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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3

       에리스는 자신의 옷장을 열었다.

       두 팔 너비보다 작은 옷장이다.

       여왕의 옷장이라고 하기엔 작으나… 소중한 옷들이 이 안에 들어있었다.

         

       “음….”

         

       그 중에서 어떤 옷이 좋을까.

       고민하던 에리스가 결국에 옷 하나를 집어들었다.

         

       언젠간 주딱과 만날 때를 대비해 구비한 옷이었다.

       허리와 등이 트여서 드러나고 팬티 라인이 보일 정도로 옆트임까지 심하다.

       쇄골과 가슴도 훤히 보여서 부끄럽지만… 이성에 약해보이는 주딱에겐 치명적일 거라 생각해 구매한 옷이었다.

         

       “이걸 입으면….”

         

       주딱의 시선이 계속 닿겠지. 그것만으로도 주도권은 확실하다.

       같이 술을 마시면서… 좋은 교류를 나누자고 한다거나….

       아니면 갤러리에서 떠들듯이 웃고 떠들어도 좋고….

       아무튼 정치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겠지.

       옷을 입은 에리스는 거울 앞에 섰다.

         

       나올 곳은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갔다.

       묘하게 노출이 많아서 살에 공기가 닿는 느낌이 이상하지만….

       살짝 옆으로 돌아서 자세를 취하자,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아무리 봐도 어릴 때와 비슷한 모습이다.

       조금… 아주 살짝. 이제 소녀의 티를 벗어나긴 했지만 말이다.

         

       “저 틀딱 아니라고요….”

         

       혼기를 벗어난 나이는 아니니 틀딱은 절대 아니다.

       그녀는 스마트폰을 꺼내, 아이디를 설정했다.

         

       ─청순청초행동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는 깨끗한 아이디니까.

       자유롭게 글을 올려도 되겠지. 라는 생각을 한 에리스였지만.

       순간 주딱의 행동이 생각나버렸다.

         

       “저번에… 세렌디아의 가슴만 보고도 그녀를 알아챘었죠.”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할까.

       그 정도면 초능력이나… 축복에 견줄만한 능력이나 재능이지 않나?

       주딱의 완전 가슴 기억 능력에 두려움을 느끼고서, 에리스는 간단한 마법을 걸었다.

         

       인식 왜곡.

       거울에 드러나는 체형을 살짝 바꾸는 것으로….

       실제와 비슷하지만 다른 느낌이 나도록 모습을 조정했다.

         

       “이 정도면… 모르지 않을까요.”

         

       가슴 사이즈를 살짝 줄이고 허리 굴곡을 살짝 바꾼 것만으로도 다른 느낌이다.

       에리스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사진을 찍었다.

         

       꾸민 듯 안 꾸민 듯. 얼굴이 나오지 않게….

       자연스러운 옆모습의 사진을 그녀가 업로드 했다.

         

         

       ─청순청초행동

       제목) 옷을 사 봤어요~

       (대충 가슴과 다리가 훤히 보이는.jpg)

       잘 어울리나요?

         

       ㄴ이게 엘프지 이게 엘프지 이게 엘프지 이게 엘프지 이게 엘프지 이게 엘프지

       ㄴ캬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아니 이렇게까지 어울릴 수가 있나…

       ㄴ옆트임도 야하고… 드러낸 옆구리에 가슴골에 어우 ㅋㅋ 나 죽어 ㅋㅋㅋㅋ

       ㄴ이거 진짜에요?

       ㄴㅈㅉㅇㅇ?????

       ㄴ마법으로 건든 건 아닌 거 같은데

       ㄴㄹㅇㅋㅋ 거울 굴절 같은 거 없음;;

         

       ㄴ딱 전형적인 금발 미녀 엘프인듯??

       ㄴ스테레오 타입의 금발 빡대가리 미녀일 가능성 99%ㅋㅋ

       ㄴ금발빡대가리거유누나왔어????????

