셔보세요! 엄청 맛있어요!”

         

       설수연은 제 손에 쥔 꼬치를 백우진을 향해 내밀었다.

       

       

       

       

         

       산속에서 평생을 자라온 탓에 진수성찬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그녀였다.

         

       이제 막 속세의 맛을 알아가며 행복해하는 그녀의 꼬치를 빼앗자니 가슴이 쿡쿡 찔린다.

         

       “설 소저 많이 먹어.”

         

       그의 배려에 감동한 설수연의 눈망울이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어쩜…! 영웅님은 마음씨도 고우세요…!”

       “하, 하.”

         

       백우진은 근처를 오가는 하녀에게 그녀가 원하는 게 있으면 뭐든 가져다 주라고 일러둔 뒤, 제갈연지가 머물고 있는 방으로 향했다.

         

       “제갈 소저.”

         

       문을 가볍게 두드리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우당탕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배, 백 공자…!”

         

       그녀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다.

         

       안에서 뭘 하고 있었던 걸까.

         

       “뭐 하고 있었어?”

       “고, 공부요!”

       “공부?”

       “네…! 이번에 가문에 부탁해서 기관진식에 대한 책들을 많이 받았거든요.”

         

       최근 가는 곳마다 진법이며 기관들이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을 때가 많았다.

         

       제갈연지는 이대로 가면 언제고 자신의 지식으로는 풀지 못할 진법이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백우진의 앞길을 가로막는 것.

         

       그것이 기관이나 진법이라면 제 손으로 모두 파훼하기 위해.

         

       “저…, 언제나 백 공자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제갈 소저…!”

         

       백우진의 표정이 조금 전 설수연과 똑같은 모습이 되었다.

         

       “기특해!”

         

       제 가슴어림까지 오는 그녀를 강하게 끌어안고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흐엑…!”

         

       따뜻한 손길, 단단한 품속, 물씬 풍기는 그의 냄새까지.

         

       그녀를 약하게 만드는 삼박자가 고루 갖춰진 상황.

         

       제갈연지는 이대로라면 죽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가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아, 아직 안 돼!’

         

       지금으로도 매우 행복하지만, 그보다 행복해질 수 있는 단계가 몇 단계는 더 남아 있었다.

         

       그것들을 다 맛보기 전까지는 절대 죽을 수 없다.

         

       ‘미, 미안해요. 백 공자….’

         

       진법을 공부하고 있다는 말에 감동한 백우진을 보며 그녀는 심심한 사과의 말을 건넸다.

         

       그녀가 한 말은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사실이다.

         

       실제로 공부를 시작했고, 열의가 생긴 덕분인지 빠른 성취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 그녀가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가문에서 보내준 책이 아니라, 당가를 떠나기 전 당선영이 건네준 책이었다.

         

       책의 이름은 음양총서(陰陽叢書).

         

       ‘실로 대단한 책…!’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데에 있어 필요한 모든 지식이 총망라된, 백우진과 뜨거운 밤을 앞둔 그녀에게 있어 그 어떤 것보다 값진 책이었다.

         

       ‘양쪽 모두 힘낼게요!’

         

       진법과 음양의 이치.

         

       양쪽 모두 통달하리라, 그녀는 속으로 다짐했다.

         

         

       * * *

         

         

       어두운 밤.

         

       하인이 챙겨준 점심으로 배를 채운 뒤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일어난 백우진은 오랜만에 무복이 아닌 다른 의복을 챙겨 입었다.

         

       “음, 좋군.”

         

       고급진 비단으로 만들어진 연하늘색의 장삼을 걸친 백우진의 모습은 그야말로 지나가는 모든 여인들의 시선을 가로챌 만한 미공자의 자태를 하고 있었다.

         

       멋들어진 차림새를 하고 백호각을 나선 백우진은 곧장 조원들이 있는 객당으로 향했다.

         

       발소리를 죽인 채 향한 곳은 구왕수와 장삼이 기거하는 방.

         

       그곳의 문을 두드리자, 구왕수가 문을 열어주었다.

         

       “이 야심한 밤에 무슨 일이야…? 그 옷차림은 또 뭐고…?”

         

       구왕수가 꺼벙한 질문을 던질 때, 눈치가 빠른 장삼은 그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인 거요?”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오늘이다.”

       “크으읏…!”

         

       격한 감동을 삼킨 장삼이 구왕수를 잡아당겼다.

         

       “당장 옷 갈아입게, 광수!”

       “뭐, 뭐야. 무슨 일인데.”

       “그날이란 말일세, 그날!”

       “헉!”

         

       그제야 구왕수도 깨달았다.

         

       오늘이 바로 그토록 기다려왔던 그날임을.

         

       구왕수는 믿기지 않는다는 투로 문 앞에 서 있는 백우진을 향해 재차 물음을 던졌다.

         

       “그, 금양루?”

       “그래.”

         

       오늘이 바로 그토록 기다려왔던 금양루로 향하는 날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안녕하십니까, 독자님들…!

    오늘은 신녀 설수연의 일러스트를 소매넣기하듯 소옥 넣어 보았읍니다.

    픽시브를 돌아다니다 우연찮게 발견한 그림 작가님께 의뢰한 작품인데 제 마음에 무척이나 마음에 듭니다.

    애초에 설수연의 모티브가 약간 푼수끼 있고, 덤벙거리지만 또 어떨때에는 누나나 마망 같은 느낌이길 바랐는데,

    그 느낌이 제법 잘 살지 않았나 싶습니다.

    부디 여러분들의 마음에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주 내로 한 장 더 뽑아볼 생각인데, 혹여 보고 싶으신 히로인이 있으시다면 댓글 부탁드립니당.

    참고하여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고, 저는 내일 또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