       ㄴ청순청초행동) 누가 금발딱대가리거유누나야 죽고싶니

         

       ㄴ주딱) 캬앜ㅋㅋ 완장할 맛 나네 ㅋㅋㅋㅋ 지루하던 완장의 삶에 꿀 한 통 ㅋㅋㅋ

       ㄴ꿀 한 통이면 이 다 썩겠다 무자식아 ㅋㅋㅋ

       ㄴ그만큼 달콤하시다는 거지 ㅋㅋㅋ

       ㄴ근데 나도 이 다 썩을 거 같음

       ㄴ우땨땨…이 다 녹앗서… 너무죠아…

         

       ㄴ주딱) 하… 독점하고 싶네…

       ㄴ독점 어케할건데 ㅋㅋ

       ㄴ주딱) 이따 삭제하면 나만 볼 수 있음 ㅋㅋ

       ㄴ?

       ㄴ이 미친련이 ㅋㅋㅋㅋ

       ㄴ가슴 통제 멈춰다오…

       ㄴ시발련아 꿀통 혼자 퍼 먹지 말라고

       ㄴ주딱) ㅋㅋ

         

       ㄴ주딱) 와 근데 장난 아니네 짤 5개만… 아니 3개만 더 다오…

       ㄴ3개? 10개는 올리라고 해야지 ㅋㅋ

       ㄴ눈나라고 일부러 배려해주네

       ㄴ이렇게까지 배려해주면 뭐가 남냐

       ㄴ주딱) 가슴짤이 남습니다…

       ㄴㅋㅋ 개고수

       ㄴ걍 얘는 가슴이 좋은 새끼임 ㅋㅋㅋ

         

       “도대체 뭔가요.”

         

       갤러리에서 매일 틀딱이니 뭐니 하더니, 그거 전부 빈말이었잖아요.

       거기에 주딱은 좋아서 죽으려고 하고….

       쿠훗 하고 에리스가 작게 웃었다.

         

       “그니까 진심을 내면 이런다니까요.”

         

       남자들을 좋아죽게 만드는 것. 별 거 없지 않은가.

       노골적으로 좋아하는 댓글이 올라올 때마다, 에리스의 입 꼬리도 덩달아 올라갔다.

         

       보고 있으니까 재밌기도 하고, 매일 틀딱이라 놀림 당하다가 이쁨 받으니까 기분이 다르다.

       그녀는 한결 올라간 텐션으로 다른 옷을 꺼냈다.

         

       “음… 이건 방금에 비하면 수수한 옷이네요.”

         

       방금 전 옷은 연회나 모임에서 입기 좋았다면.

       지금의 옷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스타일의 V넥 원피스였다.

       가슴골이 살짝 보이는 그런 원피스지만….

       에리스는 원피스의 뒤를 슬쩍 잡아서 허리라인을 단단하게 조였다.

         

       “이게 좋다고들 말 하던데….”

         

       왜 이런 걸 좋아하는 걸 까요.

       한 장은 평범한 원피스 사진.

       다른 한 장은 일부러 옷을 달라붙게 만들어서 몸매가 훤히 보이는 원피스 사진.

       두 장을 찍어서 갤러리에 올렸다.

       잘은 모르겠지만, 갤러리에서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으니까.

         

       ─청순청초행동

       제목) 다른 옷 입어 봤는데…

       (평범한 원피스 사진.jpg)

       (당겨진 원피스 아래로 몸매가 훤히 보이는 짤.jpg)

       어때요…?

         

       ㄴ키야아아앜ㅋㅋㅋㅋㅋㅋㅋㅋ

       ㄴ눈나 나 죽어이잇ㅋㅋㅋㅋㅋㅋㅋㅋ

       ㄴ갤러리 합동 장례식 열린다고 ㅋㅋㅋ

       ㄴ와 진짜 평범한 옷인데 파괴력 장난 아니네…

       ㄴ옷 뒤로 당겨서 허리라인 드러나는 거나 가슴 보이는 거나 그냥 goat인데???

       ㄴㄹㅇ 심장에 무리 올뻔 했음…

       ㄴ하… 결혼 해다오…

         

       ㄴ갤부이들을 죽이는 옷ㅋㅋㅋㅋ

       ㄴ와 보소 ㅋㅋㅋㅋㅋㅋ

       ㄴ어딜 보라는 거죠?

       ㄴ그건 ㅋㅋ 비밀ㅋㅋㅋㅋㅋ 엌ㅋㅋㅋ

       ㄴ말 못해 ㅋㅋㅋㅋ

       ㄴ말 못해 (존나 잘 보임ㅋㅋ)

       ㄴㄹㅇㅋㅋ 오우 ㅋㅋ

         

       ㄴ?? : 산책 하실래요…?

       ㄴ산책 어디로…? 인적이 드문 산책로…?

       ㄴ흐흐흐

       ㄴ흐흐흐흐

       ㄴ주딱) 으흐흐흐

         

       “주딱 반응 도대체 뭐에요….”

         

       좋아할 줄은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좋아할 일일까.

       에리스는 부끄럽지만 자꾸만 미소가 지어져서, 입가를 손으로 매만졌다.

         

       이래서 사람들은 짤을 올리는 거였을까.

       관심을 받으면 기분이 좋으니까?

       이제야 그들이 공감되기 시작했다.

       관심과 인정을 받으면 이렇게까지나 기분이 좋다니.

         

       특히 주딱의 반응이 제일 맛있었다.

         

         

       ─주딱

       제목) 가슴 좋아하는 게 죄라면

       나는 무기징역이야…

         

       ㄴ넌 좀 갇혀라

       ㄴㅅㅂ 좀 격리해라 ㅋㅋ

       ㄴ이 새끼는 왜 아직도 밖에 풀려있음??? ㄹㅇㅋㅋㅋ

       ㄴ주딱) 무기징역이어도 좋으니 매일 가슴짤을 보게 해다오…

       ㄴ시발 ㅋㅋㅋㅋ

         

       “진짜 변태 같네요….”

         

       주딱은 진짜 변태 같다고 해야 할까.

       짤에 관심을 보이는 수준의 보법이 다르다.

       그렇다면… 비장의 무기를 꺼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에리스는 부끄러운 미소를 지으며, 옷장을 열었다.

       언젠간 바다에 놀러갈 일이 있으면 입으려고 했던 비키니를 꺼냈다.

         

       “아으으….”

         

       이렇게 얇고 면적이 좁은 천을 몸에 걸친다고?

       손으로 잡으니까 더욱 실감이 돼서 에리스는 얼굴을 붉혔다.

         

       얇은 끈. 가슴을 겨우 가리는 면적. 훤히 드러나는 배와 엉덩이.

       전혀 가릴 수 없는 다리까지.

         

       이런 것까지 눈으로 보게 된다면… 주딱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너무 좋아서 코피를 쏟거나 그러진 않겠지?

         

       쿡쿡 웃으면서 에리스는 사진을 찍어 올렸다.

         

         

       ─청순청초행동

       제목) 이건 어떤가요~?

       (대충 비키니 입은 짤.jpg)

       조금 부끄럽지만 힘내봤어요!

         

       ㄴ캬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국가권력급 ㅋㅋㅋㅋㅋㅋ

       ㄴ빨리 세렌디아도 올려서 아르델은 건재하다는 걸 보여줘라

       ㄴ세렌디아) 미친소리 ㄴ

       ㄴ응 ㅋㅋ 엘란 밑 아르델 ㅋㅋㅋ

       ㄴ팩트)다

       ㄴ그건 언제나 그랬는데?

       ㄴ아 ㅋㅋㅋㅋㅋ

         

       ㄴ엘란 88서클급 마법 보유국ㅋㅋㅋㅋㅋ

       ㄴ엌ㅋㅋㅋㅋㅋㅋㅋ

       ㄴ근데 왜 88서클임?

       ㄴ보고있으면 팔팔해져서

       ㄴ할배요…

       ㄴ수저 들 힘만 있으면 그냥 어우 ㅋㅋ

       ㄴ이야 ㅋㅋㅋ 처자가 힘내줘서 좋아그려~~~

       ㄴㅋ십ㅋㅋㅋㅋ

       ㄴ현지 할배급 ㅋㅋㅋ

         

       순식간에 댓글들이 와바박 달렸다.

       그럼 과연 주딱은 어떤 댓글을 달까.

       기다리던 에리스는 하나의 댓글을 보았다.

         

       ㄴ주딱) ?

         

       “에? 왜 물음표인가요…?”

         

       물음표를 달 이유가 있나?

       사진을 보더라도 이상한 점은 없는데….

       잠시 기다리니, 주딱의 새로운 댓글이 달렸다.

         

       ㄴ주딱) 최근에 봤던…

       ㄴ청순청초행동) ?

         

       답글을 달자 댓글이 사라졌다.

       마치 말만 전달하면 지우려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최근에 봤던…?

       이게 무슨 뜻일까 곰곰이 생각하던 에리스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회담….”

         

       거기서 서로 봤잖아.

       회담에서도 아마… 주딱이 봤을 텐데.

       설마 이 얘기일까? 이걸 직접적으로 얘기할 정도면 진짜 눈치 챘다는 걸까?

         

       “진짜? 에이 설마. 진짜 그런 건 아니죠? 예??”

         

       아니라고 해줬으면 하는데.

       혹시 몰라서 빠르게 비키니 글을 삭제하자, 다른 게시글에 주딱의 댓글이 달렸다.

         

       ㄴ주딱) ㅋㅋ;; ㅎㅎ;;;

         

       웃음 다음에 달린 땀땀땀에서 주딱의 감정이 여실히 느껴졌다.

       곤란함, 안타까움, 민망함 등등.

       그리고 곧 이어서 에리스의 게시물이 하나둘씩 삭제되기 시작했다.

       삭제하는 사람은 아마… 주딱…?

       이렇게 글을 삭제한다는 건…

         

       “이건 완전히 눈치 챘잖아요…!”

         

       혹시나 좆 되는 일이 일어날까봐 배려하는 것 아닌가.

         

       “꺄아아아아아아아악!!!!”

         

       에리스의 얼굴이 붉어졌다.

       지금까지 달아올랐던 열기가 팍 식자, 여태까지 했던 일이 스쳐지나갔다.

         

       다시 생각해보니… 무슨 짓을 한 걸까.

       주딱의 반응에 심취해서. 갤럼들의 칭찬을 즐기면서, 계속 사진을 올리다니.

         

       “전부 잊고 싶어요…!!!!!!”

         

       에리스가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어떻게 해야 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녀의 시야에 테이블 위에 놓인 술병이 보였다.

         

       세렌디아가 놓고 간 독한 술이 아직 반이나 남아있다.

       이걸 마시면 잊을 수 있지 않을까.

       에리스는 간단하게 한 잔을 들이켰다.

         

       “캬하아… 기분 좋아졌어요… 독한 술 나쁘지 않네요….”

         

       두 잔. 세 잔.

       술이 들어갈 때마다 좆같음이 사라졌다.

       좆같은 원로 틀딱들도.

       괜히 신경쓸 게 많은 정치질도.

       방금 있었던 흑역사도….

         

       “끄으윽… 잊을 거예요….”

         

       홀짝.

       에리스가 눈을 글썽이며 술을 마셨다.

         

         

       ***

         

         

       스마트폰이 풀리고 부계정을 남용하는 끔찍한 사태가 만연한 지금….

       주딱은 글을 하나 작성했다.

         

       ─우따우따야

       제목) 나는 갤질 고수가 될 거야~

       우땨땨 우따야

         

       주딱으로는 하지 못하는 갤러리 뻘글 싸기!

       대세인 부캐 다중이질에 편승해서 자유롭게 갤러리 글을 조졌다.

         

       “캬. 이게 갤러리지.”

         

       한 손으로는 스마트폰으로 똥 글을 싸면서, 다른 손으로는 뉴비들이 올리는 글들을 읽었다.

       그리고 뉴비들도 관심을 받기 위해 살색의 비율이 높은 사진을 올려댔다.

         

       “여기가 천국이지!”

         

       주딱은 사진을 훑느라 여념이 없었다.

       맛있는 사진들이 올라오는 갤러리? 최고!

       이쁜 눈나들 가득. 가슴 큰 눈나들 가득.

       매일 매일의 갤질이 오늘만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으흐흐.”

         

       음흉한 웃음을 흘리던 주딱이 글을 하나 눌렀고.

       그곳에서 아름다운 사진을 보았다.

         

       “와.”

         

       이게 엘프인가. 장난 아니네.

       아니 엘프 중에서도 상상(上上)

       극상의 레벨이었다.

       어디하나 문제될 곳 없고… 완벽한 몸매….

       와 몸매 ㅋㅋ 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근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이 가슴… 어디서 보지 않았나?

         

       “흠….”

         

       이걸론 헷갈려본 적 없는데.

       주딱이 머리를 긁적였다.

         

       뭔가 떠오를 듯 하면서 떠오르지 않으니, 일단 올라오는 사진을 훑었다.

         

       “오우야. 퍄.”

         

       일단 생각 안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고.

       맛있는 사진은 전부 즐겨야하지 않을까? 그게 주딱의 본분인 걸? (아니다.)

       응애 존나 야해. 와 몸매.를 반복하던 주딱은 새로이 올라온 게시물을 확인했다.

         

       캬아. 비키니!

       대망의 비키니 짤을 보던 주딱은 한 가지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

         

       뭔가 사이즈가 서로 다른데?

       수만 명(2d포함)의 가슴을 봐온 주딱이기에 알 수 있다.

       사진마다 느낌이 미묘하게 다르다.

       조작인가? 아니, 조작이라기 보단 익숙한 보정의 맛이었다.

       그게 아니면 정교한 마법이지 않을까.

         

       “확실히 애매한데….”

         

       정상적인 가슴이라면 중력의 영향을 받았을 때.

       형태가 일정한 라인을 벗어나지 않는데… 마지막 사진은 아니다.

       묘하게 왜곡되고 틀어져있다.

         

       “음….”

         

       주딱이 눈을 감고 상상했다.

       가장 좋은 그래픽카드는 인간의 상상력.

       저 가슴이 원래 모양일 때를 떠올렸다.

       처음 가슴의 모습은 어떨까…. 불쾌하지 않고 왜곡이 없는 모습을 그려내면….

         

       “어라.”

         

       최근에 봤던 극상의 가슴이 생각났다.

       회의에서 봤던 엘란의 여왕. 에리스. 그녀와 비슷하지 않나?

         

       “흐으으으음.”

         

       근데 논리적으로 말이 되나?

       여왕의 취미가 갤러리에서의 가슴 노출이라니.

       에이 설마 하며 주딱은 조용히 댓글을 달았다.

         

       ㄴ주딱) ?

         

       그리고 한 번 더 떠보는 것으로 반쯤 확신했다.

         

       ㄴ주딱) 최근에 봤던…

       ㄴ청순청초행동) ?

         

       이 이후에 글이 바로 삭제됐으니까.

       제 발 저린 여왕님의 글 자삭…. 이건 누가 봐도….

         

       “이게 왜 진짜임.”

         

       설마 했는데 진짜면 어떡해요 여왕님.

       주딱은 잠시 고민하다가, 그녀의 글을 전부 삭제했다.

       이걸 그냥 내버려 두면 서로 민망할 테니 일단 삭제 조치를 취하도록 할까.

       그리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가 가슴 짤 올리는 거위의 배를 갈라버렸구나….”

         

       그냥 모르는 척 할 걸.

       모르는 척 했다면 가슴 짤도 계속 올라왔을 텐데.

         

       “흑흑 가슴을 더 못 본다니… 너무 슬프구나….”

         

       눈물이 주르르륵!

       서러워서 베개를 적시는 주딱을 용사가 빤히 지켜보았다.

       평소와 같은 주딱이었다.

         

         

       ***

         

         

       에리스가 술을 퍼마시고 있는 동안, 원로들이 뭉쳤다.

       회의 겸 다과회.

       좋게 말하면 회의고 나쁘게 말하면 뒷담하기 위한 모임!

       늙은이들의 푸념은 평소와 같았다.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쯔쯧… 엘프들을 망신시키는 군….”

         

       그들의 대화주제는 간단했다.

       여왕의 돌발행동! 다크엘프가 엘란에서 휘젓고 다니는 걸 허용한 점에 대한 뒷담!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깐깐하게 훑어보고 허가하는 것도 아닌. 그냥 무작정 허용한 점에 대한 뒷담이었다.

         

       “여왕이 멋대로…!”

       “다크엘프들이 엘란에 못 오는 것도 아닌데.”

       “이건 여왕의 행동이 너무 섣불렀소.”

       “다크엘프가 아니었어도 우리 엘프들이 가능한 거 아닌감?”

       “그런 가능성도 있었지요.”

         

       물론 세계수의 뿌리를 관리할 줄 아는 엘프가 없고.

       땅속에서 힘겨운 작업을 하고 싶어 하는 엘프들도 없지만.

       그들에게 그러한 사실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다크엘프들에게 손을 빌린다는 건.

       엘프의 뛰어남과 고결함을 흠집 내는 일!

         

       그것보다 중요한 건.

       여왕이 아르델과 손을 잡는 행동을 보였다는 점이 중요했다.

         

       “여왕이… 막 나가는 군요.”

       “하필 아르델이라니.”

       “엘란을 뒤엎을 생각인가?!”

       “다크엘프와 손을 잡고….”

       “허어….”

       “그럴 수도 있겠지요. 요새 여왕이 이상한 짓을 많이 하는 느낌이니….”

       “어떤…?”

       “무언가를 알고 있는감?”

         

       넌지시. 무언가 아는 투로 말하는 원로의 목소리에 다들 귀를 기울였다.

         

       “별 건 아니고… 마나 패턴을 분석하니 도청 불가능한 연락을 취했고… 갤러리에 접속한다는 것 같은 정황이….

       “갤러리?”

       “허어 어찌 그런 것을….”

         

       갤러리!

       그곳은 이상한 글이나 올라오고 해괴망측한 것들이 올라오지 않던가!

       그나마… 엘프 할멈들이 올라오는 건 좋았지만!

       그걸 제외하면 최악인 곳인데!

         

       “갤러리에 들어간다니… 여왕이….”

       “그 곳에서 제일 그럴싸한 정황을 하나 포착하였소.”

       “무엇인지?”

       “이걸 보시오. 이 사진을.”

         

       그가 내민 스마트폰엔 얼굴이 보이지 않는 여인이 있었다.

       그나마 보이는 건 살짝 튀어나온 기다란 귀와 금발이 전부였다.

         

       “허어… 이건….”

       “어찌 처자가 이런 사진을….”

       “몸매는 좋군.”

       “잘 보시오… 이 사진… 느낌이 여왕과 닮지 않았소?”

       “뭣?!”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에리스…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싱생숑 고수가 될 거야~~~

    다음화 보기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I Became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ly Gallery 이세계 갤러리 주딱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minding the board 24/7 when I got dragged into anoth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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